한 달에 한 번으로 줄어든 JTBC 밤샘토론을 지켜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두둔하는 새누리당 토론자들의 논리가 ‘귀’가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그들은 대면보고를 피하는 대통령을 이해하려면 ‘독신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령의 성폭행 이유가 성욕을 해결할 수 없도록 만든 외출 불가 때문이라는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의 정신 나간 발언(유럽이었으면 정치권에서 영구퇴출된다)이 오버랩됐습니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독신여성은 대면보고를 기피할 만큼 폐쇄적이거나,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라 도무지 이해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한마디 말해 독신여성은 남성과 대면을 하면 불편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대통령이 대인기피증의 일종인 남성기피증을 지닌 정신질환의 소유자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대부분의 국무의원과 비서관들이 남성인 대한민국의 후진적 현실을 고려하면 대통령으로서 심각한 결격사유가 됩니다.
지독히 성차별인 이들의 논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남성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독신여성이어서 서면보고를 선호한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입니다. 이들은 알까요, 자신의 논리가 대통령에 대한 놀라울 정도의 직선적인 디스라는 것을. 이병헌의 뇌구조를 떠올리는 이들의 논리는 새누리당이 왜 성누리당(또는 색누리당)인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다음은 문고리3인방에 대한 옹호 논리입니다. 새누리당 토론자들은 문고리3인방이 개인적 비리와 부패가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말한 것을 그대로 반복한 이들의 논리는 너무나 단세포적이라 (앞서 귀가 막힌 관계로 이번에는) ‘코’가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관들이 개인적 비리와 부패가 없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사항이지 자랑거리가 아닙니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비판받는 이유는 소통 부재에 따른 인사와 정책 실패이지, 문고리3인방의 (전혀 확인되지 않은) 깨끗함 때문이 아닙니다.
그들에 대한 국민과 언론 및 야당의 비판은 대통령 주변에 인의장막을 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대통령과 청와대의 인사와 정책 실패에 문고리3인방의 개인적 비리와 부패까지 더해졌다면 지지율 폭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탄핵이나 하야를 면치 못했을 것입니다.
세 번째는 김기춘 실장을 위한 옹호 논리는 필자가 이전 글(끝내 국민을 이기려는 대통령, 탈출구란 없다)에서 추측한 그대로입니다. 필자는 이 글에서 대통령이 김기춘을 내치지 않은 것이 유신헌법을 제정했고, 7인회의 일원인 김기춘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명예회복을 한 상태로 청와대를 떠나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미천한 필자의 추측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새누리당 토론자들의 수준이 얼마나 형편없고 왜곡돼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김기춘처럼 사심 없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에 갇혀 있는 그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말할 수 있는 자유의지라도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대표해 나온 토론자들이라고 해서 별반 다를 것이 없었지만, 대통령의 불통과 아집의 인사를 어떻게든 옹호하려는 새누리당 토론자들의 발버둥은 차라리 불쌍해 보였지만, 그들이 제시한 논리는 초딩의 수준보다 빈약해서 밤샘을 하면서 토론을 보는 필자의 ‘귀’와 ‘코’가 막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완구 총리후보자에 대한 토론은 야당 토론자들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정치인 출신 총리라 야당을 벌레 취급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정작 제기했어야 할 의혹(이상한 이완구 검증, 핵심은 따로 있는데)은 아예 입에 올리지도 않아, 그 바람에 제 ‘입’이 막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주소가 어떤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 하루가 지나면 새로운 의혹들이 튀어나오는 '투기의 달인' 이완구 총리후보자에 대한 덕담시간이었습니다. ‘코’와 ‘입’이 막힌 관계로 ‘모공’으로 호흡해야 했던 필자가 증세의 필요성과 법인세 인상에 대한 토론에서는 ‘눈’까지 멀 정도로 수준이 떨어져 시청을 계속할 수 없었습니다.
새로운 글을 쓰면서 얼핏 듣기에 새누리당 토론자들은 저성장의 근본원인이 부의 불평등에 있으며, 이를 최소화하려면 대통령이 ‘줄푸세’을 포기해야 가능함을 끝끝내 외면했습니다. 저성장 시대에서 증세는 선택사항이 아닌 필연이고, 법인세 인상이 무조건 선행돼야 하며, 그것도 누진적 증세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역사가 '대표없이 과세없다'로 압축됨에도, 국민의 45%가 면세점 이하인 것도 부의 재분배 기능을 하는, 소득과 자산에 대한 누진적 증세로 실현되는 조세정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수많은 학자들이 현대 민주주의가 '1인 1표'가 아닌 '1원 1표'로 변질됐다고 한탄 하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세를 하면 투자가 위축’된다거나, 무려 5천만 명에 이르는 인구에도 불구하고 내수시장이 작다며, 기업에게 유인책을 제공해야 하며, 친기업적인 규제완화와 노동유연화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에서는 ‘모공’마저 막혀서 (꿈에 그리던 완벽한 피부미남에 이르렀지만) 기절 직전까지 내몰렸습니다.
그 다음은 산소가 부족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유일하게 잘한 일인 '건보 개혁'이 청와대에 의해 단 하루만에 뒤집힌 것을 토론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몇 년에 걸친 준비와 산고 끝에 탄생한 '건보 개혁안'이 단 하루만에 무기한 연기된 것에서 박근혜 정부의 본질이 '1%를 위한, 1%에 의한, 1%의 통치'에 있다는 것을 언급한 토론자가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해서 이번 글도 여기서 끝나게 됐습니다. 이제는 몇 시간 남지도 않은 아시안컵 결승을 봐야 하는 관계로 홀아비 냄새가 진동하는 침대를 향해 기어갔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너무나 힘이 들어서.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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