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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가 죽 쓰는 이유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유럽 등지에서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의 매출이 반토막(유럽의 경우)에 이를 정도로 악화됐습니다. 현재의 상황은 매출이 늘어날수록 이익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에까지 직면했습니다. 샤오미의 약진처럼, 애플의 스마트폰과 독일차의 선전이 예상보다 컸던 것도 환율의 영향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재작년부터 시작됐다가, 유럽중앙은행이 달러 대비 유로의 가치를 1: 1 수준까지 낮추겠다며 1444조원에 이르는 무제한 양적완화에 들어가며 본격화됐습니다. 유러화의 가치가 떨어지자 유럽에서 생산된 제품은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반면 한국제품은 가격경쟁력이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올해에 들어서는 유럽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제살 깎아먹기에 이를 정도입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유럽의 판매고를 반토막 가까이 줄여 잡았습니다. 유럽의 현지법인들도 수백억에 이르는 적자는 기본으로 깔고 가야 할 형편입니다.



애플의 선전도 상당 부분 환율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미국은 무제한 양적완화의 결과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회복돼 수출이 늘고 있고, 대한민국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애플의 일방독주가 가능했던 것은 환율과 함께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열기가 식은 것이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환율전쟁 때문에 유럽에서 독일차는 날아다니고, 현대기아차는 기어 다니고 있습니다. 엔저의 영향으로 일본차의 선전도 현대기아차로서는 유럽에서의 판매고를 급격히 줄이고 있습니다. 일본차도 엔저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생겨 미국과 유럽, 중국과 국내 등에서 현대기아차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가격경쟁력이 생긴 독일차도 국내에서 대대적인 가격할인에 따른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늘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하청업체를 거느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의 부진은 한국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며, 저임금 노동자와 실업자를 양산하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유럽에서의 부진은 미국의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증가로도 만회할 수 없을 만큼 참담한 상황입니다(다른 품목도 마찬가지다). 박근혜가 제2의 중동붐에 목숨을 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국의 경제는 최경환의 경제활성화 대책이 실패로 끝나면서 실적부진과 내수경제 위축이라는 엄청난 압력에 직면한 상태입니다.





소비자의 선택폭은 늘어났지만,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가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아 이들의 부진은 한국경제 전체를 디플레이션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경환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며, 상반기 내로 시장에 10조원을 추가로 풀겠다고 한 것입니다.



기준금리의 인하도 가계부채의 폭발을 막고, 경제활성화를 위한 원화약세에 동조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양적완화가 유럽이나 미국, 일본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어 최경환의 대책들이 더 이상 나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한국경제는 붕괴될 수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불확실성입니다. 환율 때문에 갤럭시S6가 애플을 추격할 수 있을지, 현대기아차의 신차들이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우리도 환율전쟁에 뛰어들어 원화가치를 대폭 낮춘다 해도 그 피해는 수입가격 상승에 따른 내수업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합니다.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계속해서 쌓아두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경제의 방향이 어디로 튈지 몰라 현금성 자산을 최대한 늘려 급변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함입니다(이명박의 법인세 인하가 결정적). 삼성전자는 샤오미의 추격까지 막아내야 하기 때문에 S6가 실패할 경우 어마어마한 후폭풍이 몰아칠 것입니다.



현대기아차도 비슷한 정도의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입니다. 올해가 향후 2~3년을 예측할 수 있게 해줄 텐데 유럽의 경기회복이 느려 양적완화가 지속되고,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 이하로 떨어지고, 아베노믹스가 성공하게 되면.. 그 다음은 끔찍해서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환율의 압박은 기술력으로 뚫을 수 없는 무시무시한 가격경쟁력입니다. 국내외에서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환율전쟁의 여파인데, 박근혜 정부가 이에 맞대응하는 방식이나 시기, 규모, 내용, 방향 등의 모든 면에서 한 발 늦거나, 충분하지 못해서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