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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홍준표 주민소환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지금 거대한 전환의 국면에 직면해있습니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높아졌던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이 이명박근혜 정부 7년4개월 동안 산산이 부서지면서 비정상적이고 비이성적인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났고, 경상남도에서는 제대로 된 토론도 거치지 않고 의무급식이 중단되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대한민국 현대사는 하루라도 빨리 경제선진국에 들자는 집단적 욕망의 역사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노동과 기본적인 권리마저 뒤로 미뤄지기 일쑤였습니다. 서구와는 달리 자본주의는 무서울 속도로 국가를 점령했는데, 이와 병행돼야 할 민주주의는 제한되는 경우가 속출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저부담‧저복지 국가가 된 것도 경제성장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자는 집단적 욕망의 결과였습니다. 파이가 커지면 나눠먹을 것이 많아진다는 낙수효과의 새빨간 거짓말에 속아 <국제시장>의 ‘덕수’가 <미생>의 ‘장그래’로 이어졌을 뿐 빈부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졌습니다.



이제 부의 불평등은 공존이 불가능해질 만큼 커졌습니다. 부는 세습되기 시작했고, 신분상승의 사다리는 중간이 끊겼고, 교육은 불평등을 고착화시키는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런 성장의 역설 때문에 한 학교(학급) 내에서도 사는 동네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 새로운 형태의 차별이 만연됐습니다.





이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먹는 밥 한 끼라도 차별없이 먹이자는 욕구가 분출했고, 6.2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의무급식이 자리 잡게 됐습니다. 최소한 의무교육에 포함되는 초‧중학생들에게는 국가가 점심을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처음으로 도입됐습니다.



이는 자본주의의 폭주에 제동을 건 민주주의의 뜻 깊은 승리였고, 부와 기회의 불평등을 줄여 공존과 공생의 세상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걸음이었습니다. 최소한 자라나는 아이들이 공통의 시공간인 학교에서만큼은 차별없는 점심을 먹음으로써 무한경쟁의 폐해에서 작은 안식처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헌데 이것마저 용납할 수 없었던 ‘폭탄’ 홍준표가 의무급식 중단을 밀어붙였습니다. 그의 주장은 터무니없이 졸렬하고 반민주적이고 독재적이었지만 다수당의 힘으로 밀어붙이니 막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이용해 실질적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폭거를 자행한 것입니다.





민주주의체제에서 최고의 심급은 대법원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입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의무교육 대상자에게 의무급식을 하자는 것은 사회적 합의였습니다. 홍준표는 이것마저 깨버렸습니다. 자신이 도지사에 당선된 것으로 지난 지방선거의 사회적 합의가 변했다고 주장합니다.



정말로 홍준표가 도지사에 뽑힌 것으로서 경상남도에서 이루어진 사회적 합의는 변한 것일까요? ‘폭탄’의 주장처럼 종북좌파의 선동으로 의무급식이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일까요? 지금 경상남도의 상당수 부모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합의는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지도자를 국민이 손으로 뽑는데 방점이 있는 체제가 아니라, 국민의 손으로 뽑은 지도자가 문제가 많다면 그를 끌어내리는데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헌법에는 나쁜 지도자를 끌어내리는 주민소환제(탄핵은 의회만 할 수 있는 것이다)라는 국민의 권리를 명시해두었습니다.





그 동안 몇 번의 주민소환제가 진행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 경상남도의 주민들이 진행하고 있는 주민소환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사회적 합의를 선출직 지자체장이 깰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라 그 의미가 대단히 막중합니다. 선거를 통해 당선된 지도자라고 해도 사회적 합의를 넘어서는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 이번의 주민소환입니다.



경상남도 주민들이 추진하고 있는 주민소환은 이 땅의 민주적 권력이 헌법 제1조에 명시된 것처럼 국민에게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주민소환의 성사 여부에 따라 그 파장이 전국으로 퍼질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입니다. 제왕적 지자체장에게 사회적 합의의 구속력이 얼마나 큰지 확인시켜주는 것이 이번의 주민소환입니다.



이런 역사적 의미와 시대적 소명이 있기에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이번의 주민소환으로 민주주의가 무한 퇴행하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주민소환에 실패할 경우 의무급식을 넘어 복지담론의 무한 후퇴까지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주민소환에 성공할 경우 그 정치적 영향력은 대선에 못지않을 정도로 클 것입니다. 보수의 성지라는 경상남도에서 우파의 아이콘을 자처하는 지자체장을 소환하는데 성공한다면 그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현대사에서 혁명에 가까운 일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어떤 지도자도 주민의 뜻에 거스르는 일은 함부로 하지 못하게 됩니다.  





경상남도 주민들의 주민소환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듭니다. 일단 주심소환을 시작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면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아이를 볼모로 하는 차별적 정치에 분노하는 경상남도 부모들의 주민소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이정표라 할 수 있습니다. 



극소수의 기득권이 독점하고 있는, 그래서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해 반칙과 특권을 남발할 수 있는 배경이 된 최소의 민주주의를 그 본래의 의미대로 절대다수의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21세기의 무혈혁명이 경상남도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멀리서나마 열광적인 응원을 보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의무급식 중단은 서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