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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세월호 1주기, 우리가 분노해야 하는 이유



우리는 안다, 완벽한 안전이라는 없다는 것을. 사고는 어떤 대비를 한다 해도 일어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과학과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완벽한 대처란 불가능하다는 것도 안다. 국가의 역할이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지만 거기에도 한계가 있음을 안다. 국가가 신이 아닌 이상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고, 그것이 참사의 수준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족들처럼, 아니 유족과 비교할 수 없다고 해도, 생명보다 우선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아는 우리가 대통령과 정부, 언론에 분노하는 것은 세월호가 침몰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것과 침몰한 뒤에 보여준 것들 때문이다. 참사가 일어난 것을 막을 수 없었다면, 진상규명과 사후대처만이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의 조상들이 이 땅에 거처를 정했을 때부터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다. 조상들은 인간이 곧 하늘이라 했고, 생명이 가지는 존엄성을 이해하고 있었다. 우리 모두의 조상인 단군조선은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라'며 그것을 국시로 정했다. 국가의 존재이유도 이런 조상의 뜻을 실현하기 위함이요, 그 뜻을 이어 사람의 목숨이 무엇에도 우선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다.





헌데 세상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304명의 죽음을 뒤로 한 채, 지난 1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들을 떠올려보라. 유족을 벼랑 끝까지 몰아가는 것도 모자라, 폄하와 조롱, 폭언과 협박을 일삼았고, 슬픔을 나누자는 사람들에게 폭력까지 가해졌다. 짐승들이라고 해도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사람의 목숨을 돈으로 계산하지 말라. 의인들의 숭고한 행동을 돈으로 환산하지 말라. 세월호 유족들과 피해자들이 억만금을 손에 쥔들 죽은 아이들이, 형제자매와 부모, 친구들이 살아서 돌아오기라도 하고, 그날의 슬픔과 악몽이 사라지기라도 한단 말인가. 자식의 목숨을 팔아 한몫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란 없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부모될 자격이란 없다. 





유족의 슬픔을 모르는 것은 아니라거나, 아이는 가슴에 묻는 것이라던가, 이젠 그만 좀 하자는 것.. 그런 말들은 아예 하지도 말라. 유족의 슬픔을 이해한다면 그들의 슬픔을 풀어주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바로 그대로 실천하면 된다. 독재자의 딸 박근혜와 환관노릇에 여념없는 정부, 보수화된 거대양당의 지배하는 국회, 쓰레기 자체인 언론이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우리라도 나서 그렇게 하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지난 1년을 돌아보며 분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존재의 가치가 있다면, 우리가 선택한 체제가 나라의 주인이 국민인 민주공화국이라면, 지난 1년간 이 땅에서 일어난 비정상적인 일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무엇보다도 우리가 이 나라에 살아야 한다면, 진상규명은커녕 유족들에게 색깔을 칠하고 폭력을 가하는 작금의 현실에 분노해야 한다. 분노해서 바꿔야 한다, 바로 잡아야 한다.





거리에 분노가 있다면, 거리에 양심이 있다면, 거리에 정의가 있다면, 이렇게 보낼 수 없는 아이들의 영혼이 떠돌고 있다면, 이제는 우리가 거리로 나서야 한다. 우리가 타인의 눈속에, 얼굴과 기억, 행동 속에서 사는 것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우리는 그것마저 빼앗긴 사람들을 위해 분노해야 한다. 기억하고 다짐하고 행동해야 한다.  



우리가 당장의 이익을 위해 정의를 피하고 양심을 외면할 때 악은 번성하고 세상은 타락한다. 그리고 그 피해는 반드시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옳지 않은 일에 분노하는 것은 노예로 살 수 없다거나, 짐승보다 못한 존재로 타락하지 않으려는 양심의 소리이며, 깨어 있으려는 영혼의 외침이자, 진상규명에 다가가는 것이다. 분노할 수 없는 사람에게 정의란 없다.



부디, 세월호참사 1주기에 썼던 이런 내용의 글을 2주기에는 쓰지 않기를 바란다. 2주기에는 세월호 인양과 9명의 미수습자 발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이 이루어져 있기를 바란다. 그럴 때만이 대한민국은 국가로서 존재의 가치를 가지며, 유신공주 박근혜는 어떻게든 임기만이라도 마칠 수 있다. 임기 중에는 형사소추를 받지 않기 때문에.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