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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노무현 지우기와 책임정치 그리고 메르스 대란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 중 하나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청와대는 정권의 안위조차 흔들리는 상황이 되자 자신들이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방역당국의 초기대응 실패로 나라를 마비 직전까지 몰고 간 메르스 대란에도 청와대는 똑같이 대응했습니다.





청와대의 이런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반응이 가능한 것은 이명박 정부 때 진행된 무차별적인 노무현 지우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정부는 국가 안보와 재난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청와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로 일원화했는데 이명박 정부 이를 각 부처로 나눠버렸습니다.



참여정부는 NSC 산하에 위기관리센터를 설립해 자연과 인적 재난을 포함한 33개의 국가위기별 표준매뉴얼을 만들었고, 세부적으로는 276개의 실무매뉴얼과 2,800여개의 행동매뉴얼을 제작했는데 이것이 각 부처로 나눠지는 바람에 컨트롤타워 부재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안보적 필요성 때문에 NSC를 부활시켜 안보를 총괄하게 했지만, 골치 아픈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위기관리센터는 유명무실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청와대는 자신들이 재난관리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주장하다가 국민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은 것입니다.





되살아난 NSC 때문에 최종 책임이 대통령에 있음에도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모든 책임을 해경과 유병언 일족에 뒤집어씌움으로써 위기 탈출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연 및 인적 재난에 대해 절대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이들의 꼼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해경을 해체하고 국가재난안전처을 신설해 재난관리를 전담하게 하면서도, 청와대가 아닌 총리실 산하에 둠으로써 메르스 대란처럼 정부의 실정이 명백하게 발생해도 책임을 지지 않도록 만들었습니다. 메르스 대란의 책임을 물어 문형표 복지부장관과 질병관리본부장을 자르면 그만입니다.



여론이 계속해서 악화되면 총리 대행을 맡은 최경환 부총리까지 자를 수도 있지만(어차피 그는 총선에 출마해야 하기 때문에 슈퍼추경만 편성하면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신임총리인 황교안은 메르스 대란의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것도 놀라울 따름입니다(반대로 대통령과 청와대는 한숨 놓게 됐지만).



민주주의를 도입한 어떤 국가도 공무원 조직을 움직이는 정부가 사익의 바탕이 되는 공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공공성 실현에 매진하려면 책임정치가 전제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압도적인 공권력과 인력, 정보를 독점하는 정부가 통치엘리트와 정치적 브로커,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독재적 통치를 자행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명박 정부 때와는 비교될 수 없을 만큼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수백명의 국민이 목숨을 잃은 세월호 참사와 모든 국민을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 대란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같았으면 벌써 탄핵을 받았을 국가적 재앙인데도 아무도 책임지는 지도자가 없습니다.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세월호 참사에 이어, 수많은 국민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전염병에 시달리게 만들고, 한 달이 넘도록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만든 메르스 대란의 세 번째 근원은 일체의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이명박근혜 정부와 청와대의 무차별적인 노무현 지우기에서 비롯된 책임정치의 종말입니다.



안녕들 하십니까? 이명박근혜 정부 7년6개월 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이제는 아시겠습니까? 경제규모 10위권의 선진국에 진입했으면서도 후진국형 참극인 세월호 참사에 절망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메르스 대란에 시달리면서 안녕들 하시냐고 물어봐야 하는 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린 것입니다. 



5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처럼, 지구온난화의 피해가 갈수록 심해질 텐데 우리시대와 미래세대의 안전을 위해서 어떤 정부가 필요한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정부는 국민의 감시가 약해지면 얼마든지 부패할 수 있는 조직이고, 민주주의는 그럴 때 최악의 결과로 귀결됩니다, 이명박근혜 7년6개월처럼.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