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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조카가 독일에서 들었던 말, 한국은 왜 그래?



가난한 이들의 외침이 항상 정의롭지는 않지만, 그들의 말에 귀글 기울이지 않는다면 정의가 무엇인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ㅡ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에서 재인용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는 사랑스런 조카들이 귀국했습니다. 제가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인 조카들과 새벽까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독일에서 받고 있는 교육 관련 얘기가 제일 많았고, 독일과 유럽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까지 다양한 얘기들을 나눴습니다.





조카들이 독일에 처음 갔을 때, 국제학교의 친구들은 한국이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신흥선진국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영향 하에 있지만, 그것을 딛고 일본에 버금갈 정도로 성장한 것을 칭찬하는 등 한국에 대한 인식도 생각보다 좋았다고 합니다.



헌데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대란 때문에 이런 분위기가 급격히 나빠졌다고 합니다. 어떻게 경제규모 10위권의 나라에서 세월호 참사처럼 후진국형 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며, 특히 아이들과 승객을 구조하지 않은 정부의 행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고 합니다.



이런 분위기는 조카들이 공부하고 있는 프랑크푸르트만이 독일 전역에서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고 합니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모든 언론들이 이를 비판했으며, 조카들도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국격을 땅에 떨어뜨린 정부의 행태와 한국 언론의 보도행태에 분노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럽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메르스 대란까지 일어나면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매우 악화됐다고 합니다. 사스 방역을 잘하지 않았느냐며 어떻게 그렇게 짧은 기간 동안 망가질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냈다고 합니다. 



조카들은 영국계 국제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유럽 전역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공부했기 때문에 그들의 비판이 더욱 가슴에 맺혔던 모양입니다. 그들은 각국의 방송을 듣고 서로 인터넷과 SNS로 소식을 주고받기 때문에 메르스 대란으로 입은 국격의 손실은 계산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유럽에서는 한국의 소식을 별로 다루지 않는데,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세월호 참사, 메르스 대란은 주요 방송에서 다룰 정도로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고 합니다. 조카들이 받은 상처가 더 커질까봐 주제를 바꿨지만, 필자도 얘기를 듣는 중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정말 한국은 왜 이러는 것일까요? 상위 5%에 집중되는 부와 기회의 편중을 민생이라는 이름으로 호도한 채, 오로지 기업의 이익만 외쳐대는 이놈의 정부는 왜 이러는 것일까요? 지난 40년 동안 ‘줄푸세’를 주장해온 정치지도자 때문에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됐는데, 청와대의 임차인은 자신의 권력만 사수하기에 급급하단 말입니까?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의 무능 때문에 국민이 죽어나가고 병들고 격리되고 파산하고 배제되는 것도 모자라 인간으로서의 삶마저 포기하는데, 이놈의 정권은 자기들끼리의 권력투쟁에 날 새는 줄 모른답니까? 아직도 9명의 실종자가 깊은 어둠 속에 갇혀 있는데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수없이 많은 국민들이 피와 땀, 희생과 헌신, 삶과 죽음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단 7년6개월 만에 대한민국을 이렇게까지 형편없는 나라로 만든답니까? 국민을 온갖 방식과 이해로 갈라놓고 찢어놓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민주주의와 헌법마저 무용지물로 만든답니까?



당신들은 5천년 동안 이 땅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수십 수백만 년을 이 땅에서 살아갈 사람들은 어쩌라고 이따위로 정치한답니까? 당신들이 휘두르는 권력은 국민의 것이며, 그중의 1은 내 것인데 당신들 멋대로, 당신들 이익만 챙기라고 빌려준 것이 아니고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닙니다.





욕망 충족을 위해 창피함을 모르면 그때부터 짐승이라 했습니다. 자신의 권력과 자신의 이익만 위해 창피함을 내던진 자가 많으면 그 나라는 짐승의 나라입니다. 우리가 그런 나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4대강공사와 국정원 대선개입,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대란을 통해 배워야 합니다.



인간보다 앞서는 가치가 존재하지 않음을,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도, 존재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도 없는 사회나 국가를 만들 때 인간은 존재하는 모든 것 중에 최악의 동물로 변질됩니다. 캬뮈의 말처럼 가해자 편에 서지 않으려는 노력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공존으로 이끕니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할 것이라며 자기변명과 기만을 하기보다 최소한 나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일반화될 때, 누구도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나라도 해야 한다며 자신을 격려하고 용기를 낼 때 인간은 존재하는 모든 것 중에 가장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