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옥시 본사 CEO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족에게 사과를 한 것은 상당히 진일보 한 것이지만, 그가 쓴 단어가 apologize라는 점에서 진정한 사과도 아니며, 법적 처벌을 감수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영국의 기업이나 교육기관 등과 오랫동안 일해 본 사람들이라면 'apologize'는 의례적이거나 도의적 차원의 사과이지 법적 책임까지 지겠다는 의미의 사과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영국에서 법적 책임까지 지는 진정한 의미의 사과에는 'sorry'를 쓴다. 옥시 본사 CEO가 사과의 단어로 apologize를 쓴 것은 수백 명이 목숨을 잃고 수천 수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은 인정하지만, 가장 중요한 법적 책임은 별개의 문제라는 뜻이다. 피해자가족들이 그로부터 apologize를 끌어낸 것은 진일보한 것이지만, 본질적 차원에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유감' 정도만 받아낸 것이다.
다시 말해 CEO의 유감 표명은 옥시참극 피해자가족들이 원하는 것을 받아내려면 어마어마한 변호인단을 동원할 수 있는 옥시 영국본사를 상대로 힘겨운 법적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뜻이다. 영국의 다국적기업들에게 법적·윤리적 책임을 묻는 것은 하늘에서 별따기임을 명심해야 한다. EU의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대처 시대의 신자유주의로 돌아가겠다는 것이 브랙시트의 본질이었다는 것까지 고려한다면 옥시참극 피해자가족들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피해자가족이 다국적기업을 상대로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합당한 배상을 받으려면 대한민국 정부가 나서 영국 정부와 옥시 본사를 압박해야만 함에도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는 박근혜 정부가 수수방관 하고 있는 것도 사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국민이 외국에 나가도, 외국 제품을 써도 자신의 생명은 자신이 지켜야 하는 각자도생의 무법천지로 전락했음을 말해주는 것이 옥시참극의 본질이다.
국격이나 국가의 힘이란 이럴 때 쓰라고 키우는 것인데, 최악의 자격미달자 박근혜는 수백억의 세금이 투입된 패션쇼나 하기 위해 국격이나 국가의 힘을 쓰는 모양이다. 참으로 엿같고 지랄맞은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그나마 옥시참극 피해자가족들은 법적 책임을 묻기 직전의 사과(유감)까지 받아냈지만 세월호유족들은 가해자들로부터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 이들에게 조국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세월호참사가 발생한지 2년5개월이 넘도록 선체조차 인양하지 않고 증거를 인멸하는데 혈안이 된 정부이니 더 말해야 무엇하랴만은 정권 교체를 통해 가혹한 단죄를 해야 함은 우리 시대의 절대과제다.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고 마음이 약해지지 말자. 이번만은 독일과 프랑스 등이 나치 전범과 부역자들을 추적해 끝까지 처벌하는 것처럼 철저하게 책임을 묻자. 정권 탈환 이후에도 정의 실현을 위한 분노의 간절함은 놓지 말자.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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