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백선하는 왜 백남기씨의 뇌수술을 강행했을까?'을 통해 밝혔듯이, 아주 높은 곳에서의 지시에 따라 뇌수술을 강행한 것으로 보이는 백선하의 입장에서 백남기씨의 사인은 '병사' 이외에는 다른 것일 수 없다. 지금은 청와대로 영전한 정용근 전 혜화경찰서장(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창의 전화를 받은 상태)의 전화를 받고 등산복 차림으로 병원으로 달려와 뇌수술을 강행한 목적은 (아주 높은 곳을 위해) 백남기씨의 사망을 최대한 늦추기 위함이다.
바로 이것 때문에 뇌수술을 비롯한 모든 의료행위는 가족들에게는 가혹한 고문과도 같은 식물인간 상태로의 생명 연장에만 초점이 맞춰졌을 것이다. 뇌사상태나 식물인간 상태의 가족을 오랫동안 간호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차라리 편안한 죽음이 낫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백선하는 이런 가족의 심적 고통과 극심한 갈등을 불효나 패륜으로 몰아 악착같이 연명치료를 주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황우석의 논문조작에 연루됐던) 백선하가 백남기 가족에게 적극적 치료(연명치료)를 거부했다는 증빙을 받아낸 것도 사인을 병사로 만들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인다. 그에게 떨어진 첫 번째 임무가 백남기씨의 사망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었다면, 그것에 실패한 책임을 적극적 치료(연명치료)를 거부한 백남기씨 가족에게 떠넘기는 것은 필연의 과정이었으리라. 그래야 백남기씨가 사망했을 때 사인을 병사로 몰고가는 두 번째 임무에 성공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백선하에게 내려진 명령은 백남기씨의 뇌수술을 강행해 그의 주치의가 되는 것이 첫 번째였을 것이고, 그 이후의 연명치료를 주도함으로써 백남기씨를 최대한 오랫동안 죽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두 번째 명령이었을 것이다. 세 번째 명령은 온갖 연명치료에도 불구하고 백남기씨가 사망할 경우, 폭력경찰이 부검을 통해 (유병언의 사체처럼)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만들 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는 것이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경찰의 직사 물대포를 몰랐다'고 말한 있을 수 없는 궤변에서도 드러나듯이 그에게는 외인사는 보험급여를 받아내는데만 유용할 뿐, 사망에 관해서는 유족에게 강권했던 연명치료를 거부함으로써 자신의 첫 번째 임무를 완수하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앞의 모든 것은 의미가 없다. 그에게는 아주 높은 곳에 피해가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인 적극적 치료(연명치료)를 거부한 이후에 일어난 백남기씨의 상태 악화만 중요하다. 그럴 때만이 병사는 사인으로써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백선하는 서울대병원 특조위의 결정에도 자신의 뜻을 꺾지 않음으로써, 박근혜 주치의였던 서창석 원장이 국감에서도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서창석 원장과 백선하 주치의가 병사를 고집하는 한, 전국의 모든 의사가 외인사를 주장해도 백남기씨의 사인을 밝히는 작업은 진행될 수 없다. 폭력경찰의 살인행위가 수없이 많은 영상과 자료들로 넘쳐나도 이 둘이 병사를 고집하는 한 가해자들을 처벌할 방법이란 없다.
가족과 시민단체들의 고발이 아무리 빗발쳐도 (미르와 K스포츠재단처럼 박근혜에게 불리한 고발은 뭉개고 무혐의처리 하기로 유명한) 정치검찰을 채동욱의 국정원댓글사선 특별수사팀(윤석렬 팀장)처럼 해체하고 새로 구성하지 않는 한 백남기씨 시신을 두고 가족과 시민 대 폭력경찰의 대치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세월호의 인양이 한없이 미뤄지고 있는 것처럼, 백남기씨에게 가해진 공권력의 살인행위도 진상규명이 한없이 미뤄질 수밖에 없다.
백남기씨의 부검영장이 25일이면 효력이 정지되지만 폭력경찰은 몇 번이고 영장을 재청구하는 방법으로 시간을 끌 수 있다. 이럴 경우 백남기씨 사인을 둘러싼 소득없는 공방이 첨예하게 이어지면서도 사람들을 지키게 만드는 불편한 느낌의 긴장감이 하루하루 축적될 수 있다. 그렇게 시민들과 언론들에 피로감이 쌓이면 세월호참사처럼 백남기씨 사건도 지겨운 것의 차원으로 접어들 수 있다.
그 다음은 세월호 인양과 관련된 뉴스들이 모든 언론에서 사라진 것처럼 백남기씨 사건도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모든 언론에서 사라질 수 있다. 11월에는 유령·밀실집필을 마친 역사교과서가 나올 것으로 알려져 있고, 미국 대선의 승자가 결정되면 사드 배치 문제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그 틈을 타서 소녀상 철거에 대한 일본의 압박이 커질 수도 있다. 그 다음에는 모든 이슈의 블랙홀인 대선 정국이 기다리고 있다.
엿 같지만 아무리 많은 증거와 증언들이 나와도 청와대(우병우)가 정치검찰을 장악하고 있는 이상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는다. 수사권은 물론 기소권과 기소편의주의를 정치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이상 서창석과 백선하가 마음을 바꿀 가능성은 제로다. 필자는 현재의 상황만 설명한 채 이번 글을 끝내고자 한다. 우리 모두는 어떻게 해야 이 지랄 같은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 교체는 필수지만, 그것을 넘어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대항세력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성찰이 매일같이 뇌리 속을 푸른 빛으로 휘돌며 소통하고 행동해서 연대하라고 아우성치고 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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