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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더민주 지도부에게, 노무현 탄핵과 박근혜 퇴진은 다르다



노무현은 대통령이라고 해도 헌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정치적 사안에 시민적 권리(표현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국의 대통령처럼, 소속 정당의 선거 승리를 위해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이 시민의 권리와 충돌하는 부분은 국정 운영에 한에서이지, 당원으로서 정치적 표현까지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김종철, 조기숙 외 《노무현의 민주주의》 참조). 





대통령이 소속 정당의 공천권을 행사하는 한국적 특수성 때문에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이 절대적 수준까지 요구되지만, 노무현은 대통령이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에는 당원으로서의 권리(표현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대통령이라는 직위가 가지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지만, 대통령의 모든 언행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현실에서 '승리 기원'처럼 당원 수준의 바람 정도는 말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가 발전한다고 믿었다. 



이 때문에 노무현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 대통령이 뭘 잘 해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한나라당은 노무현의 발언이 헌법에 나오는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탄핵을 강행했다. 국민 70% 이상이 탄핵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탈당파, 민주당(추미애 포함)이 손잡고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들어 의회쿠데타에 성공했다. 



이에 불복한 노무현의 변호인단(문재인이 대표변호사)이 헌재에 탄핵소추 무효소송을 제기했고 헌재는 반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의회쿠데타에 대해 무효를 선고했다. 헌재의 판결에는 반칙과 특권의 한나라당과 그에 동조한 변절자들의 행태에 분노한 시민들의 '탄핵 반대 촛불집회'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00만 명 가까운 성난 시민의 거대한 촛불에 헌재는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반칙과 특권의 카르텔에 맞서 바보 노무현을 지켜낸 시민들은 이어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원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여당으로 만들어주는 사상 초유의 쾌거까지 이루어냈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국민의 뜻에 반하는 노무현 탄핵을 강행했던 반칙과 특권의 카르텔은 시민(유권자)로부터 철저하게 응징을 당했고, 권한이 정지됐던 노무현은 대통령직에 복귀할 수 있었다. 



이상이 현 더민주 지도부가 그렇게도 두려워하는 '탄핵 역풍'의 전모다. 더민주 지도부는 박근혜와 최순실의 국기문란과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의 뜻에 따라 탄핵이나 하야를 진행하면, 노무현 탄핵에 분노한 시민들의 역풍이 더민주에게도 똑같이 닥칠 수 있다며 불확실한 모험에 뛰어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박근혜 콘크리트지지층(박정희 숭배자)과 보수 성향의 국민까지 들고일어나면 '최순실 게이트'도 묻히고 내년 대선도 물건너 간다고 판단한다. 





더민주 지도부(늙은 여우에 불과한 박지원은 논의의 대상도 아니다. 그는 퇴출의 대상일 뿐이다)는 노무현 탄핵에 분노한 시민들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시민들이 다르다 해도 역풍이 불면 결과는 똑같다고 본다. 정의를 실현하려는 분노와 불의를 덮으려는 분노의 차이도 역풍이라는 현실적 반응에 직면하면 결과는 똑같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정 공백 운운하지만(박근혜가 국정을 맡는 것이 더 문제다!) 노무현 탄핵과 박근혜 탄핵을 동일선상에서 보는 정치공학적 계산은 변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이유로 더민주 지도부는 사드 배치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던 것처럼, 박근혜 퇴진과 하야를 요구하는 분노한 국민들과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 모양이다. 국감이 끝났기 때문에, 최순실의 태블릿PC를 확보한 JTBC(박근혜를 탄핵시키지 못하면 종편 재허가심사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가 추가로 폭로할 것이 많기를 바라고, 이에 따라 분노한 시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를 바라며 계산기만 두드리는 것이 내년 대선의 승리 가능성을 높인다고 판단한 것 같다. 



더민주 지도부에게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이것에 이의를 제기할 이유란 없다. 정당의 목적은 정권을 잡는 것이기에 내년 대선에서 승리(보궐선거에서도 승리하면 더욱 좋을 테고)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분노한 시민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불확실한 국면을 피한 채, 가장 유리한 국면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때 당론을 결정하는 것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에 해당한다. 



더민주 지도부의 행태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필자처럼 국민과 함께 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적을 수도 있다. 반대의 경우도 생각할 수 있지만, 최소한 필자에 한해서는 노무현 탄핵에 반대했던 분노한 시민들과 '최순실 하야와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분노한 시민들이 다수라고 생각한다. 거리로 나선 시민들이 국민 전체의 10%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지만, 모든 혁명은 10% 전후의 깨어있는 시민의 연대로 이루어졌음을 기억해야 한다. 





정치와 정당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라 더민주 지도부는 나름의 판단을 내렸겠지만, 오늘 서울청계광장과 전국 곳곳에서 촛불집회를 연 시민들처럼, 필자는 더문주 지도부의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 문재인이 대세론을 끝까지 유지하며 대통령에 오를 때 세계적 조롱거리로 전락한 대한민국을 제자리로 돌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그럴 때만이 연속집권(이재명, 박원순, 안희정, 진보정당들과의 연립정부)도 가능하다고 보지만, 탄핵 역풍을 두려워하는 더민주 지도부의 선택에는 동의할 수 없다. 



탄핵을 강행하지 않아도 당론으로 탄핵을 결정하거나 하야를 요구할 수도 있고, 탄핵을 발의만 해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분노한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무려 60년 동안 독재정권과 맞서 싸웠던 제1야당의 지원이고 격려며 최후의 보호막이다. 분노한 시민들이 전국을 뒤흔들 정도로 커지려면, 여러분과 함께 한다는 제1야당의 분명한 의지 표현과 개별적 또는 집단적 참여가 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해방 이후 이땅의 특권층으로 자리매김한 친일부역의 질긴 역사를 종지부 찍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에 더더욱.    



#최순실은 하야하라! #박근혜는 퇴진하라! #새누리당은 석고대죄하고 해산하라!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