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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재명·추미애·손가혁·민주노총의 민주당 점령기


결격사유가 차고 넘치는 이재명이 민주당 후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최민희, 표창원, 이동형 등이 전가의 보도처럼 떠벌리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거쳤기 때문입니다. 실질적 내용이 어떠했던 간에 당내경선에서 이재명 지지자가 더 많이 참여(또는 동원)했다는 뜻이지요. 민주당이 네트워크 정당을 추구하면서 우르르 밀려든 당원 중에 손가혁이나 통진당 출신, 민주노총 조합원 같은 이재명 지지자들이 대단히 많았다는 뜻도 되고요.

 

 



거의 모든 언론들이 이재명과 전해철이 받은 득표율만 보도해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 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투표참여자의 수와 상관없이 권리당원 50%와 일반시민 50%로 득표수를 치환해서 합산하는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91,229명이 참여한 권리당원에 비해 겨우 2057명이 참가한 일반시민의 득표율이 압도적으로 뻥튀기 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139,121명의 경기지역 권리당원 중 91,229(51.20%)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이중에서 이재명이 35,174(49.38%), 전해철이 33,375(46.86%)을 가져갔습니다. 51.20%의 참여율을 차치하더라도, 두 후보간의 차이는 1,899표에 불과합니다. 전해철에 비해 이재명 지지자들의 참여율이 높았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추론할 수 있기에 토론의 횟수가 늘었거나 검증과정이 치열했다면 결과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후보간의 엄청나 보이는 득표율의 차이는 60,000명 중 2,057(3.43%)이 참가한 일반시민 투표에서 나왔습니다. 지명도가 높은 이재명이 1,354(65.82%), 지명도가 낮은 전해철이 652(31.70%)을 가져갔기 때문에 합산득표율이 엄청나게 차이 나는 것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3.43%의 참여율이 어떤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지 저로써는 알 수 없으며, 제가 자문을 구한 선거전문가들도 대표성을 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전해철과 양기대의 토론 요구를 요리저리 기름 바른 뱀장어처럼 빠져나간ㅡ문재인 후보에게 무제한 끝장토론을 요구하며 악랄하고 집요하게 물고늘어졌던 것과 정반대로ㅡ이재명의 토론기피가 없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는 것을 암시해줍니다. 후보들의 검증 과정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그것이 6만 명의 일반시민에게 훨씬 더 노출됐다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를 지배하고 있는 정보이론에 따르면 행위의 기반이 되는 판단의 질은 정보의 양과 질에 달려있다고 하니까요. 

 

 



3.43%의 참여율은 또한 민주당의 투표독려가 형편없었거나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유명인은 그가 원래 유명해서 유명한 것이라는 버나드 쇼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유명세(동상이몽 출현으로 분노조절장애의 문제까지 세탁했다)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이재명이 일반시민의 표를 더 많이 가져갈 것은 주지의 사실이었고요. 민주당 경기지역 권리당원 중에 이재명 지지자들이 50%를 넘는 것까지 합치면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이재명의 경선룰을 민주당 지도부가 채택했음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네트워크 정당을 지향하며 당원 가입을 대단히 쉽게 만들었습니다. 권리당원이 될 수 있는 기준도 대폭 낮추었고요. 이 때문에 문재인 지지자들이 대폭 유입될 수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이재명 지지자들도 대거 유입됐습니다. 문재인은 대통령에 올랐고, 안희정은 중도탈락 했으니 이재명을 향한 지지도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마련된 것이지요. 최성 시장은 현직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지난 대선후보경선에서 이재명을 맹공했다는 이유(사전선거혐의가 문제였다면 은수미의 공천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로 공천도 받지 못했습니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벤야민의 성찰처럼 일베와 완전히 똑 같은 손가혁, 정의당처럼 진보정당의 이름으로는 광역지자체장은 물론 대권 도전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절감한 민주노총 조합원, 통진당 출신과 성남이 본거지인 경기동부연합의 후예들이 민주당 권리당원으로 신분을 세탁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문프와 안희정이 빠져나간 민주당의 주류가 이들로 바뀐 것으로, 최소한 경기지역에서는 확실히 넘어갔다는 반증입니다.  

 

 

당내 기반이 약하고 보수에 가까웠던 추미애가 좌측으로의 행보에 가속도를 붙인 것도 이 때문으로 보입니다. 선동선전에 능수능란한 구좌파의 대명사로 자리한 이재명을 차기나 차차기 주자로 키우면 자신의 야망을 펼칠 수도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추미애가 좌우를 아우르며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했던 DJ와 노통, 문통의 색채를 하나하나 지워가며 민주당의 좌측행에 가속도를 붙인 것도 이런 판단 하에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복지확대는 필수지만 지배자의 통치수단으로 악용되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은 사회주의 몰락과 선진복지국가의 역사가 말해줍니다.

 


정치보다는 그것에 의한 경제적 결과에 호응하는 유권자가 많다는 점도 추미애-이재명 조합에는 유리한 환경이고요. 한국처럼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는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은 기본소득부터 시작해, 청년배당(이것은 하위 90%에 한정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과 각종 무상시리즈(성남이어서 가능한)를 남발했던 것도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었고요. 경기도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의원들이나 당직자의 이재명 쉴드치기에 나선 것도 이들에게 잘 보여야 공천 받고 후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에 하나 북한과의 통일이 빨라진다면 정부의 재정적자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에 이릅니다. 당장의 이익이 급한 유권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이들에게는 유리했을 것입니다. 구좌파적 가치에 매몰돼 있는 진보매체들이 이재명 쉴드 치고 띄워주기에 목숨을 건 것도 똑 같은 이유이고요. 목적의 숭고함을 내세워 수단의 폭력성을 용인하는 구좌파(100% 좌파독재로 갔다)에게 나라를 넘기겠다는 것이 최종목표이겠지요.  

 

 



불평등과 양극화 완화라는 화두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최상의 유토피아입니다. 토마스 모어가 만든 유토피아라는 말은 없다는 뜻의 'ou' 낙원이라는 뜻의 'topos'를 조합한 것인데, 그래서 어디에도 없다라는 뜻인데 추미애와 이재명, 이재명 지지자들은 다르게 생각하고 믿고 교조화해 종교의 수준에 이른 것 같습니다. 이재명 거부운동이 힘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으며, 그래서 깨지고 넘어져서 기어간다 해도 멈출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권위적이고 위계서열을 강조하며 보수적이면서도 폭력적인 구좌파가 대한민국을 접수하려고 합니다, 네트워크 정당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세밀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도 못한 민주당을 통해. 아니, 민주당의 일부 또는 상대적 다수를 통해! DJ와 노통, 문통을 능멸하고 욕보이고 부관참시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이동형 따위의 저열한 지원 속에, 김어준과 김용민의 의도적인 침묵 속에!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