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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죽어가는 아고라, 그러나 버텨주기를



정치 현상으로서 자유는 그리스 도시국가들이 형성되던 당시에 나타났다. 헤로도토스 이래 자유는, 지배받지 않는 조건 아래서 시민들이 함께 생활하는 정치 조직, 지배자와 피지배자를 구분하지 않는 정치 조직의 한 형태로 이해되었다.



위의 인용문은 한나 아렌트의 《혁명론》에 나오는 내용이다. 정부의 형태를 일인 지배(전체주의), 소수 지배(과두정치), 다수 지배(고대 폴리스의 민주주의)로 나눈 헤로도토스를 인용하며, 아렌트는 ‘지배하거나 지배받기를 원하지 않는 민주주의의 공간’인 아고라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설명했다.





수많은 인터넷 논객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올리는 ‘아고라’는 고대 그리스의 소피시트처럼, 지배하거나 지배받기를 거부하는 네티즌의 특성을 고려한 자유의 공간이다. 민주주의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아고라’는 평등이 보장된 자유의 공간으로 보석 같은 곳이다.



하루에 너무나 많은 글들이 올라오기 때문에 운영진에 의해 12개의 글이 선정되는 ‘오늘의 아고라’라는 찬반을 표시하고 댓글로서 추가적인 토론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국민의 수준이 그 나라의 민주주의의 수준이라는 말이 맞다면, ‘오늘의 아고라’는 네티즌에게 다양한 시각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실시간베스트’가 도입되면서, ‘오늘의 아고라’가 갖는 한계를 만회했다는 점에서 아고라는 고대 폴리스의 아고라에 더욱 다가갔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로 자유와 평등이 공평하게 주어지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제도도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아고라는 분명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은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에 어떤 제한도 가해지지 않을 때 민주주의가 가장 잘 실현된다는 사실이다. 수없이 많은 인공위성과 CCTV, 모바일기기처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구별할 수 없는 세상에서 표현의 자유에 제한이 가해지기 시작하면 민주주의는 작동할 수 없다.



특히 제왕적 권력을 지닌 대통령의 작심발언이 나오자마자 기소독점권을 갖고 있는 검찰이 사이버 검열에 나선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을 넘어 사적 영역에 대한 감시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필연적으로 민주주의의 후퇴를 불러온다.





대규모 사이버 망명을 넘어, 아고라의 후퇴가 눈에 보일 정도다. 무엇보다도 ‘오늘의 아고라’의 후퇴가 가슴 아플 정도다. 초국적기업이라고 해도 집권세력에 맞설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한국의 하부정치를 담당하던 아고라의 후퇴는 민주주의의 조종을 울리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제1야당은 몰락의 끝이 어디인지를 모를 지경이고, 방송에서 철저하게 배제된 진보정당의 존재감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현실에서,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고라의 이용자가 늘어난다고 해도 민주주의의 하부정치를 담당하는 아고라는 죽어가고 있다.



그러나 버텨주기를. 미미한 영향력도 갖지 못한 필자가 할 수 있는 것이 이런 응원의 글뿐이라도, 제발 버텨주기를. 이 땅의 수많은 네티즌들이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토로하고 가끔은 감정을 배설할 수 있는 표현의 장이자, 서민의 사랑방으로서 아고라의 역사를 기억하고 버텨주기를. 


                                                                                                         ㅡ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