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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실이 더 참담한 미생 영업3팀과 대한항공 임직원들



원작 ‘미생’과는 다른 재미를 주고 있는 드라마 ‘미생’의 영업3팀과 ‘땅콩회항’에서 오너의 딸을 지키려는 대한항공 임직원들의 차이가 가상과 현실의 분명한 경계를 보여줍니다. 기업을 다룬 드라마 중 최고의 수작인 ‘미생’은 이 땅의 수많은 을과 병에게는 딴 나라 얘기겠지만,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오너의 딸이자 자신의 주인을 지키려는 노예적 행태에 비하면 차라리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드라마 속의 영업3팀은 냉혹한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구분투하고 있다면, 현실의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오너의 눈에 들기 위해 불법과 탈법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둘 다 '실적이 곧 인격'인 대기업에서 살아남기 위한 목적을 지니고 있지만, 영업3팀에게는 최소한의 낭만과 삶의 애환이 있다면, 대한항공 임직원들에게는 오너의 눈에 들기 위한 저급한 노예의식과 출세지상주의만 드러납니다.



물론 그들도 위에서 내려온 명령에 의해 움직이고 있을 것입니다. 거의 모든 대기업에 오너(가)의 관리팀이 있는 것처럼, 오너의 딸인 조현아를 지키기 위한 대한항공 임직원들의 과잉충성은 궁지에 빠진 대통령을 구하기 위한 청와대 고위관료들의 추태를 떠올리며 한국적 후진성이 오버랩됩니다.



‘미생’의 영업3팀은 최악의 경우 회사를 그만두고 조금은 어렵고 불안하며 가난하게 살면 되지만, 노예처럼 행동하는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목표한 결과의 달성 여부와 상관없이 생사여탈권을 지닌 오너의 눈에 들기 위한 몸부림과 과잉충성이 저급하면서도 슬프게 다가옵니다.





마찬가지로 국민의 혈세로 제왕적 대통령만 지키면 그만이라는 청와대 권력자들의 충성경쟁은 권력의 악취로 가득합니다. 돈이 권력의 원천인 자본주의사회에서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으며,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명제가 청와대와 대한항공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돈과 정치라는 권력에 영혼이 부패하고 정신이 저당 잡힌 정치와 경제의 엘리트들이 보여주는 추태는 ‘미생’의 영업3팀의 고군분투가 얼마나 아름다우며, 그래서 더욱 드라마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미생’의 장그래마저 부러운 눈으로 볼 수밖에 없는 수많은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자들은 이런 참담한 현실을 지켜보면서 어떤 희망이라도 가져볼 수 있을까요?



가진 것이 많은 자들이 그것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추해질지 보여주는 권부의 암투와 재벌녀의 땅콩리턴은 영업3팀에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으며, 이 땅의 수많은 장그래와 절망하는 청춘에게 이런 세상을 물려준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는 너무 순진했고, 부와 권력의 세상은 너무 영악했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혁명론》에서 공동체의 수평적 확장의 매 단계마다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전체의 조화와 행복을 도모하는 각각의 대표들이 정치를 담당하는 국가를 꿈꾸었습니다. 부와 권력이 세습되는 현실에서 우리가 모든 혁명에서 어떤 정신을 물려받고, 실현해야 하는지 그녀는 명료하게 말해주었습니다.



‘미생’의 영원3팀은 물론 대한항공의 임직원들이 알지 못하는 것은 오너는 모든 임직원들에게 ‘나는 너를 주목하고 있다’라는 암시를 줌으로써 충성경쟁을 유도한다는 사실입니다. 오너에게는 어떤 임직원도 대체가능한 부속품일 뿐이며, 모두가 최측근이라고 믿도록 만들어 최대한 이용할 뿐입니다. 



너무 위만 올려다보지 마십시오. 내 동료와 친구가 있는 아래와 중간에서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오늘을 내일의 승진에 저당잡히면 영원히 주인에 대한 노예의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조금 더 불편하고 불안정하며 가난한 것이 언제나 불행한 것만은 아닙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