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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공안정국을 보며 문재인의 운명을 떠올린다



대한민국이 비선 실세임의 나라임을 밝힌 정윤회 문건을 과거의 찌라시에서 미래의 대통령기록물로 만든 정치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파시즘적 속도와 규모로 공안검찰로 변신했습니다. 이들은 헌재에 의해 해산이 확정된 통진당 지도부를 넘어 진성당원 전체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사하겠다고 합니다.





무려 3만 명에 이르는 통진당 진성당원을 수사하려면 최소 3~4개월이 걸릴 텐데, 공안검찰은 내년 상반기까지 공안정국을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하다 대통령 지지율이 다시 50%대로 진입하면, 언제나 그랬듯 용두사미격 수사결과로 끝을 맺을 것입니다.



지지율을 회복한 대통령이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통진당 진성당원 수사를 중단시키는 정치적 해결책을 들고 나와 지지율을 더욱 끌어올리는 방식을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수개월에 걸친 수사로 통진당 진성당원이 정치판에 들어설 수 없는 자료들을 축적해둔 상태에서.



이 모든 것이 문고리 3인방 주변에서 이루어진 국정난맥상을 모아놓은 정윤회 문건 때문에 발생했으니, 그 파급력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치검찰의 발 빠른 수사로 문건 내용의 일부만 접할 수 있었던 국민은 숱한 의혹을 망각의 대해로 흘려보내야 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유신독재의 ‘막걸리 보안법’으로 빨려들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선택한 정윤회 문건의 출구전략은 대한민국을 50년 전으로 되돌린 국가보안법 전성시대입니다. 정치검찰의 수사를 믿지 못하는 언론과 국민을 공안의 망령에 사로잡히게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만큼 확실한 것이 없음은 독재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을 21세기 현실에 맞게 개혁하려고 했던 노무현이 다시 그리운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때 조중동과 한나라당, 보수세력의 저항을 뚫고 국가보안법이 개혁됐다면 유신독재의 망령을 되살려낸 현재의 공안정국은 불가능했을 것이며, 국정원과 군의 선거 개입도 없었을 것입니다.



현 집권세력 때문에 죽어서도 자유롭지 못한 노무현의 정신은 문재인의 운명으로 이어졌음을 알기에, 보수화된 제1야당의 부활을 문재인에게서 찾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이는 또한 국가보안법 개혁이라는 미생의 숙원을 완생으로 만드는 일수불퇴의 전면전이나 옥쇄를 각오한 건곤일척의 승부를 각오해야 합니다.



북한이라는 반드시 넘어서야 할 숙명을 안고 있는 대한민국이 민주적 절차에 의한 평화통일의 숙원을 달성하려면, 한국전쟁과 냉전의 산물인 국가보안법을 21세기의 정치경제적 환경에 맞게 개혁해야 합니다. 한반도에서 더 이상의 전쟁을 허용할 수 없음이 최우선이라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노무현의 정신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은 문재인의 운명입니다. 이에 대해 이견과 반대가 있을 수 있음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다음 총선과 대선을 생각하면, 힘 있고 선명한 제1야당의 부활은 절박한 상황입니다. 중도보수화한 현 야당의원 중에서 국가보안법의 개혁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문재인이 가장 적격입니다.



때로는 진검승부를 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고 민주주의의 퇴행을 막지 못한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현실정치는 국가 책무에 대한 이해가 다른 야당이 제 역할을 할 때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산출해냅니다. 정당정치를 대신할 수 있는 대안세력이 구축되지 않은, 아닌 스스로 무너져내린 현실에서는 결국 힘 있는 야당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국가는 국민의 것이라는 노무현의 정신을 담아낼 수 있는 문재인의 운명이 그것을 어떻게 풀어낼지 한 번 더 기회를 주어야 함은, 시대정신이 지금보다 더 확장된 민주주의를 원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유신시절이 떠오르는 공안정국의 부활을 보면서 문재인의 운명이라는 그릇에 담겨진 노무현의 정신이 어떻게 변해서 넘쳐흐를지 떠올려 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