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지지율이 82%에 이른다는 보도와는 달리 러시아 사람들은 푸틴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언론 자유가 최악인 상황이라 푸틴의 지지율이 90%를 넘은 적도 있는데, 이것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러시아에서는 푸틴을 조롱하는 얘기들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국민의 뜻에 반하는 독재를 할 때면 이런 조롱조의 얘기들은 국민들 사이에서 회자되기 마련입니다. 박정희의 유신독재와 전두환의 군부독재 때도 국민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을 조롱하는 얘기들이 수없이 회자됐습니다. 중앙정보부(안기부)와 기무사 및 정·사복 경찰 등이 있는 곳에서는 입도 뻥끗할 수 없었지만.
대표적인 것 중에 하나가 전두환 군부독재 때 유행했던 것으로 DDD(장거리 자동 전화)가 무엇의 약자냐는 얘기였습니다. 한 청년이 여자 친구와 통화하는 중에 DDD가 무엇의 약자냐는 여친의 질문에 ‘두환이 대가리는 돌대가리’의 약자라고 말해주었습니다.
헌데 재수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하듯이, 그 청년이 말할 때 무소불위의 중정 요원이 옆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국민이든 빨갱이로 만들 수 있는 중정 요원이 그의 얘기를 들었고, 그 자리에서 악명 높기로 유명한 취조·고문에 들어갔습니다.
당황한 청년은 장거리 자동 전화라고 말해야 하는데, 너무나 겁먹은 나머지 DDD라는 알파벳 약자의 발음에 맞춰 대답했습니다. ‘댱거리 댜동 뎐화요.’ 이에 중정 요인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알파벳 DDD가 ‘댱거리 댜동 뎐화’의 약자라는 사실을 알게됐다며 청년을 풀어주었습니다.
영어공포증과 한글식 발음이 절묘하게 녹아든 이 얘기처럼, 현재 러시아에서는 ‘푸틴이 크림반도를 침공한 이유‘에 대한 얘기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얘긴즉슨, 푸틴이 새 여친과 밀월여행을 떠나 한적한 시골의 러브호텔로 들어갔습니다. 땡긴 것이지요. 푸틴의 여친도 뼈와 살이 타는 밤을 보내기 위해 샤워를 마치고 얼굴(과 기타등등)에 바를 화장품을 찾았습니다.
헌데 한적한 시골의 러브호텔이다 보니 허접한 크림조차 비치된 것이 없었습니다. 이에 푸틴의 여친은 섹시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그에게 ‘얼굴(과 기타등등)에 바를 크림을 갖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푸틴은 여친의 부탁을 듣고 나서, 섹시한 여친에게 최고급 크림을 갖다 주기 위해 ‘크림반도 침공’을 명령했습니다. 직선적 생각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자신하는 저 위의 누군가와 비슷하게.
푸틴이 크림반도를 점령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지정학적 요인이 첫 번째고 천연가스 송유관 관리가 두 번째입니다. 지정학적 요인이란 우크라이나에 포함된 크림반도는 러시아가 유럽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로써, 향후 몇십 년 안에 소수민족으로 추락할 러시아 민족의 수장인 푸틴으로서는 같은 민족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크림반도(최후에는 우크라이나의 재합병)를 러시아이 지배권 하에 두어야 러시아 민족의 몰락을 막을 수 있습니다.
러시아를 먹여살리고 수많은 올리가리히(신흥 부자)를 배출하고, 무엇보다도 푸틴의 권력을 유지시켜주는 천연가스는 액화시키지 않는 한 송유관을 통해서만 팔아먹을 수 있는데, 이런 송유관의 대부분이 크림반도에 집중돼 있습니다. 푸틴으로서는 크림반도를 점령해야 할 이유가 넘칠 만큼 많은 것이지요. 크림반도는 시작일 뿐입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재병합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튼 박정희의 유신독재 시절에는 막걸리를 마시던 한 시민이 ‘박정희는 바보 독재자’라고 말한 것 때문에 독방에 수감됐는데, 그 죄목이 국가원수모독죄가 아닌 ‘국가일급비밀누설죄’였다고 합니다. 이는 ‘푸틴이 크림반도를 침공한 이유’와 막상막하며 용호상박이고, 난형난제며 개진 도진입니다.
어느 국가나 국가의 지도자와 정부에 대한 조롱조의 얘기는 회자되기 마련입니다. 그 양과 빈도에 따라 문제의 심각성이 달라지지만, 지도자와 정부가 그런 조롱조의 얘기에 분노해 법적 처벌을 들고 나오면 민주주의는 물론 법의 지배마저 무너져 내립니다.
미네르바 사건에서 경험했듯이, 국민의 내부에 자기 검열의 기준이 조금씩 축적돼 강화되면 헌법적 가치이며 민주적 기본권이자 최후의 보루인 표현의 자유가 위축됩니다. 그 다음은 언론과 결사의 자유가 위축되고, 그렇게 소프트 또는 하드 포르노.. 야동.. 에로.. 아니, 독재로 가는 길이 활짝 열립니다.
40년 전 국가원수모독죄의 최신 버전인 대통령 명예훼손죄가 부활한 현재의 대한민국이 푸틴의 러시아와 같지 않으려면, 표현의 자유에 관한 한 어떤 타협도 물리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국민과 싸워 이기는 지도자는 민주주의의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험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늙은도령이 원래는 재미있는 사람이었던 것처럼).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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