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회장의 성매매 동영상 관련 KBS 뉴스9의 '심층 리포트'를 보면, 국민의 시청료로 돌아가는 KBS가 왜 최악의 쓰레기인지 말해준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이건희의 성매매 동영상이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말해준다는 것에는 논리적 정합성이 너무나 떨어져 동의할 수 없지만, 문제의 본질을 극단적으로 왜곡한 KBS의 행태는 쓰레기가 보여줄 수 있는 극한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시청료 폐지를 넘어 주파수 몰수까지 고려해야 할 판이다.
KBS 뉴스9은 '시민단체들이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불법 성구매 의혹이나 삼성의 조직적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은' 채, <[심층 리포트] '이건희 동영상' 수사 방향과 처벌 수위?'>를 통해 검찰이 "성매매 의혹 규명과 함께, 남의 사생활을 몰래 촬영해 돈을 요구하는 행위, 그리고 범죄에 악용할 목적으로 만든 불법자료를 보도하는 행위 등이 수사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사안의 본질을 '삼성 X파일'과 동일한 것으로 몰고가는 왜곡을 서슴지 않았다.
KBS는 이건희 동영상을 범죄 도구로 악용되는 몰래카메라로 정의한 후, 영화배우 이병헌의 사례를 들었다. 신혼이었음에도 성적 일탈을 자제하지 못한 이병헌에게 면죄부를 준 법원의 판결(동영상을 찍은 여성 2명에게 징역형을 선고. 이병헌의 일탈은 지탄의 대상일지언정 법정에 세울 수 없기 때문에 이런 판결이 나왔다)을 근거로 "몰카 촬영 행위는 형사처벌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초상권 침해에 따른 민사 손해배상 소송까지 이어지는 추세"라며, (박근혜 정부의 방송답게) 수사의 가이드라인까지 설정하는 구역질나는 짓거리를 이어갔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한 권력을 소유한 삼성전자그룹의 오너를 향한 KBS의 '알아서 기기'는 천문학적인 방송광고와 온갖 종류의 협찬을 구걸하기 위한 저열한 짓이겠지만, '범죄를 목적으로 촬영된 동영상을 보도하는 것이 언론윤리에 위배된다'며 뉴스타파를 비판한 것에서는 KBS의 타락이 얼마나 심각한지 웅변해준다. '이건희 동영상 보도를 놓고 언론의 저널리즘에 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토론했다'는 손석희의 '뉴스룸 앵커리포트'와 비교하면 KBS가 최악의 쓰레기라는 필자의 주장이 허튼 소리가 아님을 알 수 있으리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이건희·박유천·채동욱 비교표 보라…이정현도 모자라 재벌감싸기인가?'라는 반박성명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재벌감싸기가 아니라 최대광고주 감싸기가 맞겠지만). 이들마저 없었다면 KBS의 타락은 최악의 쓰레기를 넘어 안드로메다로 갔을 수도 있다. 박근혜가 그랬던 것처럼, KBS 경영진과 이사회, 뉴스9 총괄자들은 '이건희로 대표되는 삼성전자그룹을 간절하게 감싸면 우주가 미증유의 광고수주와 협찬을 도와준다'고 믿지 않고서야 이런 짓거리를 할 수 없다.
정치권력의 정점에 있는 박근혜를 향한 '손바닥 비비기'(일설에는 KBS 경영진과 고위임원은 너무나 비벼 지문이 없어졌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가 이제는 경제권력의 정점에 있는 이건희를 향한 '알아서 기기'로 진화했다.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과 사명감도 엿 바꿔먹은 KBS의 타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할 따름이다. 강제로 징수되는 시청료를 저널리즘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보도를 통해 드러나는 JTBC에게 옮기는 것을 법제화하는 운동을 벌이고 싶은 마음이다.
이정현과 청와대의 언론통제에 철저히 침묵하고, 보도와 편성권을 침범한 불법을 저지르고도 '사드 배치 보도지침'을 유출한 자를 색출하는 적반하장도 서슴지 않고, 전쟁위협을 고조시키는 북한 관련 보도로 각종 뉴스를 도배하고, 사드 배치에 관해 박근혜와 국방부의 주장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성주군민을 폭도로 몰아 제2의 세월호유족으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재벌감싸기'까지 KBS의 타락은 존재의 근거마저 희박하게 만들고 있다.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의 행태는 북한군대의 서울 진입에 맞춰 '김일성 만세'를 외친 조선일보와 다를 것이 없다.
도긴개긴이지만, KBS의 타락이 MBC를 능가했다는 것이 이건희 성매매 동영상에 대한 KBS 메인뉴스의 '심층 리포트'에서 명확해졌다. 야권이 정권을 탈환한다면 KBS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자들을 모조리 법정에 세워야 한다. 그들이 받은 월급과 보너스, 수당 등에 이자율을 복리로 계산해 그만큼의 재산도 몰수해야 한다. 현대국가와 민주주의에서 언론이 차지하는 비중과 책임을 고려하면 이 정도는 최소한에 불과하다.
야 3당이 공영방송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선안을 발의했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이명박근혜 정부의 폭정을 뒷받침해온 KBS(와 MBC) 경영진과 고위임원, 이사회 등에 대한 가혹할 정도의 청산작업이 진행돼야 한다. 드골의 나치 청산작업을 기준으로 하면 더 바랄 것이 없을 터, KBS의 타락을 단죄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헬조선에서 벗어날 수 없고, 언론의 독립과 보편적 정의의 실현은 꿈도 꾸지 못한다.
'정치권력은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할 때 민주주의가 가장 잘 돌아가며, 한국의 민주주의는 언론의 수준만큼 발전할 것'이라는 노무현의 상식과 원칙이 너무나도 그리운 것도 이 때문이다. 언론이 타락하면 민주주의는 고사되고 권위주의적 독재와 남성중심적 사고가 강화돼 사회적 약자들을 사지로 내모는 근거를 제공한다. 지금의 KBS는 나치의 전체주의를 이끌었던 괴벨스의 선동정치와 다를 것이 없다.
P.S. 손석희가 저럴니즘을 기준으로 할 때 뉴스의 가치가 있는지 고민한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재산이 12조가 넘는 이건희가 성욕을 다스리지 못해 돈으로 성을 산 것과 상류층에는 너무나 흔해빠진 차명계약을 근거로 재벌개혁 운운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클린턴과 사르코지, 베룰루니코스의 섹스스캔들로 미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정치를 개혁하라고 하지 않고, 타이거 우주의 섹스스캔들로 골프를 개혁하라고 하지 않듯이. 재벌개혁이 번번히 실패하는 것도 초점을 놓친 언론의 이런 보도도 한몫했다. 뉴스타파가 이건희 동영상을 보도하기까지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겠지만, 재벌개혁과 엮지 않고 경제대통령의 추한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교양없는 학위가 재앙이듯이, 성공과 인격은 전혀 다른 것임에도 성공한 사람들을 한없이 숭상하는 대한민국의 천박함에 경종을 울리는 보도로 컨셉을 잡았다면 어땠을까? 어쨌든 어떤 언론도 보복이 두려워 침묵하고 외면했던 동영상을 보도한 뉴스타파의 기백에 경의를 표한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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