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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제2부 최종편 ㅡ 새 천년 그 시작을 향한 마무리 무천은 자신의 일초도 받아내지 못하는 류심환을 보며 작금의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 그와 대화할 때도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도는 자신이라도 만만치 않을 정도로 막강했었다. 헌데.. 얘기를 나누다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었다. 자신이 직접 키운 자들은 아니었기에 정확히 감지할 수는 없었지만 세외문의 십이 력 중 제천문으로 파견 나온 여섯 명의 력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동시에 자신이 키운 진정한 제천문의 힘 중에서 삼경과 사경의 기운이 사라짐을 느꼈다. 처음에 무천은 믿기 힘들었다. 그는 그들을 한 푼의 공기와 바람, 햇살과 구름의 기운을 담아 천년 동안 키운 전사들이어서 고금제일의 수준에 이르렀다. 느렸지만 하루하루 다져간 자들이었기에 가히 천하무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무.. 더보기
제2부 29장, 30장 ㅡ 새 천년 그 시작을 향한 마무리3 - 자네, 타초경사(打草驚蛇)라고 아나? 성동격서(聲東擊西)는? - 헐헐… 나를 바보로 아나. - 그럼, 됐고. - 응? 됐다고…? 아니, 자다가 봉창을 두드려도… - 그것도 잘 두드리면 재미있지. 지금처럼. - 허, 나를 갖고 놀겠다? 너의 그 얕은 준비로 내 천년을 대체할 수는 없지. 네가 아무리 용을 쓴다 해도. 해서 그것이 타초경사건 성동격서건 달라질 건 없어. 암. 자네가 이룬 일극무원결의 성취로는 안 돼. 무영이라고 해도 다를 것 없고. - 정말, 그럴까? 확신하나? 자네의 수정 극본에도 결점이 없다고 믿고 있나, 아직도? 하하하, 그렇다면 뭐, 나라고 더 할 말은 없지. 두 연극을 동시에 무대 위로 올릴 밖에야. - 극본이 탄탄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등장인물에 대한 자질과 연기력의 차이는 극.. 더보기
제2부 27장, 28장- 새 천년 그 시작을 향한 마무리1, 2 그때 무천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졌다. 자신과 영혼으로 연결되어 있는 네 명의 환 중 일환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일환이 죽었을 때만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었다. ‘설마...? 그럴 수 없어. 삼영 가지고는 절대 불가능해.’ 무천이 표정을 감추며 류심환을 쳐다봤다. 그 또한 무엇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한 것 같았다. 잠시 말을 멈추고 무엇엔가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변화가 발생한 것이 분명했다. ㅡㅡㅡㅡㅡㅡㅡ 이곳은 천산의 정상! 선인(仙人) 같은 풍모의 한 사람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하늘의 주재자가 지상을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음! 무천이 무리하는구나. 현 무림에 정기신일체는 세 명인데 그 중 두 명은 이를 완성 직전에 이르러 있어. 무천과 무영... 더보기
제2부 25장, 26장 ㅡ 류심환과 무천4, 무영과 검강인의 대결5 - 이미 연극은 무대 위로 올렸지. 자네가 모를 뿐이지. - 무영이 천상귀원검에 이어 여의일도파천황을 이뤘다고 해서? 컬컬! 두 초식을 이뤘다고 해서 무턱대고 올릴 무대가 아니야. 천년의 연극이란 그렇게 쉽게 만들어 빨리 올릴 수 있는 게 아니야. - 자네의 눈으로 보면 그렇겠지. 이미 천년을 너의 입장에서만 봤으니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겠지. 아, 몇 번 수정을 했다고 했지? 그런 게야. 직접 살아 움직이는 것에선 완벽함이란 없어. 그건 삶에 개입하지 않고 바라보기만 한 자의 개념일 뿐이야. 수많은 우연이 겹쳐 필연이 되기도 하지만 우연이 그냥 우연으로 끝나는 경우도 숱하게 있어. 모든 변화와 단절, 비약과 우연에 열려 있는 게 삶이야. 살아 있는 연극이란 때로 남이 마련한 무대에 올릴 때가 더욱 쉬.. 더보기
제2부 24장 - 류심환과 무천의 대화3 삼영은 이제 알 것 같았다. 상대의 신법이 왜 자신들의 절초를 그렇게 쉽게 무력화시키는 것인지. 파천태극무검의 초식을 준영은 오성의 공력으로, 한성과 철용은 육성의 공력으로 펼쳤음에도 상대는 그 절대초식들을 너무 쉽게 무력화시키는 것이 바로 그의 신법에 깔려 있는 근본원리가 파천태극무검의 변화에 상극인 흐름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극무원결의 시의 후반부 투원을 펼치자 이것이 보였고 따라서 지금 자신들을 옥죄어 오는 장풍이 그와 같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준영이 먼저 반응했다. 그의 몸이 모든 방위를 차단한 채 날아오는 장풍의 정 중심부로 빛살처럼 몸을 날렸다. 뒤를 이어 눈을 한 번 깜박이는 것으로 이해했다는 표시를 대신한 한성이 장풍의 맨 오른편으로 날아가더니 일환이 떠있는 옆 십장 거리에 이르자 .. 더보기
제2부 23장 ㅡ 무영과 검강인의 대결4 사년 전 무영이 천상귀원검을 완성해 그것을 처음으로 펼칠 때였다. 그는 자신의 몸에서 일어난 뜻밖의 상황에 놀라면서도 주목했다. 완벽하다고 생각한 자신의 선천지체가 천상귀원검의 검결에 따라 온몸에 충만해 있는 천상무극진기를 하나로 모아 단전을 출발할 때 무영은 검결이 운용되는 그 시발점에서 아주 미세한 공간이 비어 있음을 처음으로 알았다. 천상지무의 최후 초식 천상귀원검을 펼치려면 온몸에 있는 천상무극진기를 모두 써야 하는데 무영도 이를 처음 펼치는 것이어서 이제까지 자신의 몸 속에 이런 공간이 비어있음을 인식하지 못했다. 천상귀원검을 완성했건 안 했건 간에 무영의 몸은 이제는 순의 경지에 이르러 있어 몸 안에 공간이 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것은 선천지체를 넘어서는 일이었다. 무영은 천상무극진기.. 더보기
제2부 22장 - 류심환과 무천2 - 천년의 거짓과 비밀 - 세 개의 무공을 익힌 극에 이른 자들로 정립을 이루었는데, 그래서 영원히 균형을 유지하며 적당한 일화(一話)들을 조절하면 최고의 연극으로 또 천년을 흥행할 수 있을 텐데, 왜? 삼혼지문의 필요성이 존재했는가? - 대저 자신이 극에 이르렀다 생각하면 모든 인간은 일탈을 꿈꾸기 시작하기 마련이야. 자신이 이룬 경지를 드러내고 싶은 거지. 또는 그 경지가 진정한 극점인지도 알고 싶기도 하겠고. 어떻든 모든 문제는 여기서 출발하네. 화극연이 먼저 튀어나갔어. 그리고 열두 개의 지옥의 힘, 그 일부를 깨웠어. 하지만 여기까지는 검궁영이 막아낼 수 있었고 그의 일탈은 내 극본 안의 특별히 준비된 한 편의 일화(一話) 정도라 할까. 해서 초대 천상천주 검궁영이 이들을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 헌데, 천년이 흐.. 더보기
제2부 21장 ㅡ 무영과 검강인의 대결3 두 명의 살혼령(殺魂靈)의 검이 무영의 목과 가슴을 관통했고 동시에 세 살혼령의 검이 그의 단전과 명문, 오른쪽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그와 동시에 무영의 머리 위에서 내리꽂힌 검이 천령개를 갈랐다. 연이어 두 명의 살혼령의 검이 무영의 복부에 박히고 두 다리를 잘랐다. 여덟 명의 살혼령은 네 명의 살혼령이 동귀어진을 노려 무영의 움직임에 작은 틈새를 만든 순간을 이용한 자신들의 합공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내자 비로소 미소 지었다. 허나 그 미소가 다 그들의 입술에서 완벽한 선으로 완성되기 전에 그들의 눈에서 갑작스런 광채가 떠올랐다. 광채의 오 할은 합공의 성공에 대한 확신이었으나 나머지 오 할은 그들의 검이 무영에게 박히고 잘라내던 그 순간 무영의 신형이 저절로 반걸음 뒤로 옮겨지며 그곳에 이동의 잔상을.. 더보기
제2부 20장 ㅡ 류심환과 무천1, 천년 전설이란 연극 콰다당! 쿵! 쿵! 무영 일행과 검강인을 중심으로 한 천상천 무리들이 서로 대치하는 상태로 접어들 무렵, 갑자기 집성전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일단의 무리들이 들어왔다. 다섯 명의 무인을 포박한 채 회랑 안으로 들어온 그들은 창룡문과 성도문의 장로들과 소림사와 무당파 장문인이었다. 사실 그들은 검강인이 각 문파에 침투시킨 제마령들이었다. 무당의 태극도인으로 변신한 장지영과 나머지 네 명의 제마령들이 발각돼 여기까지 끌려온 것이었다. “선물일세. 외궁주에게 돌려드리는 제마령들이지. 천상천의 미래로 키워졌으나 외궁주의 야욕 때문에 자신이 아닌 다름 사람으로 살면서 제압당한 영혼 때문에 매일 괴로워했던 자네의 꼭두각시 인형들이라 돌려주는 것이네. 우리가 좀 늦었던 이유도 이것이었고.” 무영이 턱으로 다섯 명을 .. 더보기
제2부 19장 ㅡ 무영과 검강인의 대결2 갑자기,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제마단 집성전의 창틀이 통째로 날아갔다. 어떤 사전 징조도 없이 통째로 창틀이 날아간 자리에는 뻥 뚫리듯 커다란 출구가 생겼다.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었다. 밖의 날씨는 더없이 청명했고, 이곳이 원래 바람도 드문 곳이라 튼튼하게 만들어진 창틀이 통째로 날아가는 일이란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괴변이었다. 허나 단 한 사람, 조금 전부터 이맛살을 찌푸리며 통째로 날아간 창틀 쪽을 주시하고 있었던 인물이 있었다. 당연히 그는 검강인이다. 무림맹을 천상천 내궁으로 옮기는 것을 제안한 순간부터 그는 숨 막힐 듯한 기운을 느꼈다. 그 기운은 화경을 넘어선 무인이면 자연스럽게 배나오는 완벽한 호신강기 같은 것이었다. 천상천주인 그를 숨 막히게 만든 그 기운은 놀랍게도 그에게는 엄청.. 더보기
제2부 18장 ㅡ 무영과 검강인의 대결1 이곳은 하남성(河南省) 내 대별산(大別山) 앞자락에 제마단(制魔團)이 있다. 창룡문과 성도문,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중심이 되어 만든 일종의 무림맹인 제마단은 현 무림의 정파를 대표하는 단체이다. 제마단은 백 년 전 소림대첩 시 구성됐으나, 그 필요성이 사라져 이제는 명맥만 남겨두고 무림 정세만 파악하는 것이 주목적이 됐다. 현재의 제마단이란 느슨한 형태의 무림맹 수준으로 백 년 전의 위용은 사라진 상태다. 물론 그 이름처럼 무차별적인 살인을 일삼는 살마(殺魔)의 등장이나, 문파 간의 이해관계가 강호정세에 영향을 줄만큼 복잡하고 엄중할 경우 제마단은 휘하에 소속된 문파들의 인원들을 파견해 조정을 한다.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 무력행사를 통해 사태를 진정시키는 등 나름대로 무림의 조정자적 역할을 해왔다. 보.. 더보기
제2부 17장 ㅡ 무영과 혜준의 만남 무영이 장고를 했던 내용을 삼혼과 삼영에게 말하고 있던 바로 그 시각. 소림과 규모 면에서 뒤지지 않는 개방의 중심, 총타(總舵)! 이곳에서 종남파와 아미파에서 일어났던 일방적 도륙이 재현되고 있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침략자가 역천마곡도 천상천도 아니라는 것이다. 침략자는 단 두 명이었다. 그들은 두 전설의 문파 소속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도륙은 다를 바 없었다. 한 명은 여자였고 한 명은 남자라는 점에서 달랐지만 그들 자체가 얼음에 가깝다는 것은 동일했다. “호호호홋! 이게 얼마 만이냐. 오. 이 붉은 피들. 넘실대는 살과 잘리고 뭉개지는 뼈. 호호호. 이렇게 재밌고 즐거울 수가!” 핏빛 웃음을 터뜨리는 한 명의 여인은 바로 칠백 년 전 강호를 존망의 위기까지 몰고 간 혈사 ‘세외지란’의.. 더보기
제2부 16장 ㅡ 최후의 안배, 그 둘 “그럼. 순서를 바꾸겠다는 것이냐?” “네. 역천마곡이 아니라 검강인을 먼저 치겠습니다. 역으로 가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네가 의심하는 신비세력이 움직일 보장은 없잖아.” “뭔, 얼어 죽을 신비세력? 그냥 아새끼들이지! 헌데 그 자식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손해날 건 없죠. 어차피 없애야 할 놈이니. 대신 그놈을 처단할 때 최대로 많은 인원이 직접 보게 해 신비세력의 존재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이죠.”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먼저 상대를 파악하자, 이거네.” “그거 멋지다. 지피지기면, 즉 가죽을 벗기면. 백전백승이라, 즉 호랑이를 때려잡는다는 것이지. 허, 그거 정말 멋지네.” “네 도혼 할아버지. 호랑이를 굴에서 끌어내는 거죠. 게다가 그 자리에 역천마곡까지 끌어들이면 신비세력이 어떤 계획.. 더보기
제2부 15장 - 최후의 안배, 그 하나 이곳은 소림의 입설정(立雪亭)으로부터 조사동(祖師洞)이 있는 방향으로 오백여 장 떨어진 송림! 그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소림 내에서도 장로급 이상만 그 위치를 알고 있는 전설의 각불동(覺佛洞)이 있다. 이곳은 백 년 전 성불이 폐관에 들며 특별히 만들어진 임시 동굴이고, 소림사 내에서는 금단의 영역이었다. 지난 백 년 동안 현 소림방장인 홍기옥불 소유진만이 이곳을 한 번 다녀갔을 뿐이다. 그곳에서 백 년 동안이나 쌓여왔던 정적을 깨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렸다. 음성은 두 개였다. “강아, 네가 이곳에 보내진 지 벌써 사년이다. 그 동안 네가 두 가지 무공의 기초를 다 익혔으니 이제 무명곡으로 떠날 시기가 됐다. 이제 준비를 하거라.” 성불이 인자로운 표정으로 한 청년의 등 뒤에서 가부좌를 튼 상태로 말했다.. 더보기
제2부 14장 ㅡ 귀곡의 멸문2 천도령과 천불령도 같은 방식으로 자신들에게 달려든 각각 여섯 명의 탈혼객들을 상대했다. 천도령은 먼저 왼손을 앞으로 뻗어 천상도력마절장을 격발했고 이어서 손목만 우측으로 틀어 다시 장풍을 발사했다. 동시에 오른손도 왼손 밑으로 교차하며 좌측을 향해 장풍을 폭사했고 다시 손목을 안으로 꺾어 뒤쪽을 향해 장풍을 뿌렸다. 이어 몸을 뒤로 젖히며 오른발로 두 번의 각경을 만들었다. 헌데, 그 역시 처음에 격발된 장풍이 정면으로 날아든 오와 칠 탈혼객 중 칠의 머리를 박살냈으나 그때 느껴진 반탄력에 의해 오 탈혼객의 머리는 반쪽만 박살낼 수 있었다. 오 탈혼객 머리의 반을 박살냈지만 장풍에 대한 반탄력은 더욱 커졌고 손목만 비튼 상태로 발사한 두 번의 장풍은 결국 십이와 십사 탈혼객의 머리가 아닌 턱에서 작렬했다.. 더보기
제2부 13장 ㅡ 귀곡의 멸문1 현 무림을 정과 사로 나눌 때 사파의 경우 그 세력의 크기에 따라 순서를 정했다. 물론 세력의 전체적인 힘이 순서대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지난 백년 간 일어난 일들과 각종 대결과 비무의 결과, 문도수와 그 중 절정에 오른 고수들의 상대적 숫자와 절대적 숫자간의 조화 등 모든 것들을 종합해 분석한 뒤 이를 십년 간 더 지켜본 후 결정됐기 때문에 대체로 그 순위가 맞았다. 허나, 위로부터 세 개 세력은 그 힘과 저력, 역사의 우위를 쉽게 논하기 힘들어 통칭 사파정립세(邪派鼎立勢)라 칭하여 세 세력 간의 균형이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았음을 대변했다. 무림인들은 이런 정립상태의 세력 균형을 일성일전일곡(一城一殿一谷)의 정립이라고 말했다. 이중에서 일성은 천마성을, 일전은 복마전을, 일곡은 귀곡(鬼谷)을 말.. 더보기
제2부 12장 - 삼혼의 달라진 모습 같은 시각. 사천성(四川省) 내 서부의 명산으로 유명한 아미산. 그곳엔 구파일방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지 수백 년에 이르는 아미파(峨嵋派)가 있다. 헌데, 달빛 교교한 이 한밤에 수백 년 여승들의 성지(聖地)가 흔들리고 있다. 대웅전은 이미 함락됐고 복호사(伏虎寺)마저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휘익! 퍼억! 꺄악! 여기저기서 연속적으로 비명이 터졌다. 한 번의 병장기 소리가 나면 어김없이 한 명의 여승에게서 생을 달리하는 비명이 터졌다. 한 시진 전에 아미파에 들이닥친 침입자들은 한 칼에 한 명만 죽이는(一擊一殺) 살인놀이를 하고 있었다.곳곳에서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비구니의 승복이 찢기고 하얀 살점이 돼지고기 썰리듯 잘려나갔고, 붉은 피가 튀어 올랐다. 침입자의 살수(殺手)에는 추호의 인정도 없었다. 여.. 더보기
제2부 11장 - 무영, 종남파를 위기에서 구하다 섬서성(陝西省) 남부에 자리해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종남산! 짙은 황혼이 종남산 너머로 서둘러 지친 몸을 거두려 할 때, 그곳에 있는 구대문파의 중의 하나, 종남파(終南派)에 족히 수백 명은 돼 보이는 종남파 문인들이 황혼에 젖은 싸늘한 시신이 되어 곳곳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절명의 상흔이 비슷해 불과 몇 사람에 의해 당한 것 같았다. 문파의 위엄을 드러내는 종남파의 현판은 이미 두 동강이가 난 채 땅에 널브러져 있어 종남파의 종말을 예견하는 것 같았다. 종남파 곳곳에서 사람이 죽은 소리가 연속해서 들렸고 문파의 수장이 있는 곳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퍽! 스윽! 크악! 커억! 장문실 쪽에서 계속해서 단발마의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이것은 천마성과.. 더보기
제2부 10장 ㅡ 존재와 비존재 객관적이던 주관적이던 최고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심코 던진 말이라도 자존심과 체면 때문에,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지키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속담도 비슷한 사례들이 쌓여서 나온 것이다. 말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행동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높은 지위의 사람들은 말 한 마디에도 신중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물며 천년 동안 무림을 주재해왔다고 자부하는 자의 자존심과 자기 확신이란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강할 터였다. 류심환은 상대의 능력이 자신의 생각보다 높은 것에 가슴이 서늘해졌지만, 그렇다고 절망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천년의 주재자가 직접 움직일 만큼 자신의 능력을 경계한다는 뜻이었고, 이는 무영이 자신이 안배해둔 것들을.. 더보기
제2부 9장 ㅡ 류심환과 제천의 대면 제천은 무너져 내린 비궁을 샅샅이 뒤졌다. 그는 일환에게 육경을 깨우라고 했지만, 비궁만은 자신이 직접 확인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제천은 무너져 내린 비궁의 잔해들을 일일이 살펴보았고, 천년 동안 처음 느껴본 의문을 풀 단서를 찾아냈다. “이것 봐라? 류심환, 이놈이 나를 속였어! 감히 나를, 천년의 주재자인 나 제천을! 클클클.. 클클.. 크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하하하!!” 하나의 떠 있는 눈이 격하게 흔들렸다. 제천은 그렇게 한참동안 분노에 찬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웃음에 따라 비궁 주변이 통째로 흔들렸다.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주변 수백 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두 놈이었어, 두 놈!! 류심환, 이놈이 나를 속였어. 클클클! 처음이야, 천년 동안 나를 속인 놈은 류심환이 .. 더보기
제2부 8장 - 무영, 삼영의 깨달음을 이끌다 삼영은 사년 육 개월의 노력 끝에 삼혼의 무공을 대부분 소화할 수 있었다. 아직 내공 면에서 차이가 났지만, 속혼이 무림을 샅샅이 뒤져 선발한 그들은 무영만큼은 아니지만 10년에 한 명 나올까말까 하는 천재들이어서 이런 성취가 가능했다. 또한 그들의 성취가 비정상적일 만큼 빨랐던 것은 류심환이 그들의 신체를 삼혼의 무공을 소화하는데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놓은 것이 크게 작용했지만, 그들의 천재성을 압도할 만큼의 성실함이 있었기 때문에 비약적 발전이 가능했다. 그들은 단 하루로 쉰 적이 없었다. 초반에는 철용이 준영과 한성을 쫓아가지 못해 악을 쓰며 따라가다 결국 6개월 만에 몸져눕기까지 했다. 철용은 온몸을 태울 듯한 신열에 정신이 몽롱하고, 몸이 푹푹 꺼져 물먹은 솜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도 .. 더보기
제2부 7장 ㅡ 무영, 삼혼에게 새 삼혼지문 깨우쳐 주다 삼혼이 새 삼혼지문의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바로 그때였다. 그들의 터질 듯 답답한 마음에 한바탕의 소나기처럼 그들의 고열을 식혀준 하늘에서 내려 온 듯한 소리가 들렸다. 잘 지내셨죠? 보고 싶었어요. ‘어, 이젠 환청이 다 들리네? 부처가 이곳까지 올 리도 없.. 어, 이 목소리는?’ ‘잘 지내긴 뭘 잘 지네? 신선놀음을 하는 것도 아니고, 머리만 터져 죽겠.. 어, 어, 이 목소리는?’ ‘보고 싶었다고? 이 목소리는 분명..’ 그것은 너무 익숙하여 단 하루로 잊을 수 없었던 소리였다. 어느 새 삶의 한 부분이 되어, 이제는 죽어서도 잊기 힘든 소리가 삼혼의 고막을 흔들었다. 그것도 연이어서. 어, 나만 보고 싶었나? ‘아직 1년은 더 걸릴 텐데? 무영이 벌써?’ ‘무공의 신이 아.. 더보기
2부 6장 ㅡ 류심환의 끝없는 안배 무영이 천상귀원검를 완성하던 날, 그 빛의 축제가 시작된 곳, 그곳에서 또 한 번의 천지개벽이 일어났다. 하나의 빛에서 시작해 순식간에 천공을 뒤덮은 것과 그것이 검강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똑같은 날에 있었다. 다른 것은 칠흑의 어둠을 삼키는 검강의 진행이다. 빛의 축제는 시작부터 셀 수 없는 검강으로 시작돼 그대로 이어졌다. 검은 어디에나 있었으나 처음부터 그랬다. 어디를 봐도 검이 있었고 그 검은 끝없는 검강의 정수를 모두 담았다. 콰과쾅!!! 그날처럼 똑같은 폭발이 일자, 빛의 해일은 출발점부터 주위의 모든 것을 휩쓸어 갔다. 막히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라 해도 뚫고 나갔다. 산봉우리가 그대로 관통됐고 절벽이 절단 났다. 팟! 팟! 팟!! 부딪치는 모든 것은 검강에 의해 뭉툭뭉툭 잘려나갔고 산산이 부.. 더보기
2부 5장 ㅡ 무영과 혜준의 비밀 “결국, 천상무극진기와 태극무한진기가 하나로 합쳐진 후 그것이 검결로 넘어갈 때 검결의 수만 가지 흐름 중 딱 하나에서 역류가 일어나. 이게 문제를 일으키는 놈이야. 하지만 너무 순간적이라 놈을 잡을 수 없어. 놈을 잡아야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데.. 어쩌지?’ 무영은 무려 한 달만에 두 진기가 충돌을 일으키게 만드는 원인이 단 하나의 역류에서 비롯됨을 밝힐 수 있었다. 헌데 이를 치료하려면 역류의 원리를 밝혀야 하는데, 역류의 순간이 너무나 짧아 기억 속에 잡히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을 조각내서 단계별 문제들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란 없었다. 시간을 멈추지 않은 한 속수무책으로 역류가 반복되는 것만을 지켜봐야 했다. ‘마냥 검결을 운용할 수도 없는 노릇, 어떤 방법이 있을까? 역류가 반복되면서 기혈.. 더보기
2부 4장 ㅡ 천하혈난지세3, 절대에 대한 일반적 오류 정, 사파를 가리지 않고 동북삼성(東北三省)의 모든 문파들은 하나의 공통된 꿈이 있다. 중원에 뿌리를 두고 있는 강호로의 진출이다. 그곳에는 팔괘가 나온 황하(黃河)가 있고, 글이 나온 낙수(洛水)가 있다. 역사의 산실인 장안이 있고 낙양도 있다. 웅장한 태산도 있고 아름다운 동정호도 있다. 전설의 복희(伏羲)와 신농(神農), 황제(黃帝), 제준(帝俊)이 나온 대륙의 역사가 그곳에 있다. 길림성(吉林省)과 요령성(遼寧省), 흑룡강성(黑龍江省)에 있는 모든 문파는 강호로 진출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동북삼성에서 그런 꿈을 이룰 수 있는 문파는 정파와 사파를 통틀어 오직 복마전(伏魔殿)만이 있을 뿐이다. 동북삼성의 흑룡강성에서 작은 문파로 시작해 동북삼성 전체를 호령하는 사파제일세력으로 성장한 복마전은 지난.. 더보기
2부 3장 ㅡ 천하혈난지세2, 무영 천상지무 완성하다 “더 이상은 안 되겠어. 이대로 두면 오늘부로 천마성은 무림에서 사라져. 우리도 자리를 피하세. 그들에게 발각될 가능성이 높아. 이만 가자.” 천마승천관에서 동쪽으로 삼십장 정도 떨어진 곳에 족히 몇 백 년은 돼 보이는 커다란 오동나무가 서있었고, 소리는 그 나무의 맨 꼭대기 바로 밑에서 흘러나왔다. “사형, 알겠습니다. 헌데 저들의 능력이 상상보다 세네요.” 앞서 말한 자의 사제로 보이는 자가 천마성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방적인 살육을 보면서 무겁게 가라앉은 소리로 말했다. “그래, 우리의 상상을 훨씬 넘어섰어. 당장 저들과 맞서 싸운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야. 하지만 천년 전설의 진정한 주인이 강호에 출도하면 누구도 우리를 막을 수 없어. 일단 소림으로 돌아가 천년의 준비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더보기
2부 제2장 ㅡ 천하혈난지세1 이상하다. 아무리 생각하고 이해하려 노력해도 믿을 수 없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둘은 닮아도 너무 닮았고, 그러면서도 서로 상극(相極)이다.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아예 없어야 한다. 이건 음모다. 음모가 아닌 이상 이 둘이 이렇게 닮고 상극일 수 없다. 헌데, 내가 해야 할 것은 이 둘의 차이와 우열을 가려 그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둘을 모두 취하는 것. 이것이 아저씨의 뜻이라면 그 둘을 모두 취해 그 음모의 발단부터 밝혀 가리라. 아저씨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알았기에 우선 내게 삼혼지문을 익히게 한 것이다. 이 두 무공을 내가 다 취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래, 아저씨를 믿자. 그 믿음의 결과가 항상 옳았음을 믿자. 일단 둘을.. 더보기
천검지로 2부, 제1장 ㅡ 하나의 눈, 그 천년의 비밀 다음 날 새벽, 류심환이 다시 삼혼을 불렀다. “비궁에 들 것입니다. 속혼이 데려온 철용의 병을 고친 후 들어갈 것입니다. 참, 아이들의 명호는 삼영(三影)이 좋겠는데 어떠신지요?” 류심환이 삼혼에게 담담하게 말했지만 밤새 고민한 것이 분명했다. 그가 말하는 품이 너무 자연스러워 그들이 듣기에 주군이 마치 봄나들이 가듯 비궁에 잠깐 다녀올 것 같았지만, 그것은 강호의 역사를 뒤바꿀 만한 엄청난 얘기였다. “비궁이라고… 말씀하셨는지요?” 도혼이 먼저 튀어나왔다, 어김없이 그의 말이 세 중에서 제일 먼저 나왔다. 불혼은 그 중간쯤에 있어 도혼이 물은 말이 목젖에 걸렸고, 속혼은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다. “네, 비궁에 들 것입니다. 해서 몇 가지 당부드릴 것도 있고 해서. 헌데 표정을 보니 삼영이 마음에 들.. 더보기
제30장 ㅡ 무영의 숨겨진 힘, 셋 류심환은 속혼의 보고서를 다 읽고 난 후 고개를 크게 한 번 끄덕였다. 지난 1년간의 속혼의 노력이 한 눈에 보였고 그 내용의 충실함에 만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심환이 가장 관심을 두고 읽은 부분이 천상천과 연관돼 일어나고 있는 예상치 못한 강호의 움직임이었다. ‘이것까지는 예상치 못했는데, 결국.. 비궁에 들어가라는 뜻일까?’ 류심환은 1 년간의 기록 중 마지막의 내용에 대해 속혼에게 물었다. “이 내용대로라면 천상천이 은둔을 유지한다는 뜻인데 속혼이 보기에 어떤 연유가 있는 것 같습니까?” 그는 나름대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지만 속혼으로부터 상세한 자초지정을 듣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그에게 먼저 물었다. “네, 그들은 은둔의 형식을 유지한 채 무림통일을 노리는 작전을 펼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 더보기
제29장 ㅡ 무영의 숨겨진 힘, 둘 “처음에는 두 진기가 좀처럼 섞이지 않고 서로 힘만 겨루는데, 그때 무극일원결이 작동했어요. 그 깊은 오의(奧義)는 두 진기의 공통점을 찾아내 두 진기가 하나로 합쳐질 수 있도록 저의 모든 것을 깨웠고요. 제가 이르고자 했던 경지의 그것이 스스로 벽을 뚫고 나온 것이에요. 제 몸에서 지금 엄청난 내력이 요동치고 있어요. 이제부터 그것을 다스려 갈 거에요. 그렇게 두 진기 완벽한 하나가 되는 날 비로소 천상지무를 연마할 수 있겠지요. 도혼 할아버지 그 동안 수고하셨어요. 불혼 할아버지도 너무 고마워요. 참, 삼혼지문 말이죠, 두 달 정도면 무엇인지 알 것 같기도 해요.” 무영이 자신의 몸에서 일어난 현상을 조리 있게 설명했다. 한 마리도 그는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삼혼이 준비했지만 그들도 이르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