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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중력파의 발견이 가지는 물리학적 의미는?




이번에 관측된 중력파의 발견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이해하려면 (물리학자들의 설명을 그대로 내보내는 기사들과 다르게 접근하고자 한다면, 또한 그렇게 접근하면 지독히 재미없고 핵심을 놓치기 십상이라는 경험적 사실을 기준으로 하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만이 아니라 현대물리학의 여러 부분에서 지식을 빌려와야 합니다. 이 때문에 물리학의 지식이 부족한 분들을 이해시키려면 상당히 어려운 일이고, 매우 긴 글이 아니면 대략적인 설명의 수준에 머물 것입니다. 문제는 제가 그럴 만한 실력도 안 되기 때문에, 제 지식의 한계 내에서 최대한 쉽게 풀어보기 위해 노력하되, 글의 길이에도 신경을 써해보겠습니다.





먼저 중력파 발견의 중요성을 이해하려면 우리가 인지하는 시공간이 빛의 속도 내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아인슈타인이 <광양자론>에서 밝혔듯이 빛은 에너지의 특성을 가지다가도 상황에 따라서는 입자의 특성을 가지기도 합니다(원자 단위에서 적용되는 양자역학의 출발점). 이를 테면 빛이 에너지의 특성을 띨 때는 시간적 측정의 단위가 될 수 있으며, 입자의 특성을 띨 때는 공간적 단위가 될 수 있음을 말합니다. 우리가 시공간을 인지할 수 있는 것은 빛에 담겨있는 에너지적 특성과 입자적 특성 덕분입니다. 



물리학에서 빛이 휘어지거나 구부려진다는 것은 시공간이 휘어지거나 구부려지는 것을 말합니다(중력파를 기준으로 말하면 물결치는 파장에서 시공간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얇은 고무판 위에 물질을 올려놓을 때 일어나는 변화를 가지고 시공간의 왜곡을 설명했습니다, 최근의 물리학자는 트렘펄린에서 점핑을 할 때 일어나는 변화나, 잔잔한 수면에 돌이 떨어졌을 경우 일어나는 변화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럴 경우 이미 지난 과거와 현재의 간격이 짧아지기 때문에 빛의 속도에 근접할 수 있는 물체(웜홀을 통과할 수 있는)를 이용할 수 있다면 과거로의 여행이 가능해집니다. 물리학적으로 볼 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관계로 존재하는 모든 것에 반사된) 빛이 그만큼 이동한 것을 말합니다. 실제로 비행기에서 평생을 보낸 사람은 지상에서 사는 사람보다 조금 더 오래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빛의 속도와 동일하게 움직일 수 있다면 영원히 살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볼 때, 흘러간 시간만큼 시간을 따라잡기 때문에 절대로 늙지 않고 영생을 누릴 수 있습니다(단, 빛의 속도를 기준으로 할 때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공간이 좁혀진 곳을 찾아내 과거로 돌아가서 영향을 주면 현재(과거의 시점에서는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다만 달라진 현재는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차원에 있는 또 다른 나에게 적용됩니다(5차원적 우주를 설정으로 영화 <인터스텔라>가 영상화한 것). 



이것 때문에 과거로의 여행은 가능하지만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주는 개입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입니다(물리학에서는 다양한 차원의 우주가 존재하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지금의 우자라는 '인류원리'와 양자역학적 변화에 따른 무한대의 가짓수가 나오는 다양한 역사들을 모두 모은 '역사총합이론'으로 이것을 설명하곤 합니다). 빛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다면 자식보다 어려질 수도 있고, 우리에게 적용된 세상(시간의 속도는 중력의 영향을 받습니다)보다 느리게 움직일 수 있다면 자식보다 먼저 늙을 수도 있습니다(당연히 다른 차원의 지구에서 일어납니다). 한마디로 막장드라마에서처럼 근친상간이나 불륜을 저지르지 않고도 족보가 엉망진창이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필요한 지식은 중력파를 발생시키는 별(행성과 항성)의 폭발에 대한 이해입니다. 우리가 보는 별들 중에 이미 생명을 다해 초신성으로 폭발한 것도 무수히 많습니다. 지독할 정도의 미세먼지와 스모그 때문에 별을 보지 못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지만, 모든 별들은 수명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망원경으로 우주의 별들을 보면 색깔의 차이가 나는데 이것은 그 별이 생성된지 얼마 정도 흘렀는지를 말해줍니다(특히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창백한 푸른 점》 참조).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지구의 수명은 백억 년(병신년이 아니다!) 정도이고, 태양은 130억 년 정도는 될 것입니다. 아무튼 행성의 핵심에 자리한 수소원자 덩어리들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헬륨원자 덩어리들로 변하면서 행성의 중심부 부피가 늘어납니다. 이에 따라 그 파장이 표면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면 모든 행성들이 그 압력을 견디지 못해 콰아아앙!! 하며 폭발합니다. 이때 모든 별에 작용하고 있던 중력이 어마어마한 파동의 형태(중력파)로 별의 조각들을 날려버립니다.



허블망원경을 넘어 전파망원경으로 우주의 팽창을 관측하면(주로 빅뱅의 순간에 생성된 복사에너지를 측정합니다. 중력파는 너무나 미약해지금까지 관측되지 않았습니다), 우주는 빅뱅 이후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소립자의 존재처럼 우주가 완벽한 진공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소립자에 부딪치면서 팽창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고 있음도 알 수 있습니다. 우주가 팽창이 멈추면 다시 수축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물리학자들이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즉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에도 수명이 있다는 뜻입니다. 팽창을 멈춘 우주가 그 상태로 안정된다는 설(끈이론의 출발점)도 있고, 영원히 팽창할 것이란 주장(양자요동에 의해)도 있지만, 아무튼 우주가 수축하기 시작하면 존재하는 모든 것은 특이점으로 응축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중력파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르면 모든 차원으로 팽창하고 있는 우주(여러 개의 우주 중 하나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초대칭성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선 생략합니다)도 굿바이와 사요나라, 안녕 내 사랑, 아.. 내 사랑은 빼고요. 



여기서 중력파를 이해하기 위한 마지막 지식이 필요합니다. 허블망원경과 전파망원경으로 진공상태의 우주를 관측하면 모든 곳이 균등해야 하는데, 이건 웬걸 얼굴 곳곳에 맞은 보톡스와 가슴 및 엉덩이 부위에 집중적으로 삽입된 물질이 잘못됐는지 지독할 정도 중력이 약한 곳(또는 밀도가 약한 곳)이 별견됩니다. 우주는 (아직도 그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암흑물질이 90% 이상-최근에는 암흑물질로 알았던 것의 70%가 우주에너지이며, 반물질도 5%라는 관측결과 나왔습니다-차지하는 데도 불구하고) 거의 완벽한 진공상태라 약간의 중력(밀도)의 차이가 엄청난 흡입력을 발생시킵니다. 





이것이 바로 블랙홀입니다(블랙홀의 탄생을 설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부분까지 들어가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문제냐의 문제로 접어듭니다. 에고 힘들어. ㅠㅠ  이것은 눈에서 나온 눈물이 아닌 코에서 나온 두 줄기의 피다!). 초절정미녀의 눈망울처럼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그래서 허블망원경과 전파망원경으로는 그 속내를 파악할 수 없었던 블랙홀. 신내림을 받은 것이 분명한 아인슈타인이 존재한다고 예언했지만, 빛마저 그곳으로 들어가면 종적을 감춰버려서 사건의 지평선(시공간이 블랙홀에 빠져들기 직전에 나타나는 모습으로 모든 물체가 분해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이 모두 다 사라지고 마는 블랙홀. 오직 중력파만로만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는 블랙홀. 글을 쓰다 내가 먼저 죽을 블랙홀.. 어, 이것도 빼고요. 



정확한 표현은 아니겠지만, 블랙홀의 작동방식은 우주의 수축이 어떻게 일어날지를 추측할 수 있게 해줍니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있다면 그것들을 토해내는(어떻게든 상대를 자빠뜨리려고 지나치게 무리했던 어제의 후유증인 오늘의 오바이트를 떠올리지 마라) 화이트홀도 있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이것은 우주의 탄생과 팽창방식을 말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시공간을 제멋대로 주무를 수 있는ㅡ물리학도들은 퍼져가는 물결로 설명하기를 좋아하지만ㅡ중력파만이 블랙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드디어 중력파를 이해하기 위한 끝에 이르렀다. 이상의 설명으로 인해 '약 13억 년 전에 각각 태양 질량의 36배, 29배인 블랙홀 두 개로 이뤄진 쌍성이 충돌해 합쳐지는 과정에서 약 0.15초간 발생했으며, 진동수 범위는 30∼150㎐, 최대 진폭은 10의 21거듭제곱분의 1로, 1광년 길이에 머리카락 하나 굵기 정도의 엄청나게 미세한 변화를 나타낸' 중력파의 관측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중력파를 관측하고도 수개월 동안 다시 확인하고 확인하는 지랄을 거쳐.. 아니 노력들을 거쳐 발표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최초의 연인이 하늘을 올려다 보며 '저 별은 너의 별, 이 별은 나의 별' 하다가, 사랑이 식어버린 몇 년 후에 다시 하늘을 올려다 보니 '어? 너의 별이 없어졌네'라며 다른 연인에게 갔을 때부터, 수천 년이 흐른 지금까지 우주를 관측하고, 관측한 것들을 기록하고, 그것을 가지고 계산하고 상상하고, 슈퍼컴퓨터들을 총 동원해 시뮬레이션 해보고도 블랙홀에 막혀 더 이상 나가지 못했던 우주의 비밀을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 이것이 중력파의 발견이 가지는 역사적인 의미입니다. 




P.S. 작년에 측정된 중성미자의 속도가 빛보다 아주 조금 빠르다고 나왔는데, 이에 대해 물리학계에서 엄청난 갑론을박이 있었습니다. 질량이 없는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르다면 현대물리학의 근간이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