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과 그들의 정신을 권위와 편견의 감독에서 해방시키고자 하는 것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름 모를 사람들의 소망이다. 그들은, 오랜 전통이든 새로운 전통이든, 자유와 인간다움과 합리적 비판의 기준에 맞는 전통은 보존하고 발전시키고 확립하려고 노력하면서도, 단지 확립된 것이거나 그저 전통적이기만 한 절대적 권위는 거부하는 열린사회를 건설하고자 한다. 그들은 팔짱을 끼고 앉아서, 통치의 책임을 인간적 권위나 초인간적인 권위에 전적으로 지워버리려고 하지는 않으며, 피할 수 없는 고통을 없애기 위해 일할 각오가 되어 있다.
위의 인용문은 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Ⅰ》의 서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위대한 과학자이자 철학자였으며, 불 같은 성격의 교수였으며, 인간에 대한 애정이 넘처나는 휴머니스트였던 그는 최근에 들어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진정한 자유주의자였다. 그의 대표작인 《열린사회와 그 적들Ⅰ》은 초기 기독교의 원형을 제공했으며, 좌우의 전체주의의 기원이 된 플라톤에 대한 비판서이다.
19세기 중반까지 유럽의 지성사는 플라톤에 대한 해석이라고 말할 정도로 플라톤이 서구 문명에 미친 영향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은 아리스토텔레스와 함께 고대 그리스 철학의 최고봉을 이루지만, 그들이 미친 영향의 거대함은 19세기 중반까지 서구 유럽의 정부와 문명을 소수의 엘리트(귀족이나 선민의식의 형태로 나타난다) 수중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교육과 종교가 이들의 수중에 있었으며, 이는 2차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유지됐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모든 것의 기원, 즉 순수 그 자체이자 완전한 상태인 절대적 존재 혹은 형상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철학자가 완벽한 고독의 상태에서 깊은 성찰에 들었을 때 불연듯 보게 된 신의 모습이자 깨달음의 정화가 이데아(형상 이론이 여기서 나온다)다.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사막에 들었던 고행의 순례자가 죽음에 가까운 상태에 이르러, 몽롱한 가운데 환영이나 환청처럼 보거나 들은 것이 신이 섭리나 우주의 법칙이라고 확신하는 것처럼. 그것은 일종의 체험이자 유일무이한 경험이어서 철학자는 완벽한 순수체인 이데아란 존재를 느낄 수 있거나 볼 수 있지만, 말이나 글로 옮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데아의 경이로움을 경험한 철학자는 그것에 대해 알고 있다. 철학자는 이런 성찰에 이르지 못한 일반인들에게 이데아의 경이를 체험할 수 있게 만들지는 못하지만, 완전한 상태인 이데아의 세계를 체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이데아와 최대한 비슷한 사회(이데아의 세계, 천국에 있는 국가)로 인도할 수 있다. 이데아란 어떤 티끌도 없는 순수하고 완벽한 상태(형상)이기 때문에 이데아로부터 멀리 떨어질수록 타락하거나 부패하거나 악에 가까워진다.
즉 이데아의 세계에서 멀어지는 '모든 사회적 변화는 타락이나 부패 또는 퇴화'라는 몰락이 법칙이 플라톤이 정립한 이데아론의 핵심이다. 플라톤이 《법률》에서 '악한 것의 변화를 제외하고는 모든 변화는 악하다'라고 한 것에서 이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이데아로부터 멀어지는 변화인, 모든 부패와 몰락이 도덕의 타락에서 나타나고, 최종적으로는 인종의 퇴화와 국가의 몰락으로 이어진다고 봤다.
심지어 플라톤은 "변하지 않는 완전한 국가에 신념을 '모든 사물'의 영역까지 확대"해서 "일상적인 사물이나 부패하는 사물의 모든 종류에도 그에 대응하는 부패하지 않는 완전한 것이 있다"는 형상 이론이나 이데아 이론을 정립하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우주적 차원에서 인간사를 거쳐 사물의 차원까지 적용되는 거대한 몰락과 부패의 법칙이 완성됐고, 그의 사상과 정치철학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존재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일반적인 부패의 우주적 법칙이 인간사에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해 사회의 타락과 부패를 막고 악의 번성을 저지하기 위해 이데아의 경이로움을 체험한 철학자는 동굴에서 나와 사회(당시에는 도시국가, 즉 폴리스를 말함)를 구원해야 한다. 포퍼의 주장처럼, "플라톤은 역사적 운명의 법칙, 부패의 법칙은 인간의 이성에 의해 지탱되는 인간의 도덕적 의지로 붕괴될 수 있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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