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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검찰은 왜 우병우의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을 제외했을까?


수사를 보강해 재청구하면 100% 발부될 것이라는 특검의 장담과는 달리, 검찰의 우병우 구속영장이 법원의 문턱에서 또다시 기각됐습니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혐의 내용에 관하여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추어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며 법적으로 다툴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습니다.





지난 2월 법원이 박영수 특검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영장청구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의 정도와 그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것과 완전히 일치합니다. 검찰(특수본)은 우병우의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 등을 밝히기 위해 변찬우 변호사(당시 광주지검장)와 수사팀 실무책임자였던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검사(당시 광주지검 형사2부장)을 포함해 약 50명에 이르는 참고인들을 불러 수사했지만 결과는 동일하게 나왔습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어떤 공방이 오갔는지 알 수 없고, 특검과 검찰 특수본의 수사기록을 확인할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두 번이나 똑같은 기각 사유가 나온 것을 설명하려면 네 가지 정도의 추론밖에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우병우에 대한 특검의 수사가 예상외로 부실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특검의 수사는 충분했는데 이를 물려받은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우병우의 증거인멸이 구속영장을 기각시킬 정도는 됐다는 것입니다.



이런 추론들은 청와대 압수수색에 실패한 것에서 나왔습니다. 우병우의 세월호 외압 의혹이 명백한 물증으로 확인된다면 그 파장은 박근혜 정부(해수부, 법무부, 검찰, 국정원, 국가안전처 등)와 청와대까지 겉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검찰 특수본의 수사가 '세월호 7시간'의 비밀로 넘어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하고요. 우병우 구속으로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할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에 황교안과 청와대가 강행하고 있는 대통령기록물 이전작업도 중단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경우 수구보수세력 전체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집니다. 어쩌면 회복불능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고, 조기대선은 치를 것도 없이 문재인의 압승으로 끝납니다. 검찰 특수본이 우병우의 세월호 수사 의혹을 구속영장에서 뺀 것으로 볼 때, 저는 두 번째 추론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것이 들어간 구속영장이 우병우에게만 유달리 높은 법원의 문턱(박근혜와 이재용의 경우와 비교해 보라!)을 넘는다면 앞에 거론한 일들이 실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검찰 특수본이, 아니 검찰 조직 전체가 이것을 감당할 능력과 의지란 단 1%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특검의 장담처럼 우병우를 구속시키려면 현 검찰총장인 김수남을 비롯해 검찰의 주요보직을 싹쓸이하고 있는 우병우 사단을 조사해야 하는데, 검사동일체라는 의식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검찰 특수본이 그럴 정도로 강단이 있지 못합니다. 박정희 신화와 삼성신화보다 강력한 조직이기주의를 통해 자신의 특권을 유지하는 검찰이 자신의 목을 치는 일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역사는 불멸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위대한 내부고발자 고영태를 터무니없는 이유로 긴급체포한다면 모를까.     





이 때문에 특검과 검찰 특수본의 청와대 압수수색 실패는 예정된 것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면, 헌재가 박근혜 탄핵사유에서 세월호참사와 관련된 대통령의 국민의 생명권 보호의무를 제외한 것(소수의견도 배제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도 이런 판단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해집니다. 땅 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휩쓸어버릴 정도로 막강했던 촛불혁명의 위력을 목도한 헬조선의 지배세력들이 이것만은 어떻게든 막아야 했을 것입니다.



필자의 추론이 여기에 이르는 동안 많은 변수들을 고려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모든 변수들을 적용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필자의 추론에 대해 너무 나갔다고 비판할 수 있습니다. 저도 제가 고려한 변수들과 추론과정을 거칠게라도 글에 담지 않았기에, 아니 담을 만큼 친절하지 않기 때문에 저의 추론을 무시한다 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 차원에서는 밝히고 싶어도 밝힐 수 없는 진실들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저로서도 음모론으로 치부하면 그만일 저의 추론이 틀리기를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이런 추론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과 관련된 것들이라면 모조리 비밀의 영역으로 봉인되는 지랄 같은 현실에서 이런 추론이라도 하지 못한다면 도저히 견딜 수 없기 때문입니다. 1073일이란 영겁 같은 시간을 거슬러, 너무나 쉽고 터무니없이 가뿐하게 인양돼 뭍으로 돌아온 세월호의 참혹한 선체를 볼 때마다 9명의 미수습자와 단원고 아이들이 떠올라 미칠 것 같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처죽여도 모자랄 짓거리만 남발하고 있는 해수부 놈들을 보고 있자면 우병우 영장기각의 모든 과정을 의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청와대와 해수부, 이 두 곳에 세월호참사의 비밀들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작금의 상황이 세월호유족과 유족도 되지 못하는 미수습자 가족,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죄의식을 품고살아야 하는 생존학생들에게는 그 자체로 지옥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