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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질소과자봉지로 한강 횡단,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대학생들이 질소과자봉지를 묶어, 유럽의 수준에서 보면 바다에 다름 아닌 한강을 노를 저어 횡단했습니다. 최근에 들어 더욱 심해진 식품업체의 과포장을 고발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학생들과 후원자들도 비슷한 생각에서 시작한 식품회사 엿 먹이기 퍼포먼스였던 것 같습니다.



저도 이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간암세포를 잡은 이후에는 즐겨먹던 과자를 거의 먹지 않지만, 식품회사의 과포장 문제는 오랫동안 생각했던 것이었습니다. 이는 일종의 사기여서, 법적 책임을 묻기는 힘들지만 사회적 비난은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헌데 저는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이 퍼포먼스를 JTBC 뉴스룸의 모토대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의 형님이 우리나라 플라스틱 식품포장의 최고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햇반의 포장도 저의 형님이 개발한 것이어서 식품포장 뉴스가 나오면 관심을 갖고 보게 됩니다.



비록 과포장의 욕을 먹지만, 플라스틱 포장기술은 식품회사의 마케팅 전략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식품회사가 원하는 수준의 포장재를 만들어줄 뿐이지, 포장재 생산업체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노동분업이 일상화된 세상에서 일종의 공범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대학생들이 한강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포장재를 만들낸 기술은 욕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요?





사실 플라스틱 포장기술은 한국이 후진국이었다가, 저의 형님처럼 외국의 포장 기술보다 더 뛰어난 포장재를 만들기 위한 기술자들의 노력 덕분에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아직 전반적인 면에서 미국과 일본, 독일 등을 따라잡지 못했지만,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으면서도 강도가 유지되는 플라스틱 포장에서는 앞서기까지 했습니다.



저의 형님은 식품포장과는 다른 연구(국가의 지원을 받아 연구하고 있는데 두 가지 다 성공하면 물류혁명과 플라스틱 재활용에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습니다)에 들어갔지만, 과포장 문제와는 별도로 대학생들이 강물에 빠지지 않고 한강을 건널 수 있게 만들어준 플라스틱 포장기술은 뛰어나지 않습니까?



최근에 플라스틱 포장업계(정보통신기기에 들어가는 전자재료도 대부분 포함된다. 액정화면의 단단함과 매끄러움, 스마트폰 배터리의 수명을 늘려주는 여러 겹의 포장처럼)의 화두는 재활용에서 재생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지구에 널려 있는 플라스틱 제품들을 재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그것에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재생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난방에너지를 얻는 고온소각이 대세였지만,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재결합시키는 재생기술이 일반화되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다만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모으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난제로 남아 있습니다.





인류 문명의 발전을 담보했던 것이 ‘물보다 싼 석유’였는데, 이 때문에 플라스틱 제품들은 무지무지하게 저렴하며, 고급스런 식품포장이라고 해도 지독하게 저렴합니다. 그렇다 보니 환경오염을 줄이는데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플라스틱 제품의 재생은 수거 비용이 얼마나 떨어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경제성이 없으면 현실화시키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현재 플라스틱 제품의 재생은 종류에 따라 한 번에서 두 번 재생하면 무용지물이 되는데, 이것을 극복할 수 있다면 노벨화학상은 아니더라도 국가로부터 칭찬은 듣지 않겠습니까?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이 적절한 만남을 이루면, 형님의 주장처럼 세상은 아직도 발전의 여지가 있는 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경제성이란 상황에 따라 마구 변하니, 환경오염과 생태계파괴가 인류를 위협할 정도에 이르면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비용이 경제적 타당성을 제공할 수 있을 만큼 좋아질 수도 있겠지요.  





우리가 하늘처럼 떠받드는 경제성이라는 것이 그렇게 합리적인 개념만은 아닙니다. 인류가 공멸의 위기에 처한 것도 경제성이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것으로 바뀌면서 생긴 일이니까요. 자본의 축적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것도, 그래서 불평등이 늘어난 것도 경제성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저는 인류를 망쳐놓은 주범 중 하나인 과학기술이 인류의 미래를 구원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인간이 멸종하지 않고 지구와 공존할 수 있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과학기술은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상이 제가 대학생들의 한강 도하를 보면서 한 걸음 더 들어간 생각이었습니다. 



헌데 아십니까, 4대강공사에 22조를 쏟아부었고, 유지비용도 매년 수천억 원이 들어가도록 만든 이명박 정부 때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R&D예산이 줄어든 것 말입니다. 4대강공사와 유지에 쓰일 돈 중, 2~3조만 투입해도 엄청난 일자리와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고도 남는 비용이 나왔을 테고, 나머지를 복지에 투입했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ㅡ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