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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왜 암흑물질 단서 발견이 물리학계를 열광케했을까ㅡ1



지난 3일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에서 미국 물리학자 새뮤얼 팅이 이끄는 연구팀이 우주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암흑물질에 대한 이해의 단초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팅 연구팀은 반물질로 이루어진 암흑물질의 단서를 찾기 위해 2011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한 알파자기분광계(AMS)를 이용해 약 40만 개의 양전자를 포착함으로써 ‘우주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인 암흑물질을 비밀을 풀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물리학을 공부하신 분들은 우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 5%의 물질과 25%의 암흑물질, 70%의 우주에너지라는 것은 아실 것입니다. 이중에서 우주에너지는 양자요동 같은 것으로 설명이 가능한데 이번 글에서는 반물질인 암흑물질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우리가 보고 만지고 느끼는 모든 것들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런 물질과 정반대의 성질을 갖는 것이 반물질이라고 합니다.

 

 

                        


                                                                                       

보통 물질의 기본 단위인 원자(더 쪼개면 기본입자와 소립자들이 나타난다)는 양성자와 중성자, 전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에 비해 반물질은 반양성자와 반중성자, 양전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가 힉스입자에 관한 두 개의 글에서 설명했듯이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거대한 에너지를 남기고 소멸해버립니다.

 

 

물질과 반물질이 소멸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질량불변의 법칙이 깨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양자역학의 기본원리인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르면 기본입자들은 중력에 영향받는 물질적 성질(위치)과 중력에 영향받지 않는 에너지적 성질(궤도)을 동시에 갖습니다. 따라서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 소멸해도 에너지를 남기기 때문에 질량불변의 법칙(=에너지보존의 법칙)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물질과 반물질이 맞나 에너지로 변한다 해도 그 모든 것들을 이루는 기본입자의 수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질량불변의 법칙은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물질도 반물질도 에너지도 모두 다 기본입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물질적 성질로 존재하거나 에너지적 성질로 존재해도 같은 것이라는 주장인데, 소멸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순수한 에너지만 남긴 채 입자로서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즉, 질량불변의 법칙도 완벽하지 않다는 뜻입니다(직접 보지 못해서 반박하기도 힘들다는 것이 물리학자들의 자랑거리다!). 

 

                      

                                              암흑물질로 이루어진 왜소은하


 

헌데 우주의 25%를 이루고 있는 암흑물질의 비밀을 푸는 것이 우주 탄생의 신비를 푸는 것과 연관이 있을까요? 브라이언 그린의 《우주의 구조》, 3권으로 이루어진 리처드 파인만의 《물리학강의》, 레너드 서스킨드의 《우주의 풍경》,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이강영의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같은 책들을 보면 우주의 탄생은 빅뱅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기본입자와 가상입자들이 다차원적 에너지로 응축돼 있다가 임계점에 이른 순간 빅뱅을 일으키며 무한의 다차원적 공간, 즉 수없이 많은 우주를 창출했습니다(베타원리와 불확정성의 원리 때문에 특이점은 폭발할 수밖에 없다. 일종의 심층 비탄성 산란). 어쩌면 게이지장 이론과 힉스장 이론 등의 양자색역학에서 인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하면 특이점의 형성과정도 설명이 가능할지 모릅니다, 블랙홀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중력파의 검출에도 성공했으니. 

 

 

서로 같은 성질의 것들을 밀어내는 베타원리와 도플러 효과에 의해 우주는 모든 차원의 방향으로 팽창을 시작했습니다. 허블망원경이나 전파망원경으로 우주의 어느 곳을 살펴봐도 빅뱅의 순간 방출된 우주배경복사가 일정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우주는 중심점이 없는 다차원적 팽창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어느 쪽에서 봐도 똑같은 팽창이 이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정립되는 근간으로 작용했습니다.

                   



                                                                                               

이처럼 우주는 모든 방위로 초대칭(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전후좌우상하의 개념을 넘어선 대칭, 쉽게 말하면 예측불가능한 대칭. 물리학은 너무 많은 것을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 문제야!!)을 이루며 지금도 (제 똥배처럼) 팽창 중입니다. 인력과 척력으로 이루어진 질서정연한 뉴턴의 만유인력이 무력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이상한 것은 우주의 팽창이 끝나는 지점으로 보이는 지평선까지 우주 배경복사의 온도가 균일하다는 것입니다. 물질과 반물질, 우주에너지로 이루어진 우주가 아직도 팽창 중이라면 어떻게 우주의 모든 공간이 균일한 온도를 가질 수 있을까요?

 

 

게다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우주에서 빛보다 빠른 것이 없기 때문에 아직도 팽창이 안 끝난 우주의 공간들이 (곳곳에 관측되지 않아서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온도계를 배치해두지 않았다면) 어떻게 균일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빛보다 먼저 왔던 다차원적 과거의 기억 때문일까요? 우주가 빅뱅 이래 여전히 팽창 중이라면 우주의 끝이라는 지평선(차원 문제는 배제)까지 0.0001도까지 동일할 수 있단 말입니까? 혹시 신이 있어 우주의 온도를 미리 세팅해 놓고서 관측과 실험물리학자들을 골탕먹이는 것일까요?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아무 생각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우주가 빛(에 근접한) 속도로 팽창하면 어마어마한 공간이 생기는데 빅뱅 이전의 특이점에 모여 있던 기본입자(현재까지는 쿼크)의 수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그 공간을 무엇인가 채워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그 첫 번째입니다. 우주가 지금도 팽창 중이라면 새롭게 생겨난 공간과 우주의 끝이라는 지평선까지의 확인 불가능한 공간의 온도가 어떻게 균일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 의문은 우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 5%의 물질과 25%의 반물질, 70%의 우주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으로 설명이 끝났습니다. 우리는 아직 우주가 팽창하면서 창출하는 공간의 25%를 채우고 있는 반물질의 정체를 밝히지 못했지만 양자역학을 비롯해 입자물리학, 천체물리학, 이론물리학 등등의 온갖 물리학들의 발견과 관측, 계산, 추론을 통해 반물질이 존재한다(존재해야만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혀냈습니다(의심하지 않고 믿는 자에게 복이 있으리라). 

 

                       


                                                                                              

그런 반물질로 이루어진 우주의 어둠이 (빛이 통과하지 못하고 중력효과에 의해 굴절될 정도의 밀도를 가진) 암흑물질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만약 우주의 25%를 이루고 있는 암흑물질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되면 우주 탄생의 비밀을 푸는데 거의 근접하게 됩니다(이 글을 쓸 때는 중력파가 관측되지 않았다). 앞에서 설명드렸듯이 우주에너지는 빅뱅을 일으킬 때 우주로 퍼져나간 배경복사와 양자요동에 의해 창출된 양자에너지에 의해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팅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소립자 250억 개를 분광계로 끌어 모아 1년 반 동안 관찰했더니 전자와 양전자 80억 개가 충돌하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상쇄반응을 통해 “암흑물질의 입자는 수백 기가전자볼트의 질량을 갖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즉 원자를 이루는 기본입자들을 통해 물질의 생성에 대해 밝혔듯이 암흑물질을 이루는 가상입자들을 통해 반물질의 생성에 대해 밝힐 수 있게 된 것입니다(관측된 것이 너무나 미미해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부분은 논문에 담겨있지 않았을 테지만).  

                        

                  

                              양성자 충돌이 만든 두 개의 녹색 선이 힉스입자로 추정된다 

 

 

만약 힉스입자가 기본입자들과 충돌하며 모든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장의 원리까지 밝혀져 이번 발견에 더해질 수 있다면 우주 창조의 비밀은 거의 다 풀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주를 이루고 있는 물질과 반물질, 우주에너지의 비밀까지 밝혔는데 그 다음의 남은 몇 가지 비밀들(아인슈타인이 예언한 중력파가 대표적)이야 얼마든지 꿰맞출 수 있습니다.

 

 

실제로 파인만이나 호킹, 그린, 와인버그, 서스킨드 등의 책을 보면 빅뱅 이후 우주 탄생의 단계가 이미 정립된 상태입니다. 현대물리학의 거의 모든 연구들이 각 단계 별로 비어 있는 것들을 채워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그리 틀린 말은 아닙니다. 최신의 끈이론과 풍경이론도, 중성미자를 발견했다고 호들갑을 떨며 빛보다 빠른 물질이 있다고 한 것도 이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지금쯤 신이 천지창조의 마지막 비밀까지 자신의 모습을 본 딴 유일한 존재인 인간에 의해 낱낱이 밝혀질 것 같아 두려움에 떨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그것도 이미 우주 탄생 이전에 예정해둔 청사진을 찾아가는 인류 진화의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허면 이제 두 번째 의문이 남았습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한 숨 자고 나서 설명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이 새벽 3시56분을 지나고 있어 정신이 오락가락합니다. 하루라도 더 살기 위해서 잠부터 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