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가 압도적인 지배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 보수경제학자인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론》은 한국의 보수 세력들이 입에 거품을 물며 비판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변호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피케티 교수는 유럽적 차원에서 보면 ‘우측 깜빡이를 켠 채 좌회전한 보수경제학자’에 속한다. 우리의 이념지형을 기준으로 하면 당연히 진보적 경제학자에 속한다.



피케티가 보수주의자가 된 것은, 권력에 맞서 자유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재산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의 이런 주장은 경험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완전평등(무엇을 기준으로 한 완전평등을 말하는 것일까?)이란 존재할 수 없는 유토피아적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상당수 진보주의자도 받아들여 내재화한 보편적 진리에 해당한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진보정당이 집권하려면 보수와 중도(이중개념자)와의 공존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문재인 의원이 반대편에 있는 보수라도 합리적이라면 함께할 수 있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통의 정치적 동반자였던 문재인 의원은 참여정부의 개혁 실패에 대한 트라우마가 큰 것으로 보이지만, 피케티 교수가 공멸을 뜻하는 '바닥으로의 경주(race to the botom)'를 피하려면 일정 수준의 타협은 피할 수 없다는데 동의한다.



피케티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를 좌지우지했던 최경환노믹스의 부자감세(법인세와 소득세 모두 다 감세)와 정반대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 경제성장이 부의 불평등을 줄이는 방법으로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마르크스의 주장과는 달리 자본주의가 지배적 경제체제로 자리잡은 지난 300년 동안의 통계자료를 분석해보면 자본주의의 수익률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에서 나온다. 



참여정부가 한미FTA 체결처럼 자본주의적 성장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것도 동일한 논리에서 나왔다. 성장 없는 재분배란 공멸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인데, 막상 재분배의 확대를 위해 법을 만들고 정책을 집행하려 하면 조중동을 필두로 한 보수경제학자와 한나라당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목표한 것을 이룰 수 없었다(이것이 좌측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했다는 비판의 근거가 돼버렸다).





피케티는 정통 마르크스주의자였던 로자 룩셈부르크의 주장(그녀가 쓴 『자본의 축적』이 마르크스의 이론적 한계를 매웠다. 알튀세르는 도덕과 정의에 둔감했던 마르크스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했다)처럼,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폐해는 자본의 끊임없는 축적과정에서 부의 불평등과 양극화가 커지는 것임을 입증해냈다. 돈이 돈을 버는 자본의 수익률이 노동을 통해 버는 수익률을 능가하기 때문에 부의 크기가 클수록 이익은 더욱 늘어나며, 조세정의를 통해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제성장이 지속될수록 부의 불평등은 커진다는 것을 실제 수많은 자료와 통계로 입증했다.



피케티는 이런 성장의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 강한 누진성을 가진 소득세(무려 80%까지), 상속증여세, 그리고 재산과세가 합동작전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한다(이 땅의 진보정당이 수용하기에도 대단히 파격적이며 급진적이다!). 이중에서 소득세와 상속·증여세는 모든 나라에서 이미 광범하게 부과되고 있지만 세율이 너무 낮고, 재산과세는 채택한 나라가 별로 없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참여정부가 만든 종부세가 피케티가 말하는 재산과세의 한 형태다.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이 이명박 정부에서 이를 무력화시켰는데, 최근에는 중하위 공무원와 근무연한이 30년에 미치지 못하는 공무원에게 피해가 집중되는 공무원연금 개혁도 주도하고 있다. 피케티의 주장대로라면 정반대로 개혁해야 부의 불평등을 줄일 수 있고, 성장도 이룰 수 있는데 거꾸로 가면서 부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늘리고 있다.



피케티는 지방정부의 주요한 조세수입원으로 재산세(property tax)가 부과되는 경우는 많지만, 모든 형태의 자본에 대해 광범위하게 과세하는 사례는 별로 없다는 것도 밝혀냈다. 그는 국경을 넘나드는 금융자본 이동에 과세하자는 토빈 교수의 주장(토빈세)을 넘어, 자본을 외국으로 빼돌리는 것(이럴 경우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해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을 막기 위해 글로벌한 차원의 자본과세(global tax on capital)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본사가 해외로 빠져나갈 경우는 다루지 않았다). 





참여정부는 이것을 복지확대와 지역균형발전의 형태로 추진했다. 수도 이전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추진된 것이지만 좌우 양쪽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행정수도 이전만 할 수 있었다. 모든 자본주의적 성장은 앞선 지역의 자본이 뒤쳐진 지역들을 착취하는 내부의 식민지화라는 공통된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복지확대와 지역균형발전의 중요성은 그 동안의 착취를 배상하는 것이어서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이재명의 경기도 우선주의가 얼마나 민주주의에 역행하는지 알 수 있다).



피케티 교수는 현실문제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이 미국의 경제학자(they know almost nothing about anything)라고 MIT 교수시절의 경험을 압축해서 설명했는데, 이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스코틀랜드 출신의 갤브레이스가 ‘경제학은 경제학자들이 벌어먹고 살기에 딱 좋다’라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는 미국의 경제학자가 경제학을 정치적으로 접근한 것과 지나치게 수학에 의존함으로서 현실에서 유리된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한데서 나온 현상이라고 피케티는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시카고학파가 주도한 신고전주의로 대표되는 주류 경제학을 공부하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이어서, 이제는 진부할 정도의 상식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유럽의 경제학을 따른 것도 이 때문이며, 미국에 협조하면서도 할 말은 다했던 것도 이래서 가능했다. 신 성장동력을 북한에서 찾은 것과 전시작전권을 회수하고, 용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한 것도 동일한 논리에서 나온 분단된 국가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 타협안이었다.





물론 필자는 존 롤스를 떠올리는 피케티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지 않듯이, 노통과 참여정부의 정책에 모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피케티가 자료 수집과 분석에 많은 도움을 받은 《평등의 답이다》의 저자, 윌킨슨의 연구에서 보듯이 노통과 참여정부가 뼛속까지 친미주의자였던 이명박과 한나라당, 조중동의 음해와 왜곡, 호도가 없었다면 작금의 불평등은 상당히 완화됐을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노통과 거리를 두려는 자들(현재의 비문과 국민의당으로 간 보수적 구좌파들)에 의한 내부의 분열로 망하지 않았다면 선진국에 들었을 것이고.



마지막으로 피케티는 부의 불평등을 극대화하는 ‘세습자본주의(신 도금시대)’가 부활해 승자독식을 강화할수록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했는데, 이는 노통이 사회경제적 평등이 민주주의의 근본이라는 것과 동일한 인식이다. 전통의 좌파에서 중간으로 조금 이동한 진보가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주의에 집중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통을 비난하고 조롱했던 자들의 공통점은 민주주의와 정치철학에 대한 이해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낮은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분단국가라는 사실 때문에 안보상업주의와 좌파사냥 및 종북몰이가 득세한 현재의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도 아니고, 민주주의는 더더욱 아닌 것은, 피케티 교수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방공·수구세력과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구좌파가 적대적 공생을 이어갈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4대개혁입법을 추진했던 이유도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내용적 민주주의를 확고하게 하기 위해서였지만 소수의 국민만이 이를 이해했을 뿐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놈들이 노무현을 팔아먹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예수의 말처럼, 선지자는 고향에서 추방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나 보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참교육 2014.09.23 06:45 신고

    저도 어제 JTBC뉴스에서 봤는데...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 멀지 않아 쌓인 모순으로 바닥을 헤매야할 것입니다.
    앞날이 걱정입니다.

    • 늙은도령 2014.09.23 16:14 신고

      지금은 최악으로 가는 중입니다.
      바닥이 얼마남지 않았기에 지금 잘 해야 합니다.
      우리가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나라로 가느냐, 아니면 권위주의 금권정치로 가느냐는 앞으로 2년 안에 결정됩니다.

  2. 중용투자자 2014.09.23 08:18

    부자증세는 꼭 필요합니다. 선진국에 비해 법인세 비율도 너무 낮습니다.

    • 늙은도령 2014.09.23 16:15 신고

      네, 150% 맞습니다.
      보수 경제학자인 피케티도 이런 주장을 하는 세상이 온 것이지요.

  3. 노지 2014.09.23 08:55

    21세기 자본론을 인터넷 서점 카트에 담아두었다가...
    '과연 내가 이걸 다 읽을까?'는 질문을 해보고 취소를 했었는데...
    이 글을 읽어보니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10월에 한 번 좀 더 고민을 해보아야 되겠습니다 ㅎ

    • 늙은도령 2014.09.23 16:18 신고

      제 생각에는 '평등이 답이다'가 나을 듯싶습니다.
      피케티 책은 전문가들이 통계자료를 위해 필요한 서적에 가깝습니다.
      내용은 별로 어렵지 않고, 다양한 내용을 담았지만 산만합니다.
      다만 자본주의 경제사라는 의미에서 볼 때는 대단한 책입니다.

  4. 여강여호 2014.09.23 19:21 신고

    진보든 보수든 참여정부를 평가할 때 실패한 정권으로 규정하곤 한데
    성급한 판단이지 싶습니다.
    저 또한 지지보다 반대한 정책이 더 많았지만
    참여정부의 의도와 목적...작금의 현실을 감안할 때 오히려 역대 어느 정권보다
    가치있는 정부였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 늙은도령 2014.09.23 19:58 신고

      대통령이 되면 어느 한편을 일방적으로 챙길 수는 없습니다.
      전체를 봐야 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보면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대단히 잘한 정부입니다.
      진보측 입장에서는 불만이 많지만 정당이나 개인의 수준에서 그런 불만이 옳지만, 집권을 하게 된 다음에도 진보 일방적인 정책만 펼치면 나라가 두쪽납니다.
      외국의 견제도 심할 것이고, 기득권의 반발이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다만 국민적 합의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지 못한 것은 너무 아쉽습니다.
      너무 민주적인 대통령이어서 언론과 불편함을 유지한 것 때문에 정책 추진이 어려웠던 것도 장점이자 단접이었던 것 같습니다.

  5. 촌장 2014.09.23 20:37

    DTI, LTV 없었으면 한국경제는 서브프라임 터졌을 때 이미 무너졌을 것이다. 국가적 위기를 참여정부의 정책 덕분에 모면하고도 실패라고 망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 늙은도령 2014.09.23 21:18 신고

      전부 거짓말이지요.
      노 대통령도 임기말에야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알게 됐지만, 노 대통령은 상당히 좋은 정책을 많이 내놨고, 실적도 좋았습니다.
      조중동은 악마입니다.



일본 극우언론이건, 유럽의 타블로이드이건, 4월16일의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것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내보낸 기사의 신뢰성에 의문이 가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기사를 내보낼 정도로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 당시 청와대를 비웠고, 김기춘 비서실장도 잘 모르고 있을 정도여서 외국의 언론들이 보기에도 보통 일이 아닌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종적을 감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이땅의 보수세력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지닌 조선일보가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이란 외부의 칼럼을 통해 이를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국민의 흥분 상태로 낙인찍음으로써,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을 서둘러 봉합했겠는가? 세월호가 침몰하던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무엇을 하고 있었고, 누구를 만나고 있었는지, 그것이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일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7시간이나 종적을 감춘 것은 그 자체가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일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해경이 허둥대며, 구조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해군과의 협력도 제대로 이루어지 않은 것도 제왕적 대통령이 말 한마디면 모두 해결될 일이었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집권여당의 행태가 달라지고, 육군참모청장과 경철청장이 사표를 내는 나라이니, 이에 대해 추가적인 설명을 더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리라. 





그래서 청와대의 해명을 믿을 만큼 어리석지 않은 사람으로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소속 의원들과 논의도 하지 않은 채 독불장군식으로, 아니 권위주의적 정당의 수장처럼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원하는 형태의 세월호 특검법ㅡ특별법이라 할 수도 없다ㅡ에 합의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7월재보선에서 대패하더니 절차적 민주주의마저 지키지 않는 정당의 대표가 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대표이자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박영선 의원에게 세월호 참사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 이상 세월호 참사로부터 새정치민주연합이 빼먹을 수 있는 정치적 이익이 없었진 것인지, 아니면 윤 일병 사건처럼 또다른 대형사건에 전념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지리멸렬하고 자신의 정치생명만 신주단지처럼 끌어안고 있는 오합지졸들의 모임인 새정치민주연합을 살려내는데 전념하기 위해서인지, 그 정치적 셈법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론이란 변하기 마련이며, 떠나간 국민의 마음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외계의 어느 곳에 정착한 것도 아니다. 새누리당이라는 기득권 집단에게 표를 주느니, 차라리 투표를 기권함으로써 새누리당 2중대 역할에 충실한 새정치민주연합에 경고를 준 것이 지난 재보선에서 드러난 유권자들의 참담함이었다. 정치는 계속될 것이며, 새정치민주연합이 산산히 부서진다 해도 또다른 야당이 그 자리를 매울 것을 알기에 새누리당의 압승을 허락한 것이다. 



대체 무엇이 그리 급했던 것인지, 대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기원하는 국민들에게 무엇을 보여주려고 그런 것인지, 존재 자체가 악의 덩어리인 조중동과 저급한 찌라시 방송들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땅의 제1야당의 원내대표이자 비상대책위원장인 박영선 의원에게 직접 들어야겠다. 투표권을 얻은 처음의 선거부터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새누리당에게 투표하지 않고 진보좌파 성향의 야당에게 표를 준 유권자이자, 모든 민주적 권력의 원천인 국민으로서 박영선 대표에게 직접 들어야겠다.

 





대체 60년 전통의 제1야당이자, 민주정부 10년의 집권을 한 수권정당의 대표로서 기득권 집단인 새누리당의 제안에 서둘러 합의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 정치적 셈법의 대차대조표에 세월호 참사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직접 들어야겠다. 중학교 1학년 여학생도 아는 것을, 왜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대표인 박영선 의원은 몰랐는지 그 이유에 대해 직접 들어야겠다. 프찬치스코 교황은 왔다가 가지만, 이 아이는 이땅에서 계속해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들어야겠다.     



      

  1. 참교육 2014.08.11 10:19

    야당은 없어진지 오랩니다. 집권 당의 2중대뿐입니다.
    진보정당은 죽이고 자기네에게 필요한 들러리만 있습니다.

    • 늙은도령 2014.08.11 15:01 신고

      이 기회에 진보정당을 들러리로 내세우는 자들을 물리쳐야 합니다.
      노회찬을 지원한 의원은 문재인 뿐이었습니다.
      이처럼 야성을 가진 자들을 빼고 나머지 사쿠라는 다 없어지게 만들어야 합니다.
      진보정당들은 민주정부10년 동안 세를 확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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