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통신사업을 할 때 재벌 2~3세를 몇 명 만난 적이 있다. 물론 재벌 오너도 만난 적이 있고, 초국적기업의 오너와도 통화를 한 적도 있다. 친척 중에 재벌 오너도 있고, 이런저런 루트로 재벌 오너와 2~3세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개인 사정상 재벌들의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그들의 의식구조의 일부나마 들여다볼 수 있을 만큼의 접촉은 가졌고, 여러 경로로 추가적인 것들도 들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말해 재벌 1세와는 달리 재벌 2~3세는 서민의 삶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전문경영인이나 고위임원들을 하인 취급하는 그들에게 서민의 삶이란 외계인의 삶만큼 멀리 떨어져 있다. 아무리 공감을 시도하려 해도(그럴 이유도 없지만) 재벌 2~3세로 살아온 삶과 어려서부터 주입된 주인의식 속에 자리하고 있는 거대한 장벽을 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재벌가에서도 자신의 후계자들이 서민의 삶과 엮이는 기회를 원천차단하려고 노력한다. 완벽한 차단은 불가능하겠지만, 사후해결의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 식으로 서민들의 삶을 이해하게 되면 잔인한 기업 경영에 있어 냉혹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머슴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데, 이를 통해 주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자신의 신분과 계급이 서민과 다름을 공고히한다, 중세의 왕족이나 귀족처럼. 

 


그룹 오너의 지위에 오를 2~3세들은 움직이는 동선마다 숱한 수행원이 뒤따르고, 임직원들은 그들의 눈에 거슬리는 것이 없도록 사전 정비작업을 해두는 것은 기본이다. 재벌의 규모가 거대할수록, 재벌 2~3세가 움직이면 회사 전체에는 비상이 걸린다. 공무원이 대통령과 고위공직자의 의전에 목숨을 거는 것처럼, 재벌의 임원들도 오너가문의 2~3세의 의전에 목숨을 건다. 

 

 

그들이 방문한 곳에서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면, 그것을 담당하는 임직원은 아웃되는 것을 피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의전을 담당하는 자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멀찌감치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혹시 모를 재벌 2~3세의 동선 변경까지 고려해 최대한도로 반경을 넓혀 주변을 정리해두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상당한 비용이 드는데 이는 회사경비로 처리되기 때문에, 재벌 2~3세의 심기를 지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한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지방이나 해외에 있는 공장이라도 방문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먼저로 넘쳐나는 공장이 무균공장으로 탈바꿈하기 일쑤고, 그들이 움직이는 동선에 있는 노동자들의 작업복은 새것으로 바뀌는 것은 기본에도 속하지 못한다. 심지어는 공장 주변의 조경도 바꿔서 마치 공장이 잘 관리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진실은 그들의 시선 밖에 있지만, 그들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물론 모든 재벌 오너와 2세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필자의 말은 압도적인 확률로 그렇다는 것이다. 흔히 재벌의 오너 집안을 성골이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혼으로 재벌가문에 편입된 이들은 진골이라 한다. 결혼 상태가 유지되는 한 그들의 힘은 CEO를 넘어서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부분의 임원들이 성골과 진골의 총애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고위임원들은 물론 CEO조차 그들의 부품일 뿐이며(이학수 같은 최고경영자는 예외적인 존재였지만), 그들의 능력이 유효한 한에서만 생명이 유지된다. 이른바 모든 임원은 ‘다음 번 별도의 통고가 있을 때까지만’ 유효한 부품일 뿐이다. 재벌2~3세는 절대 특정 임직원을 편애하는 듯한 행태를 보여주지 않는다. 모든 임원이 자신에게 충성을 받치도록 하기 위해서 그들이 자신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면 모를까.

 

 

이 때문에 측근 중의 측근도 눈에 거슬리는 행위와 그들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지속하면, 그것으로 아웃이다. 어떤 조직에서나 그 사람이 회사에 필요한 한에서 대접을 받는 것이지,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계산이 나오면 가차 없이 해고통보가 날아든다. 20년이건 30년이건, 회사를 위해 청춘과 중년의 삶을 받쳤다고 해도 더 이상 이익이 되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처럼 재벌 2세는 어려서부터 황태자로 키워진다. 그들은 떠받들어지는데 익숙하고, 칭찬에는 인색하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그 반대일 경우가 많고 무엇보다도 떠받드는 데는 미숙함을 넘어 치욕처럼 느낀다. 그들은 명령을 내리려 하지, 그룹에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면 어떤 말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평생을 한국의 최고 특권층으로 살아온 박근혜처럼. 

 

 



단언하지만, 재벌 2~3세의 의식구조는 서민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것은 그의 책임이 아니라 해도, 그렇게 커왔고 교육받고 행동해 왔기에 의식구조를 이루는 세포들마다 군림하려는 DNA가 포진해 있다. 재벌 오너와 2~3세는 삶에서도, 인식과 행동 면에서도 절대 서민의 삶과 어우러질 수 없다. 결혼제도로 얽혀진 그들만의 리그가 따로 있고 거기에 진입하기도 어렵지만 거기서 나오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 땅의 유권자들이 현대그룹의 CEO였던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선택함으로써 얼마나 큰 피해를 봤고, 독재자의 딸이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를 선택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차별과 압박, 반칙과 비리들이 난무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이명박근혜 8년 동안 대한민국이 헬조선으로 들어선 것에서 보듯 이 땅의 유권자들이라면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돌아바야 한다. 



누구나 실수는 하지만, 그 실수가 국가의 최고지도자와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뽑는 것에 이르면 자신만이 아니라 후세대에게까지 돌이킬 수 없는 대가를 치르게 만든다. 삼포로는 턱없이 부족했는지, 오포를 넘어 칠포까지 회자되는 이 땅의 청춘들이 그런 어리석은 선택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피해자들이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자랑스럽지도 않고, 죽창을 들어야만 조금은 평등해지는 헬조선에 불과하다.



이 번 총선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렸다. 나는 노통에 이어 문재인의 민주당을 표를 주려 한다. 답은 그것밖에 없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의 삶, 그 자체가 새로운 대한민국이자 새로운 정치라고 믿는다. 헬조선은 죽창을 들지 않아도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문재인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참교육 2016.01.14 19:24 신고

    '계급적인 관정에서 세상을 보라' 막스할아버지가 한 이 명언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고생없이 자란 사람이 어떻게 남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겠습나까? 유권자들이 재벌의 수족이 된 정치인을 심판하지 못하는 한 노예 생활을 계속 될 것입니다.

    • 늙은도령 2016.01.14 22:22 신고

      네, 계급투쟁에 성공한 자들은 신자유주의자들이지요.
      상위 1%에게 하위99%의 부를 이전하기 위해서요.
      저들은 사회주의를 적용하면서 나머지에게는 자본주의를 강요하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마르크스가 몇 가지 결정적 오류만 범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세상은 많이 달랐을 것입니다.
      그의 위대한 성찰이 뉴턴의 만유인력과 다윈의 진화론 이후의 것들을 접할 수 없어서 이런 아쉬움이 발생했습니다.

  2. 공수래공수거 2016.01.15 08:41 신고

    대통령은 5년의 무소불위 권력자지만 재벌 오너들은
    평생을 무소불위의 권력자로 살아갑니다
    저도 지근에서 며칠 의전을 해 봤기 때문에 도령님의 글이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그래서 재벌은 해체되고 없어져야 하는것이 맞습니다
    민주주의 라는 개념이 통하지 않는곳입니다

  3. 행인 2016.01.16 17:16

    정치얘기에 관심이 있는 20대 젊은 청년입니다. 궁금한게 있어 여쭈어보고 싶습니다. 아래 블로그에서는 박원순 서울 시장을 MB가 점찍어둔 차기 대권주자 후보 중 한 명 이었었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같은 인물에 대한 평이 다른데, 이런 차이를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http://m.blog.naver.com/tuna69/220496314704

    • 늙은도령 2016.01.16 18:10 신고

      글을 확인해보고 답해드리겠습니다.
      저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라....

    • 늙은도령 2016.01.16 19:05 신고

      공진당 카페는 오래 전부터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을 별로 신뢰하지 않습니다.
      지독할 정도로 페쇄적이고 어차피 마케팅하는 집단에 불과합니다.
      그들이 자료를 조금이라도 오픈하면 제가 일일이 분석해보겠지만 저는 별로 관심없습니다.
      세상을 자신들이 모두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현실경험이 일천하다는 것입니다.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습니다.
      제 주변에는 우리나라 최고위층이 즐비합니다.
      초국적기업의 최고경영진도 있고 세계적 경제학자도 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과는 별도의 친분이 있고(국가지도자급이었던 삼촌 덕분에) 그런 식으로 얻는 정보가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박원순을 보장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삼성그룹의 최고경영진까지 올랐던 분인데 드물게 진보적 성향을 지닌 분이지요.
      그분처럼 대단한 성공을 거둔 분들이 있는데 이들은 어려서부터 박원순과 함께 했던 분들입니다.
      그들에게 들었던 얘기와 제가 참여연대와 사업을 했을 때, 박원순이 실제 재벌과 대기업의 후원을 받을 때 자금을 지원한 그룹관계자까지 엄청나게 많이 알고 있는데 박원순에 대한 신뢰가 그렇게 높을 수가 없습니다.
      전 그런 분들의 말을 믿습니다.
      40~50년 이상을 함께 해온 분들에게 이유를 불문한 지지를 받는 것은 보통사람이면 못합니다.
      세상이라는 게 음모론적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도의 추측을 가지고 잘난 체 하는 자들은 상대도 하지 않습니다.
      거대 조직을 끝까지 경험해보지 않은 자들의 사기성 글에 넘어가지 마십시오.
      제가 몇 편 읽어봤는데 글의 타당성을 입증해주는 증거는 제대로 제시도 못했더군요.
      신경 끄시면 좋을 듯싶습니다, 저처럼.

  4. 하하.. 2016.06.01 11:57

    인생은 운빨.. 부모빨... 정말 그게 두드러지는 나라... 부모 잘 만나면 평생가는 부를 누리는데 부모 잘못걸리면 선진국들이 혀를 찰 정도의 지옥에서 혹사.... 아... 부모를 잘 만나지 못해 억울하다 정말



전 세계 노동력의 죽음은 돈에 눈먼 고용주와 무관심한 정부의 손에 의해 매일 자신의 죽음을 경험하는 수백만의 노동자에 의해 내부화되고 있다. 그들은 해고 통지서를 기다리거나 깎인 보수에 시간제로 일해야 하며 복지수당을 받아야 하게끔 밀려나고 있는 사람들이다. 또 다른 새로운 국제적 상업 및 무역 세계에서 소모품화되고 관련이 없어지고 마침내 사라져 버릴 것이다.


                                                                           ㅡ 제레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에서 인용




거의 십오 년 전, 필자가 모 재벌의 인사담당임원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최고 인재들이 모였다는 기업이었는데, 인사담당임원은 ‘해고가 자유로워지면 전체 직원의 30%를 자르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의 말에 너무나 놀라 잠시 동안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최고의 인재들이라고 해도 실적에 따라 직원들의 비율이 ‘3: 4: 3’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실적이 우수한 직원이 30%, 평균수준을 유지하는 직원이 40%, 실적이 나쁜 직원이 30%인데, 이중에서 하위 30%를 한꺼번에 자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회사가 하위 30%를 계속 데려가는 것은 ‘일반해고 완화’처럼 실적이 나쁜 직원을 자를 수 있는 법과 제도의 미비가 첫 번째이고, 상위 30%가 하위 30%에게 실적 스트레스를 푸는 효과가 두 번째라고 했습니다. 회사 전체로 볼 때 하위 30%가 상위 30%의 스트레스 해소제 역할만 해도 충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물론 첫 번째가 가능해지면 당장이라도 자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 이후로 15년 정도가 흐른 지금 그가 간절히 원했던 ‘일반해고’가 가능해졌습니다. 하위 30%를 대체할 양질의 비정규직(계약기간 2년에서 4년으로 변경)은 넘쳐나고, 평균수준의 40%도 발전된 소프트웨어와 디지털기술로 인해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모 대기업의 고위임원으로 재직 중인 제 친구도 임금피크제와 일반해고가 가능해지면, 실적이 나쁘고 품행이 좋지 않은 직원들을 스펙 좋은 직원들로 갈아치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변호사와 박사들이 신입사원으로 지원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데리고 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스웨덴의 대표기업에서 임원으로 있다 퇴직한 친구도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완화는 고용환경을 극도로 악화시킬 것이라며, 있을 수 없는 합의라고 혀를 찼습니다. 친구가 스웨덴 본사의 고위임원으로 승진했을 때 노조와의 인터뷰에서 승인을 받아야 했다고 했습니다(노조가 거부하면 승인이 나지 않는다).



필자가 저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완화’에 대해 계속해서 글을 쓰는 것은 두 개의 합의에 내포된 것이 노동권의 사망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합의를 무효화시키지 않으면 현재의 노동자뿐만 아니라 미래의 노동자도 사측의 칼부림에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의 이익이 노동자의 이익과 생명에 우선한다는 생각이 일반화된 신자유주의 천국 한국에서 사측의 이익을 대변하는 인사담당임원들이 이번 합의로 무소불위의 무기마저 장착하게 됐습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기라도 하면 해고의 칼날이 휘둘러져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도 상시적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데,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완화'를 막지 못하면 하위 90%의 삶은 지속적으로 빈곤해질 것이고, 대물림될 것입니다. 바우만의 《액체근대》를 보면, 노동은 여전히 갇혀 있는데 자본(사측)은 자유로워져 핵심인력을 빼면 노동에 얽매이지 않는다 했습니다.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완화'는 자본(사측)에게 완벽한 자유를 주는 마침표입니다. 모든 가치판단을 자본(사측)의 입장에서만 결정하는 박근혜 정부의 역주행을 막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상위 1%에게 하위 90%의 돈을 이전하는 시장자유주의 우파의 정치적 프로젝트가 완성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5.09.18 08:10 신고

    대기업의 생리를 조금이라도 알고 경험했으면
    저 일반해고라는게 얼마나 무서운건지 잘 알것입니다

    근로자들에게 목줄을 달아 놓은꼴입니다

    • 늙은도령 2015.09.18 10:47 신고

      박근혜 주변의 놈들이 죽일 놈들입니다.
      박근헤가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경제학을 공부한 고위관료들이 정말 죽일 놈들입니다.

  2. 참교육 2015.09.18 09:48 신고

    악의 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자본은 그렇습니다. 악마와 같은 신자유주의도 또 진화하겠지요. 노동자 아닌 노예를 목숨줄만 겨우 붙어 삽니다.

    • 늙은도령 2015.09.18 10:48 신고

      네, 조금 전에 올린 글에서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진짜 이유에 다루었습니다.
      그 글을 보시면 지금의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거칠게나마 아실 것입니다.

  3. 소피스트 지니 2015.10.04 23:12 신고

    앞에 참교육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진짜 악의 축입니다....
    아오~ 앞으로 어떻게 살지?



신자유주의화를 국제적 자본주의의 재조직화를 위한 이론적 설계를 실현시키려는 유토피아적 프로젝트, 또는 자본축적의 조건들을 재건하고 경제 엘리트의 권력을 회복하기 위한 정치적 프로젝트로 해석할 수 있다.


                                                             ㅡ 데이비드 하비의 《신자유주의, 간략한 역사》에서 인용





지금까지 신자유주의를 다룬 책 중에서 가장 명료하게 신자유주의를 압축한 설명이 위의 인용문이라 박근혜 정부의 행태를 이해하려면 꼭 숙지하기를 바랍니다. 푸코가 밝혔듯이 신자유주의는 19세기의 자유주의가 통치술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생긴 상위 1%가 하위 90%를 상대로 벌인, 일종의 계급전쟁입니다. 



공통의 이해와 이익을 공유하는 계급은 하위 90%가 이루어야 할 것인데, 신자유주의에서는 상위 1%가 공통의 이해와 이익을 위해 계급을 형성합니다. 이것 때문에 소수에 불과한 지배엘리트들이 하위 90%의 돈과 노동을 탈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상위 1%는 사회주의, 하위 99%는 자본주의가 적용된다는 말이 여기서 유래합니다. 





상위 1%에 근접한 9%는 체제의 간수로 하위 90%를 감시하고 분류하고 범주화해서 상위 1%의 필요에 맞게 관리하고 동원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들은 신자유주의 체제가 잘 돌아가도록 하위 90%를 각각의 임무를 수행시키며 그들의 노동과 부를 착취합니다. 최근에 들어서는 노동착취와 함께 임금과 혈세(정부사업 및 국가업무의 민영화 등으로)까지 탈취합니다. 



체제의 간수로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언론의 경영진이나 중역들이고, 재벌이나 대기업의 경영진과 고위임원, 교육기관의 수장이나 종신교수 및 프로페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급진적 지식인, 고위공무원, 상급법원 판사, 정치검찰과 경찰간부, 교도소장, 공장장, 각종 감독관, 용역업체 간부, 범죄조직 보수 등등 각 분야에서 체제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상위 1%의 이익을 실현시키는데 일조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신분상승의 가능성인 사회이동성을 말할 때 주로 인용하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 9%에게만 해당합니다. 신자유주의가 정착되기 전에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사례가 다양한 계층에 적용됐지만, 이제는 체제의 간수에게 적용됩니다. 상위 1%가 정치적 용어로 경제를 말할 때 쓰는 성공이니 대박이니 하는 것들은 성공의 길목을 가로막고 있는 체제의 간수에게만 유효한 것이 신자유주의 체제입니다.





신자유주의는 좌파적 버전과 우파적 버전이 공히 존재하며, 지금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시장근본주의를 내세운 극우적 버전(시장자유주의 우파라고 순화해서 부르기도 한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가의 경제규모는 커져도 국민의 소득은 늘지 않고, 정치적으로는 1원1표를 성립시키고, 권위주의적 통치를 일상화한 것을 말합니다. 경제적으로는 위계적 질서가 강한 초국적기업이나 대기업 집단, 거대금융업체, 슈퍼리치 등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사회적으로는 지배엘리트의 이익과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권력과 자본 편향적인 법치주의(현재의 권력과 자본에게 무한대의 자유를 주기 위해 체제의 반대세력을 합법적으로 억압하는 것이 목표)를 말합니다. 교육적으로는 권력과 시장 주도의 교육제도를 공고히 하는 것을 말합니다. 1%의 지배층과 99%의 자발적 복종의 피지배층을 구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탈성장사회의 교육과 학교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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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의 좌파적 기원》을 쓴 조하나 버크만은 신자유주의가 ‘경쟁적 시장, 더 작고 권위주의적인 국가, 경영진과 주주들이 통제하는 위계적 기업, 자본주의’로 구성된다고 했는데, 대한민국에서 신자유주의가 극성을 이룰 수 있는 이유가 이것에 녹아있습니다. 박근혜의 권위주의적 통치(줄푸세), 재벌의 황제경영 등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슈퍼브랜드의 불편한 진실》과 《쇼크 독트린》을 쓴 나오미 클라인은 소련과 동유럽, 남미를 박살낸 시카고보이즈(프리드먼의 제자들)와 하버드 신자유주의자(제프리 삭스가 대표적이었다)들이 보여주었던 통치방식에 따라 재난자본주의, 카지노자본주의, 쇼크자본주의라고도 합니다. 신자유주의는 위기와 혼란 시기(전쟁, 내전, 금융 및 경제위기)에 적용해야 해야 이식이 가능하며, 권위주의적 정부가 민주주의를 오랫동안 정지시킬수록 성공확률이 높습니다.



현대 신자유주의의 탄생지인 독일의 경우 좌파적 버전(사회적 시장경제)이 상당 부분 살아남았고(필자는 독일의 질서자유주의에서 사회주의적 요소와 민주주의가 배제된 것이 우파적 버전으로 발전했다고 본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로 다를 생각이다), 유럽 각국에 사회민주주의(민주적 사회주의, 진보적 자유주의, 시장사회주의라고도 한다)의 형태로도 남아있습니다.



우파적 신자유주의는 영미식 신자유주의라 하며, 최근에는 미국식 자본주의 또는 근본주의적 신자유주의라고 합니다. 이것의 기원은 리프먼, 미제스, 하이에크, 프리드먼, 나이트, 포퍼 등이 참여한 몽페를랭 협회(초기 이름은 액턴-토크빌 협회였다)가 결성됐을 때 구체화된 신자유주의(국가 개입을 극도로 반대하고, 통화주의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 중앙은행의 독립, 자유방임 시장경제와 이를 위한 규제 철폐를 주장하는)가 가장 합리적일 것입니다.





지금 한국을 지옥으로 몰아넣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극우적 버전인데, 권위주의적 정부, 제왕적 대통령, 위계적 재벌, 기득권화한 양당, 노조와 파업 불용, 비정규직 양산, 상시해고, 취업규칙 완화, 최저임금의 악용, 각종 규제 철폐, 경제민주화 회피, 경쟁 중심의 교육, 지역적 차별, 언론의 상업화, 안보 강조, 재난자본주의, 시장 중심의 경제주의, 여성의 상품화, 세대 간 갈등 조장, 소비지상주의, 사법과 인식의 보수화 등이 핵심을 이루고 있습니다(정부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노사정위원회의 합의가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한반도의 역사를 관통하는 사회주의적 요소 때문에 민주정부 10년을 뺀 60년을 내내 극우적 신자유주의를 밀어붙였지만 곳곳에서 저항에 부딪치고 있으며, 박정희 향수에 사로잡힌 37.5%의 고정지지층만 확보한 상태입니다. 이들 중에 한국적 신자유주의의 본질을 이해하는 사람은 0.0001%도 안 되겠지만, 이들의 열성적인 투표 참여로 인해 하위 90%의 돈을 상위 1%로 이전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현재의 한국이 민주주의의 핵심인 정치적 자유도 사회경제적 평등도 최악의 상황에 처한 것도 극우적 신자유주의가 남북분단 상황을 악용해 최대로 번성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재벌 오너도 한 사람의 시민에 불과한데 국회에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이 마치 나라를 망치는 것이라는 인식이 만연된 것도 극우적 신자유주의가 대세를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인 모든 파업에 불법이란 딱지를 붙이는 것이 가능하고, 기업의 경영실패는 노동자에게 전가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나라가 됐습니다. 평등에 기반하는 민주주의가 최소화됐고, 부자감세와 서민증세가 아무렇지 않게 이루어지는 것도 한국적 신자유주의의 성공을 말해줍니다. 한국 현대사를 성공한 자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국정교과서 부활도 극우적 신자유주의가 만연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헬조선에 가깝습니다. 집권세력이 포털을 대놓고 길들이는 독재적 행태가 가능한 것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민주주의를 최소화하는 극우적 신자유주의를 밀어붙이기 때문입니다. 세습자본주의가 정착됨에 따라, 뉴라이트 계열의 부활하는 것은 역행하는 역사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권위주의적 정치엘리트와 위계적 재벌의 경제엘리트가 이끌고 있는 상위 1%가 지배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그 출발은 잘못된 광복의 형태(남북 분단)에 있었고, 이를 이용한 친일부역자들과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맥아더의 오판이 더해졌습니다. 하지만 한국적 신자유주의를 이해하려면 박정희 시절의 압축성장과 IMF 외환위기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IMF 외환위기부터 다루겠습니다.  




10월9일 첫 만남을 가지려고 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청공(靑空) 2015.09.12 18:19 신고

    왜 한국의 신자유주의가 이런 식으로 정착이 되었을까요? 저는 조중동과 재벌, 이승만의 자유당부터 지금의 새누리당까지 이어지는 기득권층(이라 부르는 매국집단, 재난집단)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철학 따위는 없고, 영악함을 제외하고는 지성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그 어떤 것이라도 짓밟고 망칠 수 있는 이들이요. 저는 이념과 체계조차 인간 이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추악한 이들을 잉태한 것은 일제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사회학과의 게오르크 폴만 교수의 전세계 엘리트들의 이동경향성을 추적한 연구에서 한국은 비정상적으로 영미에 편향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미국의 무국가성에 대한 이해없이 문화적 토양과 법과 국가체계가 상이한 한국에 무분별하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신자유주의를 심었습니다. 미국에 자국의 국가기밀을 팔려고 서로 다투는 그 모습은 미국조차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들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국가와 사회의 의사결정에서 이들을 배제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수는 압도적이고, 그들의 금력과 권력 또한 반대진영에 비해서 너무나도 공고합니다.

    제대로 된 후속세대라도 키워야 할텐데... 작금의 교육과 사회가 미래가 요구하는 인재들을 키울 수 있을지... 키우고 있는지조차 의문입니다. 답답하네요.

    • 늙은도령 2015.09.13 03:39 신고

      기본적으로 한반도가 해방될 때 친일 부역자들을 처단하지 못한 것이 컸습니다.
      이 책임은 당시의 미 국방부와 맥아더에 있습니다.
      이들이 너무 안이하게 일본을 판단했고,소련을 끌어들였습니다.
      그때부터 한국은 기회주의자의 천국이 됐습니다.
      더더욱 박정희가 정권을 잡으면서 그것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한국이 친일부역자들은 친미사대주의로 방향을 틀었고 박정희 또한 그것을 철저히 이용해 먹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조중동과 친일 부역자들이 한국의 주요 엘리트가 됐습니다.
      미국 유학파들이 한국을 지배할 수 있게 된 것도 일본이란 나라를 점령한 맥아더의 후원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일제의 교육제도가 그대로 정착했고, 한국의 국가체제가 미국과 일본의 혼합물이 됐습니다.
      여기에 압축성장은 도덕의 필요성을 없앴고 성공만이 살길이라는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많은 것들을 더 이야기해야 하지만 아무튼 한국은 현대로 접어들면서부터 문제가 시작된 것입니다.
      성공지상주의와 경제주의를 거둬내야 다음이 가능합니다.
      이것을 거둬내야 조중동도 친열 부역의 후계들도 몰아낼 수 있습니다.
      한국적인 것과 유럽식 철학, 체제 등을 합쳐야 미래가 있습니다.
      제가 한국적인 것들을 글로 옮기지 않는 것은 유럽을 먼저 이해해야 미국의 문제를 알 수 있고, 그래야 한국 지배엘리트의 문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이런 과정을 거쳐야 제대로 된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글로 옮기기에는 너무 길어 지적공동체가 잘 되면 거기서 풀어야겠지요.
      우리나라에도 철학적으로나 사상적으로 대가들이 나와야 합니다.
      그래서 국민을 각성시킬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합니다.
      동시에 국민들에게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각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대단히 어렵지만 하나씩 풀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최근 많은 움직임들이 있으니 점점 나아질 것입니다.
      최소 10년은 갈등 상황이 폭발해야 미래가 있습니다.

  2. 돼지+ 2015.09.13 00:27 신고

    이게 절대 바뀌지는 않지만 바뀌지않는이상 저희 애들은 대한민국에서 살아갈수 있을까요

    • 늙은도령 2015.09.13 03:43 신고

      제가 보기에는 10년 내로 대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일단 세계적으로 더 이상 이런 식의 경제와 정치가 불가능함을 인정하는 부류들이 늘어났습니다.
      가장 빠른 길은 미국이 바뀌는 것이지만, 아무튼 신자유주의의 폭주는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인터넷이 조금 더 좋은 콘텐츠를 반영할 수 있으면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고요.
      한국은 현대성의 나쁜 점들이 모두 모여 있는 난장판이지만, 그것이 용광로처럼 녹아내릴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준비를 잘해야 합니다.

  3. 참교육 2015.09.13 08:07 신고

    어둠이 짙어진다는 것은 새벽이 가까워졌다는 희망을 말하지요.
    우리사회는 더 이상 물러설수 없는 막장에 가끼워지고 있습니다. 자본은 자기네들의 세상을 구가하지만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는 게 아닐까요? 깨어나야 하는데.... 깊은 잠에 빠진 민중은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합니다.

    • 늙은도령 2015.09.13 23:39 신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자본의 힘이 너무 강합니다.
      그들은 실질적인 면에서 강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명목상의 자본은 마음대로 비판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절대 그런 것이 불가능합니다.
      정치와 사법까지 얽매여 있느니 이것을 극복하려면 어마어마한 힘이 필요합니다.
      헌데 그런 힘을 시민이 만들지 못하니 외부효과가 있어야겠지요.
      문제는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다치는 것이라, 걱정이 앞섭니다.

  4. besso 2015.09.19 01:41

    님 글을 읽다보면 웬지 정토회가 생각이 납니다. 희망의 내음...
    진정한 지식인들과 종교인들이 만나서 좋은 세상을 만들면 참 좋겠습니다.
    다만 인류라는게 원래 탐욕이 근본이라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는 오히려 정화해보자는 식으로 .. 뭐랄까 참회의 마음으로 접근하는게 좋다는 생각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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