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은 문제의 본질보다 인물에, 장소의 공동체보다는 관심의 공동체에 더 높은 위치를 부여한다.


                                                                       ㅡ 로버트 퍼트남의 《나 홀로 볼링》에서 인용




텔레비전의 폭발적 증가는 어떤 매체보다 빨랐고 대규모로 이루어졌으며, 그래서 시청자의 삶의 형태와 인생주기에 천지개벽의 변화를 불러왔다. 대외활동 때문에 TV를 가능하면 적게 보는 고학력자나 일부 계층을 빼면 모든 계층, 인종, 성별, 나이와 상관없이 TV에 종속된 삶과 인식이 급격하게 늘었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TV시청이 줄어들고 있지만, 핵심 콘텐츠의 대부분이 방송이거나 그것에서 파생된 것들이라, TV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TV를 습관처럼 켜놓는 사람들이 많고, 이웃과 단절된 아파트가 많은 한국의 경우에는 TV시청이 더욱 많을 수밖에 없다(아파트 문제룰 정확히 이해하려면 바우만의 《유동하는 공포》와 《쓰레기가 되는 삶》을 참조하면 좋다).



TV가 시청자와 문화에 미치는 부정적인 면을 날카롭게 지적한 닐 포스트만이 《죽도록 즐기기》에서도 나오듯이, TV는 모든 것을 오락화하고 카메라의 각도는 숨긴 채 시청자들을 “문제의 본질보다 인물에” 집중하도록 만들고, “장소의 공동체보다는 관심의 공동체에” 빠져들게 만들어 현실을 왜곡한다.



이런 방식으로 시청자의 인식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고, TV에서 보여주는 대로 믿게 되고, 세상을 이해하는 시각이 종속되기 마련이다. 전달의 방식이 선정적이고 반복적이며 폭력적일 때는 인식의 세뇌와 시각의 왜곡이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리모콘만 누르면 다른 채널이 나옴에도 고정시청자가 됐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특히 극우 편향적 TV조선과 채널A, MBN 등의 종편이 등장한 이래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해졌고, 60대 이상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정원 댓글사건, 세월호참사, 메르스대란, 국정원 사찰논란, DMZ 지뢰폭발, 역사교과서 국정화, 위안부협상, 미군의 탄저균 실험 등도 이들을 거치면 문제의 본질이 사라지고 선정적으로 소비된 후, 종북 타령과 친노 비판을 거쳐 박근혜에 대한 동정과 무조건적인 충성으로 이어진다.



이런 공식은 박정희 시대의 향수를 끌어내고, 현란하고 빠르며 생소하고 마뜩찮은 21세기 방송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70대 이상의 노인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정보나 뉴스 전달의 방식도 문제의 본질보다 인물을 강조해서 재미있고, 계속해서 되풀이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쉬운 정치라는 관심의 공동체를 제공해준다(세뇌의 전형적인 과정)



진보정당의 문제는 전체의 문제인양 극대화하고, 보수정당의 문제는 개인적 일탈인양 최소화한다.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북한의 동향을 앞뒤로 배치해 편향된 인식을 유도하고, 잘못된 내용이나 가공된 보도를 내보내 사실과 진실의 문제를 개인적 선호의 문제로 바꿔놓는다. 이렇게 해서 60대 이상에게는 정치가 실현해야 할 사회적 정의라는 것이 옳고 그름이 아닌 좋고 나쁨의 문제가 된다.  





세상의 중심에서 작은 방으로 삶의 공간이 줄어든 노인들에게 종편은 세상의 중심으로 돌아가는 에너지를 제공했고,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것이 쌓여서 그때그때의 표면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여론 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고, 작은 조작에도 60대 이상의 여론이 극단적으로 들끓었다. 박근혜의 콘크리트지지층은 이런 과정에서 견고해지고 가족과의 불화도 마다하지 않는다.



TV에서 그들의 경험과 잊혀진 시절의 얘기가 흘러나오고,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세상의 변화가 걸러진 채, 그들만의 관심의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마당이 제공됨에 따라 그들의 정치적 삶은 회춘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렇게 여론이 형성됐고, 정치적 힘으로 표출됐고, 시대를 되돌리기 시작했고,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와 집회의 폭력적 진압, 위안부협상도 밀어붙일 수 있었다. 



60대 이상의 종편 의존도는 더욱 커졌고, 정치에 관심이 많은 우파 성향의 50대 이하에게로 퍼져나갔다. 1% 전후의 시청률에 허덕이던 종편에게 확고한 시청대가 형성됐고, 시청률이 높아짐에 따라 종편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고, 형편없었던 광고수주가 늘어났고,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게 된다. 종편의 사실왜곡과 선동정치는 나치의 괴벨스를 떠올릴 만큼 극단으로 치닫는다. 





이에 따라 지상파3사의 시청률이 떨어졌고, 광고수주액이 줄어들었고, 최근에는 편성과 보도(특히 MBC)에도 영향을 미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조중동을 구독하는 비율이 높은 각종 음식점들이 종편을 트는 비율이 높아졌고, 이런 경향은 영남을 거쳐 충청과 수도권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런 과정에서 호남의 정서도 흔들리기 시작하고,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구별하기 힘든 세상이 창출된다.  



60대 이상에 초점을 맞춘 극단적인 전략 때문에, 하루 종일 종편을 틀어놓는 시청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케이블방송의 약진까지 더하면, 대한민국의 방송생태계와 여론환경은 극도로 왜곡되고 우측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평균수명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종편의 약진은 한국의 정치를 고령화하고 기득권화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실체도 없는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믿을 수 없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문재인이 악전고투를 해야 하고 인물 영입이 생각보다 더딘 것도 이런 방송생태계가 불러온 결과다. 박근혜 3년이 이명박의 8년으로 대체해도 별로 이상할 것이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P.S. TV조선과 채널A, MBN은 나열한 순서대로 1950년대 메카시즘 광풍이 몰아쳤던 미국의 방송계와 최근의 폭스TV를 롤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MBC의 종편화와 KBS의 정권방송화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이들은 극우 성향의 시청자만 잡아도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정권이 바뀌어도 우파에 대한 욕구는 충분하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에 지극히 편파적이고, 선정적이며, 신자유주의적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5.08.14 08:34 신고

    따지고 보니 저도 매일 TV를 보며 사는군요
    종편은 JTBC외에는 보지를 않습니다

    TV도 골라서 보면 나름 훌륭한 정보 습득을 할수 있는데
    그 골라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 늙은도령 2015.08.14 17:04 신고

      TV를 잘 이용하고 유용하게 쓰면 되는데 그렇지 못한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노인들은 종편의 노예로 변질되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2. 참교육 2015.08.14 09:04 신고

    건강문제를 주제로 달니까 식당이나 공공기장소에서 켜 놓더군요.
    종편의 병폐 우리사회의 암덩어리입니다.

    • 늙은도령 2015.08.14 17:05 신고

      네, 어떻게든 폐방시켜야 하는데 그럴 힘이 없으니...
      노인들이 정치에 적극적이라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3. 바람 언덕 2015.08.14 09:57 신고

    왜 이명박과 새누리당이 최시중을 앞세워 종편을 만들었는지
    그 이유가 극명히 드러나는 요즈음입니다.
    이번에 한국 갔을 때 놀랐는데, 어른들은 아예 TV 조선을 달고 사시더군요.
    그러니 세상이 바뀌지 않는 것이겠죠. 이번에 저는 조선 보면 연을 끊겠다고 단단히 단도리를 하고 왔습니다만...
    정말 문제가 심각합니다...

    • 늙은도령 2015.08.14 17:06 신고

      네, 정말 심각합니다.
      정치에 목소리를 내지 않던 노인들이 이제는 큰 소리를 냅니다.
      이분들에게 정치는 과거를 회상시키고 살아있다는 증거처럼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를 종편이 조정하고 있고요.
      고정시청자가 늘고 있습니다.

  4. 아이스킹 2015.08.14 13:04

    즐길만한 취미도 갖지 못하고 늙어 버린 노인들이 남는 시간에 할 일이란 티비 보기 밖에 없습니다. 어찌 보면 노인들도 불쌍하죠. 평생을 일했지만 결국 종편이나 보면서 삶을 즐겨야 하는 것들이 말이죠

    • 늙은도령 2015.08.14 17:08 신고

      그래서 악순환에 빠져버립니다.
      답답한 노릇이지요.
      노인들도 정반대의 선택을 해야 말년이 행복한데, 인간이란 자존심이 있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 행복해집니다.
      종편이 노린 것이 바로 그것이고요.



국정원 출신의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로그파일 원본이 공개되면 (이름만 되도 알 수 있는) 사람이 죽는다고 말했다. 특정 인물의 미래를 예측하는 그의 능력이 놀라울 따름이지만, 국가안보와 직결된 정보가 여당의원에게만 제공될 수 있는지, 그 법적 근거부터 밝혀야 한다.





국정원에 따르면 국가안보와 직결된 감청 업무를 자살한 직원이 혼자서 도맡아 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 내용을 이철우가 알 수 있는지 그것부터 밝혀야 한다. 자살한 직원이 그의 정보원이 아니라면, 국가안보와 직결된 정보를 이철우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은가?



국정원이 내놓은 해명은 곳곳에 구멍이 뚫려있는데, 유독 이철우만 그 구멍의 내용까지 속속들이 꿰뚫고 있으니 그것이 가능한 이유부터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판이다. 국정원은 대통령에게만 보고하는데, 그 자리에 이철우가 함께 있기라도 했단 말인가?



아니면 국정원이 대통령에서 이철우 소속으로 바뀌기라도 했다 말인가? 하나에서 열까지 비정상도 이런 비정상이 없다. 박근혜 정부가 하는 일 중에 정상적인 것이 거의 없지만, 국가안보와 직결된 중차대한 정보를 유독 이철우만 알고 있는 것만큼 비정상적인 것도 없다.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해킹 및 감청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감청하는 것까지 자살한 직원이 도맡았다는 것(처음에는 단순기술직이라 했다)도 웃긴 얘기지만, 이철우가 연일 내놓고 있는 발언들은 국정원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그는 청와대로부터 국정원 관련된 정보가 담겨 있는 밀봉된 봉투라도 받았을까?



국가안보와 직결된 국정원의 일급비밀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이철우를 국가원수에 준하는 철통경비로 지켜야 할 것 같다. 만에 하나 그가 북한이나 국민이 모르는 적성국에 납치되기라도 하는 날에는 국가안보는 끝장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유명인사가 목숨을 잃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국정원의 사찰논란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인 것들로 점철돼 있다.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만큼 설명이 불가능한 것들로 거대한 녹조를 이루고 있다. 과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경찰의 마티즈 재연 영상까지 박근혜 정부의 대한민국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국가로 추락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승적 결단으로 국정원 청문회를 여당에 양보했다는 문재인 대표의 한가한 인식과는 달리, 대다수 국민들은 국정원 사찰논란을 철저하게 밝히기를 원한다. 박정희의 중앙정보부에서 박근혜의 국정원까지 국민 사찰에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 정보기관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더더욱 진실규명을 원하고 있다.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철우가 밝혀라, 어떻게 해서 국정원 사찰 논란에 관계된 정보를 혼자서 독차지할 수 있게 됐는지? 국정원에 불법적인 끄나풀이라도 있는지? 자살한 직원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받기라도 한 것인지? 대통령만 보고 받을 수 있는 정보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 그것부터 밝혀라. 



P.S. 이철우의 발언은 국민을 상대로 한 공갈·협박에 다름 아닙니다. 미국에 가서 정신 나간 발언이나 쏟아내고 있는 김무성까지 더하면 새누리당의 생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국정원 사찰논란을 어디까지 밝힐 수 있는가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바람 언덕 2015.07.29 08:22 신고

    어쩜 레퍼토리가 바뀌지도 않고 늘 한결같은지...
    북한이 없으면 하루도 정권이 유지되지 못하는 반쪽짜리 수구정권이
    나라를 아예 거덜내고 있습니다.
    갖은 패악질에도 내리 찍어주는 40%의 국민들도 역시 공범입니다.

    • 늙은도령 2015.07.29 15:41 신고

      답답해요.
      박정희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분들이 그들의 후손들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그분들보다 더 많은 유권자를 투표소로 이끌어낼 야당이 필요한데...
      언론이 아예 그 가능성을 틀어막고 있으니.

  2. 공수래공수거 2015.07.29 08:25 신고

    매일을 개그쇼를 보며 살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에서 살아야 됩니까?

    • 늙은도령 2015.07.29 15:42 신고

      정말 막장의 극단까지 왔습니다.
      종편의 등장이 이렇게까지 세상을 개판으로 만들었네요.
      국정원이 마음대로 해도 될 정도로.....

  3. Cong Cherry 2015.07.29 08:57 신고

    하는짓 또하고 했던짓 또하고 해봤던거 또해도 이슈는 잠시뿐이라... 에휴...

    • 늙은도령 2015.07.29 15:43 신고

      언론들이 모조리 틀어막고 있어서 야당이 배제되고 있습니다.
      국민도 함께.
      민주주의가 무너질 수밖에 없지요.

  4. 『방쌤』 2015.07.29 10:32 신고

    정말 들려오는 소식 하나하나가 어이가 없어 뒷목을 잡게 만듭니다
    얘들을 정말 어떻해야 할까요...

  5. 일본의 케이 2015.07.29 11:57 신고

    한국이 언제나 좀 제대로 된 짓을 할까요. 안타깝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 늙은도령 2015.07.29 15:45 신고

      국민들이 너무 자발적 복종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오로지 자신에게만 함몰돼 있습니다.
      그럴수록 더욱 피해를 보는데 싸울 의지도 없는 것 같습니다.

  6. 耽讀 2015.07.29 12:23 신고

    박그네는 무책임대통령입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단 한 번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말하지 않습니다. 부정합니다.
    유리한 것은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홍보합니다.
    이런 자가 지지율 30%대 중반입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 늙은도령 2015.07.29 15:45 신고

      박정희 망령에 사로잡힌 분들입니다.
      그분들은 평생을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바뀌지 않습니다.
      박근혜가 제멋대로 할 수 있는 이유이지요.

  7. 중년도둑 2016.11.03 15:51

    개인이 왜 국가 권력을 좌지우지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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