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선호도에서 1위를 기록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의 경우 가장 민주적이고 서민적인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좋아합니다. 한국의 대통령에게 주어지는 권력이 제왕의 수준인데 노통은 그런 공적인 권력(검찰, 국정원, 감사원, 국세청 등)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얻기 위한 반칙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서민을 찍어 누르는 특권을 행사하지 않기 위해 제왕적 권력의 유혹에 저항했습니다.





이런 민주적이고 서민적인 성향 때문에 노통은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땅의 정치세계란 기득권의 이익 나눠먹기의 장이었는데(이명박근혜 7년 동안 더 심해졌다) 그런 기울어진 운동장과 일그러진 세계를 거부했던 노통을 그들이 그냥 나둘 리가 없는 것이지요. 노통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탄핵까지 당했던 것이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노통의 4대개혁입법과 수많은 정책들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기득권(거대노조도 기득권이었다)의 반발이나 언론의 왜곡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이 땅의 서민들이 모두 다 진보 성향일 수 없고, 미래세대도 그럴 수 없는 일이어서 좌우를 아우르는 정책을 펼쳤지만, 이 때문에 좌우로부터 인신공격을 넘어 정신병자 수준의 비판을 들어야 했습니다. 





당연히 그 선두에 조중동과 뉴라이트, 대형교회와 새누리당이 있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요. 그런 기득권 세력의 담합된 공격 앞에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그리 큰 방패막이 되지 못했습니다. 집권 1년차에 이미 팔과 다리가 묶여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들마저 이행할 수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노무현 때문이라는 말이 유행됐고, 황우석이 주도한 희대의 사기극도 노무현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에서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노통은 이를 기꺼이 받아들였지만, 최소한 조중동과 뉴라이트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그의 비극적인 죽음까지 이어지는 단초가 됐지만, 수많은 국민들에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기득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과 세력이 누구인지 분명하게 인식시켜주는 전기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서민의 언어를 고집했던 노통의 마지막이 큰 울림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연민의 정만은 아닙니다.     





기득권의 노통 때리기는 서민으로 돌아온 그를 죽음으로 내몰 때까지 계속됐고, 600만 명에 이르는 국민들이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지만 노통 때리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 시기에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잘리고 죽었고 비정규직이 됐고, 부동산 폭등으로 중하층의 재산가치가 하락하고 중상층은 더 부자가 돼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말한 정동영의 발언(거짓말이다)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노통의 정치인생은 늘 기득권의 특권과 반칙에 정면으로 부딪치는 뚝심이자 몸부림이었고, 거의 대부분 자신만이 피투성이가 되는 혈전이었습니다. 노통은 진보 성향의 정치인이 대통령이 됐을 때 높은 최저임금 인상과 종부세 도입, 국토균형발전, 부동산거품 제거 등을 통해 부의 재분배를 완화시키는 일들이 가능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부와 기회를 독점하고 있던 기득권에게 불리한 것이었지만, 그 때문에 국가경제의 근간인 기업마저 무너지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기 때문에 성장에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 사이에 모순이 발생했고, 정책적 혼선도 발생했습니다. 지금에도 거짓말이지만, 그때는 더더욱 거짓말이었던 삼성공화국이란 말이 유행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노통은 또한 보수정부들이 방치했던 국방과 외교의 자주권을 회수하려 했지만, 그를 위해서는 이라크파병과 한미FTA 체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 등도 추진해야 했습니다. 탄핵 정국을 국민의 힘으로 되돌릴 수 있었지만, 그때 입은 내상이 임기 내내 노통의 발목을 잡았고, 열린우리당의 분당 사태는 치명적이었습니다. 





노통이 퇴임 후에 가장 후회했던 것이 불완전한 비정규직법 제정과 함께 우루과이 라운드의 결정이 되돌릴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고 생각해서 쌀개방과 관련해 농민의 이익을 지키지 못했던 것(필자도 이것 때문에 노통에게 온라인 상에서 비판했었다)이었음은, 두 명의 농민이 쌀개방 반대시위 중 경찰의 무력진압에 목숨을 잃은 것에 대한 대국민사과문에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러나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입니다. 정도를 넘어서 행사되거나 남용될 경우에는 국민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매우 치명적이고 심각하기 때문에 공권력의 행사는 어떤 경우에도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므로 공권력의 책임은 일반 국민들의 책임과는 달리 특별히 무겁게 다루어야 합니다. 이 점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모두에게 다시 한 번 명백히 하고자 합니다. 



인권변호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권위원회의 위상을 최고로 높여 인권후진국에서 선진국에 들어설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지금은 투표권도 상실한 후진국으로 떨어졌습니다). 자신이 조중동의 희생양(퇴임 이후에는 모든 언론의 먹잇감이 됐다)이었으면서도 언론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유지함으로써 국정 운영이 힘들었지만 언론의 자유도를 사상 최고로 끌어올려 민주주의를 강화시켰습니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저력이 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노동계가 극렬하게 반발했던 비정규직법(김영란법처럼 국회에서 누더기가 원래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을 강행한 것도 수면 밑에 있는 것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만 정치의 핵심의제가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비정규직법 발효 후에 정규직이 된 비율은 그 이전보다 높아졌고, 비정규직의 실상이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비정규직법의 재개정과 노동자의 권리 강화는 다음 정부의 몫이었지만, 다음 정부는 아예 친기업적인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들고 나와 권력을 잡았습니다. 비정규직법의 악용이 너무나 용이했고, 한발 더 떠 노조의 무력화를 위해 집요한 탄압과 악랄한 와해공작을 벌였습니다. 이런 추세가 극에 이르러 ‘정규직 과보호론’까지 대두됐습니다.





문화계가 반대했던 스크린쿼터제 축소도 문제의 소지가 충분했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대기업이 제작부터 공급까지 독점하는 것이었습니다. 노통으로서는 문화대통령이었던 김대중의 정책을 보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서 최상의 조건을 끌어내기 위해 영화계의 희생을 받아들은 것은 통치행위이기 때문에 비난만 할 일도 아닙니다.



노통이 했던 일을, 참여정부가 진행했던 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후의 변화를 객관적인 수치와 분석을 통해 살펴보면 노통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잘못돼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조중동과 새누리당, 뉴라이트와 대형교회가 확대재생산한 노통 죽이기 및 흔적지우기가 성공한 것입니다. 문재인은 이런 결과가 가능했던 것이 노통과 참여정부의 한계였기도 했지만, 새누리당이 선점하고 있는, 하지만 사실과 다른 통념에 있다고 본 것 같습니다(2부로 이어집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어니화이트 2015.04.01 20:44

    청년세대로써 중동으로 조카들을 수출하려하는 박근혜씨와 농부의 마음으로 자손들을 꼼꼼하게 육성하려고 애쓴 노무현대통령은 극명하게 비교됩니다
    양김대통령은 어찌보면 정치적 기틀을 세웠고
    2mb씨는 황제로 군림하는 칼있음을 보여주었죠
    국민에 대한 정을 버린 국가는 감정적 정서적 통치를
    하지않는 편이 솔직한것같습니다

    • 늙은도령 2015.04.01 21:43 신고

      국가는 국민의 것인데, 정부는 그것을 부정하기 일쑤입니다.
      노무현은 대통령으로서 좌우를 모두 아우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물론 진보적 정책을 많이 펼쳤지만 국민 전체를 살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로서 하나의 모범적 모델이 됐습니다.
      기득권의 나라는 민주주의가 될 수 없습니다.
      아쉬운 것은 노통도 그 기득권의 벽은 넘지 못했습니다.
      문재인이 그래서 새로운 방식을 들고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2. 팍쉰보병 2015.04.01 23:47

    국민들은 운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노무현 대통령각하의 서거 이후에도
    그 분에게 '바라는 바'가 끝이 없나 봅니다. 그 분을 지켜주지 못했고,
    지금도 그 분의 모욕받음을 방치하며 쥐새퀴같은 사기꾼을 지지하는
    '양심불량' 범죄로부터 자유스럽지도 못하면서 말씀입니다...

    노대통령 각하께서 '구 시대의 마지막 대통령'으로 마무리를 못하고
    돌아 가셨으니, 그 바통을 이어야 할 문재인 대표님의 처지가 몹시
    안쓰럽습니다. 하지만 노짱처럼 문대표님도 자신을 희생하여
    얼치기 백성들을 살리는 분이었으면 ~ 하고 염치없이 바라게 됩니다.

    도령님의 냉철하심과는 달리 저는 노무현 대통령각하께서 민주주의
    '맹신(盲信)'의 선도자이자 당신 자신의 그 교리에 희생당하신 자가당착의
    지도자가 아니셨나 회한해 봅니다.

    그것만이 절대가치는 아니겠지만,
    또 평생을 그 '별'자랑으로 빈대붙어 먹고사는 파렴치한들에게는
    혐오감을 느끼는 입장이지만, 적어도 이타심(利他心)으로 독재에 항거하고
    민주주의를 고수하고자 많은 고난과 핍박을 겪고 개인의 인생마저 뒤틀려 버린
    선도자분들을 마치 개 닭보듯 외면하는 '궁민성'의 만연에 학을 뗍니다...

    문재인 행보의 매 걸음에는 거리의 민주투사일 수 없는 '제도권 정치인'으로서의
    입장과 성질난다고 주먹을 휘두를 수도 없는 - 이 점, 문재인은 영악(?)하다
    느낍니다. - 처지에서 지략을 다해 최선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노통을 뛰어넘는 대통령으로서의 기대감과, 야성의 상실에 대한 우려감을
    동시에 가지면서도 그의 성실함 진정성과 얄팍한 이해타산과는 차원이 다른
    인간적 깊이를 신뢰하면서 도령님같은 지성의 문재인 대표에 대한 신뢰에
    기쁨을 느낍니다 ~ ^^;

    [ 좋은 글과 그르침에 항상, 감사를 드립니다...
    도령님의 말씀은 '앵무새' 교수들과는 확연히 다른 그 무엇인가를
    마음 속에 주십니다... 꾸 ~ 우 뻑 ! ~ ]

    • 늙은도령 2015.04.02 00:23 신고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한 노통의 이해는 세계 어느 지도자보다 높았습니다.
      제가 아는 한 노통 같은 지도자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듭니다.
      님의 생각처럼 민주주의에 대한 맹신일수도 있지만, 사실 민주주의는 국가라는 것과 연동해서 볼 때 그 이상일 수 없는 체제입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정치학자들조차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너무 형편없습니다.
      그들은 마키아벨리적 정치와 민주주의를 교차하면서 국가라는 존재에 갇혀 헛발질을 하기 일쑤입니다.
      철학의 부재와 논리의 천박함이 마키아벨리적 정치를 통해 민주주의를 최악의 것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의 정치가 낮은 수준에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빨리빨리와 함께 마키아벨리적 정치를 너무 폭넓게 수용하는 문화 때문에 우리는 노통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문재인은 그것을 가장 오래도록 옆에서 지켜보며 경험했던 사람이었으니, 그 굴곡의 순간마다 많은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하늘의 뜻인지 모르겠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과 군, 권력기관들의 불법개입 때문에 패배한 것이 노통의 마지막과 연결되는 것이 문재인으로 하여금 커다란 성찰을 주었다고 생각함니다.
      저도 문재인이 이렇게 정면돌파를 택할 줄 몰랐습니다.
      그러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보다 자세한 것은 2부에서 다루겟습니다.

      저도 그래서 문재인처럼 통념을 깨부수기 위한 글을 쓸 생각입니다.
      근현대사 연재도 그런 것이지만, 문재인을 보면서 저도 한 수 배웠다고 할까요.
      아무튼 지금까지는 더없이 잘하고 있습니다.
      노통이 문재인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나고 있습니다.

  3. 공수래공수거 2015.04.02 09:21 신고

    노 대통령 이후를 잘 계승햇어야 하는데
    참 아쉽습니다...
    자업자득이기도 합니다 ㅡ.ㅡ;;

    • 늙은도령 2015.04.02 17:41 신고

      정동영이 후보가 되지 말아야 했습니다.
      기득권이 노무현과 참여정부 출신을 짓밟는 바람에 그럴 수 없었다는 것이 회한입니다.
      이명박은 대한민국을 완전히 망쳐놓았고, 박근혜는 종지부를 찍으려 합니다.

 


결국 세월호 유족들과 특별법 제정이 조중동의 프레임에 갇혔다.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 온 나라를 뒤흔들 초기에는 국민의 분노에 편승했던 조중동은 유병언과 구원파가 전면으로 부상한 이후로는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논조가 급격히 바뀌었다. 특히 그들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었던 문창극이 청문회에 서지도 못한 채 물러나자 세월호 참사의 출구전략으로 세월호 유족과 특별법 제정에 그들 특유의 프레임을 덧씌웠다. 



필자는 두 회에 걸쳐 조중동 프레임에 갇힌 세월호 유족과 특별법 제정에 대해 다루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이번 글에서는 세월호 유족과 특별법 제정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다루어 봄으로써 조중동 프레임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밝히고자 한다. 전 국민적 위로를 받던 희생자와 희생자 유족들이 지금은 어떤 처지로 내몰리고 있는지, 왜 단원고 학생들이 도보행진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속내를 살펴보고자 한다.  


                                             시민들이 단원고 학생과 함께 했다ㅡ시사IN에서 인용



조중동의 프레임은 세월호 참사에 있지 않다. 그들의 목표는 보수 세력의 정권재창출에 있다. 어차피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들이 원하는 미래의 어떤 지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들은 세월호 참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보수 세력이 재집권할 수 있는 정치적 동력을 창출하는데 있다. 그러려면 세월호 참사의 피로감에 젖어 있는 보수 세력의 목소리를 강화하고 노출 빈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보수 성향의 언론과 일베로 대표되는 인터넷 사이트, 보수단체 등이 동원돼 세월호 유가족을 공격하고 왜곡하고 폄하한다. 이들은 세월호 유족들이 보상금과 단원고 학생들 특례입학 등을 받아내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떼를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중동 등의 보수 언론과 제도권 방송들은 단원고 3학년과 2학년 전원이 정원 외 특례입학을 받게 됐다고 보도하면서, 이것이 세월호 참사의 대가인양 묘한 뉘앙스의 보도를 내보낸다. 



단원고 2~3년 학생들 전원의 특례입학이란 세월호 생존자 가족과 희생자 유족 사이에 작은 틈을 만들 수 있는 조심스러운 사안이다. 생존자들은 특례입학이 굳이 마다할 것은 아니지만, 친구와 후배와 형제들의 희생의 대가로 받은 것이라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반대로 희생자 유족들은 이미 죽은 아이들에게 특례입학이란 아무런 의미도 없을 뿐더러,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을 통해 진상규명을 하려는 노력이 빛을 바랠 수 있어 대놓고 반대하기도 조심스러운 사안이다.



                                                               YTN 방송화면 캡처



희생자 유족들은 단원고 2학년의 특례입학은 환영하며, 이런 결정을 내려준 것에 고마워한다. 하지만 고3의 경우는 다르다. 그들이 겪었을 스트레스는 분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유족들은 동생이 희생자일 경우에 한해 정원 외 특례입학이 주어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원하는 대학을 스스로의 힘으로 갈 수 있는 일부 학생들은 정원 외 특례입학을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의견이 갈리기 시작하면 조중동의 프레임이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거의 모든 언론과 방송이 단원고 학생들이 대단한 혜택을 받은 듯이 보도하며, 이쯤에서 세월호 출구전략에 들어가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지 않겠냐며 보수 성향의 국민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비난을 일삼는 일베의 폐악질이야 무시한다고 해도, 세월호 유족과 생존자 가족, 단원고 학생들이 희생자들의 죽음을 대가로 순탄한 미래를 보장받은 듯이 부풀린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하지 못하는 청춘들이 넘쳐나는 데도 말이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물론 보수 세력과 제도권 언론, 보수화된 거대 양당은 세월호 정국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한다. 정치가 복원돼 다시 권력이 주는 각종 특혜를 누리려면 기득권 세력들을 옥죄는 세월호 정국에서 벗어나야 한다. 7월 재보선에서 승리하고 선거가 없는 2년 동안 세월호 참사를 핑계로 그들이 원하는 형태의 국가로 대한민국을 개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인양에만 2년 정도 걸린다ㅡKBS 방송화면 캡처



물론 세월호 인양까지, 새로운 시신이 발견될 때마다 세월호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겠지만, 지금처럼 모든 기득권 정치를 무력화하며 국민의 관심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세월호 참사의 책임이 현 집권세력만이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에게도 있기 때문에, 7월 재보선 승리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지닐지 알 수 없다는 점이 거대 양당이 세월호 정국을 빨리 끝내고 싶은 이유 중 하나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조중동을 비롯해 제도권 언론과 방송들이 세월호 특별법 관련 보도를 내면서 양당의 이견 차이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실제 유족들이 만든 특별법의 내용에 대해서는 일체 다루지 않는다. 세월호 유족들이 아니라 7월 재보선 지역의 유권자들에게 우리는 이처럼 국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희생자와 생존자 모두에게 최대의 혜택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에서 인용



하자만 세월호 유족들이 만든 특별법의 내용을 보도하면 상황이 180도 달라진다. 유가족대책위원회에서 내놓은 입법청원에는 피해자 전원에 대한 의·사상자 지정과 대학 정원 외 특례입학에 대해 아무런 의견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입법청원하려는 특별법의 핵심은 처음부터 끝까지 세월호 참차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에 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조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죽은 자식들과 생존자 아이들을 특별하게 다루어주는 것보다 침몰의 원인을 밝혀내고, 책임자를 문책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를 개조하는데 목적이 있을 뿐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원칙을 세우는 일이며, 갈라진 국민들 간에 다시 신뢰를 정착하는 일이다. 세월호 참사와 연관된 모든 것들을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면서 대한민국이 얼마나 섞었고 부패했으며 무능하고 무책임한지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에 수사권이 있는 세월호 특별법이 필요하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기업의 탐욕 앞에 국민의 생명은 하찮은 것에 불과했고, 기득권들은 정부에서 현장의 구조요원까지 이익을 중심으로 얽히고 섥혀 있었다. 자신들도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일만 했지 무엇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알지 못했다. 신자유주의의 폐해니, 1 대 99 사회의 도래니, 점령하라 2012 같은 슬로건들이 먼 나라 얘기처럼 들렸을 뿐 그것이 자신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깨닫지 못했었다. 



                                                               이투데이에서 인용



유가족대책위원회에서 입법청원한 특별법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 알게 된 이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 그 동안은 조중동과 방소3사, 종편에서 보도하는 내용들이 사실이며, 진실에 가깝다고 믿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쌔빨간 거짓말임을 알게 됐다. 몇 만 원씩 돈을 주거나 상품권, 경품과 무료구독 때문에 조중동을 받아보았지만 이제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게 됐고, 유족들에게는 수사권이 있는 세월호 특별법이 필요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조중동과 제도권 언론과 방송들이 이를 다루지 않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거대 양당의 대표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합의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에게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것이 진정한 문제는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동력이 레임덕 수준에 이른 지금, 코앞에 닥친 7월 재보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여기서 승리해야지 다음 번 총선과 대선도 기대할 수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들어 있는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면 세월호 정국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수화된 거대양당이 조중동이 덧씌운 프레임을 깨뜨리지 못하고 7월 재보선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은 7월 재보선 승리가 중요하지 세월호 특별법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국회를 무시하는 세월호 유족들이 탐탁지 않은 것은 조원진과 심재철 의원이 충분히 보여줬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이 땅의 모든 기득권은 세월호 참사의 당사자들과 피해자들에게 어떤 혜택들이 주어지는지 알려주는데 초점을 맞춘다. 아주 심하게 표현하면 아랫 것들은 위에서 던져준 고기덩어리라도 받아먹고 입 닥치고 있으라는 뜻이다. 독점구조 유지하고 있는 거대 양당으로서는 그들의 기득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이나 세력이 나오지 않는 이상 세월호 특별법은 7월 재보선 이후에 고민해도 충분하다.  


     

                                     광화문에서 단식농서 중인 세월호 유족ㅡ민중의 소리에서 인용


참으로 답답한 것은 이런 거대 양당과 기득권의 행태에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세월호 참사 피로감에 빠져 있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조중동 프레임에 따른 이런 흐름이 7월 재보선에서 거대 양당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결과가 나오면 최상이다. 새누리당이 압승하면 세월호 정국은 출구전략의 끝에 이르게 된다. 



향후 2년 동안 선거가 없기 때문에 이 땅의 기득권들이 세월호 출구전략을 종료하면, 국민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모든 국민에게 자신의 이익에 집착하라고 가르치는 신자유주의 통치술은 국민 개개인에게 방임에 가까운 자유를 주지만, 그 넘쳐나는 자유를 통해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승자가 되는 유일한 길임을 뿌리깊게 인식시킨다. 무의식 속에서도 자신의 이익에 민감하게 반응하다록 만드는 것이 신자유주의 통치술의 핵심이다. 



세월호 출구전략의 핵심이 상당한 수준의 보상금과 특례입학처럼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이득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도 신자유주이적 통치술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단원고 학생들이 안산에서 여의도까지 1박2일에 걸친 도보행진을 한 것이며, 세월호 유족들이 광하문과 국회 앞에서 단식투쟁에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언론과 방송도 이것에 관해서는 보도하지 않는다, 스케치처럼 흝고 지나갈 뿐. 

 

  1. 참교육 2014.07.17 20:20

    국민들 제발 정신 좀 차렸으면....
    가해자, 마피아들이 누군지 알아야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2. 정락인닷컴 2014.07.17 21:14 신고

    저는 세월호가 침몰한 다음날인 4월17일부터 9일 동안 진도에서 취재했습니다.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먹고 자면서, 거기에서 일어났던 거의 모든 것을 지켜봤습니다. 지금도 그곳에서 봤던 아픈 기억들이 가슴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세월호 유족들을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의 아픔과 그들의 고통을 아무렇게나 해석하면 안 됩니다. 그들은 가족을 잃었습니다..

  3. Croaton 2014.07.17 21:58 신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아마도 이 글이 인터넷 상의 마지막 댓글이 될 거라고 예감합니다. 그런데 아름다운 댓글이 아니라 분노의 댓글이 될 거라는 사실이 저를 슬프게 합니다.

    아마도 조.중.동은 누군가가 나서서 몽땅 다이너 마이트로 폭파시키던지 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이건 현실적으로 될 확율이 없다고 보고요. 국민들이 깨어나면 좋겠지만 그것 역시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인간이란 묘한 구석이 있어서 진실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자기가 편하냐 아니냐를 따지니까요. 이렇게 어리석다 보니까 만날 당하는 거지만..

    다음으론 기득권층들이 자기들 스스로 자멸하는 겁니다. 부패도 정도가 심하면 코가 괴롭거든요. 로마가 스스로 멸망했듯이... 기득권층들이 스스로 멸망하는 겁니다. 사실 지금 상황은 거기에 아주 근접하고 있다는 느낌도 듭니다.

    다른 것 또 한 가지는 다음 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나 또는 그에 버금가는 확실한 인물이 대통령이 되고 그 인물은 정조의 이성과 연산군의 광기를 같이 갖춘 인물로서 모조리 쓸어버리는 겁니다. 전 이걸 김대중 대통령이 할걸로 믿었었는데.. 천주교의 사랑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실망감만 엄청 컸었드랬습니다만..

    그러나 산 너머 산이라고 다음번 대통령이 진보적인 대통령이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쓰다 보니까 정리가 안되네요.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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