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의 경쟁적인 세계에서 다수의 패자들이 떨어진 이삭을 줍는 동안, 성공한 자들은 식탁 위에 차려진 이익들을 쓸어 담는다. 바로 유연성이 그러한 시장을 형성하게 하는 핵심 요소다. 위계적인 명령 체계를 통해 이익금을 분배해주는 관료주의적 체계가 없는 곳에서는 이익이 권력을 지닌 최고위층에게로 돌아가고, 규제가 없는 체제에서는 모든 것을 장악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이익을 차지하게 된다. 유연성은 이렇게 승자만을 위한 시장을 만들어 불평등 현상을 심화시킨다.






위의 인용문은 리처드 세넷의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에 나오는 내용으로, 박근혜가 노동5법의 국회 통과를 닥달하는 이유가 무엇을 위함인지 분명하게 말해줍니다. 박근혜의 노동시장 개혁(노동유연화)이 모든 근로자의 비정규직화로 귀결될 것이라는 사실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신자유주의가 한 일이란 사측(오너와 최고경영진, 대주주와 정치브로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착취를 유연하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필자가 빨긴 색으로 강조를 준 ‘위계적인 명령 체계를 통해 이익금을 분배해주는 관료주의적 체계’란 근무연속에 따라 자동적으로 호봉과 복지후생비가 올라가는 정규직 임금체계(연공서열제)를 말합니다. 비정규‧임시직 체계에서는 존재하지 않은 정규직 임금체계는 자본과 사측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골치 아픈 고정비용의 상승을 의미합니다. 최소 3년은 이어질 경제위기를 핑계로 인건비 절감에 나선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신자유주의 40년 동안 사측은 핵심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를 아웃소싱하고, 자동화를 통해 비정규‧임시직을 늘렸으며, 노동유연화를 내세워 상시적 정리해고가 가능하도록 만들었지만,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 임금체계는 워낙 저항이 심해 무너뜨리지 못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차이가 크지 않은 선진복지국가의 대부분을 무너뜨렸지만,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는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완화 같은 법적 뒷받침이 선행돼야 합니다. 



작년 중반에 연말정산대란의 결과에서 보듯이 유리지갑들이 한 마음으로 뭉치면 어떤 정부도 권력을 유지하기 힘듭니다. 비정규‧임시직은 하루하루의 삶에 치여 정치적 연대를 구축할 수 없도록 길들이는데 성공했지만, 최소 몇 달에서 몇 년을 버틸 수 있는 정규직들은 그들의 마음대로 하기에는 기존의 장벽이 만만치 않습니다. 강남좌파라는 형용모순이 성립할 수 있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정규직들을 비정규직화하는 것은 정부와 여당의 도움이 절대적입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노동시장 개혁, 즉 정규직의 비정규직화가 자본의 마지막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정규직의 임금체계를 파괴해서 하향평준화시킬 수 있다면, 정규직과의 차별을 근거로 한 비정규‧임시직의 처우개선 요구도 최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자본의 입장에선 꿩 먹고 알 먹기인 셈인데, 정규직의 상당수가 체제의 간부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일시에 그들을 지옥으로 내몰기 위해서는 입법 과정이 선행돼야 합니다.





본격적으로 신자유주의 정부임을 천명였던 이명박 정부는 정규직 노조를 파괴하는데 집중했다면, 박근혜 정부는 날개가 꺾인 정규직의 비정규직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어용노조의 역할에 충실했던 한국노총을 끌어들인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휴지조각에 불과한 사회적 합의의 흉내를 냈으니, 이제는 그 합의를 법제화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사실상 레임덕에 빠진 박근혜가 사측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일에 전력을 다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상시적 구조조정에 시달리는 대부분의 정규직도 복지확대를 위한 증세에 찬성합니다. 이들은 경제위기가 상시화된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상시적인 해고와 비정규직으로의 추락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복지확대를 위한 증세에 찬성하게 됐습니다. 이들은 사측의 이익을 대변하는 신자유주의 정부와 맞서려면 피고용자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자식들이 비정규직으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에 불만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고학력자와 전통의 중산층들이 진보적 가치에 호응하는 것도 이런 생존의 필요성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입니다. 돈이 곧 힘인 신자유주의 천국에서 모든 근로자들이 극소수에 불과한 사측과 정부의 밀약에 맞서려면 노동의 힘을 키워야 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일치단결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상급노조의 힘은 아득한 시절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할 뿐입니다. 이명박근혜 8년 동안 멀쩡한 노조는 단 하나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신자유주의의 확대가 공멸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달은 각국의 정부들이 비정규‧임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데 집중하는데 비해, 가장 신자유주의적인 박근헤 정부는 정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 노동5법을 막아내지 못하면 모든 근로자의 비정규직화는 피할 수 없습니다. 박근혜와 그녀의 환관들이 뭐라고 말하던 노동5법의 진실은 정규직의 비정규직화입니다. 



진박마케팅에 올인한 최경환이 경제부총리에 있을 때 정규직 과보호론을 제기한 것을 기점으로 해서 노동5법의 국회 통과에 목을 맨 박근혜 정부의 근로자 죽이기는 총선 결과에 따라 현실이 될 수도 있고, 자동적으로 폐기될 수도 있습니다. 유권자의 선택에 따라 자본의 식탁에서 떨어진 부스러기를 두고 정규직에서 추락한 비정규직들과 기존의 비정규‧임시직, 평생을 비정규직으로 보내야 청춘들이 피 터지는 싸움을 벌일 수 있습니다. 



이번 총선이 가지는 시대적 의미 중 하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과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끌어내리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부정하지만 어떤 체제 하에서건 정치만이 국민을 밥먹여 줄 수 있습니다. 칼 폴라니가 말했듯이 오직 인간만이 지배적인 체제를 결정할 수 있으며, 사회적 합의의 법적·제도적 버전인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이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참교육 2016.02.04 14:47

    이번 총선에서 심판하지 못하면 ...
    생각도 하기 싫습니다. 끔찍합니다.

  2. 술맛을 알아? 2016.02.04 21:24

    야권의 세작들이 차려준 밥상 덕분에 히죽거리며 지들 공천권 싸움에만 몰두하는 기름진 얼굴들에 한바탕 썩소를 날려줄수 있는 날이 오기를 오매불망 소원합니다.

  3. 공수래공수거 2016.02.05 08:19 신고

    제가 직장을 다닐때만 해도 비정규직이란 말이 없었습니다
    갈수록 근로자들을 옥죄는것이 독재치하 저리가라할 정도입니다
    정말 이번 선거 심판해야 합니다

    • 늙은도령 2016.02.05 17:42 신고

      네, 79, 80년에 대처와 레이건이 정권을 잡은 이후에 비정규직의 확대가 본격화됐습니다.
      이번 총선은 그래서 대단히 중요합니다.

  4. 관악 2016.02.05 11:02

    개발시대에 혜택(?)을 받은 노인들의 인식,철학과 행동이 미래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자기 자년 손자가 겪어야 하는 불행을 오히려 조장하고 있어요

    • 늙은도령 2016.02.05 17:43 신고

      그러게 말입니다.
      이분들이 바뀌어야 나라가 바뀌고 미래가 좋아지는데....


한국노총의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쓰레기들이 노사정 대타협이라고 떠들어대는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그간의 한국노총이 보여준 정치적 행태를 볼 때 통과될 것을 예상했지만, 이로써 김성태에 이어 새누리당 비례대표에 몇 명의 한국노총 출신이 입성할 준비를 끝냈다.





현재의 세계를 개판으로 만든 미국의 연방정부마저도 신자유주의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하는 판에, 이와 정반대로 가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 빌붙어 자신의 이권만 챙겨온 한국노총이 이제는 노동자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배신의 노동정치도 이런 배신의 노동정치가 없다. 사측에 절대적 권한을 부여한 이번 대타협은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노동착취의 모든 것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일반해고 완화, 취업규칙 변경 완화, 임금피크제가 동시에 실시되기 때문에 현재의 청춘들과 미래의 청춘들은 이전의 노동자가 누렸던 것마저 누릴 수 없게 됐다. 한국노총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했다지만, 지금껏 그런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한 적이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노동자와 국민을 속이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국가재정으로 사업하고, 민영화로 부를 축적하는 기업들이 이제는 인건비 절감으로도 돈을 벌 수 있게 됐다.





사측에 의한, 사측을 위한, 사측의 한국노총은 노총의 이름으로 노동자에게 사망선고를 내렸다. 오로지 사측과 자본의 입장만 대변하는 박근혜 정부의 앞잡이 노릇이 마침내 꽃을 피웠다. 민주노총이 대타협에 반대하더라도 이제는 돌이킬 수 없게 됐다. 전체 노동자의 3%밖에 소속되지 않은 한국노총이 노동자를 대표하지 않은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나, 박근혜 정부가 그것을 인정할 리는 없을 터 대타협의 오남용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노동자의 이익에 반하는 짓을 서슴지 않는 자들이 노총의 지도부를 구성하는 나라가 한국의 생얼이다. 경제학과 경제사, 경영학, 금융위기와 경제위기에 관한 수백 권의 책들을 보면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사측의 권한이 강해지면 노동자의 권리는 종적을 감춘다. 19세기의 노동환경이 얼마나 열악했는지 확인해보면 한국노총이 무슨 짓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쓰레기들이 대타협이라고 떠들어대는 합의안이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한국의 노동환경은 박근혜 정부가 원하는 대로 19세기의 지옥으로 돌아가는 문을 활짝 열었다. 국민이 지지하는 총파업이 아니면 이를 바로잡을 방법이란 없는데, 공안총리 황교안과 종편에서 지상파를 아우르는 막장 쓰레기들, 박근혜 고정지지층이 이를 가만히 나둘 리 없다. 



앞 세대가 남긴 것으로 인해 모든 피해를 뒤집어써야 할 미래세대에게 미안하고 죄송할 따름이다. 신자유주의는 지배엘리트와 기득권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피지배자들을 최대한 찢어놓고, 연대의 가능성을 원천차단하려고 한다. 그 결과는 수없이 많은 투쟁과 희생을 바탕으로 이룩한 노동자의 권리와 인권이 극도로 축소된 가진 자의 천국이다. 



통일이 느닷없이 다가올 수 있다면, 신자유주의의 종말로 느닷없이 다가올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전환의 전조가 분출하기 시작한 지금, 박근혜 치하의 한국만이 거꾸로 달려가고 있지만 시대를 역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은 거대한 전환 과정에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타락한 정부의 폭주와 함께.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우니에몽 2015.09.14 21:11 신고

    잘보고갑니당~

  2. 뉴론♥ 2015.09.15 05:55 신고

    지옥문이 아니길 바라네여
    요즘은 머든지 떠들썩한 세상이라여
    즐거운 하루 되시와여

  3. 공수래공수거 2015.09.15 08:37 신고

    재벌,대기업들만 더 배부르게 생겼습니다
    근로자들은 봉입니다

    • 늙은도령 2015.09.16 03:46 신고

      대기업을 경험해본 사람은 이번 합의가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압니다.
      절대 있을 수 없는 합의를 한 것으로 다음 정부 때 반드시 없애야 합니다.

  4. 『방쌤』 2015.09.15 10:30 신고

    물론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지만
    맘 한켠이 씁쓸하네요

    • 늙은도령 2015.09.16 03:47 신고

      어차피 막바지로 봅니다.
      전 세계가 신자유주의를 버리려 하고 있으니...

  5. 바람 언덕 2015.09.15 10:56 신고

    제가 해주고 싶은 말은 딱 한가지..
    개.새.끼.들...

  6. 참교육 2015.09.15 11:02 신고

    한국노총.. 노동조합도 아닌 단체가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한다는 것부터가 기만입니다.
    역사적으로 정부의 산하기관쯤 되는 한국노총의 역사를 노동자를 벼랑으로 내모는 짓을 공공연히 해왔습니다.
    노사정도 합의라고 하지만 민주노총이 빠진 합의는 합의가 아닙니다.

  7. base 2015.09.15 17:45

    설국열차가 되었군여....

    • 늙은도령 2015.09.16 03:51 신고

      설국열차는 함께 가기나 하지요.
      이건 함께 가지도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그래서 혁명도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8. 살찐여우 2015.09.16 16:31

    다음 정부때... 쓰레기 노총과 이번 야합 당사자들을 말살 시켰으면,,,

    • 늙은도령 2015.09.16 16:34 신고

      그래야 합니다.
      더 이상 용서하고 넘어가면 안 됩니다.
      한국이 제대로 된 나라가 되려면 청산해야 할 것들은 모조리 청산해야 합니다.

  9. 양돌이쌤 2015.09.16 20:42 신고

    애초부터 노동자를 위한 노동조합이 아니었던거죠. 물론 노동자를 위한다던 노동조합도 변해가고는 있지만. . .잘읽었습니다.

    • 늙은도령 2015.09.17 00:02 신고

      노조는 너무나 많은 세월 동안 파괴되고 왜곡돼 마치 사회의 암적인 존재인양 내몰리게 됐습니다.
      노조 파괴의 역사에 대한 책들을 보면 자본의 공략이 치밀하고 폭력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언론이 정부의 편에서 끝없이 왜곡했고요.



그 출발부터 노동자를 위한 노조라고 할 수 없는 한국노총의 행태가 한심하기 그지없다. 오로지 박근혜와 청와대, 쓰레기들만이 '고뇌에 찬 결단'이니 ‘대타협’이라고 떠들어댔던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사항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면 한국노총이 노동자 이익과 후생을 위해 존재하는 집단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철저히 사측의 입장만 반영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에 합의한 것은 노동자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어서, 한국노총은 합의파기 운운하지 말고 지옥문을 열어준 대가로 무슨 뒷거래가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 





노사정위원회 타협안의 내용 중에서 ‘일반해고 도입’과 ‘취업규칙 변경 완화’, '파견직 확대' 등은 수백 년에 걸친 노동운동의 성과를 포기한 것이어서 최악의 합의라 할 수 있다. 재벌이나 대기업에 근무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합의가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일반해고 도입’은 실적이 나쁜 노동자를 언제든지자를 수 있는 것을 말하는데, 근로기준법을 무력화시키는 반노동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실적이 나쁜’이라는 기준은 너무나 많아서 사용자가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고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된다. 예를 들면 어떤 기업이 1조의 이익을 거두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특정 사업부문에서 나왔을 뿐, 다른 사업부문에서는 적자를 기록했다면 그 부문들에서 대규모 해고가 가능해진다. 적자를 기록한 부문이 그 동안 수천억 원의 이익을 거뒀어도 한 해 적자를 기록했다는 이유로 대규모 해고를 단행할 수 있다. 



1조원의 이익을 거둔 사업부문에 속한 여러 개의 팀 중에서도 다른 팀에 비해 실적이 나쁘고, 그중에서도 인사고과가 가장 나쁜 직원들은 있기 마련이어서 언제든지 해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결혼한 여성들이 받을 불이익의 크기는 가늠할 수도 없다. 결국 최고의 기업에 입사했다 해도 매년 실적이 나쁘지 않도록 노동자들은 미친 듯이 일해야 한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평균 이상의 실적을 내지 않으면 잘리기에 계열사와 협력사, 하청업체를 쥐어짤 수밖에 없다.





이것은 다른 대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될 테니, 모든 노동자가 지옥을 벗어날 수 없다. 재벌과 대기업의 정규직이 이렇게 몰락하면 그 피해는 밑으로 내려와 비정규직과 파견직, 임시직에게 전가된다. 자영업자들의 매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모든 노동자들이 언제 잘릴지 모르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고, 이는 내수경제 위측으로 이어진다. 박근혜 정부는 부자증세는 없다고 했으니 부의 불평등은 끝을 모르고 벌어진다.



오로지 사측(오너일족, 대주주, 최고경영진, 정치브로커)의 권리와 이익만 늘어난다. 실적이 나쁘면 잘리기 때문에 최고경영자부터 말단의 직원까지 실적을 올리기 위해 몸부림을 쳐야 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제의 주기적인 변동에 상관없이 노동자는 실적을 최고로 끌어올리기 위해 잠시도 쉴 수 없다. 실적을 둘러싼 동료와의 경쟁도 살벌해질 수밖에 없다. 



‘일반해고’가 실시되면 노동자의 권익이란 끼어들 틈이 없다. 노동자의 권익을 요구하는 어떤 것도 사측이 사내분위기를 해쳐 실적 부분의 이유로 작용했다고 주장하면 반박할 방법이 없다. 모든 인사담당자들이 그렇게도 원하던 전가의 보도가 주어진 셈이다. 근로기준법과 노동법에 상관없이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 직원들은 모조리 집으로 보낼 수 있게 됐으므로. 





‘취업규칙 변경 완화’는 사측이 노동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신설할 때 막을 방법이 없다. 최근에는 개별적인 취업도 많기 때문에, 사측에 대한 노동자의 요구가 자리할 공간이 줄어든다. 업종을 변경할 때도 사측의 입맛대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어 노동자의 권익은 더욱 위협받게 된다. 상시적 해고가 가능한 상황에서 이 두 가지 시행되면 노동자는 더더욱 실적과 복종의 노예로 전락한다.



파업은 실적부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파업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근무시간이 줄어도 실적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자청해서 연장근무를 하는 노동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노동자의 임금 상한선으로 작용할 임금피크제와 최소의 인건비로 젊은이들을 부려먹을 수 있는 비정규직 4년까지 더해지면 고용의 안정성도 최악으로 전락한다. 정년을 지켜줄 때만 가능한 만년 부장이나 만년 과장은 꿈도 꿀 수 없다. 



보수정부의 동반자, 한국노총이 이것에 합의했다. 박근혜 정부가 강행하겠다고 협박했던 것들이 모조리 채택됐다. 3%의 노동자만 대표하는 한국노총이 전체를 대표한 양 항복선언을 했기에, 법제화는 천천히 해도 된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 한국노총이란 들러리와의 합의였고, 지금에 와서 파기를 선언한들 가이드라인의 형태로 현장에 적용되는 순간부터 법제화와 동일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이 땅의 노동자들에게 지옥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주었다. 그들은 이런 합의에 이르는 대가로 무엇을 보장받았을까? 한국노총이 해체되기 전에 밝혀할 것은 협상의 대가며, 지금에 와서 (지옥문을 열어주었기에 당연히 그렇게 나올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박근혜 정부의 폭주에 노사정타협안의 파기를 선언하는 것은 노동자의 비판에 직면해 면피라도 해보겠다는 한국노총 지도부의 정치쇼에 불과하다. 





P.S. 노조가 정부와 자본에 의해 어떻게 파괴되고, 사업장 노조들이 어떻게 변질되고, 단위노조나 전국 단위의 노총이 어떻게 무력화됐는지 알고 싶다면 네그리의 《혁명의 만화》를 꼭 보십시오. 노조 파괴와 무력화를 다룬 책들 중에서 최고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5.09.14 08:29 신고

    정부와 사측의 입장을 교묘히 들어준것 같은 느낌입니다
    제도를 악용할것입니다

    • 늙은도령 2015.09.14 17:21 신고

      한국노총은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할 때부터 문제가 많았습니다.
      특히 김성태처럼 지도부는 여당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때부터 이상해졌어요.

  2. 참교육 2015.09.14 09:15 신고

    경상도 말로 '자본의 따까리'입니다. 어용의 상징... 한국노총이나 교총이나.... 다 그런 단체들이지요.
    나라를 이지경으로 만든 장본인들.... 노동자아닌 노예들 끌어모아 상층부 출체시키는 곳. 부끄러운 단체입니다.

    • 늙은도령 2015.09.14 17:22 신고

      네, 맞습니다.
      저도 한국노총과 사업을 벌였었는데 돈만 까먹었습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자들입니다.

  3. 바람 언덕 2015.09.14 11:03 신고

    한국노총...
    노동자의 뒷목잡는 어용집단이자, 이익집단...

    ㅡ,.ㅡ

    • 늙은도령 2015.09.14 17:22 신고

      어용집단이자 이익집단입니다.
      노조가 다시 살아나야 세상이 바뀝니다.

  4. 『방쌤』 2015.09.14 11:30 신고

    해고의 기준을 너무 애매모호하게 설정했어요~
    이건 정말 입맛에 따라 쥐고 주무르겠다는건데,,
    앞으로 어떤식으로 악용이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네요
    한노총은 정말,,,ㅡ.ㅡ;;

  5. 머무는바람 2015.09.14 13:50 신고

    진짜
    힘 없는 노동자들은 어쩌라고
    힘이 넘치는 기업들 편을 들어주다니 이거 참 난해한 한국

  6. 일본의 케이 2015.09.14 14:38 신고

    한국이 언제나 살기가 편해질까요..

    • 늙은도령 2015.09.14 17:24 신고

      정부가 문제입니다.
      이들만 제대로 역할을 하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7. 동우 2015.09.14 15:27

    한국노총 전남본부는 11일 "최저임금 인상, 정년 60세 보장,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 증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의 노동공약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 라며 한국노총 전남본부는 11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대선 D-8 한국노총 전남본부, 박근혜 지지(2012.12.11 연합) 절대적인 건 아니겠지만, 근로자의 입장이 아닌 사측과 정부에 유리한 결과인 것 같아 아쉽습니다.

    • 늙은도령 2015.09.14 17:25 신고

      한국노총이 한나라당과 정책공조를 하면서 이상해졌습니다.
      정말 걱정입니다.

  8. 耽讀 2015.09.14 17:29 신고

    노조 지도부는 이미 권력에 물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조합원이 아니라 권력에 빌붙은 자들입니다. 조합원 이익을 위해 싸움을 포기했습니다.

  9. 참.. 2015.09.14 17:51

    댓글 지우기, ip차단 그만 하시죠. 건전한 비판에 대한 대답이 불통입니까

    • 늙은도령 2015.09.14 17:56 신고

      당신은 기본적으로 비난과 비판을 구별 못합니다.
      그 정도 수준이기에 차단했습니다.
      이것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답글을 다는 것이고 이후 댓글을 달면 다는 족족 차단할 것입니다.
      당신의 댓글에 소통할 생각 없으니 방문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 댓글에 내 아까운 시간 쓸 생각 없습니다.

  10. base 2015.09.14 18:35

    친일 부역자에서 독재 부역자로 이젠 권력과 자본 부역자입니다. 저것들도 정상적인 인간을 포기한 집단이죠..

    • 늙은도령 2015.09.14 18:44 신고

      한국노총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익집단으로 변질했습니다.
      그들은 노동자를 위한 단체이기를 포기한지 오래됐습니다.
      노동운동의 역사를 모조리 포기한 것이 어떻게 노총이 될 수 있겠습니까?



9월의 첫 날, JTBC 뉴스룸의 ‘팩트체크’에서는 언론들이 마구 쏟아내고 있는 청년일자리 창출의 진실에 관해 다루었다. ‘팩트체크’가 내린 결론은 권력과 자본을 향한 충성 경쟁에 함몰된 쓰레기들의 보도가 (언제나 늘 항상 그러했듯이) 지나칠 정도로 과장됐다는 것이다.





이런 보도는 너무나 흔해서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만, 여당의 원내대표도 찍어서 발라내는 여왕의 레이저를 맞고도 재벌들이 이런 형편없는 채용계획을 내놓은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는 ‘팩트체크’의 결론으로부터 다른 것을 유추해낼 수 있어야 하고, 최악으로 가지 않기 위해 그래야만 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쓸모없는 학문으로 입증된 경제학은, 뭔가 구린내가 나는 이론이나 연구결과물을 내놓으려 할 때는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을 전면에 내세운다. 세상은 매일, 아니 매순간 변하기 때문에 ‘모든 조건이 동일’할 수가 없는데도 이들은 그것부터 전제하고 출발한다.



바로 이것,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을 ‘팩트체크’의 결론에 적용하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상위 1%가 전체 부의 50%를 차지하고 상위 10%가 9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방법이란 없다.





노사정위원회에서 어떤 합의를 이끌어내도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잠재성장률 이상의 지속적인 성장이 전제돼야 하는 현재의 체제에 근본적이고 혁명적인 변화를 주지 않은 한 청년일자리 문제를 비롯해 폭발 직전에 이른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구렁이 담 넘듯이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자리한 사물인터넷(필자가 통신사업을 하던 14년 전에 가장 많이 생각했던 분야)도 소비는 늘릴지언정, 일자리를 늘리지는 않는다. 드론과 3D프린터도 마찬가지다. 드론은 악용의 여지가 너무 많고, 3D프린터는 (재료 공급의 문제를 넘어) 일자리 창출과는 상관이 없다.



그 밖의 미래경제를 이끌어갈 수많은 후보들을 살펴봐도 최소 30~50년간은 물보다 쌌고, 무한대의 파생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어 수없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낸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 석유가 창출해낸 일자리들마저 사라진다. 



빅데이터 중심의 정보통신과 인간을 상품화하는 생명공학, 인공지능이 사용된 로봇산업, 한계에 이른 미디어산업,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폭력산업(테러와의 전쟁, 재난자본주의) 등등.. 어느 것도 일자리 창출이라는 절체절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박근혜의 줄푸세처럼, 부의 재분배를 최소화시켜버린 현재의 체제를 뒤집지 않은 이상 인류의 미래란 없다.





답은 미래가 아닌 과거에 있다. 불로소득에 관해서는 100%까지 세금을 때렸고, 법인세 50%, 부유세 70~90%대가 일반적이었던, 신자유주의 이전의 시대에 답이 있다. 생존을 위해 빚을 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부채를 탕감해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두에게 소득이 있어야 한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즉,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기업과 슈퍼리치의 눈으로 보면 답이 없다. 배타적 주권이 인정되는 영토 안의 모든 사람들에게 존엄한 삶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눈으로 봐야 한다. 국민의 대다수가 중위소득 주변에 몰려 있도록 국가가 나서야 한다.



정부업무를 민간으로 넘겨주지 말고, 너무나 많이 가진 기업과 슈퍼리치에게 누진적 세율을 적용해 자금을 마련하고, 그것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지구온난화와 고령사회, 저출산 문제, 폭력시장 등을 해결하려면 다양한 일자리가 필요한데, 이는 국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이 말했던 것처럼, 지난 40년 동안 기업과 슈퍼리치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라고 세율도 낮춰주고, 각종 면세혜택도 제공하고, 온갖 규제도 철폐해주었지만 돌아온 결과란 극도의 불평등과 지구온난화와 초위험사회의 도래였다. 신자유주의 40년의 실험은 하위 90%에게는 철저한 실패였고 쓸모없는 비용지출에 불과했다.  



이미 너무 많이 가진 집단이나 사람에게 더 벌게 해주는 방식으로는 양질의 일자리는 절대 창출되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해졌다. 그 정반대로 가야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도 분명해졌다. 국민 모두에게 존엄한 삶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눈으로 봤을 때, 신자유주의 정경유착이 만들어낸 지옥 같은 현실을 푸는 단서가 보인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5.09.02 08:11 신고

    눈 높이가 다른데 아무리 이야기해도
    쇠귀에 경읽기입니다

    • 늙은도령 2015.09.02 17:12 신고

      서민들을 향한 글입니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낼 때 그것에 항거할려면 정확히 알아야 하니까요.
      우리는 지금 기업만이 일을 만든다는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앞으로는 절대 그것이 불가능합니다.
      국가가 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민들이 그런 것을 추진하는 정당에 투표하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승자독식의 경쟁적인 세계에서 다수의 패자들이 떨어진 이삭을 줍는 동안, 성공한 자들은 식탁 위에 차려진 이익들을 쓸어 담는다. 바로 유연성이 그러한 시장을 형성하게 하는 핵심 요소다. 위계적인 명령 체계를 통해 이익금을 분배해주는 관료주의적 체계가 없는 곳에서는 이익이 권력을 지닌 최고위층에게로 돌아가고, 규제가 없는 체제에서는 모든 것을 장악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이익을 차지하게 된다. 유연성은 이렇게 승자만을 위한 시장을 만들어 불평등 현상을 심화시킨다.



위의 인용문은 리처드 세넷의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에 나오는 내용으로, 노사정위원회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내겠다고 하는 노동시장 개혁(노동유연화)의 본질을 가장 잘 설명해줍니다. 지난 40년 동안 신자유주의가 한 일이란 자본(기업 오너와 경영진, 대주주와 고용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착취를 유연하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필자가 빨긴 색으로 강조를 준 ‘위계적인 명령 체계를 통해 이익금을 분배해주는 관료주의적 체계’란 근무연속에 따라 자동적으로 호봉과 복지후생비가 올라가는 정규직 임금체계(연공서열제)를 말합니다. 비정규‧임시직 체계에서는 존재하지 않은 정규직 임금체계는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골치 아픈 고정비용의 상승을 의미합니다.





신자유주의 40년 동안 자본은 핵심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를 아웃소싱하고, 자동화를 통해 비정규‧임시직을 늘렸으며, 노동유연화를 내세워 상시적 정리해고가 가능하도록 만들었지만,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 임금체계는 워낙 저항이 심해 무너뜨리지 못했습니다. 복지와 사회안전망이 잘 돼있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선진복지국가마저 무너뜨렸지만, 연공서열제는 무너뜨리지 못했습니다. 



연말정산대란의 결과에서 보듯이 유리지갑들이 한 마음으로 뭉치면 어떤 정부도 권력을 유지하기 힘듭니다. 비정규‧임시직은 하루하루의 삶에 치여 정치적 연대를 구축할 수 없도록 길들이는데 성공했지만, 최소 몇 달에서 몇 년을 버틸 수 있는 정규직들은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노동시장 개혁, 즉 정규직의 비정규직화가 자본의 마지막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정규직 임금체계를 파괴해서 하향평준화시킬 수 있다면, 정규직과의 차별을 근거로 한 비정규‧임시직의 처우개선 요구도 최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자본의 입장에선 꿩 먹고 알 먹기인 것입니다.





이를 위해 신자유주의 정부였던 이명박 정부는 정규직 노조를 파괴하는데 집중했다면, 박근혜 정부는 날개가 꺾인 정규직의 비정규직화에 전력하고 있습니다. 노동시장 개혁을 두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노사정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정규직의 임금체계가 무너지면 임금의 하향평준화는 대세로 굳어집니다.



사실 복지확대를 위한 증세에 찬성하는 유권자들도 거의 대부분 정규직에 분포돼 있습니다. 이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증세를 해서라도 비정규‧임시직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이들은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신자유주의 정부와 맞서려면 피고용자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고학력자와 전통의 중산층들이 진보적 가치에 호응하는 것도 이런 생존의 필요성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입니다. 돈이 곧 힘인 자본주의 세상에서 절대다수의 피고용자들이 부를 독식하려는 극소수의 고용주(자본)와 맞서려면 노동의 힘을 키워야 하는데, 비정규‧임시직이 하루살이처럼 사는 한 이는 불가능합니다. 이에 반해 여유가 없는 저소득층은 복지 확대에 찬성하지만 증세에는 반대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신자유주의의 확대가 공멸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달은 각국의 정부들이 비정규‧임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데 집중하는데 비해, 가장 신자유주의적인 대한민국은 정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노사정위원회가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가면 뒤에서 정규직의 임금체계를 파괴하는데 성공하면, 진보적 가치에 호응하는 유권자들마저 보수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비정규‧임시직의 처우개선 요구는 시대적 정당성을 상실하게 됩니다. 모두가 비정규직화됐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처우개선을 요구할 수 있겠습니까? 수많은 비정규‧임시직들이 정규직이 과보호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화려한 스펙과 능력으로 중무장한 이들이 비정규‧임시직으로 내려오면 현재의 비정규‧임시직들은 알바로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또 다른 교훈은 부의 불평등이 초래한 위험의 불평등입니다. 선진국 초입에 있는 대한민국이 패선이 돼야 할 여객선을 수입해 위험천만한 항해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가난해진 사람들을 상대로 후진국형 장사를 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올해 작고한 울리히 벡이 《위험사회》에서 경고한 것처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부의 불평등과 만나면 세월호 참사 같은 비극이 양산됩니다.    





정부에 의해 정규직 과보호론이 제기된 것은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못할 정도로 부의 불평등을 고착화시키겠다는 것을 말합니다. 대한민국은 명목 상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오는 (하지만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아니 알면서도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있는)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에 노사정위원회가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면 이를 되돌리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필자의 눈에는 자본의 식탁에서 떨어진 부스러기를 두고 정규직에서 내려온 신규 비정규직들과 기존의 비정규‧임시직이 피 터지는 싸움을 벌이는 것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과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끌어내리는 것 중, 선택은 유권자들이 하는 것이고, 그 결과를 감내하는 것도 유권자들이라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분명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耽讀 2015.04.06 08:38 신고

    대한민국 총 국부가 100억원이라고 할 때. 1%가 80억원을 먹습니다. 10%가 10억을 먹습니다. 20%가 5억을 먹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80%가 5억원을 먹기 위해 피터지게 싸우는 것 아닐까요.

    • 늙은도령 2015.04.06 17:20 신고

      맞습니다, 바로 그러한데 우리는 증세도 논의하지 않고 노동시장을 개혁하자고 합니다.

  2. 공수래공수거 2015.04.06 10:18 신고

    선택을 다시 해야 할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제발 깨어나길 바랍니다

    • 늙은도령 2015.04.06 17:21 신고

      박지원을 보니까 쉽지 않겠네요.
      동교동계의 어깃장을 통해 문재인이 굴복하니...

  3. 참교육 2015.04.06 10:21 신고

    노동자들...청년들... 주부들, 학생들이 깨어나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1%도 없습니다.
    결국은 자본이 주인인 세상이 철옹성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입니다.

    • 늙은도령 2015.04.06 17:21 신고

      정말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습니다.
      세계는 변화하는데 대한민국만 거꾸로 갑니다.

  4. 가슴이 따스한 사람 해피 2015.04.06 13:34

    모처럼 늙은도령님 답게 적절한 비유를 통해
    우리 사회에 나타난 신자유주의의 모순점을 잘 표현해 주셨군요^^

    늙은 도령님께서 인용해 주신 리처드 세넷의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라는 인용문을 보면서
    문득 제가 한창시절 배웠던 유대인들이 생각하는 가난한 자( 패자)들을 위한 배려는
    지금도 그들 세계에서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문제지요^6

    저들은 농사할 때도 수확할 때가 되면 떨어진 이삭들은 모두다 거두지 않고
    지나가는 나그네들과 자국의 가난한 자들을 위해서 일부러 남겨 둔답니다.

    또한 자국민들이 해외에서 직장이나 결혼문제로 어려움을 당할 때면
    마치도 자신의 일과 같이 직접 나서서 도와 준다고 합니다.

    그러한 사고 방식이 오늘날의 강한 유대인들을 만들게 되었으며
    그 대부분의 숫자들이 지금도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나라에 흩어져서 경제를 휘어잡고
    누구도 감히 그 나라를 건드릴 수 없는 위대한 강국으로 만들고 말았지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러한 모습과는 정반대로
    아무리 생각하고 머리를 굴려봐도 도무지 이해를 할 수없는 행동들뿐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민주주의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명목상일 뿐
    실제로는 가진 자들이 모든 것을 주무르고 있는 독재사회와도 같은 것이죠^^

    가슴이 따스한 사람 해피 드림


    • 늙은도령 2015.04.06 17:23 신고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경험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기본적인 것부터 문제를 일으킵니다.
      민주주의가 아닌 과두정치입니다.

  5. 착한곰돌이 2015.04.06 13:38 신고

    참 슬픈 현실입니다. 저도 모 크게 다르지 않겠네요...

  6. 나비오 2015.04.06 17:28 신고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있는데 국민의 자각이 뒤따라야 할텐데
    큰일입니다.
    늙은도령님 같은 분들이 많이 진실을 알리셔야 할 듯 해요 !!1

    • 늙은도령 2015.04.06 18:20 신고

      자본의 힘이 너무 세진 데다 박근혜가 요지부동입니다.
      이러다간 정말로 비정규직의 천국이 되겠어요.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최경환 부총리가 지금까지의 경제활성화 대책들이 하나같이 실패로 끝나자 이제는 아예 모든 근로자와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만들려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들고 나왔습니다. 도대체 최경환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내놓는 대책마다 최악의 것들로 가득한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줄푸세’ 외에는 경제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해서, 사이비 경제학을 전공한 것이 갈수록 분명해지는 경제부총리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동시에 죽이려는 시도에 들어갔습니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는 곳곳에 암적 조항들이 들어있어서, 이것이 노사정위원회와 국회를 통과하면 향후 정규직을 뽑으려는 기업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비정규직과 불법적 요소가 강한 파견직의 계약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대신 그 기간 동안 쪼개기 계약이 3회나 가능하게 만든 것은 기업에게 또 다른 형태의 단기계약직들을 양산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었습니다. 더 악랄한 것은 비정규직 노동조합 조직률을 2% 내외로 한정해 사측과의 협상과 법적 보호가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비정규 직원이 3개월 이상 근무했어도 퇴직금을 주자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 비정규직은 3개월 이내에 잘라도 된다는 뜻이고, 다른 퇴행적 안들을 물타기 하려는 대책으로 보입니다. 4년 계약이 만료됐을 때 정규직 전환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35세라는 기준은 어떻게 나왔는지 추측해낼 방도도 없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4년 계약을 다 채워 정규직으로 재계약하기 보다는 이직 수당(10%)을 지불하는 것이 유리할뿐더러, 연봉조정을 통해 이 자금을 마련할 것입니다. 4년 계약을 꽉 채울 기업도 별로 없을 것입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보다 이직 수당을 지불하는 것이 유리함으로 이직 수당을 지불하거나, 이직 수당을 주지 않을 방법들을 고안해낼 것입니다.



법원에서 불법으로 판결나기 일쑤인 파견직도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포함시켜 양성화시켰습니다. 지하경제 활성화를 양성화로 잘못 말한 대통령의 심중에 파견직 양성화가 자리 잡고 있었는지 어찌 알겠습니까? 파견직은 정규직을 비정규직화하고 노동3권에서 피해가는데 이용되는 대표적 수단입니다.



심지어 파견직에 고령자를 가능하게 하고 업종도 늘리겠다는 것은 모든 분야에서 베이비부머 세대들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해 값싸게 이용하겠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용역을 파견직으로 바꾸는 것을 말하고 있지만, 어느 기업이 베이비부머들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고령자를 채용하겠습니까?





정규직을 해고요건을 완화하겠다는 내용도 비정규직을 양산할 것입니다. 한 기업에서 10~15년을 일해 온 직원을 자르는데 이보다 좋은 것은 없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기업에 충성을 다해온 중년을 잘라내면 10대일 그들의 자식들은 빈곤의 수렁으로 빠져듭니다.



그렇다고 그 자리를 정규직으로 채우는 것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채울 것이니, 거의 모든 기업들은 청년의 단물만 빨아먹고 버릴 것입니다. 미생의 장그래 같은 비정규직이라면 기업이 얻을 이익은 정규직 해고가 늘어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거의 모든 근로자의 비정규직화가 가능해집니다. 4년을 채운 비정규직을 자른 후 신규채용으로 다시 뽑으면 기업이 손해날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10%의 이직금은 줄어든 연봉으로 얼마든지 만회가 가능합니다. 당장 일자리가 필요한 비정규직은 울며 겨자 먹기로 신규계약에 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노사정위원회를 거쳐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어마어마한 혼란이 야기될 테니, 그 사이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정윤회 문건의 진위 여부는 국민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의 ‘줄푸세’를 활용해 친자본의 세상을 만들려는 최경환의 비열함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명언을 입증하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모두 들어 있습니다.



최경환 부총리를 아웃시키는 방법이 대통령 탄핵밖에 없다면 그것이라도 해야 할 판입니다. 근로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총을 겨눈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재벌 오너와 대주주를 위한 것이고, 세습자본주의를 공고히 하기 위한 악마의 종합선물세트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참교육 2014.12.30 21:25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안다고 했는데 이런 *을 경제부총리러 발탁한 박근혜가 사십니다.
    이러고도 모든 국민이 행복한 나라... 소가 웃겠습니다.

    • 늙은도령 2014.12.30 23:00 신고

      박근혜와 최경환은 자신들이 있을 때 영원히 뒤집기 힘든 대목을 박으려는 것 같습니다.
      규제를 무진장으로 풀고, 법으로 이를 보호해두면 다음 정부에서 이를 고치는 것이 정말 어렵거든요.
      그래서 답답합니다.
      정말 무서운 정부입니다.

  2. 공수래공수거 2014.12.31 08:24 신고

    F학점..퇴출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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