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에 항공 여행 규제가 풀리자, 미국의 항공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서 항공 기관사들을 자리를 없애고, 기장과 부기장만 조정석에 앉을 수 있게 됐다.



위의 인용문은 니콜라스 카의 《유리감옥》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이 신처럼 떠받드는 레이건이 자동화기술에 밀려 자리를 잃게 된 미국 항공관제사들의 파업을 강경진압(11,345명 해고, 관련 노조 해체)한 이후 결정된 내용입니다. 이후로 전 세계 항공사들은 조정석에 기장과 부기장 두 명만 들여보내게 됐습니다.





이번에 프랑스 남부 알프스에 추락한 독일 항공사 저먼윙스의 부기장이 고의적으로 사고를 낼 수 있는 배경이 여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가 기장이 자리를 뜬 사이에 조정석 문을 잠근 채 알프스 산맥을 향해 죽음의 비행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비행에 필요한 일들을 자동화기술이 맡게 됨에 따라 조정석에 단 두 명만 들어가도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컴퓨터에 의해 작동하는 자동비행장치의 발달과 재계의 인건비 절감을 위한 정부의 규제완화가 맞물리면서 항공기 사고는 기체 결함보다는 ‘조정사의 과실’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띠게 됐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조정사에게 필요한 자질과 기술을 형편없이 떨어뜨렸고, 이것이 새로운 형태의 항공사고로 자리잡게 됐습니다.



“요즘 일반 여객기 조정사들은, 이착륙할 때 각각 1~2분 정도씩, 즉 총 3분 동안만 조정간을 잡”고 “스크린을 확인하고 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술을 마시고 잡담을 나누는 등 하는 일이 없어 안전비행에 필요한 기술과 판단, 인식의 총체적인 후퇴가 불가피하게 일어났습니다.





이번 사고는 인류의 성장을 견인한 과학기술의 발달과 승자독식을 부추기는 신자유주의가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기술발달의 혜택은 기계의 소유주의 부만 불려줄 뿐, 관련종사자들의 일자리를 줄이고 임금을 하락시켜 가난하게 만들고, 심지어는 정신질환까지 갖게 만듭니다.



20세기 후반부터 지금까지 인류에게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이 정신질환의 종류와 환자의 수입니다. 인간은 의학과 약학, 후생학과 진료기기의 발전 등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났지만, 평생을 각종 질환에 시달리며 사는 악순환에 빠져들었습니다. 과학기술과 탐욕이 한쌍이 되면서 인간은 돈벌이의 대상으로 전락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인간의 수고를 덜어주는 자동화가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추세를 받아들여 인공지능이 장착된 디지털컴퓨터와 자동화기계의 부속품으로 살아갈지, 아니면 갈수록 줄어드는 입지가 두려워 정신질환에 시달려야 할지 결정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번 추락 사고는 현대 첨단문명의 문제들이 압축된 비극적 사고입니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현재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런 사고는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이반 일리치가 성장할수록 인간의 삶과 영혼이 피폐해지과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성장을 멈춰라》라고 외쳤던 것이 생각납니다.



인류는 고삐 풀린 기술의 발달과 신자유주의의 득세로 정말로 부유해지고 행복해졌는지, 아니면 무능해지고 무력해졌는지 한 번은 멈춰 서서 자신과 세상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기술 발전과 신자유주의의 폭주가 만들어낸 첨단문명의 결과물이 이번 독일 항공기 추락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도 있지만,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인류가 극소수의 이익과 권력을 위해 디지털컴퓨터로 연결된 각종 자동화기술의 네트워크 속에 갇혀버리면 최악의 결과가 나올 것이며, 반대로 인간의 삶과 노동의 가치, 인식의 전환이 우선될 때 최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smm 2015.03.29 09:13

    독일도 개인적 이탈행위로 몰아가고 있는 모습이 우리와 비슷하네요 ^^

    • 늙은도령 2015.03.29 16:26 신고

      개인적 일탈이 가능한 시스템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사고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소피스트 지니 2015.03.29 15:46 신고

    이번사고로 알게된 사실들을 보면 항공안전도 참 허술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구나 저런 규제완화 사실은 좀 충격적이네요..

    • 늙은도령 2015.03.29 16:27 신고

      기술에 대한 맹신, 인건비 절감에 대한 탐욕,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욕망이 결합된 사고입니다.
      기술은 적이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기술을 적으로 대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고민해야 합니다.

    • 소피스트 지니 2015.03.29 16:30 신고

      옳은 말씀입니다

  3. 정말 너무 무서울 정도 입니다 ㅠ

  4. 『방쌤』 2015.03.29 20:16 신고

    과연...
    삶이 풍족해진만큼..삶도 나아진건지..
    하나 둘 돌아보니 맘이 씁쓸하네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건데 말이죠

    • 늙은도령 2015.03.29 20:47 신고

      지금은 인류의 타락이 정점에 이른 상태입니다.
      자본주의적 인식이 가치 기준까지 결정하는 시대인데, 한국이 특히 심합니다.
      이런 식이라면 인간은 스스로 종말에 이를 것입니다.

  5. Cong Cherry 2015.03.29 23:14 신고

    무섭네요......

    • 늙은도령 2015.03.29 23:54 신고

      향후 무인항공기에 대한 논의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입니다.
      기술만 아는 자들의 무책임한 발언들이 난무할 것이고요.
      인간은 기술발전의 결과 끝없이 퇴행하고 있습니다.

    • Cong Cherry 2015.03.29 23:58 신고

      무인항공기 라는 그 단어가 더 두려워요. ㅠ
      예전에 무인지하철이라며 기관사 없는 지하철이라며 8호선에서 시행하고 얼마되지 않아 지하철 문끼임 사고가 있었던걸로 알아요. 헌데 무인 항공기,,,

    • 늙은도령 2015.03.30 02:45 신고

      우리는 정교한 기계가 인간보다 안전하다고 믿거든요.
      그것이 지금까지의 인류 문명사였습니다.

  6. 공수래공수거 2015.03.30 10:28 신고

    항공기도 그렇지만 범위를 좁히면
    버스 운전도 마찬 가지입니다

    자의인경우는 두말할 필요도 없고 자의가 아닌 경우도
    ( 불시에 일어날 가능성) 있을수가 있습니다
    적절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 늙은도령 2015.03.30 17:17 신고

      인간의 능력을 낮추는 자동화는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이번 사고도 그런 것에서 나왔습니다.

  7. 티스토리 운영자 2015.03.30 11:58 신고

    안녕하세요, TISTORY입니다. 이 게시글의 이미지가 3월 30일자 티스토리 앱 카테고리 배경이미지로 소개되었습니다. 항상 좋은 글과 사진으로 활동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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