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박근혜 전성시대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실정들은 일어나지 않았던 일인양, 쓰레기들의 박근혜 찬양이 봇물을 이루고 지지율이 폭등하고 있다. 이들의 보도행태만 보면 박근혜는 임기 2년5개월 남은 한물 간 대통령에서 죽을 때까지 물러나지 않는 위대한 여왕으로 등극한 모양새다.





이 땅의 기득권 언론과 그 주변을 맴도는 자들 중에 쓰레기 아닌 것들이 없었지만, 총선 승리를 위해 일치단합한 이들의 박근혜 찬양은 유신독재 시절의 박정희 찬양을 방불케 한다. 역사는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되풀이된다는 마르크스의 말이 하나 틀린 것 없다.



박정희의 친일‧남로당 경력을 비판의 재료로만 사용할 뿐, 그것이 한국적 신자유주의의 원형으로 이어졌다는 연구가 전무한 상황에서, 박근혜의 느닷없고 발작적인 방향 전환은 (그 진정성을 알 수 없지만) 상당 부분 일리가 있다. 혁명에 준하는 방향 전환을 미국의 금리인상에 앞서 단행한 것은 (처음으로) 잘한 일이다.



워싱턴과 월가, 펜타곤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지배세력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해적질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압도적인 군사력에 있었다. 금융산업과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위해 미국과 전 세계를 부채의 늪에 빠뜨리고도 되레 큰소리칠 수 있었던 것도 압도적인 군사력 때문이었다(재정절벽 때문에 계속해서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





만일 미국의 군사력에 맞설 수 있는 나라가 나타난다면, 그것이 신냉전의 형태를 띠지 않더라도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일방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면, 인류는 가난한 나라에서 부자 나라로 부를 이전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토대를 건설할 수 있다.



단 한 번도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던 소련의 과욕과 어리석음은 미국의 전성기 때 냉전을 벌이는 자살행위로 이어졌지만, 작금의 상황은 그때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미국은 전성기를 한참 지났고, 전 세계가 달러화 자산을 투매할 수 있는 여건만 조성되면 디폴트를 선언하는 것 이외에는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



미국이 1873년과 1929년의 대공황을 재현할 수도 있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그럼에도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설 수 있다. 독일과 프랑스가 난민수용을 확대한 것이 거대한 전환의 전조라면, 중국의 국방력을 보여준 전승절 행사는 미국의 일방주의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박근혜 정부가 느닷없고 뜬금없는 방향 전환에 나선 것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늦추라는 분명한 의사표현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순간 파국을 피할 수 없다면, 중국에 편승하는 길을 선택하는 것은 한국경제가 위기를 일부나마 줄일 수 있고, 향후의 위기 탈출을 위한 유일한 선택지다.



미국 재무부의 주구였던 IMF가 미국 연준을 향해 기준금리 인상을 늦추라고 공개적인 압박에 나선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미국의 금융산업과 군산복합체의 탐욕을 위해 너무나 많은 희생이 이루어진 지금, 지구온난화까지 급진성을 띠면 인류는 종말을 피할 수 없다(종말은 비대칭적으로 일어나는데 각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이 먼저 피해를 입는다).



미국이 탐욕의 독자생존을 강행한다면, 전 세계가 미국에 저항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중국이 위안화를 계속해서 평가절하한 것도 미국의 금리인상에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시진핑이 전승절 행사에 그렇게 목맨 것도 같은 이유라고 봐야 한다.



경제위기에 봉착한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은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는 계륵 같은 존재다. 미국과의 정치경제적 공생관계 때문에 북한을 붙들고 있었지만, 미국이 자신만 살려한다면 북한을 포기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결정도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방향 전환도 이것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다).





시진핑이 한중일 정상회담에 나설 수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일본도 영원히 미국의 경제 및 군사식민지로 살 수 없는 노릇이라면 한중일 정상회담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트럼프와 샌더스 돌풍이 예상보다 오래가는 것도 늘어나는 불확실성에 대한 공동대처의 필요성을 키웠을 것이다.



이것이 단기적 정치 이벤트로 끝난다면 방향 전환의 대가는 엄청날 것이지만, 진정성이 담긴 것이라면 (2008년 이후 내내 가능성으로만 남아 있던) 거대한 전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정말로 엿 같지만, 필자가 박근혜의 방향 전환에 관한 한 마냥 비판만 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 하나 제대로 잘한 것이 없지만 박근혜가 현역 대통령이니 어쩔 방법이 없다. 



하지만 오바마와의 회담결과와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개혁이 개악으로 간다면 이 모든 것이 정치쇼에 불과하다는 것이기에, 최소한 연말까지는 방향 전환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야당의 분열을 획책하는 자들이 쓰레기의 집중조명을 받는 것에 비해 문재인 대표가 해야 할 일이 명확해졌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박근혜와 현 집권세력을 비판하려면 보다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오늘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보듯이 박근혜는 최악의 경제위기를 넘겨야 한다(지랄 같은 것은 쓰레기들의 찬양 타령과 야당의 분열 때문에 국민의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닥칠 경제위기는 2~3년은 무조건 가기 때문에 법인세 증세와 부자증세로 갈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가 극도로 올라간 집값마저 지켜내지 못하면(100% 지켜내지 못한다. 가계부채가 그래서 걱정이다) 경제위기는 파국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3%로 잡은 것은 무조건 불가능하다. 박근혜가 우측깜박이를 켜고 좌회전할 수박에 없는 상황인데, 최경환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자들을 잘라야 박근혜의 생명줄도 조금 연장되고, 문재인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협조한 것이 옳았음이 입증되며, 국민의 피해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5.09.09 08:15 신고

    만일..샌더스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이 정부
    어떻게 할지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 늙은도령 2015.09.09 17:23 신고

      미국이 변하면 세상이 변합니다.
      샌더스 대통령이 되면 암살당하거나, 아니면 미국이 변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끝날 수 있습니다.

  2. 바람 언덕 2015.09.09 11:20 신고

    그저 웃프네요...
    현실이, 사람을 아주 바보로 만들고 있습니다.
    정치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시민의 각성이 잇따라야 하는 법인데...
    이 나라의 국민들은 방송과 언론이 만들어낸 상황극에 놀아나기를 멈추질 않네요.
    언제쯤 정신들을 차릴런지...
    조금 원망스럽네요...이제는....

    • 늙은도령 2015.09.09 17:30 신고

      국민의 수준도 높아질 필요가 있는데, 일단 야당 성향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이 있습니다.

  3. 백순주 2015.09.09 13:22 신고

    저는 두번째 사진이 보이지 않습니다.
    금리인상이 바람직 하군요. 은행 빚이 많은 저로서는 걱정입니다.
    아직은 띄엄 띄엄 몇 가지 논제만 눈에 들어옵니다.
    감사합니다.

    • 늙은도령 2015.09.09 17:33 신고

      지금 금리인상을 하면 박살납니다.
      금리인상보다는 부채탕감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작금의 문제는 한두 개가 아니라서....

  4. 불루이글 2015.09.09 15:43 신고

    박근혜가 오랜만에 좀 하긴 했네요
    너무 많은 실정가운데 하나 건져 올리니 딸랑이들과 쓰레기언론들
    빨아대는 꼴이란 차마 목불인견 입니다.

    진보의 평범한 한수가 보수에게는 위대한 치적으로 남는 순간 이네요

    국민들이 어리석은 것을 누구를 탓하리요

    • 늙은도령 2015.09.09 17:36 신고

      이념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되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중도 타령에 빠져있습니다.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답이 없습니다.
      이념은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며, 그것이 정책 결정과 집행으로 이어집니다.
      이것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에서 시작되면 백 퍼센트 실패합니다.
      가치의 기준이 없는데 다른 것이 제대로 될 방법이 없습니다.



                                         김경렬 화백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자네도 그런 처지인가? 이거 동병상련의 동지네? 그렇다면 조금이 아니라 자세히 말해줘야겠네? 앞서 자네가 말했듯이, 세계적 차원의 금융위기를 넘기기 위해 각국의 중앙은행이 천문학적인 돈을 뿌려댔지만 그건 실물위기로의 전위를 조금 늦췄을 뿐이야. 금융위기로 증발한 수십 조 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인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하위층의 지갑을 털어서 만회하는 자본주의 특유의 방식과 어차피 강자가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법칙에 철석같이 달라붙어 저항하고 있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후유증이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상황이라는 걸 입증해주고 있어. 게다가 WTO와 IMF와 함께, 신자유주의의 3대 첨병 중 하나인 세계은행 총재의 고백처럼 이 위기가 어디까지 갈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어. 위안화가 달러를 대신해 기축통화의 자리에 오른다는 건 아직 시기상조고 유럽은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에 너무 집착해 특유의 탄력성을 잃은 상태라 유로가 기축통화의 자리에 오를 수도 없는 상황이니 어쩌면 이건 대공황보다 더한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어. 물론 성급한 판단일 수도 있지만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해.”



“디폴트 위기까지 몰렸던 미국,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간 유로존의 재정위기, 원전사고와 엔고 현상도 부족해 ‘리틀 재팬’이라 불릴 정도로 수십 년 간 대규모 투자를 한 태국이 침수되는 바람에 주력 생산기지가 파괴된 것까지 도무지 끝을 모르는 일본의 추락, 예상보다 더딘 브릭스 국가(브라질, 인도, 러시아, 중국)의 성장, 경제가 경착륙 할 가능성이 높아진 중국, 중국을 대신할 베트남의 한계, 대체 시장으로써의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더딘 성장세, 아랍의 정치 불안 등이 거기에 한 몫 했겠군요?”



재영이 성수의 의견에 처음으로 동의를 표했다. 이제 더 이상 성수에 대해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그런 재영을 보면 성수가 좀 더 강한 톤으로 말을 이었다.



“암, 한 몫 단단히 하고 있지. 그중에서도 중동의 민주화 투쟁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봐.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인류사적으로 보면 프랑스 대혁명에 버금갈 만큼 중요한 사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세대 간 전쟁도 격화될 것이고 고령사회라는 인류가 전혀 경험하지 못한 시기에도 곧 도달해. 그래서 앞으로의 10~20년이 인류의 운명을 결정할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자 대전환의 시기라는 게 나와 비주류 경제학자들의 공통된 생각이야.”



“저도 아랍의 민주화 투쟁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재스민 혁명은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도 남을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겁니다. 그렇게 돼야만 하구요. 작게는 메이저 석유회사와 그들과 결탁한 내부의 독재세력, 반묘와 반서구를 외치며 온갖 테러를 일삼는 근본주의자들을 무너뜨리기 위한 진정한 의미의 성전이 시작된 것이고 크게는 아랍식 민주주의의 확대와 ‘피의 석유’에서 인류가 해방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재영은 열띤 음성으로 화답했다. 사실 T.E.로렌스를 가장 흠모하고 인생의 롤 모델로 삼은 재영으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반응이었다. 아랍의 독립을 이끌었던(영국의 정보국 소속이었기 때문에 제국주의의 첨병이었다는 상반된 평가도 있음) 로렌스처럼 치열하게 사는 것이 삶의 일차적 목표였으니, 재스민 혁명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크겠는가? 그 사실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하고 있던 성수가 미소를 띠며 재영의 화답에 다시 화답했다.



“내 생각도 자네와 같아. 아랍의 민주화 운동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유발한 변화 중 몇 안 되는 바람직한 결과라는데 전적으로 동의하네. 그런 면에서 보면 금융위기의 주범인 미국의 몰락은 당연하면서도, 대규모 생산과 가격파괴의 소비경제에선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기도 해. 세계경제를 파탄 직전까지 몰고 간 미국의 경제 회복이 대공황에서 빠져 나오기 위한 상수이기 때문이야.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지.”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남용해 흥청망청 빚잔치를 벌였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게 당연한 데도 말입니다? 한 번 구축된 기득권이 얼마나 강고한 것인지,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지요.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 미국 하는 어리석은 자들이란.. 아, 내가 말을 말아야지.”



“현존하는 유일한 제국으로써의 프리미엄이지. 하지만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어. 제국의 위치에선 내려서지 않겠지만 ‘유일한’ 과 ‘기축통화국’이라는 절대적 기득권은 반납할 수밖에 없을 거야. 디즈니랜드(미국은 미국 자체가 디즈니랜드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디즈니랜드가 있다고 한다)와 허리우드로 대표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세계적 영향력의 젖줄이자 돈줄인 대학의 교육 제도, 악의 근원인 군산복합체마저 무너지면 그땐 껍데기만 남겠지. 물론 토크빌의 지적처럼, 어느 나라도 갖지 못한 천혜의 땅은 영원한 자산으로 남아 변함없는 미국적 가치의 대명사로 남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절망적인 미국의 상황에 유럽의 재정파탄, 일본의 원전사고의 후유증까지 더하면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1929년의 대공황을 넘어 자본주의의 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가지고 있어. 물론 그 효율성에 있어서 자본주의를 대체할 만한 경제구조가 없기 때문에 몰락까지야 가지 않겠지만, 소수에 독점될 수밖에 없는 자유방임적 시장과 초국적 자본 위주의 정치경제적 논리에 대한 근본적인 수준에서의 처방과 수술이 없다면 미래는 예측 불가능한 미증유의 혼란 속으로 빠져들 수 있어. 그렇다고 마르크스의 변종들인 레닌과 스탈린이나, 노르웨이 테러범인 브레이비크처럼 히틀러의 추종자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다시 활개 치도록 방관할 수야 없지 않겠나? 어떻게든 막아내야지.”



성수가 분명한 이념적 지향점과 미래의 목표를 드러내는 의견을 표출했다. 재영은 ‘마르크스의 변종들과 히틀러의 추종자들’이란 그의 말에 크게 동감하면서도 그것이 정치경제적 전체주의(착취의 파시즘)에 대한 반대를 의미한다고 받아들였다. 그렇지 않다면 성수는 다시 형의 힌트에 적합한 인물에서 벗어나기 때문이었다. 재영은 문득 형의 계획에 대해 성수에게 말하는 것을 조금 연기할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



“교수님 설명을 들어보니 그럴 가능성이 높겠네요. 미국과 일본, 유럽 국가들이 처한 국가 재정 파탄과 여전히 탐욕적인 금융시스템, 탐욕적 자본 이동에 대한 규제 신설과 부유세 강화에 대한 기득권의 저항, 전 지구적 차원의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에 따른 기후 변화,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천문학적으로 풀린 돈이 초래하고 있는 만성적 물가상승,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겠네요.”



재영은 일단 성수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동의를 표했다. 이는 성수의 생각을 좀 더 깊은 곳에서 끌어내기 위해서였는데 성수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그것에 응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재영은 무의식 어딘가에서 피어오르는 의심의 싹을 찍어 누르지 못했다.



“그것만이 아닐세. 국경을 넘는 자본 이동에 세금을 물리자는 토빈의 주장처럼, 초국적 자본의 무차별적인 이동을 제어하지 않으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이나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네. 모든 분야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공중에 둥둥 떠다녔던 19세기가 인간의 이성을 풍요롭게 한 세기였다면, 20세기는 그 위대한 사유의 산물로써 과학과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류의 물질적 풍요를 이룩한 세기라고 할 수 있어. 국가와 거대 자본의 지원이 그들에게 유리한 연구물을 내놓기에 급급했던 얼치기 경제학이라고 해도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특히 구소련이 몰락한 이후, 고삐 풀린 자본이 과학과 기술과 정치와 뒤엉켜 세계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지. 자유시장과 자본주의에 내재된 치명적인 문제점들을 무시해도 별 문제가 될 것이 없을 정도였으니 더 말해 무엇 하겠나? 물론 그 중심에는 자연의 선물이자 물보다 싼 석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지만.”



재영은 위기상황에 대해 말하던 중, 뜬금없게도 20세기가 석유를 중심으로 한 성장의 시기였다고 단정한 성수의 말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화의 방향을 틀어버린 이외의 가설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야 상당히 증폭됐지만, 도무지 맥락이 이어지지 않아 혼란스러웠다. 그 바람에 무의식에서 빠져 나오던 의심이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심연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 짧은 변화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재영은 20세기를 ‘혁명으로 시작해 사건으로 끝난 세기이며 쓰레기의 세기로 불릴 것’이라고 말한 로제 마르땡 뒤 가르의 정치적 정의와 너무나 다른 성수의 주장이 파격적으로 다가왔다. 동방국의 일개 소장파 경제학자가 내린 의견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그의 논리가 지나칠 정도로 비약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가 뭘 말하고자 하는지 짐작되는 것이 있기는 했다.



“칼 폴라니가 『거대한 전환』가 자연이 준 자원인 석유에서 플라스틱이라는 물질을 만들어낸 것이 진정한 창조이자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었다고 평가한 것처럼 말입니까?”



“빙고! 단언하지만, 석유가 없었다면 20세기의 성장은 불가능했네. 물론 다른 것들도 있지만 석유만큼 지대한 영향을 미친 건 없어. 지금은 환경 파괴와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지만, 인류를 가난이란 족쇄로부터 해방시켜 풍요를 가져다 준 화학의 공헌까지 부정할 순 없지. 물론 풍요를 이루기 위해 아랍과 아프리카 등의 산유국 국민의 희생을 담보로 유지해온 물보다 값싼 석유라는 저가의 가격정책이 전제됐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겠네. 하지만 신이나 자연이 아닌 인간이 발전시킨 화학의 힘이 없었다면 석유에서 추출한 마법 같은 소재, 플라스틱도 없었을 테고 지금 인류가 누리고 있는 물질적 풍요는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네. 또한 앞으로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플라스틱을 태우는 것 이외에는 경제성이 있는 게 당분간 나오기는 힘들 것이네. 물론 그것이 인류에게는 일종의 딜레마나 아이러니일 수밖에는 없겠지만 말일세.”



성수의 말은 거의 플라스틱을 창조해낸 화학 찬양론자 수준의 주장과 다를 것이 없었다. 이건 일개 경제학자가 무 자르듯 최종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그런 단순한 화학방정식도 획기적인 에너지 해결책도 아니었다. 재영은 뜬금없을 정도로 일방적인 성수의 주장에 뭔가 숨은 의도가 있지 않을까, 의문이 들었고 긍정하기에는 자신의 지식이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풍요의 대가가 너무 크지 않습니까? 그 풍요라는 것도 골고루 나눠진 것도 아니고. 계산도 불가능한 환경오염의 폐해는 석유에서 대부분의 이익을 독점한 거대 자본이 아닌, 모든 인류가 짊어져야 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재영은 처음으로 자신과 의견을 달리하는 성수의 주장에 강하게 부정했다.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석유가 제공한 값 싸고 마법 같은 제품들이 없다면 단 하루의 생활도 불가능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지만, 그것이 초래한 폐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었다.



“풍요의 과실이 모두에게 주어지지는 않았지만 인류 전체의 발전까지 부정할 수야 없지 않겠어? 난 부의 재분배와 복지의 확장은 정치와 경제가 풀어낼 과제이지 석유의 용도를 발전시킨 화학의 잘못은 아니라고 봐. 사용 후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기술(케미컬 리커버리라고 함)도 이미 왜국이 개발해 놓은 상태고 유럽에선 비중 1.0(플라스틱의 분자결합력을 약화시켜 분해할 수 있는 기준 밀도. 플라스틱을 사용 금지와 사용 자제, 사용 가능으로 나눠 리사이클링이 가능하도록 유도하거나 강제하고 있음) 이상의 플라스틱 소재에 대한 사용 금지(에너지 리커버리라고 함)를 ISO 규정으로 추진 중이야. 석유가 리터 당 100달러가 넘으면 경제성도 갖게 돼. 물론 그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기존의 환경오염을 줄이거나 더 이상의 오염을 막을 수도 있는 기술들은 이미 개발돼 있어. 이런 것들로 해서 나는 일반적 통념과는 달리 기업, 특히 제조업의 잘못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고 봐. 물론 제조업체의 책임이 없다는 것도 아니고 과학과 기술이 가치중립적이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야. 거대한 힘일수록 책임도 커지는 법이지만 과거로 돌아가거나 현상 유지에 매달려서는 인간의 능력과 풍요의 가치마저 부정하는 논리적 모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계하는 거라면, 지나친 것일까? 어쩌면 자네가 기득권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는 기성 종교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도 같은 논리가 아니겠나?”



“교수님, 논리적 비약이 심한 것 아닙니까? 저도 플라스틱이 인류의 발전에 공헌한 것에 대해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기술적 발전과 재활용이라는 대체 에너지적 가능성에도 긍정적인 편이구요. 하지만 교수님 논리대로라면 핵무기와 핵 발전도, 수많은 인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모든 전쟁도 인류 발전에 공헌했으니 그 모두에게 면죄부를 줘야 하는 게 아닙니까? 과학과 기술이라고 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파괴적 속성과 자가증식적 경향을 띤다고 알고 있습니다. 인류를 빈곤에서 해방시켜준다는 대부분의 테크놀로지가 인류를 보다 수월하게 통제하고 이제는 인류 전체를 멸종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걸 지구 자체가 입증하고 있는데 그런 결과를 초래한 과학과 기술을 상업적 목적과 통제의 도구로 가장 많이 차용한 대기업의 책임이 그리 크지 않다니요? 특히 금융과 에너지, 유통 및 매스 미디어 관련 초국적기업들이 저지르고 있는 일들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육식을 즐기고 온갖 기술적 편리에 매몰돼 매일같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에 익숙해져, 자신이 소비와 향락의 노예로 전락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개개인의 책임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 해도 지금까지 이익만 챙겼을 뿐 그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초국적기업까지 무죄방면해줄 수야 없지요. 안 그렇습니까, 교수님?”



재영이 다방면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성수의 말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성수의 시각이 자신이 뒤엎고 싶은 제도권 시각과 너무나 유사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가 형의 힌트에 정말로 적임자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격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금융과 에너지 분야 초국적기업의 잘못에 대가를 물어야 한다는 것에는 나도 전적으로 동의하네. 자네의 말처럼 모든 테크놀로지 또한 자신의 적용 분야를 최대한 확장하려는 내재적 성향을 갖고 있기도 해. 그래서 내적 동력이 다할 때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양산하지. 좀처럼 사라지지도 않고. 핵에 관련된 기술처럼, 일부는 확장의 결과가 지나치게 파괴적인 경우도 있지. 하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가치가 이미 성과를 이룬 과거의 결과물까지 바꿔놓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봐. 가우스의 종형곡선에 수렴하는 결과를 만들지도 않지만 누구도 테크놀로지 그 자체가 갖고 있는 잠재적 성향까지 매도할 수는 없지 않겠나? 그리고 자네가 지적한 논리적 비약은 시공간을 한꺼번에 뛰어넘고자 할 때 주로 발생하는 것이지 내 말처럼 현재에 두 다리를 굳건히 하는 경우에는 비약이라고 할 수 없지 않겠어? 양자역학이 아무리 대세라고 해도 우리가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의 성과를 부정할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치일 테고. 고전물리학과 양자역학이 서로 협력해 이룬 성과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수명 연장을 이룬 의학기술과 인간의 활동반경을 넓혀준 자동차와 철도, 비행기는 물론 인류의 지식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킨 컴퓨터를 비난할 수 없는 것처럼 화학과 물리학의 총화인 플라스틱까지 비판한다는 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드네. 피해가 예상된다고 발전까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인류 진보의 역사이자 이치라면, 누군가 도전해야만 어떤 것이든 이룰 수 있지 않겠나?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문제점들을 인류에게 남겼지만 과학과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20세기를 그 정도의 허물만 탓하며 시간의 저편으로 놓아준다고 해서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보는데, 안 그런가?”



좀처럼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지 않는 성수가 재영의 반박에 물러서지 않았다. 뭔가 작심한 것이 없다면 이렇게까지 밀어붙일 그가 아니다. 게다가 금융위기를 얘기하다 갑자기 석유로 주제를 바꾼 것은 분명 어떤 의미도 없으면 할 수 있는 얘기도 아니었다. 질서정연한 사고를 중요시하는 성수가 결코 이런 럭비공 식의 논리를 전개할 이유가 없었다. 생각이 이에 이르자 재영은 성수가 한 말들을 빠르게 되돌려봤다. 어렵지 않게 하나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재영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성수에게 물었다.



“그럼, 압축성장을 이룬다는 명목 하에 전국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대규모 댐과 원전 건설 같은 SOC 사업을 통해 배를 불린 권위주의적 토건세력(왜국의 자민당과 관료 같은 사이비 케인지언 - 토건업자와 직업관료 - 들이 주를 이룬다)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를 적용해야 합니까? 수많은 노동자의 희생을 담보로 했고, 그들의 자식들에게 또 다시 희생을 강요했던 우리네 역사의 20세기를 마냥 놓아주자는 말은 아니겠지요?”



“당연히 그건 아니네. 이익을 독점하고 자원을 소비하기만 한 토건세력과 관련 이익집단까지 면죄부를 줄 수야 없지. 일부에게만 이익이 집중되는 발전은 너무 많은 희생과 끝없는 혼란을 야기하니까. 토건세력이 주도하는 경제가 위기의 또 다른 진원지라는 건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특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말할 필요도 없고. 아니, 그건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잔인한 범죄야!”



성수가 더 이상 강할 수 없는 단어로 끝을 맺었다. 재영은 그 제서야 성수가 자신에게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성수가 한 말을 피드백 해보면 한 개의 단어가 일관되게 자리했다. ‘20세기’가 바로 그것이다. 결과야 어떻든 성장과 풍요의 과정으로 작용했던 20세기는 놓아주자는 뜻이었다. 그래야 미래의 혼란과 차별을 진정으로 바로잡을 수 있기에. 그렇다면 21세기의 그 무엇, 플라스틱이라는 만능의 제품을 창조해낸 물보다 싼 석유와 비견될 만큼 경제적으로 중요성을 갖는 것, 21세기를 인류 공존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시기로 재구성해나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 그것들 중에 성수가 자신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을 터였다. 물론 그와 정반대일 수도 있다. 21세기를 인류가 진정으로 발전한 세기로 만들어줄 그 무엇을 가로막고 있는 어떤 다른 것을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성수가 직업이 기자인 자신에게 하고자 하는 말은 탐욕의 이데올로기인 신자유주의가 새로운 이익을 창출해줄 먹이로 결정한 디지털 세계의 패권주의나, 신방 겸용과 소유권 집중을 통해 몸집을 불리며 철저히 상업화의 길을 가고 있는 매스 미디어에 관한 것이리라. 만약 자신의 추측이 맞다면 성수가 형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제3의 동반자에 적합한 인물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었다. 재영은 자신의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끼며 성수에게 물었다.



“20세기에 대한 얘기는 그것으로 충분하니까, 대체 제게 말하고 싶은 게 뭡니까?”



재영이 생각을 정리하자마자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성수에게 물었다. 둘이 대화할 때 어떤 의문이라도 생기면 빙빙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라면 룰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말을 빙빙 돌리는 것은 자신과 성수 같은 부류에겐 최악의 행위였다. 재영은 성수의 입술에서 어떤 대답이 나올까, 뚫어져라 바라봤다. 




  1. 앨리스 2015.08.28 23:41

    이런 지적인 대화를 길~~~게 나누는 재영과 성수가 부럽군요ㅎㅎ 사회를 압축해서 인식하게 해주시네요 감사합니다

    • 늙은도령 2015.08.29 00:26 신고

      나중에 시간이 돼 소설을 낼 마음이 생기면 모조리 퇴고해야 합니다.
      이런 내용이면 아무도 읽지 않을 것이에요.
      최대한 줄여서 소설답게 만들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네요.

  2. Chris (크리스) 2015.08.29 01:03 신고

    성수의 입술에서 어떤 대답이 나올지 저도 궁금합니다.



미국 오바마 정부가 그리스 부채탕감에 찬성하는 것도, 이 때문에 IMF마저 부채탕감으로 돌아선 것도 유로존 붕괴가 가져올 후폭풍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그리스 부도사태는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의 디폴트(총부채 720억달러로 추정)와 비교하면 세발의 피도 되지 못한다.





그리스의 디폴트와 이에 따른 유로존 붕괴는 겨우겨우 살아나고 있는 미국 경제에게도 치명타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천문학적인 구제금융과 무제한 양적완화로 2008년의 신용대붕괴를 겨우 극복했는데, 유로존이 붕괴하면 금융산업이 치명타를 입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노력이 무용지물로 변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세계개발은행(IBRD),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UN 등을 앞세워 미 재무부와 월가 및 런던 금융가가 주도했던 신자유주의 세계화도 최후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복지선진국 스웨덴과 덴마크, 노르웨이마저 신자유주의에 항복하게 만들었는데, 이것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전통적으로 유럽 정부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자유주의적 사회주의)에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앞의 글에서 유로존이 붕괴하면 경제위기에 직면한 국가들이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 손을 내미는 것은 별로 어려운 추측에 속하지도 않는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만큼 독일의 독주에 불만이 많다. 미국 연방정부가 유럽을 미래의 시장으로 키우기 위해 독일의 전쟁배상금을 대폭 탕감해준 것에 불만을 갖고 있는 국가들도 여전히 많다.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유럽의 복지체제를 지속적으로 잠식해온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메르켈과 독일의 욕심 때문에 유로존이 붕괴되면 위기에 내몰린 유로존의 국가들이 중국과 러시아에게 손을 벌리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다. 바로 여기서 미국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른다.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는 그리 무서운 상대가 아니지만 중국은 다르다.



미국이 무제한 양적완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중국과 일본 정부가 채권을 사줬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의 입장에서 미국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수출증가와 채권수익률 면에서 손해나는 장사가 아니었다. 중국정부가 일본의 역대 내각처럼 경제의 경착륙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는 것도 미국과 정면으로 맞설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 각국이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것은 미국 정부와 경제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유럽의 시장규모는 미국보다 크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채권(2~3조달러)을 팔아 유럽을 지원하는 비용으로 쓰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럴 경우 달러를 마구 찍어낼 수 있는 기축통화국이자 유일제국인 미국의 입장에선 건국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최소 50년 이내에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성장 동력이 나올 수 없고, 계산 자체가 불가능한 지구온난화 완화비용까지 더하면 유일제국의 타이틀은 내놓아야 한다.



금융시장을 최소한만 개방한 중국은 러시아와 이란처럼 경제봉쇄를 통해 항복을 받아낼 만한 상대가 아니며, 영국과 서독과 프랑스를 끌어들여 찍어 눌렀던 일본처럼 제2의 프라자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상대도 아니다. 어마어마한 비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푸틴(최근 러시아 상황이 좋지 않지만)도 만만히 볼 수 없다.





미국이 세계경제의 미미한 존재인 그리스의 국가부도사태를 막기 위해 독일을 압박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세계적인 경제학자들과 석학들이 메르켈을 비판하는 것도 그리스 국민이 불쌍하기 때문도 있지만, 메르켈의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세계경제가 아노미 상태로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리스 국가부도사태는 부정적 세계화가 부른 신자유주의 정경유착의 결과이자,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폐해가 모조리 응축된 민주주의 붕괴의 결과이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균형과 견제가 사라진 특정집단의 일방독주는 공통의 파멸로 귀결됐다는 역사적 사실이다(피케티의 주장이 왜 그렇게 큰 울림을 갖는지는 주말쯤에 올릴 생각이다).



P.S. 아래 링크한 경향신문 기사는 한국의 선거제도가 얼마나 민주주의에 반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왜곡되기 일쑤인 통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때 글의 힘이 탄력을 받는데, 이 기사가 그러합니다. 



한국, 민의 반영 '선거 비례성' 최하위.. 비례대표제 국가는 상위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5.08.06 08:27 신고

    통계는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180' 달라질수 있습니다
    그런 사례들을 수도 없이 보아 왔습니다

    • 늙은도령 2015.08.06 17:04 신고

      네, 통계는 가공하고 왜곡하면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약자들도 기본적인 지식은 있어야 합니다.
      약자가 강자를 꺾는 방법은 지적 우위 아니면 혁명입니다.

  2. 참교육 2015.08.06 10:47

    나쁜 국가나 나쁜 정부의 공통점은 약자를 못살게 군다는 겁니다.
    수탈과 착취 그 사악한 마귀의 얼굴을 이제는 희생자가 똑똑히 알아야 하는데....

  3. base 2015.08.06 18:05

    무더위가 계속되네요. 간교한 악마도 균형의 완전한 파괴가 자신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고 행동하는데 이 놈의 대한민국의 기득권들은 이토록 잔인한 돌연변이가 되버렸으니....

    • 늙은도령 2015.08.06 20:14 신고

      이명박근혜 정부 7년7개월이 모든 것을 우경화시켰습니다.
      이제는 깨놓고 막나갑니다.
      부정부패가 너무나 많이 만연해 타락할 대로 타락한 국가가 됐습니다.
      기득권들의 천국이 됐습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가 밝혔듯이, 그리스 채권단(의 목표는 지리자 정부를 전복시키는 것이다. 채권단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거대금융 산업의 이익과 부의 불평등을 공고히 하는 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정통 좌파인 지리자 정부를 전 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급진좌파 정권인 시리자 정부는 이른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 IMF, ECB(유럽중앙은행)로 구성된 ‘트로이카’의 압박을 거부한 채 60%에 이르는 청년실업자를 비롯해 중하위층을 위한 복지와 연금을 줄이는 긴축재정에 반대하고, 양극화 해소를 위한 좌파 특유의 정책을 펼쳤다.



노별경제학상 수상자이며, IMF 수석부총재였던 스티글리츠뿐만 아니라, 우파 성향의 IMF 수석경제위원이었던 라구암 라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르구먼 교수 등을 비롯해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런 IMF의 폭거를 비판했고, IMF 또한 한국 등에서의 잘못을 인정하며 조직을 개편하는 등 변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스티글리츠와 크루그먼, 미국과 유럽의 진보 성향의 언론들이 폭로한 것처럼 지금껏 그리스에 지불된 구제금융이 그리스의 부활을 위해 사용되지 않고(단 10%만 사용됐다), 그리스 채권을 다량 소유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의 채권자(민간은행)들의 부실을 털어주기 위해서 사용됐다(무려 90%가 사용됐다. IMF의 수석부총재였던 스티글리츠에 의하면 IMF는 늘 그랬다).



스티글리츠 "채권단 바람은 그리스 좌파 정권 퇴진"





0.1% 슈퍼클래스의 용병인 IMF는 하나도 변한 것이 없었다. 이번에도 IMF는 현 유로존 체제를 유지하고 싶은 지도자들의 지원 하에 그리스를 독일과 프랑스 등의 금융산업과 유로존 강국들의 경제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최대 걸림돌인 시리자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해 맹공을 펼치고 있다. IMF 뒤에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 월가와 런던의 각종 헤지펀드가 자리하고 있음은 불변의 사실이다. 



아르헨티나가 IMF의 가혹한 구조조정을 거부하고 국가부도를 선언한 뒤 (대규모 부채탕감을 받아냈고) 경제위기에서 벗어났고, IMF의 구제금융을 거부한 인도네시아도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섰듯이, 그리스가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국민투표를 통해 ‘트로이카’의 요구를 거부하고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스가 현 상태의 유로존에 머문 채 IMF가 주도하는 ‘트로이카’의 가혹한 긴축재정과 구조조정을 받아들이면 영원히 경제식민지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를 선언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경유착의 극심한 부패(골드만삭스와 우파 정부가 분식회계를 자행해 국민에게 피해를 떠넘겼고, 상위 5%는 국부의 50% 정도를 외국으로 빼돌렸다)에서 벗어나 스스로 일어서는 개혁에 성공할 수 있다.





독일과 프랑스를 위한 유로존의 불완전성은 제2, 제3의 그리스를 양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투표를 통해 이를 바로잡으려는 시리자 정부의 모험이 성공을 거두면, 유로존을 탈퇴하는 국가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독일(과 프랑스)의 이익독점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메르켈 총리가 강경한 입장을 천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울리히 벡의 《경제위기의 정치학》을 참조하라).



그 다음에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불완전한 유로존에 가입해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는 회원국들이 도미노 탈퇴가 이어져 유로존의 축소나 해체되는 것이다. 미국의 독주체제가 무너진 현재, 유로존 유지가 유럽의 부흥을 이끌 필수적 요인은 아니기 때문에 가능성이 무시 못 할 시나리오다.



두 번째는 독일과 프랑스가 그 동안 독점해온 이익의 일부를 무상으로 풀어주는 것이다. 그리스의 탈퇴는 유로존을 주도해온 0.1%의 금권정치에 종말을 고하는 계기가 될 터, 대규모 탕감이나 해외로 유출된 국부의 동결 등 일정한 타협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 물론 그리스를 포기하더라도 다음 번 탈퇴국을 막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등을 만족시킬 방법은 극히 희박하다.





세 번째는 독일과 프랑스, 극소수의 유럽통합론 리더들에게만 유리한 불완전하고 불평등한 유로존의 통합을 끝내고, 보다 평등하고 공존이 가능한 통합으로 두세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의 대폭적인 양보와 미국 정부를 압박해 골드만삭스에게 분식회계에 따른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이 전제돼야 함은 당연한 얘기다.



그렇다면 한국에 유리한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무조건 세 번째다. 그리스가 시장자유주의 우파의 금권독재가 아닌 민주주의를 선택한다면 유로존 전체가 미국식 신자유주의 불평등체제에서 탈피하는 인류사적 전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유럽에서 독일(과 프랑스)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는 최악의 제조업 위기(환율이 결정적)에서 탈출할 수 있다.



그리스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리스가 지금과 같은 최악의 질곡에서 벗어나고, 상위 0,1%를 위한 전 세계적인 불평등체제를 구축해온 시장자유주의 우파의 폭주를 막으려면 전통 좌파적 가치와 그의 실현이 유일한 탈출구이기 때문이다. 미 정부로부터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을 받고도 여전히 탐욕의 폭주를 멈추지 않는 월가와 런던의 금융업계를 길들이는 방법도 그것밖에 없다.  





그리스의 선택은 IMF 외환위기를 빌미로 한국에 강제이식된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끝낼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이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미 그리스 디폴트를 대비한 리스크관리를 마친 상태라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도 금융권에서만 돌고 도는 거대한 유동성이 소비의 주체인 서민에게 주어지기를 바란다. 



그리스가 독자 갱생의 길을 선택한다면, 그리고 그들이 잠시 동안의 침체를 극복한 후 경제위기를 돌파해낸다면, 극도의 불평등과 민주주의의 퇴행을 양산하고 있는 위험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신자유주의적 퇴행에 종지부를 찍고, 더 큰 민주주의를 향한 거대한 전환을 이루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또한 70년에 걸친 미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평화통일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P.S. 미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지난 40년 동안 극도의 불평등과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힌 신자유주의 체제를 그대로 따라야 할 이유란 없다. 유일 제국이었던 미국과 선진국의 집단인 유럽마저도 지독한 경제위기에 빠졌다면, 더 이상 어떤 증거를 제시해야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인정할 것인가? 우리는 벌써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잊어버렸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耽讀 2015.06.30 20:48 신고

    그리스 인민들이 금융자본에 굴복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지리자 정부가 국제금융자본 탐욕에 굴복하지 않습니다. 국제금융자본게 굴복하지 않는 정부와 인민임을 그리스가 보여주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1997년 지리자 같은 정치인이 있었다면 지금같은 양극화는 없었을 것입니다.

    • 늙은도령 2015.06.30 21:44 신고

      그리스가 성공한다면 신자유주의의 퇴장은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정말로 거대환 전환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2. 공수래공수거 2015.07.01 08:20 신고

    그리스의 추이를 잘 지켜 봐야겠습니다

    • 늙은도령 2015.07.01 17:31 신고

      네, 그리스는 유로존의 피해자입니다.
      독일이 모든 이익을 독점하는 지금의 상황은 독일이 책임져야 합니다.
      그들은 프랑스와 함께 유로존 통합을 현 수준에서 유지함으로써 이익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이익을 내놓아야 합니다.
      독일은 지금 나치 히틀러와 비슷할 정도로 유럽을 비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3. 참교육 2015.07.01 08:36 신고

    그리스 문제 정리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언론에서는 그리스 문제를 뜨구름 잡는 소이만 해 대더군요. 그리스 정부가 신자유주의를이길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 늙은도령 2015.07.01 17:35 신고

      그리스가 디폴트가 되도 유로존이나 다른 곳에서는 별로 충격이 없습니다.
      대기업들은 이미 위험요인을 다 반영했고요.
      문제는 환율입니다.
      독일의 제조업에게 우리의 제조업들이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이것을 잡아야 하는데 가계부채가 너무 많아서 환율싸움도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이 금리인상을 더 이상 미루기 힘든 상황이고 중국이 돈을 풀기 시작했기 때문에 한국경제는 최악으로 갈 수 있습니다.
      정말 지금은 한국 물품을 사줘야 할 때입니다.
      현재 같은 상황에서 외국제품을 사는 것은 한국을 회복불능의 상태로 떨어뜨립니다.
      해외직니, 아이폰, 외제차 등을 사는 것은 정말 자제해야 합니다.

  4. 『방쌤』 2015.07.01 14:35 신고

    부디 그리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봅니다
    지금의 위기도 빨리 벗어나길 바라구요

    • 늙은도령 2015.07.01 17:37 신고

      그리스는 어떻게 해도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럴 바에야 스스로의 힘으로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희망이 있지요.
      이런 식으로 독일과 프랑스가 이익을 독점하면 그리스 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파산에 이를 수 있습니다.

  5. 프리뷰 2015.07.01 16:50 신고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네요.

    • 늙은도령 2015.07.01 17:38 신고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지요.
      그리스가 강하게 나가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6. 달빛천사7 2015.07.01 21:42 신고

    메르스가 잠잠해지긴 했네여 정치하시는 분들은 언제나 조용한 날이 없네여

    • 늙은도령 2015.07.02 00:03 신고

      메르스 이후가 더 문제입니다.
      숨겨졌던 온각 부실들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7. EMC 2015.07.02 01:31

    안녕하세요 선생님
    송구스럽지만 전 선생님과 이번 그리스 사태에 대해 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IMF가 지난 수십년간 신자유주의의 첨병역활을 해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IMF의 강압적인 요구를 받아들인 국가들 대다수가 부익부 빈인빈이 더 심화된 겄도 사실입니다.
    (먼 타국의 사례를 볼 필요도 없이 한국의 현상태만 봐도 답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리스의 잘못도 크다고 봅니다.
    이미 그리스가 분식회계로 EU 가입을 했다는 건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이고, 부자감세와 방만한 제정운영,
    게다가 부유한 그리스 상류층의 탈세를 오랜 세월동안 눈감아 준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리스의 치프라스 총리가 정통 좌파이라 하셨지만
    저는 그의 행보가 좀 의심럽습니다.
    최근 슈피겔 지와 유럽 의원회 집행의원장인 장 클로드 융커와의 인터뷰에 의하면
    융커 위원장이 치프라스 총리에게 그리스 부유층에 대해 증세를 할것을 간곡히 권유했으나 별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른 분들에게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으나
    제 소견으로는, 이번 달 5일에 치뤄질 그리스 국민투표는, 치프라스 총리가 그리스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던간에
    따라올 댓가에 대한 책임을 국민들에게 떠넘기는 아주 치졸한 행위인것 같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지금 독일을 제외한 EU 전체가 경제적으로 힘들지만
    우크라이나 침략을 규탄하기 위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행하고 있는데
    러시아의 돈줄을 굳혀 푸틴의 대유럽 전략을 돕는 천연가스 운송관 건설 계약을 채결하는 것은
    그리스 역사의 큰 오점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 늙은도령 2015.07.02 02:01 신고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돕겠지요.
      푸틴으로서는 미국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유럽에서 거점국을 구축하는 것이 되니까요.
      헌데 저는 그것만 보지 않습니다.
      경제 전반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면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여러 나라들을 침몰시키고 황폐화시키는지에 대해 꿰뚫게 됩니다.
      그리스도 그 피해당사자 중 하나입니다.
      많은 분들이 그리스 복지의 과다함을 말하지만, 그것은 우파 정부가
      집권하기 위해 퍼준 부분이 더욱 큽니다.
      또한 그리스는 유로존 통합의 최대 피해자입니다.
      처음 유로존이 통합될 때 노동자의 이동과 부의 재분배 같은 것들을 함께 하기로 했는데 독일과 프랑스가 이에 동의하지 않았고, 영국이 가입하지 않으며 지독히 불공평한 통합이 됐습니다.
      유로존이 형성되기 전의 그리스는 지금처럼 최악의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선진국의 우위를 누리는 제조업도 있었고, 환율이나 기타의 방어수단도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일정 부분은 지킬 수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를 상대해서 기존의 경제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제 동생만이 아니라 제 친구들이 삼성, 현대, 한진그룹의 유럽법인장을 했고 볼보나 BP 등에서 임원으로 근무했는데 그들의 공통된 결론이 독일과 프랑스를 위한 유로존 통합은 유럽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읽은 경제 관련 서적들도 극우적 시각이 아니면 동일했고요.
      정치적 관점에서만 보면 절대 세상을 제대로 보기 힘듭니다.
      푸틴이 최악의 독재자 중 한 명이라는데는 저도 동의합니다.
      부정부패가 극심해서 러시아 국민들이 지금보다 잘살 수 있는데 못사는 것도 맞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푸틴의 야욕이 가장 크지만, 러시아의 역사를 제정시대부터 살펴 보면 푸틴만 무조건 욕하기도 힘듭니다.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지며 여러 나라로 나눠진 것에 대한 접근도 학자마다 매우 다릅니다.
      시각이 다양하고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볼 때도 여러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
      푸틴은 스탈린하고는 다릅니다.
      히틀러하고도 다르고요.
      푸틴이 러시아를 제멋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러시아와 거래하는 입장의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의 압박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큰 시장이었던 이란도 미국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고요.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보면 정말로 세상을 종말로 몰고 가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요즘 미국의 민중사를 읽으며 제가 몰랐던 미국의 역사를 다시 보고 있습니다.
      미국에 관련된 책은 거의 6~700권을 읽었지만 이런 접근도 있구나 하는 것을 새롭게 깨닫게 됩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바로 잡으려면 푸틴을 구석까지 내몬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그리스 국민들이 진보좌파를 표방한 치프리스 총리를 선택한 것은 그가 급진좌파적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100% 믿어서가 아닙니다.
      어떤 지도자도 그런 기적을 만들 수 없습니다.
      한 국가의 지도자가 되면 특정 정당의 입장만 대변할 수 없습니다.
      그리스 전체를 봐야 하기 때문에 급진좌파적 개혁을 무작정 밀어붙일 수 없습니다.
      그럴 경우 그리스의 부가 더욱 많이 빠져나갈 것이며, 미국과 유럽의 압박이 지금보다 수십 배는 강해집니다.
      게다가 시리자 정부는 처음 집권했기 때문에 정치적 기반도, 경제적 기반도 약합니다.
      치프라스 총리도 이런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못하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원했던 것을 제대로 못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국가를 이끌어가려면 어마어마한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제 처음으로 집권한 시리자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다만 IMF의 요구를 따르면 그리스가 회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이제는 국민이 정해야 합니다.
      국민이 치프라스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오면 미국과 유럽이라도 무조건 밀어붙일 수만 없습니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지만, 댓글로는 너무 기네요.
      사실 이런 얘기를 글로 올려도 많은 분들이 이해하기 힘듭니다.
      전문가의 시각에서 글을 풀어가야 하는데 그러면 글이 너무 어려워집니다.

      아무튼 님처럼 다른 시각도 필요합니다.
      정치인들은 언제나 감시의 대상이지 믿음의 대상은 아닙니다.
      언제나 감시하고 의심하거 점검해야 합니다.
      특히 푸틴처럼 최악의 독재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오바마도 그것을 걱정하는 것 같은데, 미국 대통령의 말은 믿을 수가 없어서요.
      월가의 탐욕과 런던의 탐욕, 그리고 다시 금융산업이 탐욕을 보이고 있는 독일의 탐욕도 고려해서 보면 조금 더 낫지 않을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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