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3륜으로 불리는 판사, 검사, 변호사의 타락상이 끝을 모르고 터져나오고 있다. 오늘은 최악의 대법원장으로 평가받는 양승태가 국민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법조3륜 중에서 가장 첨령하고 공정해야 할 판사들의 잇단 부패와 비리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그의 사과에서 어떤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 것은 사법부의 타락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조3륜의 타락은 자본과 정치, 언론 등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특권층을 형성하고 있는 모든 곳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부패와 비리의 향연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을 일제에 팔아넘긴 친일파를 건국의 주역으로 만들려는 주축이 대통령과 청와대, 집권여당과 제도권 언론들의 탐욕의 카르텔이니, 자본과 성공을 향한 구걸에서 비롯된 부패와 비리의 향연은 대한민국의 근본마저 뒤흔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신만 잘살게 해준다면 전과가 14범에 이르는 파렴치한 사기꾼이라도 대통령으로 선택했고, 정체불명의 종북좌파만 몰아내면 독재자의 딸도 좋다며 대통령으로 뽑았던 유권자가 전체의 반을 넘은 나라니 이 정도의 타락은 아무것도 아닌지도 모르겠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서민들을 착취해서 상위 10%의 배만 무한대로 불려주고, 국가의 존립 자체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박근혜의 지지율이 여전히 30%를 넘으니 더 말해야 무엇할까. 



모든 비리의 종착점을 보여주는 자가 청와대는 물론 국정원과 검찰, 경찰까지 장악한 채 대통령을 꼭두각시처럼 만들어도, 그 자를 지키기 위해 대통령이 국민 전체와 등을 질 수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는 말이 아니면 다른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국가의 부재로 매일같이 국민이 죽어나가도 정부는 일체의 관심도 보이지 않는 것이 일상화된 나라에서 탈출의 행렬이 이어지는 것을 어떻게 탓할 수 있으랴.



국가의 이름으로 국민에게 폭력이 가해지는 나라, 자본의 이름으로 개인의 인권과 노동자의 권리가 무시되고 착취되는 나라, 성공의 이름으로 불평등과 차별이 난무하고 반칙과 특권이 인정되는 나라, 언론의 이름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선동해서 불의를 퍼뜨리고 전쟁위협만 끝없이 부풀리는 나라, 교육의 이름으로 미래세대에게 복종을 가르치고 꿈을 갉아먹는 나라, 성장의 이름으로 하늘에는 미세먼지가, 땅에는 각종 오염이, 강에는 녹조가 넘쳐나는 나라. 





대한민국은 그렇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타락과 부패가 범람하는 국가 됐다. 돈과 권력의 크기에 의해 잔혹하고 패륜적인 먹이사슬이 끝없이 이어지고, 대를 이어 승계되는 복종이 강요돼도 나만, 내 자식만, 내 가족만 아니면 그만이라는 기회주의적 처신과 이기주의적 패배의식이 전국을 떠돌고 있다. 대법원장이 국민을 향해 고개를 숙인 날, 대통령은 미국과 손잡고 중국과 러시아와 맞서겠다고 신냉전의 결의만 다졌다.       



내일은, 아니면 며칠 후에는 사드 배치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는 성주군민과 김포시민들을 상대로 (이대생 200명을 제압하기 위해 1600명의 경찰력이 투입된 것처럼) 압도적인 야만공권력이 투입돼 폭력적인 진압작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우병우 한 명을 지키기 위해 국민과 등지고, 레임덕을 막기 위해 신냉전도 불사하겠다는 대통령이라면 개·돼지들을 향해 무슨 짓인들 하지 못할 것인가. 



무력하고 한심한 야당들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깨어있는 시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을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오는 민주공화국으로 되돌릴 수 있다. 뿌리부터 모조리 바꿔야 한다. 썩은 것들은 철저하게 도려내야 한다. 약해지지 말자. 우리는 할 수 있고, 해왔고, 해야 한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행동으로 일어설 때 거대한 파도가 일어 모든 부패한 것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리라.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왜누리안티 2016.09.06 22:14

    이것마저 감정 동조가 없는 공권력에 의해 실패로 돌아가면 대한민국은 나치 독일의 전철을 밟게 될 것입니다.

    • 늙은도령 2016.09.06 23:21 신고

      지금은 파시즘에 이르렀습니다.
      우파 전체주의로 넘어가기 직전입니다.

  2. 공수래공수거 2016.09.07 08:20 신고

    검사들의 부조리도 극에 다달았습니다
    개혁을 이야기한게 엊그제인데..

    공수처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리셋시켜야 합니다

    • 늙은도령 2016.09.07 08:39 신고

      공수처를 만들어야 하고 처장은 국민투표로 뽑아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제대로 돌아갑니다.
      검찰총장과 지검장들도 투표로 뽑아야 하고요.



세월호참사는 국가의 존재 이유만 묻는 것이 아니다. 세월호참사는 정부로 대표되는 국가의 역할과 통치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도 묻는 것이다. 그것이 최대국가이던 최소국가이던, 최대 통치이던 최소 통치이던, 정부가 자유와 사회에 대한 필요악이던,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차악의 선택이던, 그런 것들에 대해서만 묻는 것이 아니다. 





세월호참사는 국가의 역할과 통치자의 존재 이유, 즉 국가와 통치의 목적과 필요성에 대해 묻는 미증유의 참극이다. 달리 말하면 5년 동안 국가를 대표하고 국민을 통치하는 주체로서의 정부의 존재 이유와 역할에 대해 묻는 것이다. 절대군주제나 권위주의, 파시즘적 전체주의와 국가사회주의보다 우월하다고 확인된 민주적 통치의 목적과 존재 이유에 대해 묻는 것이다.

                              

 

세월호참사는 지난 40년 동안 일방적인 세계화를 추진한 신자유주의적 통치술의 추악함과 끝없는 탐욕, 기득권의 직무유기에 대해 묻는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곳에 침투해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을 부추기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정당성에 대해 묻는 것이다. 경제가 정치를 대체해버린 자본의 논리가 민주주의의 가치마저 잠식하는 것에 대해 묻는 것이다. 

 




세월호참사는 수구 기득권의 먹이사슬이 피지도 못한 아이들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것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에 대해 묻는 것이다. 어떤 음모론들이 난무한다 해도 세월호참사는 갈수록 벌어지는 불평등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을 넘어선 것에 대해, 국가의 존재근거이자 통치의 나침판인 국가이성과 통치이성이 더 이상 유효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다.           

 

 

현대의 민주주의란, 미셀 푸코가 《생명관리정치의 탄생》에서 증명했듯, “피통치자들의 합리성이 곧 통치의 합리성에서 규칙화의 원리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즉 최고지도자의 통치행위가 피통치자의 합리적인 의지와 뜻에서 벗어나지 않고, 예측가능한 수준에서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조상들의 위대한 성찰,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격언과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라는 현대민주주의의 근간이 하나로 합쳐지는 지점이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면, 박근혜가 모든 방송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단의 대처라며 내놓은 '해경 해체'에 이의 있다고 절규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특권화된 기득권의 암묵적인 합의이자, 사상 유례가 없는 정치적 꼼수를 거둬들이고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대책을 내놓으라는 국민과 유족들의 요구이자 명령이다.

 

 

작년에 작고한 울리히 벡이 말한 대로,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가 모든 개인들에게 세상 모든 곳에 널려 있는 ‘위험을 등에 지고 사는 삶'을 강요하지 않았다라고 해도, 현재와 같은 국민국가의 탄생은 전체 인구의 안전을 담보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미셀 푸코의 《안전, 인구, 영토》를 참조). 전체 인구는 배타적 영토 안에 사는 개인들의 총합이기 때문에 국민 한 명 한 명의 안전보장이 곧 통치의 목적이자 역할이며 존재의 근거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참사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그 어떤 특단의 조치라도 민주적이고 정치적인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그것이 사상 최악의 인재이던, 막을 수 없었던 천재이던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하지도 못했고, 그런 의지도 보여주지 못했던 정부가 사후대처에 있어서도 실패할 경우 피통치자들이 통치자에 주었던 정치적 정당성과 통치의 정통성은 유효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무려 304명이나 되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 이것만으로도 탄핵대상이고, 통치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마당에, 무능한 것이 만천하에 알려진 정홍원 총리를 재임명한 것도 모자라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수습을 담당해야 할 2기 내각의 후보자들이 온갖 추문에 휩싸여 있는 자들이라는 것은 어떤 이유와 정치적 권한을 내세워도 정당화될 수 없다. 

 

 



세월호참사는 이념의 문제도 아니고, 기존 정당이나 기득권 집단에 모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세월호참사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줄푸세’로 대표되는 이명박근혜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통치의 합리성과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며, 그 밑바탕에 깔려있는 자본의 탐욕과 정치의 부재에 대한 민심의 옐로우카드다. 그것도 국정원의 대선개입이란 불법과 개표조작의 증거들 때문에 한 장은 이미 주어진 상태다.

 

 

야당과 국민이 지닌 거의 유일한 통치의 견제장치인 청문회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수석비서관회의에서만 소통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방식은 나머지 한 장의 옐로카드까지 합쳐 레드카드로 바뀔 뿐이다. 세월호참사를 이용해 자신의 통치기반을 재정립하려는 어떤 시도도 하늘의 뜻이라 하는 민심의 바다를 건널 수 없다. 역사는 국민에 반하는 지도자의 최후가 어떤지를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세월호참사를 더 이상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가지 말라. 국민이 꺼내든 옐로카드는 대통령만이 아니라 집권세력 전체에 해당됨을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 제도권 방송들도 명심해야 한다. 세월호 정국에서 벗어나는 길은 하루라도 빨리 세월호를 인양해 실체적 진실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 뿐이며,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가 이루어질 때만 가능함을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안철수와 김한길 공동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가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국정조사에서 보여준 것이란 박근혜 정부의 사후대처를 비난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지, 침몰 원인의 구조적인 문제와 정부의 대처에서 드러나는 은폐의 시도들에는 접근조자 못하고 있다. 하긴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2중대에 불과하니 무엇인들 제대로 하겠느냐만은.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P.S. 이 글에 첨부한 사진들(위의 4장)은 오늘 단원고에 가서 아이들이 공부했던 교실에서 찍은 것입니다. 책상 하나하나마다 친구들의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저승에서 이승까지 달려온 아이들의 영혼이 머물고 있는 듯해 가슴이 미어질듯 먹먹했습니다. 칠판을 비롯해 교실과 복도의 곳곳에 적혀있는 수많은 얘기들과 완성되지 못한 기억들, 간절한 바람들이 소중한 추억들 속에서 잊지 말아 달라고, 진상규명을 꼭 해달라고 간절하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1. 참교육 2016.01.13 07:27 신고

    세월호 이야기만 나오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참으로 부끄롭고 미안합니다. 이런나라에 산다는게 부끄럽습니다. 페북으로 퍼갑니다. 좋은 글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2. 耽讀 2016.01.13 07:42 신고

    304명을 지켜내지 못한 것도 탄핵대상이지만,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철저히 가로막는 것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김한길-안철수 체제는 이를 밝힐 능력도 마음도 없었습니다. 무능을 넘어 무책함 자들이었습니다.
    세월호 거대한 문제가 있습니다. 반드시 밝혀야 합니다.

    • 늙은도령 2016.01.13 15:29 신고

      인양작업 자체를 유가족에게 오픈하지 않고 있습니다.
      팽목차도에서 24시간 망원경으로 살펴볼 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3. 공수래공수거 2016.01.13 08:48 신고

    세월호,단원고 영상만 보아도 눈물이 나오려 합니다
    어제 졸업식 경향이 찍은 영상은 정말 슬프게 하는군요
    나쁜 나라입니다

  4. 바람 언덕 2016.01.13 12:16 신고

    이 문제만 생각하면 이 나라의 끝이 보입니다.
    세상 어디에 이런 나라가 있을까 하는 생각 뿐입니다.
    끝까지, 기억해서, 밝혀내야 할 것입니다. 어른들의 의무이자 사명입니다.

    • 늙은도령 2016.01.13 15:27 신고

      이런 추악한 정부는 다시 없습니다.
      유가족들은 당시의 당대표와 원내대표에게 불만이 많았습니다.
      결국은 그들의 여당을 위한 정치노름만 했던 것이지요.
      국민의당에 다 몰려간 자들 말입니다.

  5. 냥이사랑 2016.01.13 14:12

    세월호 유가족의 심정을 너무나 잘 알지요!저 역시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이라...
    사는내내 명치끝이 아프고 활짝 웃어보지도 못하는 심정을ㅠㅠ 오늘 박그네 담화 듣자니 홧병이 확 도집디다.어떻게 모든 인식이 저럴 수 있을까 싶었답니다 총선 정신 바짝 차려야겠습니다
    감사히 보고 있습니다

    • 늙은도령 2016.01.13 15:26 신고

      감사합니다.
      어제 아이들의 교실에 앉아 그들의 모습을 떠올려봤습니다.
      참으로 슬프더라고요.
      미안햇고...
      유가족들은 세월호 인양작업을 참관도 하지 못하게 해수부가 방해하고 있어 34시간 망을 보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고 하네요.
      죽일 놈의 정부입니다.

  6. 요원009 2016.01.13 17:06 신고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하겠다는 것"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다 나왔는데요?

    무리한 과적으로 배가 기울면서 사고가 났고, 책임자 200여명이 처벌 받았고, 재발 방지 대책도 나왔습니다.

    물론, 공무원들의 현실감 떨어지는 재발 방지 대책은 당연히 보강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는데, 마치 하나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뉘앙스로 글을 쓰시는건 잘못된거 아닌가요?



    이런 문단은,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하겠다는 것".
    "세월호참사의 후 벌어진 솜방망이 처벌과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한 재발방지"라고 표현하는게 더 알맞지 않겠습니까?

    ㅏ 다르고 ㅓ 다르다는 말이 있습니다.

    • 늙은도령 2016.01.13 17:16 신고

      세월호 출발 당시부터, 지금까지 유족들이 직접 확인한 것들은 다릅니다.
      또한 세월호도 인양되지 않았고요.
      유족들이 현장에 들어갈 수 없게 해수부가 막고 있고, 인양을 핑계로 진실규명을 하염없이 미루고 있습니다.
      제대로 밝혀진 것이 있습니까?
      유병언과 관련된 자들이 거의 다 풀려났고, 해경과 구원파도 마찬가지입니다.
      덕분에 김기춘은 무시할 수 있었고, 해운조합의 퇴직 공무원들은 면책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뭐가 해결됐다는 것입니까?
      온갖 것들을 은폐하기에만 급급한데...
      눈이 있으면 더욱 찾아보시고, 발이 있으면 유족들을 만나 진실에 대해 들어보십시오.
      알고자 하면 재판 결과들을 확인하고, 해경 관계자들과 세월호특위를 무력화시킨 자들이 어떤 영전을 했고, 국회 진출도 가능하게 됐는지 살펴보시고.
      만일 이런 노력도 없이 댓글을 단다면 차단하겠습니다.


역대 교황 중 가장 진보적이고 서민적인 성향을 지닌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습니다. 역대 교황 중에 이처럼 소탈한 분도 없었지만, 빈자의 성자인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를 교황의 새로운 이름으로 정한 분도 처음입니다. 교황의 성품과 가치관을 알 수 있는 발언들이 몇 개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미혼모 자녀의 세례를 거부하는 사제들에게 "사람들과 구원의 길 사이를 갈라놓는 위선자들"이라고 질책하며, "예수님을 따르기는 하지만, 교회는 거부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최근에는 "오늘날 초국가적테러와 시장경제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공동선이 심각한 위협에 처해 있다"며 "바티칸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에 관해 국제법과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전 세계적으로 부정적 세계화의 폐해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교황은 이 땅의 약자들을 만나서 축복할 것이며, 항상 낮은 곳으로 다니셨던 예수처럼 교황도 같은 방식으로 한국에서의 일정을 치를 것입니다.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닙니다. 사실 필자는 84년대에 한국에 방문했던 최초의 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2세를 만나기 위해 각 지구에서 선발된 청년 대표로 장충체육관서 일어나 교황을 향해 전두환 군부독재 정권의 문제를 소리쳤습니다. 장내는 일순간 술렁거렸지만, 안기부 등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자들이 나타나 해당 청년을 연행하려 했습니다. 분위기가 팽팽해지며 그 청년이 끌려나가면 우리라도 말려야 하는지, 그래도 교황이 지켜주시겠지 하는 마음으로 매우 복잡했는데  요한 바오로2세 교황이 청년을 그대로 두라고 했습니다.



바로 이 행사 때였습니다



그렇게 해프닝으로 끝나갔는 듯했으나 3부행사가 진행됐을 때 자리를 비운 그 청년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물론 교황이 행사가 끝난 후에 선처를 호소해 풀려났지만, 그 이후로 청년이 어떻게 됐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언론이 완전히 통제된 상태라 그 후의 일을 추적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전두환 군부독재 하에서는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에서 많은 일들을 하며 큰 희망과 위로를 주고 갈 것은 확실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라고 생각합니다. 



7월재보선 이후의 정국을 보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이 붕괴했고, 방송들의 선정적인 과잉보도로 상당수 국민이 세월호 피로감에 젖어들었고, 방송들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과 각을 지려하지 않습니다. 최근에 들어서는 JTBC도 힘이 딸리는 형국이고, 뉴스타파는 권은희 관련 의혹 보도 이후 다른 독립언론들의 영향력까지 끌어내리는 악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잠시 언론의 본질로 돌아가려고 노력했던 KBS는 조금씩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중이고, MBC는 종편화된지 이미 오래입니다. TV조선과 채널A는 북한전문방송과 유병언 전문방송 및 새누리당 방송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고, MBN은 모든 뉴스를 선정적으로 변형시키는 해적방송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최고의 통신사인 뉴스아이는 종편이 다루지 않는 정부 편향성 보도들에 열을 올리고, YTN은 정부와 여당에 불리한 내용은 단신처리하고, 유리한 것은 부각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리얼킴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최근 전국을 여행했던 친구의 얘기를 들어보면 지방의 음식점은 거의 다 TV조선을 틀어놓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사는 용인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시민단체는 이미 힘을 잃은지 오래고, 아무런 아젠다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종교들도 현재의 질서와 체제가 유지되는 한에서만 정부를 비판합니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지요. 이런 현실에서 대한민국을 보다 민주적이고 공정하며 정의롭게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레임덕에 처했다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거리 몇 곳에서만 촛불을 들 수 있을 뿐이서, 집권세력은 오히려 편해졌습니다. 인터넷과 SNS에서는 네티즌들의 아우성이 넘쳐나지만, 비정치적 사안에서만 효과를 볼뿐, 기존의 체제를 개혁하는 데는 아무런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열린세상에서 닫혀버린 여론만 무수히 사이버 공간을 휘젖고 다니며 격한 감정만 배설하고 다닐 뿐입니다.  



군대의 문제와 폐해에 대해 많은 것들이 방송과 언론을 타고 있지만, 군대라는 조직의 존재 목적을 생각하면 변할 것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한반도에 평화 체제가 구축되고 군이 완전히 민간의 지배를 받지 않는 한 군대의 변화를 바라는 것은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현 집권세력과 족벌언론들은 북한의 호전성예측가능한 대응을 먹고 사는 관계로 지금보다 나아질 것을 바라는 것은 기대난망입니다.  





그렇다면 야권과 시민단체, 국민들을 한껏 들뜨게 만든 교황이 방한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면 그 다음에는 어떤 전략이 있는지, 야권이 총 궐기해 집권세력과 목숨을 건 건곤일척의 투쟁을 할지, 존재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진보 정당들이 국민을 움직일 수 있는 천하의 묘책을 덜고나올 수 있을지, 너무나 큰 실책을 벌였고 회복불가능한 피해를 제1야당에 입혔지만, 안철수에 이어 박영선까지 모두 다 식물 의원으로 만들면 제1야당의 야성과 리더십은 어디서 찾을지, 모든 것이 안개 속으로 기어들어가 나올 생각을 안합니다.



교황이 세월호 참사와 군대 폭행살인 등에 대해 지속적인 발언을 할 수 없는 일이며, 정진석 추기경만큼 보수적 성향이 강한 염수정 추기경이 강우일 주교처럼 집권세력과 대척점에 설 리도 없습니다. 교황 또한 추기경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일이어서 교황이 돌아간 다음의 천주교 지도부가 60~80년대의 모습을 되찾을 수도 업습니다. 우경화될 대로 우경화된 현재의 한국에서 진보적 가치를 얘기한다는 것은 일부 사이버 공간이나 인문학 강의에서나 가능합니다. 



교황이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국내에 있을 때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방한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기내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으니 그때서야 교황은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강우일 주교나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를 통해, 세월호 유족들을 통해, 하이에나 같은 언들을 통해 먼저 흘러나올 수는 있지만, 현 집권세력은 그것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현 집권세력의 폭주를 저지해야 하는 정당과 단체 등에서는 교황이 떠난 뒤에 어떻게 하겠다는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황이 박근혜 머리 위에 있는 것도 아니고, 국회의 다수당을 이길 만큼의 투표수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교황의 발언은 비교할 수 없는 위로가 되고, 끝까지 투쟁할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줄지언정, 현 집권세력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힘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대안과 분명한 전략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국민들이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야권과 지식인들이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정치란 그럴 때만이 존재의 이유를 획득할 수 있고, 정당정치가 유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가 됩니다. 종교가 정치를 대신할 수 없고, 교황이 제1야당의 대표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교황의 방문이 이땅의 정의와 평화를 위한 밀알이 되게 하려면, 그에 앞서 야권이 비옥한 토지가 돼야 합니다. 



제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교황이 방한 중에 어떤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그 이후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교황의 방안 중에 확실한 것을, 그래서 그분이 떠난 뒤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내고, 국민이 그것에 도움받아 세월호 특별법을 유족의 뜻대로 통과시키는 것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달빛천사7 2014.08.15 10:31 신고

    잘보고 감니다. 좋은하루되세염

  2. 참교육 2014.08.15 12:12 신고

    교회는 이미 예수님이 떠난 지 오래됐습니다.
    교황님을 영접할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영접해야합니다.
    예수님이 우리 곁에 있는데... 왜 그분은 멀리하고 예수님을 조금 닮은 교황만 바라볼까? 교황을 쳐다보는 이들이여 당신 곁에 잇는 예수님부터 영접하라.
    아마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을까요?

    • 늙은도령 2014.08.15 21:23 신고

      그나마 예수님을 가장 닮은 교황입니다.
      우리가 교황으로 봐야 할 것이 바로 낮은 곳으로 오시는 예수님입니다.
      우리가 교황으로부터 봐야 할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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