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최초의 환자가 발생한 후, 무려 15일 만에 ‘메르스 긴급 상황점검회의(왜 이 시점에 상황점검이란 한가한 회의를 열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무시와 상황통제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습니다.





이 회의에서 나온 결론이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메르스 확산을 대처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든다는 것(그 동안은 이런 것조차 없었나?)이고, 나머지는 모든 전염병과 신종질환을 연구해서 그 결과를 전 세계에 제공하는 WHO(세계보건기구)와 국내외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병원 명단 공개를 거부한 것입니다.



이중에서 후자는 별도의 글로 다루었으니, 이번 글에서는 전자에 대해 다루어보겠습니다. 필자는 전자와 관련해 박근혜가 점검회의를 주재한 목적이 세 가지라고 봅니다. 메르스 확산을 막아내지 못한 책임을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의 방역당국에 떠넘기기 위함입니다.



메르스 확산이 광범위해진 이제 와서 컨트롤타워를 구축한다는 것은 현 방역당국을 믿을 수 없어서 총괄권한을 회수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권한에 상응하는 문책을 하겠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일종의 꼬리 자르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 정부의 특기 중 하나이니 놀랄 것도 없습니다.





두 번째 목적은 황교안의 총리 인준을 성사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국무총리로서의 부적격 사유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황교안이지만, 야당이 인사청문회와 국회 인준에서 황교안을 낙마시키면 새로 구성한 컨트롤타워가 무용지물이 된다는 논리를 제시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만일 야당이 황교안을 낙마시켜버리면 또 다른 총리 후보자를 구하고 인사청문회와 국회 인준까지 몇 달이 더 걸릴 테니, 메르스 확산이 계속될수록 컨트롤타워 부재를 초래한 야당의 책임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본질이 산으로 간 것처럼, 메르스 사태도 똑같은 길을 가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제가 가장 걱정하는 음모론이 이것입니다. 오늘 JTBC에 출현한 이준석도 총리 부재를 강조했는데, 이미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분위기가 이리로 흐르고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이후로 이런 얘기들이 여권발로 흘러나올 가능성이 높고, 조중동과 종편, 보도채널, 준종편(지상파3사)을 통해서 확대재생산될 가능성은 더욱 높습니다.



결국 두 번째 목적은 황교안 총리를 낙마시키려는 야당을 압박하기 위함이며,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도 여당 지도부는 물론 야당을 압박하기 위함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국민을 담보로 위험천만한 정치공학적 술수를 벌이는 것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듯합니다.





세 번째 목적은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에 이것이라도 하지 않고 가면 자신에게 퍼부어질 비판을 감당하기 힘들 터,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통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함입니다. 메르스 퇴치를 위해 민관합동 TF까지 만들고, 새로운 컨트롤타워까지 구축하게 했으니 대통령으로서 할 일은 다했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 세 가지 목적이 이루어낸 첫 번째 결과가 병원 명단 공개 불허(프레시안이 병원 공개했다)라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민간 전문가가 참여한 회의에서 나온 결론이니 대통령의 고집 때문에 명단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즉 새롭게 구축될 컨트롤타워가 내린 첫 번째 결정이라는 것이지요.



이로써 야당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거의 다 사라져버렸습니다. 인사청문회에서 황교안을 최대한 흠집 내는 것 이상은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조중동을 비롯해 모든 언론들이 사스 사태 때 완벽하게 대처했던 노무현 정부의 고건 총리 체제를 강조하는 것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조중동을 비롯한 모든 언론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빼놓고 고건 총리만 강조하는 것이 어불성설임에도 그런 보도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미 사전조율이 모두 끝났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로버트 라이스가 《슈퍼자본주의》에서 대형이슈는 어느 정도 사전조율이 끝난 것만 세상에 공개된다고 말한 것처럼. 그만큼 말할 수 없는 무엇이 배후에 자리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의 머리가 터질 것으로 보이네요. 야당을 이기는 정당으로 만들기 위한 공천혁명을 이루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메르스 확산 때문에 정치적 선택의 범위도 줄어들었기 때문에. 불통과 아집의 박근혜 정부 하에서 야당 대표로 실적을 올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절감하게 됩니다. 


 

지금 황교안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한 것이 정말 기분 더럽게 만드네요. 박근혜가 탄핵당하지 않은 채 황교안만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게 됐으니 더욱더. 대한민국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두 개의 집단에서 후원을 받는 것을 넘어, 특급 전염병 메르스까지 그를 도와주니 하나님이 정말 공안검사 출신 기독교 복음주의 우파를 사랑하는가 봅니다. 



노건호가 추도사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이어지는 지난 7년 5개월 동안 대한민국은 사상 최악의 위기에 빠져들었습니다. 이런 총체적 추락을 메르스 퇴치와 함께 막아내지 못하면 '잃어버린 30년'이 우리의 후손들이 받아들여야 현 시대의 범죄일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광주랑 2015.06.04 18:43 신고

    들렀다 갑니다 ^^ 좋은 저녁 마무리 하세요~ ^^

  2. 공수래공수거 2015.06.05 08:32 신고

    최경환은 뭐하는 사람입니까?
    그리고 황우여는?

    의사의 판정이 나기도 전에 군면제 받은 황교안의 표정
    딱 저 표정이네요

    • 늙은도령 2015.06.05 15:02 신고

      박근혜가 문제이다 보니 그 밑에 있는 놈들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지요.
      슈퍼맨도 아닌 박근혜가 모든 것을 하고자 하면 아무것도 못합니다.
      이럴 때 항상 문제가 극단으로 커집니다.

  3. 일루와봐 2015.06.05 12:21 신고

    죄는 지금 우리가 짓고
    벌은 미래 후손이 받네요.

    나라도 떳떳한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윗물이 똥물이라,
    아랫물을 맑게 유지하기가 쉽지 않네요.

    • 늙은도령 2015.06.05 15:04 신고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가 잘해야 선대로부터 받은 것을 후대에게 제대로 전해줄 수 있는데...

  4. 안도현 2015.06.05 12:58

    좋은 글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메르스 긴급 상황점검(?)회의’에서 환자가 발생한 병원의 명단 공개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대통령과 관계부처 공무원 및 관련 전문가들이 모인 회의에서 나온 결정이라면 국민이 납득할 만한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오직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장과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등 회의에 참석한 민간전문가들의 발언에서 이런 결정이 나온 근거를 유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국민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명단이 공개되면 사람들이 찾지 않을 것이고, 병원들은 메르스 환자를 받지 않겠다는 등의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했답니다.



WHO(세계보건기구)도 명단 공개를 권고하는 상황에서 대체 이게 무슨 말입니까? 메르스의 급속 확산에 따른 국민의 불안과 공포의 총합보다 병원들이 받게 될 불이익이 더 크다는 것일까요? 아니면 명단에서 빠진 병원들이 벌떼처럼 몰려들 메르스 의심 환자들을 감당할 수 없어 반인륜적이고 파렴치한 행태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일까요?



대체 메르스 확산에 어떤 병원(프레시안이 공개했다)이 포함돼 있기에 '메르스 긴급 상황점검회의'까지 열어 명단을 공개하라는 국내외의 요구와 권리행사를 무시하는 것일까요? 명단 공개 불허로 국제적인 불신을 자초할 만큼 해당 병원들이 절대적 위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들이 받을 불이익이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병원들이 뒤집어쓸 불이익보다 크다는 것일까요?  





해당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들이 입을 수도 있는 불이익과 정보 부재로 국민이 겪어야 할 불안과 공포의 총합보다 더 크다는 것일까요? 정말 그것이 문제라면 정부는 무슨 수로 전국에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거점병원은 지정하겠다는 것일까요? 최악의 경우 경남의료원을 강제 폐원할 때 홍준표가 보여준 놀라운 입원환자 (강제)이송기술을 벤치마켕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대신 홍준표의 주민소환은 반드시 성공시키고요)?



그것도 아니라면 메르스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들이 전국의 중대형병원을 거의 다 찾아갔기 때문에 명단을 공개하면 남는 병원이 없다는 뜻일까요? 반대로 그들이 찾아간 병원들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 명단 작성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닐까요? 2003년에는 제대로 작동했던 방역체계가 이번에는 작동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청와대는 재난구조의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했기 때문에, 첫 번째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온 이후 13일이 지나서야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는 무능함을 감추기 위함일까요? 아니면 정부의 초기대응부터 확산 방지까지 곳곳에 구멍이 뚫려있기 때문일까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가 특정 병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이 아닌 이상, 명단 공개가 ‘득보다 실이 크다’라는 결정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정부의 발표처럼 메르스 감염이 병원 내에서만 일어난다면 입원환자와 가족들,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명단을 공개해야 합니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얄팍한 계산이 이번 결정에 작용하지는 않았겠지만, 정부가 국민의 불신과 혼란을 잠재우려면 어떤 근거로 명단 공개가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결론이 이르렀는지 국민에게 소상히 밝혀야 합니다. 정부와 국민간의 신뢰가 무너지면 어떤 처방과 대책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통치란 민주주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국민을 지배나 통치의 대상으로 보거나, 작금의 상황이 국법이 정지되는 ‘예외상태’에 준하지 않는 이상, 대통령과 청와대는 WHO를 비롯해 국내외의 요구를 거부한 채 명단 공개가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결론을 내린 명확한 근거를 국민에게 제시하고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P.S. 오늘 박근혜가 '메르스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는데, 이것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가 없어 메르스 화산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하기 위한 사전포석일 수도 있습니다. 청와대가 온갖 부적격 요소가 넘쳐나는 황교안을 인사청문회에서 떨어뜨리지 말고 빨리 통과시켜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뉴론♥ 2015.06.04 06:31 신고

    메르스가 요즘 큰문제 더군여 요즘같은 시절에는 집에 조용희 있는게 좋긴 하네여
    공개해도 좋치 않은점도 더 많이 생길거 같더군요

    • 늙은도령 2015.06.04 15:12 신고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가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비밀유지보다 공개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비밀을 유지하는 바람에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오면 누가 책임져야 합니까?

  2. 耽讀 2015.06.04 06:56 신고

    미군 탄저균과 황교안 청문회가 있습니다.

  3. 공수래공수거 2015.06.04 08:42 신고

    이건 완전히 독재 시대에 살고 있는 느낌입니다
    병원을 알려고 하면 금방 알수도 있는데 이걸 겅개하면 유언비어 유포로
    잡아 넣을것이라고 협박하고
    아뭏든 음모론이 전혀 얼토당토않은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 늙은도령 2015.06.04 15:14 신고

      네, 갈수록 의심스러운 점들이 늘고 있습니다.
      총리가 없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청문회에서.

  4. 바람 언덕 2015.06.04 11:01 신고

    상식의 실종...
    이 하나로 모든 것이 설명이 될 듯 합니다.

  5. 루비™ 2015.06.04 12:50 신고

    얼른 명단공개를 했으면 좋겠어요.
    부작용 때문에 명단 공개를 꺼리다가 전국으로 확산될 판인데....
    메르스 정말 무섭습니다..ㅠㅠ

    • 늙은도령 2015.06.04 15:17 신고

      정말 문제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어디까지 갈지 예상이 힘듭니다.

  6. 『방쌤』 2015.06.04 13:06 신고

    과연...
    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걸까요
    일단 다수 국민은 아니네요

  7. 소스킹 2015.06.04 14:35 신고

    신속하고 정확한 대처없이 공포스런 분위기만 키우고 있는 것 같아요...

  8. 정치플레이 2015.06.04 14:51

    혹시... 성완종 수사에서 추가적으로 박근혜와 관련된 뭔가가 나오지 않았을까요? 성완종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차에 조금 앞뒤가 안맞는 메르스 사건(사실 정부가 이렇게까지 무능하리란 생각은 안듭니다)... 국민의 관심을 한방에 돌리기에 너무도 강력한 소재이고 하다보니... 수사에서 강력한 뭔가가 나왔기때문이 아닐런지....

    • 늙은도령 2015.06.04 15:21 신고

      어떤 음모론도 가능한 상황입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다반사로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9. 프리뷰 2015.06.04 15:59 신고

    메르스가 심각합니다.
    모두들 조심 하세요~!!

  10. 목요일. 2015.06.04 16:18 신고

    아 진짜 영화 감기 꼴 날까봐 걱정입니당..

  11. 티스토리 운영자 2015.06.05 16:44 신고

    안녕하세요, TISTORY입니다. 이 게시글의 이미지가 6월 6일, 7일 이틀간 티스토리 앱 카테고리 배경이미지로 소개될 예정입니다. 항상 좋은 글과 사진으로 활동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2. 하시루켄 2015.06.05 23:47 신고

    병원 이름을 안 알려주려면 대응을 확실히 하던지 해야하는데 숨기다가 사람들이 그 병원에 가서 감염자가 더 확산되면 어쩌려고 이러는지...
    처음 감염자가 발견되었을땐 이렇게까지 확산될줄은 정말 몰랐는데 세월호 때도 그렇고 정부의 대처능력이 아주 엉망인거 같네요.

    • 늙은도령 2015.06.06 01:07 신고

      오늘 KBS심야토론을 보니까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자들이 너무 낙관적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들이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이니 행세하며 자신의 이익만 노리고 있습니다.
      무책임한 발언들은 오류와 모순이 난무하는데 어떻게 이런 자들이 전문가인지 모르겠습니다.
      문제의 근원이 이들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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