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뇌과학은 기억을 두 종류로 나눕니다. 하나는 무의식에 비견될 수 있는 장기기억이고, 나머지는 의식에 비견될 수 있는 단기기억입니다. 우리가 처음 접하는 모든 것들은 뉴런과 시냅스의 작용을 통해 단기기억으로 두뇌에 저장됩니다. 단기기억을 형성한 것들이 반복되는 과정(암기와 경험의 축적 등)을 통해 쉽게 잊혀지지 않을 정도에 이르면 장기기억으로 넘어갑니다. 





장기기억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단기기억처럼 잊혀지기 일쑤이지만, 실제로는 단기와 장기기억 모두가 기억회로(뉴런이 시냅스의 도움을 받아 두뇌피질에 정착한)에 저장돼 있습니다. 어떤 계기만 주어지면 모든 기억이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퇴화 직전에 이른 신경회로라 해도 동일하게 되살아납니다. '기억이 떠오르다'라거나 '아, 생각났어'하는 것들이 이에 속합니다.



이렇게 무의식 속에나 있을 법한 기억을 되살려내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뇌가 가소성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일정 기억을 저장하고 있는 뉴런이 (다른 기억에 사용되거나 퇴화되지 않았다면) 특별한 계기에 의해 다시 활성화되는 것이 기억을 떠올리는 일입니다. 이런 두 가지 기억이 유기적으로 체제를 이루면 보다 높은 차원의 직관력이나 판단력 같은 인식 체제(스키마라고 하는데, 인공지능의 알고리즘과 비슷하다)를 형성합니다.



정치철학으로 말하면 이데올로기와 비슷한 작용을 하는 스키마는 지식과 대비했을 때 지혜나 노하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험과 지식의 상호작용이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체제(뇌의 메트릭스)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속담에 '늙은 생강이 무섭다'라는 것도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스키마가 발달한 사람들은 특정 인물의 행동과 말에서 표출되는 어떤 변화와 그 진정성에 대해 남들보다 한 차원 높은(항상 그런 것도 아니고 언제나 정확한 것도 아니지만)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알 수 없다'라는 말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에 휘둘리지 않고, 그 이면에 자리하고 있을 속마음을 꿰뚫어보는 것이라고 할까요. 마루마야 마사오의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에 나오는 '변화하는 중에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정말인지 아닌지 특정 인물의 변화에 적용해볼 수도 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과는 배치되지만. 





필자가 '나는 정동영의 변화를 믿을 수 없다'라는 글을 쓸 수 있었던 것도, 제가 지금까지 구축해온 스키마가 어느 날부터인가 급진적 진보주의자 행세를 했던 정동영의 변화에서 진정성을 읽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전에 계산된 대로 얼마든지 위장과 포장이 가능한 행동은 둘째치고, 미시간주립대(필자의 형이 이곳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에서 돌아온 그가 여기저기서 쏟아낸 발언들을 모아놓으면 그의 변화가 진실되지 않다는 것들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이 아니면 변화하는 중이라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 것일 수도 있고요. 백번 양보해 변화하는 중이라고도 해도,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라도 쌓으려면 변화에 일관성이라도 있어야 합니다. 필자의 스키마는 정동영의 느닷없는 변화에서 신뢰를 줄 수 있는 어떤 일관성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급진적 진보에서 합리적 보수와 중도의 가운데에 설 수 있다는 정치철학은 안드로메다 너머의 어디에선가 온 것인가 봅니다, 트랜스포머처럼. 



아무튼 사람에 대한 판단을 최대한 늦추는 경향이 있는(신뢰의 리더십이 갖는 특성 중 하나) 문재인 전 대표가 트위터를 통해 "정동영 국민의당 합류. 잘됐습니다. 구도가 간명해졌습니다. 자욱했던 먼지가 걷히고나니 누가 적통이고 중심인지 분명해졌고요"라고 말한 것에서 필자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문재인을 흉내낸 것인지, 아니면 이순신 장군을 차용한 것인지, 그가 선언한 백의종군이 전주 덕진에 출마하는 것이라면 한 단어로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Bullshit!!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P.S. 뇌의 가소성을 가장 쉽게 설명한 책은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이것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원하면 세계적인 뇌과학자들인 장디에 뱅상의 《뇌 한복판으로 떠나는 여행》과 라마찬드란의 《두뇌 실험실》이 있습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구글 비판을 하기 위해 뇌의 가소성을 다루었고, 뱅상과 라마찬드란은 뇌에 관한 것의 모든 것을 다루었습니다. 《뇌 한복판으로 떠나는 여행》과 《두뇌 실험실》은 페이지수가 장난이 아니어서, 가볍게 도전할 수 있는 책들은 아닙니다.  

 





  1. 공수래공수거 2016.02.20 08:32 신고

    돌고 돌아 그나마 당선 가능성이 보이는곳에서 출마해서
    새로운 당에서 다시 뭔가 해보려는갓으로 저는 이해됩니다^^

    • 늙은도령 2016.02.20 15:37 신고

      그가 어느 당을 선택한들 그의 선택이니 뭐라고 할 수 없지요.
      하지만 그 동안 변신이라고 하면서 급진좌파적 행태를 보여주었던 것이 또 거짓말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전 그것이 용납되지 않습니다.
      정치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약한 자들을 이용해먹은 것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2. 참교육 2016.02.20 09:46 신고

    정동영이 국민의 당입당은 저는 좋게 해석이 안 되더군요. 대선에서 패배후 뼈를 깎는 아픔으로 거듭나겠다는 자세로 살아가는 모습이 좋았는데 새누리당과 더빈주당의 중간 노선쯤 되는 국민의 당이라니... 솔직히 김종인 영입하는 더민주당이나 새누리당이나 다름 없는 국민의 당이 모두 보기 싫습니다.

    • 늙은도령 2016.02.20 15:38 신고

      정동영이 변화했다고 보여준 것들의 거짓이었다는 것이 저를 화나게 합니다.
      가장 힘에 겨운 사회적 약자들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생명만 이어갔을 분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필요없어지자 전북으로 내려간 것이고요.
      국민의당은 핑계일 뿐입니다.

  3. 耽讀 2016.02.20 10:31 신고

    자기 갈 길 갔습니다.

  4. BOW 2016.02.20 11:18

    아X발! 정동영,하필이면 국민의 당이라나....
    그건 그렇고 검증도 않된 위험인물인 전두환 따가리(김종인) 영입한다는 것 자체가....

    • 늙은도령 2016.02.20 15:46 신고

      김종인은 제멋대로 할 수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거대정당입니다.
      내부의 힘이 전열을 찾았기에 만만치 않습니다.
      김종인이 주인행세를 할 수 없음은 그가 소신처럼 말했던 발언들을 거둬들이고 당의 정강이나 당헌에 따라 움직이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친새누리 매체들의 흔들기에 넘어가면 안 됩니다.

  5. 2016.02.20 12:18

    비밀댓글입니다

    • 늙은도령 2016.02.20 15:48 신고

      문재인의 리더십은 마지막까지 문을 열어두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닌 것으로 확정되면 무서운 힘을 보여줍니다.
      그런 것입니다.
      신뢰를 저버린 자, 사회경제적 약자를 이용해 정치생명만 늘린자, 용납할 수 없지요.

  6. catlover8 2016.02.20 12:43

    기억에 대한 앞부분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 제가 '기억'이라는 개념에 관심이 많습니다. 철학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지만, 영화에서도 아주 중요한 장치이지요.

    저에게 영화를 아주 좋아한다고 하셨죠? 정말 반가운 말이였습니다. 제가 제 삶보다 더 사랑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영화(와 고양이)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도 떨어지고, 예전보다 열정이 좀 떨어진 것 같지만, 그래도 제가 삶의 가장 어렵고, 힘든 시기를 지날 때도 제 가슴을 다시 뛰게하는 것은 영화이고, 저를 철학과 만나게 한 것도 영화입니다. 그래서 전공도 영화이론과 현대철학을 한 것이구요.

    특히 트라우마와 관련한 기억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기억할 수 없는 나이인데도 너무나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들이 있고, 그러한 것들은 삶 전체에 영향을 알게 모르게 많이 끼치니까요.

    진정성에 관하여 언급하셨는데, 정동영 전 의원은 이미 참여정부때부터 자신의 행보를 더 큰 권력을 얻기 위한 것에 맞추어 행동을 한 사람이 아닌가요? 저는 이미 정치인이 목표를 더 큰 권력을 얻기 위한 것에 맞추어 계산된 행동을 하기 시작할 때 그 사람의 진정성은 거기서 끝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냉정한 판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샌더스가 존경스러운 것은 그가 재벌개혁을 외칠 수 있어서가 아니라 그가 40년이상 한결 같았다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영국에서 기회주의자 정치인중 가장 성공한 사례라 불리우는 블레어의 말로가 어떻습니가? 아무도 신뢰하지 않고, 사실 많은 국민들로부터 경멸받습니다.

    근데 이 블레어가 처음 등장했을때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노선이 제 3의 길이죠. 블레어는 이 제 3의길을 외치며 노동당을 센터로 끌고 들어왔지만, 사실 블레어가 좀 더 많은 유권자들을 만나겠다는 것은 핑계일뿐 실제로 블레어가 행한 것들은 온갖 타협과 보수화 정책들이었죠. 물론 그나마 보수당보다는 나았습니다만.

    저는 정의원이 민주당이 너무 우클릭을 했다고 당을 박차고 나갔는데, 거의 보수당에 가까운 국민의당에 들어가는 것이 전혀 놀랍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민주당이 우클릭을 하는 동안 정동영 의원이 단 한번도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시키고, 빈부의 차이를 해소하고, 재벌을 개혁하고, 최저임금을 올리고, 복지를 증진시켜야 한다고 좌클릭을 주장한 기억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통령으로서 정치를 할 때 타협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약소국의 리더라면 더더욱 그렇겠죠. 하지만 정치인들의 목표가 처음부터 중도층 공략이어서는 안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그 타협이 결국 엄밀히는 모든 부패의 시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샌더스가 방송 인터뷰에서 그랬죠. 자신의 과거의 행적을 방어하기 바쁜 힐러리를 보며, 더 나쁜 것을 막기 위하여 자신은 그 때 그렇게 투표했었다 말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 때 아무도 내 편이 없을 때도, 지금과 모든 상황이 달라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고, 모두가 나를 비난할 때도 나는 지금과 똑같이 투표했었다..

    이제 한국도 자신의 소신을 타협하지 않는 정치인이 각광받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늙은도령 2016.02.20 16:04 신고

      그럼요, 그래야 합니다.
      정동영은 재작년에 관악을에서 떨어진 후 급진좌파처럼 행동하고 발언햇습니다.
      저는, 님처럼, 그때부터 그의 변신이 또 하나의 거짓을 더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가 어디로 갈지, 어느 노선에서 다시 자신의 본성을 드러낼지 뻔하게 보이거든요.
      그는 배신만 세 번했습니다.
      머리에 든 것도 별로 없구요.
      미시간주립대에서 보여준 행태는 구역질 날 정도였다는 것은 많은 이들로부터 들었구요.
      그에게는 마키아벨리적 추문정치만 있지 어떤 일관성도 없습니다.

      님의 말처럼, 정당정치는 이념에서 출발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어떤 관점에서 정치적 사안을 다루겠다고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그래야 유권자도 지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어떤 사안이 나오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이 가능하니까요.

      헌데 그런 정치철학이 없는 자들은, 중도라는 것이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은 그래서 정체성이 그때그때마다 다릅니다.
      정당정치가 정체성이 중요한 이유가 이런 신뢰관계를 정치인과 유권자 사이에 세워주기 때문입니다.
      정동영처럼 수시로 변하는 자에게서는 아무것도 바랄 것이 없지요.
      정치를 너무 모르는 분들이 많아 그들에게는 유명세라는 것이 먹히니 정동영 같은 사이비들이 난리를 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정치의식과 수준은 너무 낮습니다.
      정치에 대해 무지하게 떠들어대지만 막상 근본적인 것으로 들어가면 제대로 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정치가 개판이 됐습니다.

      정체성이 분명해야 충돌하는 이슈가 나왔을 때 각자의 입장에서 출발해 최적의 합의를 이뤄낼 수 있는데 정체성이 없으면 그때그때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늘려가기 유리하게 결정합니다.
      그러면 국민은 사라지지요.

      아마데우스의 마지막 장면에서 살리에르가 보여주는 극적인 반전이 없는 그냥 한결같은 배신의 연속이라면 답이 없다고 봅니다.
      정치철학을 너무 등하시합니다.
      기본이 되는 것이 없는 사상누각의 정치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되면 모두를 살펴야 하기 때문에 진보와 보수를 아우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정치철학과 조직논리에 대한 이해가 생기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데, 오히려 대통령에게는 정체성의 잣대만 들이댑니다.
      정반대로 정치를 바라보는 것이지요.
      수없이 많은 글을 써도 그런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이젠 좌파와 우파를 구별도 못합니다.
      철학에는 중도가 없고 중용만 있다는 것도 받아들이지 않고요.

      그런 상황에서 정치를 해야 하고 글을 써야 하니 힘들긴 힘듭니다.
      왜 선진국가들이 우리보다 정치적으로 발전했느냐를 따져보면 유권자의 차이에서 나옵니다.
      그들은 정치에 대해 많이 공부할 기회가 잇는데 우리는 드라마, 쇼, 오락을 보느라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인간의 진화가 거꾸로 간다는 말이 많은데 바보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에서 최악의 미래를 봅니다.
      어떻게 그것을 막을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7. 산이 2016.02.20 21:17

    안,김,정,천 모두 국민의당으로 모여쎄요.
    근데 제게는 이 사태가 야권분열이 아니라 적절한 분리수거처럼 느껴지네요. 허허허
    나만 그런가...

  8. 반골 2016.02.21 00:56

    라 마찬드란의 "두뇌 실험실"은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입니다!
    근데 제가 머리가 나빠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혁명은 인간이 진정으로 인간을 이해하기 시작할때 일어난다.!

    • 늙은도령 2016.02.21 01:33 신고

      좀 어렵지요.
      초반에 외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전체를 이해하거나 초반에 너무 외우려 하지 마세요.
      그냥 다 읽고 한 번 더 읽으면 어마어마한 차이가 날 것입니다.
      뇌과학의 최고 대가의 글이니 두세 번 읽어도 충분하 가치를 가진 책입니다.

  9. jsph 2016.02.22 00:03

    며칠 전 우연히 도령님의 tistory에 들르게 되어 글들을 찬찬히 읽고 있습니다. 다방면으로 넓은 지평을 보여주시니 눈앞의 안개가 걷히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비슷한 나이에 같은 시선을 가진 분이라는 생각에 깊은 동질감을 갖기도 합니다. 제가 늘 안타까워 하는 것은 이 말도 안되는 현상들에 대해 그나마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힘이라도 모을 수 있는 멍석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가 입니다. 좋은 책들 소개해주심에 감사합니다. 조만간에 한번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늙은도령 2016.02.22 00:43 신고

      네, 감사합니다.
      제가 어머님과 식사를 마치는 오후 3시 이후로는 시간이 됩니다.
      2~3일 전 쯤에 연락을 주시면 시간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제 핸번 010 -8555 -9264입니다.

  10. 2016.02.22 06:52

    비밀댓글입니다

    • 늙은도령 2016.02.23 03:33 신고

      괜찮습니다.
      제가 죄지은 것이 없는데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간암도 걸렸었는데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으면 되겟지요.
      님의 염려에 정말로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박영선 대표가 이상돈 중앙대 교수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의원에 사전 동의를 구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문재인 의원 측은 이에 대해 일반적 수준의 포괄적 동의는 했지만, 영입과정에서 안경환 교수가 뒤늦게 언급돼 이상돈 교수의 정체성을 거론하며 반대의 의사를 표했다고 했다. 박영선 대표가 처음부터 두 교수를 영입하는 것으로 말했으면 찬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에서 인용



이상돈 교수도 문재인 의원이 도와달라고 했다며, 문재인 의원이 박영선 의원에게 사실상의 동의를 했다고 주장하며 문재인 의원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몰고 갔다. 문재인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두 교수의 동시 영입에 찬성하는 내용의 트워터를 올리며 과정상의 매끄러움이 문제였다며 박영선 대표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이로써 JTBC 뉴스9의 손석희 앵커가 지나가듯 “박영선 대표가 김한길 전 대표와 문재인 의원과 사전에 논의를 했다는 말이 있다”고 한 것이 신빙성을 얻게 되었다. 조중동과 세계일보 등은 문재인이 이중적 행태를 통해 박영선 대표의 행보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의 기사들을 대대적으로 실었다. 똑같은 말도 정반대로 해석하는 것이 한국의 언론들이니 그들의 비판에 신경 쓸 일은 아니다.





다만 문재인 의원과 그의 리더십을 철떡 같이 믿는 지지자로서 이상돈 교수와 안경환 교수에게 미안함을 표한 그의 트위터의 내용과 시기에 대해서는 일말의 불만을 감출 수 없다. 문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당 혁신과 외연확장'을 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을 영입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쪽에 있는 사람이라도 합리적 보수라면 손을 잡아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맞는 말이고 실천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문재인의 트위터를 기준으로 할 때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제가 명료하게 드러난다. 문 의원의 생각이 최대 계파이자 가장 영향력이 큰 의원이 뜻이라면 이는 상당한 무게감을 지닐 수밖에 없다. 트위터를 기준으로 할 때 문 의원은 풍비박산난 새정치민주연합을 살려내려면 혁신과 외연확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필자는 이에 찬성하지만 시기적으로 반대한다. 필자가 밖에서 세정연을 보고 있으면 다른 무엇에 앞서 당의 정체성을 시대에 맞게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 문 의원이 말한 혁신과 외연확대는 그 다음에 할 일이다. 필자는 보는 새정연의 문제는 누가 대표가 되고 비대위원장이 된다 한들 소속 의원들이 절대 반대할 수 없는 가장 기본적인 선에서 당의 정체성에 대한 일반적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민주주의에 위배되지 않아야 하며, 진보적 가치인 일정 수준의 사회겨제적 평등이 전제될 때만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부터 확실하게 해야 한다. 즉 진보좌파의 가치가 민주주의의 기본을 이루는 것이고, 정치적 자유란 그것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자연의 법칙인양 주어지는 고삐 풀린 자유란 사회를 파괴하는 방종에 다름 아니며, 넘처날 만큼 많은 자유로 인해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황이 현재의 대한민국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라 함은 기득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보수적 체제이다. 자유민주주의의 천국인 미국이 기득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체제와 사회질서 하에서 부분적인 개선으로 땜질식 처방을 하고 있는 것에서 이는 입증된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합쳐지며 자유주의에 방점이 찍히면ㅡ뉴라이트의 주장ㅡ 기득권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전체주의적 특징이 강화된다. 



즉 이 땅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세력의 자유민주주의란 지독히 권위적인 전체주의나 과두정치임을 정치적 언어와 논리로 확실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또한 이 땅의 보수 세력은 기득권의 이익을 지키고 유지하고 늘려가는 것이 목적인 집단임을 알려야 한다. 진정한 보수주의는 신상필벌이 무서울 만큼 적용되고, 정의의 실현과 개인의 인권 및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것을 제도적으로 보장된 자유의 확장을 통해 지켜내는 이데올로기이지 이 땅의 수구들의 이데올로기는 아니다. 






그런 식으로 보수의 역사적이고 기본적인 것들 중에서 어떤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살펴본 다음에 인물을 영입해야 한다. 헌데 문재인 의원은 반대로 일을 진행한 것 같다. 자신의 신념이야 확고하기 때문에 합리적 보수에 속하는 인물을 영입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특히 이상돈 교수는 박 정부의 탄생공신이어서 상당한 상징성을 띤다. 김종인까지 영입하면 그런 상징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분명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것이 많은 영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지금의 새정연은 내부의 문제부터 확실하게 털고 가야 할 시점이지 외부 인물을 끌어들여 당의 혁신과 외연확장을 도모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새정연이 깨진다 해도 의원들의 옥석을 가려야 할 시기이며, 당이 여러 조각으로 깨지는 것을 두려워해서도 안 될 만큼 최대의 위기다. 지금의 새정연은 누가 당대표를 맡고 비대워원장을 맡던 성공할 수 없는 구조와 인적 구성을 갖고 있다. 



일단 내부부터 확실하게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판을 깨뜨리는 것도 염두에 두고, 내부에서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사람들을 걸러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얘기가 나와도 무시한 채 하나의 원칙을 세워 그것을  뚝심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새정연이 어떤 정당인지, 그 가장 기본적인 이념(부와 기회의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부자와 재벌 증세가 핵심)부터 분명히 해야 하며, 그것에 대해 소속 의원들의 절대적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그렇게 가장 근원적인 정체성에서 합의할 수 없는 자들과는 이별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 올 한 해 동안은 내부를 완저 분해해서 다시 조립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새로 해야 한다. 의원의 수적인 문제에 고민해선 안 된다. 정당의 힘은 국민의 성원이고 여론의 향배이지 의원수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의원이 탈당하겠다면 그렇게 하라고 하라. 그들이 나가서 다른 당을 결성한하면 기꺼이 길을 열어줘라. 그렇게 근원에 해당하는 정체성을 확립한 다음, 국민적 동의를 묻는 작업에 착수함과 동시에 혁신과 외연확대를 위한 작업에 나서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시는 유권자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밤을 세워 토론하며 새정연을 바닥부터 지붕까지 모든 것을 비판할 수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민주주의의 강화를 위한 진보적 가치의 확산을 위한 난상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토론의 장에는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성을 극대화하라. 



솔직히 밖에서 보는 새정연은 새누리당보다 인물이 정체돼 있고, 기득권화됐다. 몇 십 년째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새누리당2중대처럼 행동하는 의원들도 너무나 많이 눈에 띤다. 그들을 쳐내라. 젊은피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을 늘려라. 그런 뼈를 깍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은 채 명망있는 외부인사를 영입해서 당을 바꾸는 시늉만 하면 외연은 넓혀진 것처럼 보이지만, 전통의 지지자들은 등을 돌린다. 



명심해야 할 것은 의원은 유권자가 표를 주어야만 당선된다. 그들이 투표소로 향하도록 만들어야 하고, 여론 형성에 참여하도록 만들어야 하고, 정부와 여당이 꼼수를 벌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하고, 다음의 정권 탈환을 위해 정부가 바르게 가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렇게 당의 이미지를 하나하나 바꿔나가다 보면 김대중이나 노무현처럼 탁월한 리더십과 현대적 감각을 지닌 인기 정치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위를 채우려 하지 말고 밑을 채우려 하라. 받침이 단단해야 무엇도 도모할 수 있다. 열린 정당으로의 변화, 심할 경우 직접민주주의로 당론을 결정하는 파격적인 실험도 주저하지 마라. 기득권을 내려놓으라고 하는 것이 세비 몇 푼 덜 쓰고 반납하라는 것이 아니라, 변화한 현대의 민주주의에 맡게 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출발은 외연을 넓히되 아래로부터의 외연을 넓히는 것을 말한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유족이 참여하는 것의 시대적 의미는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다. 세월호 유족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광화문 광장에서 동조댠식을 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애기하고 토론하라. 지금은 의원들이 국회가 아니라 서민 속으로 내려와 그들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현재는 야당이 완전히 망가지니냐와 극적으로 부활하느냐의 갈림길에 있다. 앞으로 2년 동안 선거가 없는 것은 정부와 여당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다. 야댱도 당장의 현안에 얽매이지 않고 느리지만 완벽한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기회는 다시는 주어지지 않을 터, 문재인 의원의 트위터가 시기적으로 아쉬운 것도 이 때문이다. 



                                     


  1. 참교육 2014.09.15 10:04 신고

    사람들이 외 다들 이러지요?
    더위도지났는데... 제 정신들이 아닌 것 같습니다.
    박연선은 그래도 좀 괜찮다고 믿고 있었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찍힌 꼴입니다.

    • 늙은도령 2014.09.15 15:20 신고

      박영선과 김한길, 안철수, 조경태, 김영환 등이 탈당해 제3의 세력을 형성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제3의 세력의 찬반을 넘어 한국 정치 생태계를 바꾸려면 새정연은 분당되고 새누리당에서도 참여자가 늘어나야 합니다.
      저는 그런 것을 바라는 1인입니다.

  2. 중용투자자 2014.09.15 10:49

    한 두명 바뀐다고 야당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네요 ^^

    • 늙은도령 2014.09.15 15:21 신고

      문재인 의원이 새정연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알겠지만 순서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노무현처럼 바닥에서 출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리고 밑으로 내려와 국민의 뜻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3. 공수래공수거 2014.09.15 13:41 신고

    요즘 새정연이 왜 이러지요
    갈피를 못 잡고 있는것 같습니다
    태풍은 계속 불어 올텐데...

    • 늙은도령 2014.09.15 15:22 신고

      저는 분당돼야 한다고 봅니다.
      정당이 짬봉이 되면 원칙이나 추구하는 가치가 흐려집니다.
      정치적 셈법만 보면 안 됩니다.
      정당은 정당다워야 합니다.

  4. 태봉 2014.09.15 20:59

    늙은도령님의 글에 동의합니다 . 순서가 바뀌였습니다. 그리고 당의 구성원들도 뒤섞이다 보니 회색이 되버렸습니다 본연의 색깔이나 비슷한 색끼리 뭉쳐야 힘을 받고 힘을 냅니다

    • 늙은도령 2014.09.15 21:05 신고

      문재인 의원에게는 미안하지만 바닥까지 내려와서 새정연을 봐야 합니다.
      순서가 바귀면 본말이 전도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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