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자살 이외에는 선택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 필자는 선친의 유품인 천여 권의 책들을 버리는 불효를 범하며, 필자가 구입한 책들도 함께 버렸다. 그 중에는 2주 전에 구입해 2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한 권의 책이 포함돼 있었다. 필자가 존경하는 몇 안 되는 대한민국의 석학 중 한 명인 리영희 교수의 《전환시대의 논리》가 바로 그 책인데, 거기에서 가져온 인용문으로 이번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이제는 중단됐지만, 독자분들의 '밀어주기' 덕분에 구입할 수 있었던 책들




일본은 경제적·정치적으로 그리고 어쩌면 군사적으로 한국의 후견역할까지 떠맡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으로 대화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을 때, 동경의 한 대학 교수가) 퍽 말하기 거북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한국인 술 상대에게 대답했다. "그런 두려움을 품는 여러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그런 가능성이 절대 없을 것이라고는 일본정부의 견해와 과히 다르지 않는 나의 입장에서도 단언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보는 바로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이 본격화된다면 그것은 일본 쪽에서 그러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한국 쪽에서 일본군대를 불러들이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6.10항쟁 이후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았던 위의 인용문이 이명박근혜 8년 만에 완벽하게 부활한 것을 전제로 한다면, 필자가 이번 글에서 다루는 내용이 1%의 현실성도 없다고 평가절하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냉전시대와 유신독재의 연장선 상으로 후퇴해버린 박근혜와 환관들의 권력놀음이 한반도를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이번 글을 쓰게 된 동기였기 때문이다.      





도대체 박근혜와 아베 사이에 어떤 밀약이 있었기에, 아베 내각은 일제가 군의 성노예로 위안부를 강제동원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UN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상대로 전쟁범죄를 부인하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박근혜는 아베와의 통화에서 위안부의 강제동원을 포함해 일제의 전쟁범죄에 대해 어떤 불가역적 합의를 해주었기에 아베 내각의 막가파식 행태에 박근혜 정부의 외교부는 아무런 구속력도 없는 의례적인 발언만 되풀이한단 말인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아베 내각의 행태와 청와대의 침묵, 외교부의 대국민 립서비스는 박근혜와 아베 사이에 이루어진 통화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한 똑같은 일들만 되풀이될 뿐이다. 자신을 지지하면 국민이고, 자신을 지지하지 않으면 비국민인 박근혜의 인식은 위안부협상에 반발해 혹한의 추위 속에서도 소녀상을 지키는 학생과 청춘들을 엄동설한의 사지로 내몰고 있다. 



욕망과 탐욕의 투표에 매몰된 기성세대가 두 번이나 연속해서 대통령을 잘못 뽑은 것 때문에, 기성세대의 자손들이 36년에 걸친 일제 식민지지배의 치욕과 악몽을 2016년의 대한민국 수도에서 경험하고 있다. 조선에 대한 일본의 지배를 인정한 미국과 일본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영혼까지 친일인 박정희의 딸, 박근혜와 일제의 지도자였던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 아베 사이에 이루어진 위안부협상으로 되살아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역사는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며, 반성적 성찰에 따른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한 현재의 노력이다. 모든 역사학자들이 공유하는 합의가 이러함에도 일본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우리에게는 불가역적 굴종만 허용되는 위안부협상은 일제강점의 서막을 알린 을사늑약의 부활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이명박근혜 8년이 유신독재로의 무한퇴행이었 때문에 그보다 몇십 년 더 과거로 퇴행한다고 이상할 것도 없지 않은가?        



위안부할머니와 (나라를 팔아먹어도 박근혜를 지지하는 35%를 제외한) 65%의 국민에게 일제 식민지지배의 치욕과 고통을 떠올리게 만드는 아베 내각의 불가역적인 폭주를 막기 위해서라도 박근혜와 아베 간에 이루어진 통화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그것만이 아베 내각의 폭주를 막을 있으며,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독소조항이 위안부협상의 이면에 자리하고 있다면, 국민의 이름으로 위안부협상을 무효화시킬 수 있다.



박근혜가 임기를 마치려 한다면 아베와 어떤 밀약도 없었음을 밝혀야 한다. 박근혜가 위안부할머니로부터 어떤 위임도 받지 않은 채, 아베로부터 사과를 들을 이유란 없다. 위안부협상이 헌법과 국제법상에서 정의한 국가간 협약이라면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위안부협상의 정당성을 입증하려면 박근혜와 아베 간에 이루어진 통화내용은 무조건 공개돼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둘 간에 맺어진 위안부협상은 원천무효며, 탄핵의 요건으로도 충분하다. 동등한 주권을 가진 국가 간에 맺어진 모든 조약은 한쪽에만 일방적으로 불리하고, 불가역적인 제한을 가할 수 없다. 밝힐 수 없는 이면의 합의가 없다면, 일본의 외교만 일방적으로 프로페셔날하고 한국의 외교는 치욕적일 정도로 아마츄어적일 수도 없다.      



아무리 무지하고 무능한 박근혜라고 해도, 모든 소통을 가로막는 환관들에게 둘러싸였다고 해도, 정치적 정통성이 군사쿠데타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불법·부정선거와 개표조작에 있다고 해도, 그 자리에서 내려오기 전까지는 일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이해를 대변하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바랄 것을 바라야지 하는 질책이 필자에게 쏟아진다고 해도, 일제강점의 치욕을 버텨낸 노모가 살아있는 한 이렇게밖에 말할 방법이 없다. 



박근혜와 아베 간에 이루어진 통하내용을 공개하라! 한 명의 무지몽매한 통치자와 열 명으로 지칭되는 환관들의 잘못을ㅡ이미 깨어있었던 청춘들을 확인해볼 생각은 하지 않은 채, 무한대의 퇴행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의미의 '박근혜 효과'를 떠벌리는데 심취해, '그래야 하기 때문'에 거리로 나선 청춘들을 평가절하하는 한심한 작자들도 있지만ㅡ피통치자들이 짊어져야 하는 역사의 반복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는 노릇이기에.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6.02.01 10:12 신고

    양심 선언하는 역관이 있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 늙은도령 2016.02.01 13:51 신고

      에고... 저 놈들은 도망갈 구멍을 마련해두었을 걸요.
      정권을 탈환해야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기록물로 정해져 30년 간 공개할 수 없었던 노무현과 김정일 간의 정상회담회의록을 공개했듯이, 위안부협상과 관련된 박근혜와 아베의 대화내용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박근혜와 아베의 대화내용은 대통령기록물도 아니어서 국정원을 거쳐 국회의원의 열람과 국회 의결, 정치검찰까지 넘어가는 지리한 과정이 필요하지도 않다. 위안부협상이 법적 효력을 갖는 형태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냥 통화기록만 청와대가 공개하면 그만이다.





국제적으로 아베의 승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두 정상 간의 대화내용이 공개되면 아베가 진심으로 사과했는지 알 수 있으며, 그럴 때만이 박근혜는 역사의 정의와 할머니들의 질곡의 세월을 헐값에 팔았다는 국내의 비판을 면할 수 있다. 박근혜가 일본정부로 받기로 한 10억엔이 소녀상의 이전의 대가로 주어진 것인지, 아니면 아베의 진심어린 사과에 따른 배상금으로 받은 것인지 알 수 있으니 모든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다. 



이런 전례가 없다면 모를까, 남북정상회담 간의 대화 내용이 담겨 있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회의록마저 공개됐으니, 그 동안 베프(절친)임을 숨겨온 두 정상 간의 대화내용을 공개하는 것 쯤이야 '식은 죽 먹기'가 아닌가. 심지어 불가역적이라는 문구가 들어갔지만, 국가 간에 맺어지는 협약의 형태도 아니어서, 청와대가 대화내용을 공개한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될 것도 없다. 





특히 아베와 그의 똘마니들이 군성노예 할머니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막나가는 것을 보면, 이명박이 일본 수상에게 '지금은 때가 아니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한 말을 친일수구세력의 두목인 박근혜가 완벽하게 지킨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소녀상을 지키는 청춘들을 강제연행하겠다고 공공연히 협박하고, 우리 후세대들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후세대를 걱정하는 것에서 이런 의심은 힘을 받는다. 



이렇게 양국에서 나오는 얘기들이 서로 다르고, 일베의 역사 왜곡이 도를 넘으니 대화내용의 공개는 필수적이다. 세월호참사의 진실규명에 끝까지 노력하고 있는 '파파이스 81'에 나온 정청래 최고의원이 대화내용 공개를 정식으로 요구했으니, 청와대가 이에 화답만 하면 모든 것이 일시에 풀리리라. 추운 날씨에도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수십 일째 노숙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도 따뜻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국민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기는 지도자의 덕목이 아니면 무엇이랴.   



박근혜가 청와대에 공개하라고 말만 하면 된다. 위안부협상 때문에 국내에서 혹독한 비판을 듣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안쓰러워 정청래 최고의원이 통화내용을 공개해 그 모든 오해를 풀어주려고 하니, 이것이야말로 국민이 그렇게도 원하는 정치의 혁신이고, 인간적인 면에서 볼 때도 이보다 아름다운 배려가 어디에 있겠는가?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양국의 정상간에 이루어진 통화내용만 공개되면 모든 의문들이 풀릴 테니.  





필자 : 어떻게 이런 제안을? 

정청래 : 난 원래 진실한 사람이야. 아베가 배신의 정치를 하니, 진실한 사람인 나라도 나서 대통령을 지켜줘야지. 게다가 일본국민이 다음 선거에서 우리를 대신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줄 수도 없잖아? 

필자 : 헐! 박근혜가 말한 진실한 사람이 정 의원이었어?

정청래 : 당근!! 나처럼 박근혜 챙기는 사람이 어디 있어?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6.01.19 08:22 신고

    공개할리가 만무합니다 ㅋ

    아베: 지난번 합의 내용 대로 잘 처리 하고 있겠지?
    박: 노력하고 있어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