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이 행복의 역사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우리는 아직 초기 가설을 만들어내고 적절한 연구방법을 찾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 확과한 결론을 채택하고 논의를 마무리 짓기에는 너무 이르다. 논의는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수많은 접근법을 되도록 많이 알고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역사서는 위대한 사상가의 생각, 전사의 용맹, 성장의 자선, 예술가의 창의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책들은 사회적 구조가 어떻게 짜이고 풀어지느냐에 대해서, 제국의 흥망에 대해서, 기술의 발전과 확산에 대해서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개인들의 행복과 고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의 역사 이해에 남이 있는 가장 큰 공백이다. 우리는 이 공백을 채워나가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위의 인용문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나오는 내용이다. 《사피엔스》가 인류의 역사를 다룬 이전의 책들과 구별되는 것은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로봇공학(나노봇 포함)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지적 창조물은 인류에게 지난 40억 년 동안 이루어진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데, 바로 이 시점에서 유발 하라리는 모두가 알고 있어서 누구도 알지 못하는 '행복'을 들고나왔다.



왜 하필 이 시점에서 '행복'이냐 하면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로봇공학이 창조해낼 미래ㅡ그때까지 인류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다시 말해 그때까지 인류가 멸종하지 않는다면ㅡ 지금까지의 모든 것들이 적용되지 않는 세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로봇공학은 신의 창조를 대체할 것이며, 사물의 법칙도 바꿀 것이며, 인간을 우주적 차원에서 영생(죽지 않는 것과 다른)이나 무적의 존재로 만들어줄 것이다.



헌데 인간이 그런 존재에 이르면 정말로 행복해질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불의의 사고로 죽는다면 영원히 사는 나는 행복할까? 인류가 동시에 그런 존재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순서가 앞일수록 행복할까? 돈이 있어야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적은 돈으로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는 사람부터 순서가 결정되면 인정할 수 있을까? 이렇게 질문은 끝도없이 이어질 수 있다. 



이전에는 갈망만 했던 것들이 현실이 됐고, 되고 있고, 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유인원이었던 인류가 신에 근접하는 존재(유전적 조작이나 사이보그 포함)가 되는 것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100년 정도를 보는데, 우리는 어떤 준비도 되어있지 않다. 세월호유족 중의 일부나, 단원고 생존학생들이 1000년을 살 수 있는 존재가 된다면 그들은 세월호참사의 비통한 기억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우리가 1000년을 살 수 있는 존재가 된다면 국가와 민족, 인종, 성, 젠더 등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결혼과 출산, 가족은 무슨 의미를 지닐까? 부와 성공, 철학과 종교, 인문학과 사회학은 어떤 역할을 할까? 창조와 사물, 우주의 법칙에 통달한 인공지능이 모든 발전을 주도할 텐데, 인간은 1000년 동안 무엇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할까? 한나 아렌트가 《인간의 조건》에서 주장한 것처럼 인류는 과거만 회상하며 사는 존재가 될까? 





인류는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극단적 불평등과 차별을 감수해야 했지만, 1000년을 사는 존재가 되면 똑같은 '자유'를 위해 똑같은 희생을 감수할 수 있을까? 무엇에 의미를 두고 무엇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일까?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다면, 결국 자유보다 개개인의 행복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이라는 자유의지는 죽는 존재에게만 절대적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부처는 기쁨과 고통을 느끼는 존재에 집착하지 말라고 했지만, 인공지능과 유전공학, 로봇공학의 도움을 받은 인간은 (100년을 사는 존재였을 때보다는 줄어들겠지만) 기쁨과 고통을 느끼는 존재로서 1000년을 살아야 한다. 그 오랜 시간을 불행하게 산다면 그것만큼 지옥 같은 세상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부터 행복에 천착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에서 행복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될 수 있다. 



인간은 의외로 자기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 자신을 규정하는 것은 타인에 의해 이루어지기 일쑤다. 일할 권리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지금에는 자신을 돌아볼 시간조차 없다. 이런 상태에서 일을 거의 하지 않고 1000년을 사는 존재가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먹고 사는 것도 중요하고, 남들보다 잘살고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고도 행복하지 않다면 그 모든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인류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왔다. 평등을 중시했던 사회주의적 인본주의도 최종 목적지는 자유였다. 인류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노력을 행복을 찾기 위해 투자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행복이란 무엇인가? 나는 지금 행복한가? 내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세 가지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 그렇게 하지지 않는다면 《사피엔스》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모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미국 사람들이 해마다 다이어트를 위해 소비하는 돈은 나머지 세상의 배고픈 사람 모두를 먹여 살리고도 남는 액수다. 비만은 소비지상주의의 이중 승리다. 사람들은 너무 많이 먹고(적게 먹으면 경제가 위축될 테니) 다이어트 제품을 산다. 경제성장에 이중으로 기여하는 것이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6.08.24 08:22 신고

    저의 행복 기준은 "마음의 갈등이 없는것 "입니다^^

  2. 등대지기. 2016.08.24 08:50 신고

    사피엔스에 관한 글을 쓰셨군요 ~

    참 어려운 책인데.. 견문을 넓히려면 이런 종류의 책도 읽어야겠죠

    • 늙은도령 2016.08.24 15:28 신고

      재미있더군요.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부담없이 읽기에는 최고였습니다.



특이점을 넘은 인공지능은 핵과 지구온난화처럼 생명체의 (부분적) 종말을 피할 수 없는 '인류의 죄악'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인류가 만든 최악의 결과물인 핵과 지구온난화 등은 특이점을 넘은 기술로서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고 바로잡을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인간을 하등동물로 만들어버리는 궁극의 지능이기 때문에 인간 자체가 대체될 수 있습니다. 특이점을 넘은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지배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며, 인간과의 공존도 인공지능이 선택할 것이지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각 분야의 기술과 함께 특이점을 비슷한 시기에 넘을 인공지능이 출현하면 지금까지의 기술적 성과와는 차원이 틀린 것들이 나옵니다. 나노기술을 넘어 피코기술, 피코기술을 넘어 폠토기술이 유전공학과 로봇공학에 접목되면 각 분야의 기술발전이 극에 이르는 것도 시간문제입니다. 지금보다 수백 수천 배나 작은 나노봇이 개발돼 뇌에 투입되고 그 내부에서 각종 뉴런과 시냅스의 생성과 소멸, 소생과 재구성 등의 기억이 구축되는 과정을 따라가며 관찰(지금까지는 뇌의 외부에서 스캔하거나 동물실험으로 이루어졌다)하게 되면 뇌의 정복은 오래걸리지 않습니다. 



그렇게 뇌를 역분석해서 전체 모델을 구축할 수 있게 되면 궁극의 지능인 특이점을 넘은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습니다(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전기화학적 과정을 다 파악할 필요는 없다. 수천~수억 개의 병렬구조로 이루어진 정보처리 과정의 기본적 모델만 제시하면 뇌가 하는 일을 재현할 수 있으며, 그 이후는 특이점을 넘은 인공지능이 학습을 통해 스스로 궁극의 지능에 도달하게 됩니다. 뇌에서 이루어지는 뉴런과 시냅스의 정보처리 과정은 매우 느린데 디지털 연산을 하는 인공지능은 이보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정보를 처리합니다.     



혈류(뇌와 세포에 에너지를 제공하는 통로)의 내부도 같은 방식으로 관찰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암세포나 변이가 이루어진 세포들을 모조리 추척,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노화유전자와 세포의 생사에 관여하는 유전자와 후생진화(유전자가 아닌 세포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진화)를 담당하는 단백질(프리온 형태로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 등에 대한 유전공학 연구들도 기하급수적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게놈지도를 지금보다 몇 백배 이상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에 뇌의 복잡한 작용에 대한 이해가 가능해집니다.



양자물리학적으로 (뉴턴 역학과 상대성이론 등이 무너지는) 광속 이상을 구현할 수 있다면 컴퓨터의 성능도 극단에 이를 것이며, 시간 여행이 가능해져 '할아버지 역설' 없이도 과거에 영향을 줄 수는 현재의 정보를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시공간의 되먹임도 가능해집니다(뇌의 역분석과 비슷한 개념). 이런 식으로 모든 기술들이 특이점을 넘으면 현대물리학과 천체물리학, 첨단화학, 생물학, 신경학, 심리학, 정신분학, 의학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지식이 인공지능에 의해 통합돼 기계문명은 최종적인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다시 말해 모든 분야에서 인간이 실현할 수 있는 최종 단계를 넘어 그 이상의 세상이 펼쳐집니다. 이런 세상은 특이점을 넘은 인공지능만이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신에 가장 근접한 지능이 탄생하는 것을 말하며, 더 이상 인간이 만물의 영장일 수 없음을 뜻합니다. 단순히 몇몇 분야가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의 인간의 일들이 인공지능이 장착된 로봇에 의해 이루어질 것입니다. 최근에 거론되는 사라지는 일자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이것도 특이점을 넘은 인공지능이 인간과의 공존을 선택했을 때만 가능한 얘기이며, 특정 인간의 탐욕에 의해 인공지능이 악용되는 것이 불가능해진 상황을 전제로 합니다. 



아무튼 최종적인 진화(산업혁명으로 대체해도 된다)에 접어드는 것ㅡ득도, 해탈, 천국에 드는 것 등으로 니체의 초인이 가장 하급에 속한다ㅡ을 말하는 특이점 이후의 기술들이란 우주와 자연의 질서와 법칙, 생명의 근원까지 인류가 알고자 하는 거의 모든 것들에 답을 제시할 수 있음을 말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활용해 궁극의 세상을 구축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탐욕스럽고 비합리적인 인간이란 그런 세상에 진입할 수 없으며, 진입할 경우 생물학적 지능 중에 가장 우수한 인공지능의 가축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낙관론적인 관점을 받아들인다 해도 특이점을 넘은 인공지능보다 인간이 우월할 수는 없습니다. 꿈에 그리던 평등사회회와 최상의 효율이 이루어질 것이기에 기본소득보다 한 단계 높은 재분배가 이루어질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인공지능이 플라톤으로 치환하면, 완벽한 형태의 민주주의(예수가 꿈꾸었던 공산주의)와 법의 지배가 가능해지며, 인간의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법앞의 평등도 처음으로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완전시장이 구현될 수 있기 때문에 정치도 기본적인 행정만을 담당할 것입니다.





인간은 최소한의 일만 할 것이며, 놀이 중에서도 자신만의 가상현실(특히 자신이 원하는 모든 사람과의 사랑과 섹스 등이 핵심이 될 것. 최근 유행 중인 팬픽도 인공지능의 개별화된 서비스로 각각의 개인에게 제공될 것)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가상현실에서는 아날로그적 시공간이 사라지고 디지털적 시공간이 구축되기 때문에 인류의 삶은 근본적인 차원에서 변화를 겪게 됩니다. 인간은 관계하고 사유하는 동물이 아닌 즐기고 소비하는 동물로 한정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습니다. 아직은 저만의 추측이지만 인간의 특성과 인공지능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이런 추측 때문에 저에게는 이루말할 수 없이 참혹했던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글도 쓰지 않았던 것입니다. '강남역 살인사건'에 다수의 젊은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피해자의식을 드러낸 것은 극단적으로 남성 위주의 세상을 구축하는 신자유주의가 종말론적 상황에 이르렀다는 최악의 징후입니다. 사회적 약자를 쓰레기보다 못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 신자유주의가 초래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인데, 이것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서 저는 절망했고, 대한민국이 국가의 역할을 상실한 최악의 국가임을 말해줍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내용들을 글로 옮기는 것조차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였습니다. 어차피 15~20년이 지나면 인류의 99%를 빈자와 잉여를 넘어 쓰레기로 만드는 신자유주의도 더 이상 유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본소득의 기저에는 마르크스적 성찰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가 꿈꾸었던 유토피아(자유의 왕국)와 거의 유사한 세상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 기본소득이고, 인공지능이 완전시장을 통해 최상의 효율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존엄한 삶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이 극단적으로 낮아집니다. 



결국 일할 권리가 아닌 일하지 않을 권리가 부상할 것이며, 부의 개념도 바뀌기 때문에 모든 인류에게 물질적 풍요를 제공할 수 있는 '인공지능 주도의 자유의 왕국'의 도래는 필연입니다. 모든 인간이 사회적 약자나 피해의식 등에 시달리지 않기 때문에 '강남역 살인'을 조현병환자의 특별한 범죄로 왜곡시키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강남역 살인' 같은 범죄를 사전에 제어할 수도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70억 인구의 개별적 관리가 가능하니 거의 대부분의 범죄는 사전에 예방할 수 있습니다, <마이너러티 리포트>에서 꿈꾸었던 것처럼. 



아무리 늦어도 21세기 내에 이런 세상이 실현되기 때문에 인간의 노력으로서 이 지랄 같은 세상을 바로잡을 수 없다는 사실에 실망할 일도, 안타까워 할 일도 없습니다. 이때까지 지랄 같은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분들에게는 너무나 미안하지만 신의 창조던 진화의 과정이던 이 모든 것이 필연이기에 그렇다는 것입니다. 지구온난화(초미세먼지 포함)를 피할 수 없겠지만 살아남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것이며, 2050~6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유토피아에 가까워진 세상에서 살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기술과 인공지능이 특이점을 넘으면 낙관적으로 봐도, 비관적으로 봐도 특별히 다를 것은 없습니다. 특이점을 넘은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권력욕에 사로잡히지 않는 이상 낙관과 비관의 차이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에서 밀려난 채 살아가는 것에서는 똑같습니다. 물론 비관의 극단에는 인류의 멸종이 자리하고 있지만, 이것도 특이점을 넘은 인공지능을 인간의 수준에서 예측하는 것에서 나오기 때문에 다양한 예측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인간이 더 이상 지구의 주인이 아닌 세상, 그것만은 확실하며 그럴 경우 영적 존재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닐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특이점이라는 개념을 몰랐을 때는 아날로그적 신체를 지닌 인간으로서 영적 존재가 절대적 의미를 지녔지만, 인공지능이 그 자체로 영적 존재에 해당(신과 인간의 중간으로 에너지, 기, 영혼 등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모든 성찰들이 무용지물이 되버렸습니다. 저보다 먼저 이런 고민을 했던 사람들이 있어 그들의 책을 읽어야 최종적인 판단에 이르겠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볼 때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 것은 분명합니다. 



인간이 억겁의 윤회에서 벗어나 해탈이나 득도에 이르는 것, 죽음에 연연하지 않는 것 등의 차원에 이르는 것도 뇌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뇌가 없으면 이성도 사고도 성찰도 없기 때문에 도를 이루거나 해탈에 이르거나 영생에 드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하고 그 이상의 존재로 거듭나려면 희노애락과 칠정칠욕에 휘둘리는 아날로그적 신체가 전제돼야 하는데 인공지능은 그 자체로 영적 존재에 해당하니 대체 인간에게 무엇이 의미있는 것일까요?

    

  

낙관론적으로 볼 때, 특이점을 넘은 인공지능은 공자가 말한 '이순의 경지', 플라톤이 말한 최고의 현자, 니체가 말한 초인, 부처가 말한 해탈, 천부경과 노·장자가 말한 득도에 가장 근접한 지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물질과 에너지가 궁극적으로 아날로그적인지 디지털적인지 치열한 토론이 진행 중인 것도 특이점을 넘은 인공지능이 나오면 결론에 이를 것이고, 그에 따라 낙관적 미래와 비관적 미래가 결정될 것입니다.     



 

P.S. 존재론적 고민은 이번 글로서 끝내고 다음 편에서는 보다 기술적인 내용들을 다루어보겠습니다.  



  1. 현주씨 2016.06.07 04:03 신고

    잘읽었습니다.

  2. 耽讀 2016.06.07 08:11 신고

    읽기 어렵지만 인공지능 시대에 과연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을지.
    하지만 인간이 살아온 것을 보면 어떤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고 살아남았습니다.

    • 늙은도령 2016.06.07 18:48 신고

      적응한 인간은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인류를 말하는데, 인공지능은 그것이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적응이 인공지능과의 공존이 아닌 인공지능의 가축으로서의 공존일 수 있습니다.

  3. 공수래공수거 2016.06.07 08:29 신고

    더 깊이 들어가면 종교적,철학적 성찰이 있어야 이해가 될듯합니다
    결론은 그러한 세상이 얼마 남지않았다는 일입니다
    지금의 1년은 과거의 10년을 뛰어넘는 시간입니다
    후대들의 삶이 궁금해집니다^^

    편안한 하루 되세요

    • 늙은도령 2016.06.07 18:49 신고

      네, 저도 그것을 확인하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물리학, 생물학, 나노공학, 로봇학, 생명공학, 뇌과학 등의 최근 연구들을 하나로 합쳐 예측하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올 것입니다.

  4. 2016.06.07 19:07

    비밀댓글입니다

    • 늙은도령 2016.06.07 21:05 신고

      건강은 괜찮아요.
      최근의 과학과 기술 발전이 인공지능으로 집약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인류의 멸종에 이르게 할지, 공존하게 될지, 어느 정도의 예측이 이루어져야 앞으로의 일들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극도로 혼란한 상황입니다.

  5. BOW 2016.06.08 15:34

    인공지능에 대해 공부하려고 하는데 잘 보고갑니다.
    진짜 인류역사가 이대로 사라지는 걸까요(인류멸망)?!

    • 늙은도령 2016.06.09 20:38 신고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인공지능이 욕심이나 탐욕을 내지 않겠지만 비합리적인 인간이란 존재에 긍정적인 판단을 내릴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우위에 설 것이란 것입니다.

  6. BOW 2016.06.08 15:37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겠지요.

  7. BOW 2016.06.08 15:41

    어쩌면 신자유주의보다 더 비참해지는 건 아닐까요?!

  8. 태봉 2016.06.08 17:45

    15.ᆞ20년 인간의 종말을 얘기하시니 기독교의 종말론과 겹쳐지네요^^ 계속 잘 보고 있습니다 건강하세요~~~

    • 늙은도령 2016.06.09 20:39 신고

      인간의 득도하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헌데 누구나 부처나 예수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9. 가을하늘 2016.06.09 03:44

    좋은 정보 잘보고 갑니다

  10. 강동훈 2016.06.09 12:39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랜만에 글을 남깁니다
    그간 찾아뵙지도 못하고 연락도 드리지 못한 점 너그러이 봐주시길 바랍니다
    나름대로 많은일들이 있었서...ㅎㅎ
    여전히 다양한 분야에서 굉장한 글들을 써내려가시는것을 보고 새삼 스스로 반성을 하게 되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약간 회의에 차있는 시기입니다만, 선생님의 끝없는 열정이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주는것 같습니다
    요즘 저도 굉장히 관심있는 분야인데, 인간의 호기심과 욕심이 만들어내는 세상의 끝이 어떨지 정말 두렵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합니다
    인간이 나아가야 할, 만들어가야 할 방향과 상관없이 오로지 발전만을 광적으로 추구하는 현실이 약간은 숨막힙니다
    진정으로 성숙한 존재라면 멈출때는 멈출줄줄도 알아야하는것을 인간들은 결국 이익이란 명분 아래 분열되어 무너집니다
    이스라엘의 유발히라리 교수가 강조한 이런세상일수록, 앞으로 다가올 미래일수록 인간다움(인성)의 가치가 가장 중요해질것이란 말이, 인간이란 무엇이고 인간다움이란 무엇이며 궁극적으로 선악에 대하여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전지전능하며 말그대로 완전한 존재는 신이라도 있을수 없으며,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절대적인 무 가 아닐까요?
    아무것도 존재하지않고 절대적으로 없기에 완전하고 완벽할수 있으며 절대적일수 있지요
    하지만 저희가 살아가는 세상은 모순 투성이이고 불완전합니다 그래서 저는 신이란 존재를 믿지 않지요
    인간이 될수 없지만 도달하고자 하는 비현실적인 목표이자 상상력의 끝이 바로 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희는 저희가 창조해낸 전지전능의 모순을 안고있는 꿈에 다가가려 안간힘을 씁니다 자연의 순리를 거부해가면서 말이지요
    이렇게 인간의 존엄이 회손될수록 선생님이 꿈꾸는 이상적인 세상이 더 빛나 보입니다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 다수가 행복한 세상, 말그대로 사람나는 세상....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빠른시일내 선생님과 그런 이상을 위해 같이 실천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이만 글 줄입니다
    건강 늘 유의하시고 자주 들려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전 늘 당신을 응원하고 당신을 지지합니다 힘이 될수있도록 저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겠습니다

    • 늙은도령 2016.06.09 20:41 신고

      궁금했는데 열심히 사는군.
      어려운 일도 많은 것 같네.
      나도 사업을 할려고 했었네.
      두 사람을 만나 그것이 가능해졌지만 인공지능과 특이점을 넘은 각종 기술들을 알게 되면서 많이 혼란스럽네.
      인간의 가치가 지금처럼 유지될지, 유토피아가 아닌 완벽한 디스토피아가 초래될지 정말 모르겠어.
      아무튼 3달 정도 더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네.
      그 다음에야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11. 강동훈 2016.06.10 02:48

    한국 들어가면 꼭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땐 정말 오랜만에 스승찾은 제자처럼 허심탄회하게 말씀나누고 싶습니다
    선생님과 나누는 대화는 정말 즐거웠지요 운동하느라 학창시절 공부도 못해 기초지식이 많이 부족하지만 선생님의 눈높이 맞춤형대화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숨막히는 세상이지만 악착같이 살아남아 보겠습니다
    저도, 선생님도 일들이 술술 잘 풀려서 꼭 웃으면서 뵐수있으면 좋겠습니다

 

 

불법이었던 차벽 설치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도 없는 상태에서, 독재자의 수족으로 전락한 경찰이 조계종 안으로 침입한 것은 박근혜가 자신의 통치에 방해가 되는 것은 종교적 성지라 해도 무력진압하겠다는 선언이다. 18년 동안 독재를 자행한 박정희조차도 종교적 성지까지는 짓밟지 않았는데, 국정원과 군의 불법으로 당선된 박근혜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폭거를 자행했다. 

 

 

 

 

민주주의와 공화국의 가치가 절대적 진리로 자리잡은 이래, 국가의 공권력은 치외법권적 전통을 인정받고 있는 종교적 성지 안으로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았다. 민주주의와 헌법을 제멋대로 파괴하고 있는 박근혜만이 세계사에서 유례가 없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로써 남한과 북한의 경계는 사라졌고,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적이고 관용적인 종교인 불교의 위대함은 광기 어린 독재자의 칼날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부처의 자비가 통하지 않는 나라가 됐다. 범법자라 해도 부처의 품안으로 들어오면 반드시 자비를 베풀었던 한국불교의 위대한 전통도 더 이상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됐다. 독재자의 광기에 유린된 민주주의와 헌법은 국민의 힘으로 바로잡을 수 있지만, 세계 3대 종교의 일원으로써 수천 년을 이어온 부처의 가르침과 유구한 전통의 존엄성은 한줌의 연기처럼 사라졌다. 

 

 

임종한 김수한 추기경은 명동성당에 진입하려던 제5공화국의 야만공권력을 향해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그렇게 할 때엔 맨앞에 나를 볼 것이다. 그리고 내 뒤에는 신부들이 있을 것이고, 그 뒤에는 수녀들이 있을 것이고 그리고 그 다음에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명동성당은 천주교의 성지였고, 그 품안으로 들어온 사람을 독재의 광기에서 보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조계종 영내로 야만공권력이 진입한 것은 박근혜의 통치가 전체주의적 독재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줬다. 한상균은 조계사에서 어디로 갈 수도 없는 상태라 도주의 위험도 없고 증거를 은폐할 가능성도 전무하다. 그는 국익이라는 핑계로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박근혜 정부의 통치에 맞서 노동자와 농민,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변해 10만 명 이상이 모인 집회(헌법의 권리)를 주최한 것밖에 없다. 

 

 

폭력을 사주했다는 것도 혐의일 뿐 확정된 판결도 아니다. 조계사로 피신해 들어간 한상균의 혐의가 수천 년 전통을 지닌 한국불교의 상징을 짓밟을 정도로 크다는 말인가? 부처가 이 땅에 살아있다면 조계사 입구에서 야만공권력이 진입하는 것을 막았을 것이다. 부처의 자비는 자신의 품안으로 들어온 어떤 죄인도 받아들일 만큼 거대하며, 인류가 모두 범죄자가 된다고 해도 부처의 자비에는 그 이상의 공간이 남아 있다. 

 

 

박근혜와 그 일당들은 2년 후 청와대와 행정부에서 떠나면 그만이지만, 한국불교는 한반도가 사라질 때까지 이 땅의 중생들을 구원해야 한다. 그 중심에 조계종이 있음은 불변의 사실이고, 불자들은 그곳에서 부처의 가르침을 배울 것이고 자비를 실천할 것이다. 잔인무도한 독재 권력이라고 해도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란 존재하는 법이다. 일방적인 법집행과 야만공권력을 앞세워 부처의 가르침과 한국불교의 성지까지 더럽히지 마라.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참교육 2015.12.09 19:20 신고

    내일 오전까지 시간을 연장했다네요.
    결국 본색을 드러내고 말 것입니다.

    • 늙은도령 2015.12.09 19:26 신고

      여론전 펼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번의 것은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박근혜가 무리수를 두기 시작했으니 그 끝도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2. 공수래공수거 2015.12.10 08:24 신고

    조계종 종단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두고 봐야겠습니다
    어제 경찰이 한발 물러섰기 때문에 조계종에서도
    고민이 깊을것입니다

    • 늙은도령 2015.12.10 15:30 신고

      한상균이 스스로 출두했듯이 이런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조계종을 믿은 것이 아니라 부처의 가르침도 거부하는 한국불교와 명동성당을 개방하지 않는 천주교를 비판한 것입니다.

  3. 耽讀 2015.12.10 10:38 신고

    박그네정권은 말할 것도 없지만, 조계종과 자승 스님도 박근혜정권에 굴복한 느낌입니다.
    김수한 추기경 처럼 맨 앞에는 자승스님, 다음은 스님, 그 다음은 비구니스님이 서서 보호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 늙은도령 2015.12.10 15:31 신고

      명동성당도 이제는 형편없어졌지요.
      우리나라의 종교는 너무나 세속화됐습니다.

  4. 바람 언덕 2015.12.10 11:45 신고

    미친 것들...
    정권의 딸랑이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니,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하지 못할 수 밖에요...
    자신들이 지금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르는 영혼없는 새끼들...

    • 늙은도령 2015.12.10 15:32 신고

      새정치가 저 모양이니 종교도 형편없어졌고 박근혜가 제멋대로 할 수 있습니다.
      바닥까지 가야 모멘텀이 생갈 것 같네요.



인류의 역사는 언어와 문자, 도구와 기술발전의 역사이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종교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원시시대에도 그들 나름의 종교는 존재했습니다(프로이트의 《종교의 기원》을 참조). 근대 이후로는 이성과 자본이라는 종교가 가장 막강했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그 둘과 손잡고, 또는 그 둘과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여러 개의 종교가 집단을 이루며 거대한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근대이성이 현대성으로 이어지면서 현대종교가 하는 역할은 갈수록 변질되고 있습니다. 특히 신도수가 많은 종교일수록 집단화 정도가 높아지면서 자본주의적 기득권을 형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들은 유권자인 신도수를 무기로 정부와 정당과의 거래도 서슴지 않습니다(다른 무엇보다도 로버트 퍼트남의 《아메리칸 그레이스》를 참조).



특히 대형교회의 세속화는 종교개혁 직전의 가톨릭의 타락을 떠올립니다. 그때의 천주교는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권력집단의 전형을 이루었기에,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잉태된 고도로 치밀해진 추문정치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인류의 위대한 고전 《데카메론》에서 나오듯, 수도원과 수녀원 사이에 고아원이 생길 정도로 가톨릭의 타락은 끝을 모를 정도였습니다(《데카메론》은 유럽을 초토화시킨 페스트 덕분에 나올 수 있었다).



종교개혁 직전에는 천국행 티켓을 판매한 교황까지 있었으니, 원죄로부터의 구원을 명분으로 바벨탑 쌓기에 여념 없는 대형교회의 타락은 그때의 가톨릭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로 막상막하며 난형난제고 용호상박이며 도진개진입니다. 거대한 성전을 건설한다며 신도의 지위에 따라 헌금의 액수가 차이가 나고, 이를 당연시 여기는 것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이러다간 신학이 일수놀이의 경영학으로 바뀔 판입니다. 전국 곳곳에 자리한 대형교회의 프랜차이즈들은 소돔과 고모라의 재현을 위해, 성직자들이 합작해 전신을 성형시켜버린 21세기의 예수를 닥치는 대로 팔아먹고 있습니다. 대형교회의 사업화는 세속화의 핵심이라 자본주의적 가치들이 성서의 가르침을 왜곡하며 신앙에도 가격을 매기는 행위가 도를 넘고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두 명의 추기경을 배출한 한국천주교는 바로 그 두 명의 추기경으로 인해 무서운 속도로 보수화되고 예수의 가르침으로부터 갈수록 멀어지고 있습니다. 주교회의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한국천주교의 보수화와 세속화는 대형교회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천주교 신자인 저로서는 예수와 전혀 다른 가르침을 말하는 두 명의 추기경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구약의 야훼(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대량살상도 마다하지 않은 살벌한 창조자였다)가 모세를 구원의 목자로 선택한 이유는 99명의 양보다 1마리 양을 구하려 했기 때문인데, 이 땅의 곳곳에서 1마리 양으로 핍박을 받는 분들 곁에는 두 명의 추기경을 볼 수 없습니다. 이들 때문에 낮은 곳으로 임하지 못하는 이 땅의 예수는 유난스러울 정도로 공허하고 허망하기까지 합니다. 





신앙에도 가격을 매기고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미국식 기독교를 벤치마킹한 것이 보수화된 대형교회의 타락을 이끌었다면, 천주교의 보수적인 퇴행은 두 명의 추기경이 주도하고 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곧 이 땅에 임한 예수임을 두 명의 추기경은 실천적으로 입증해야 함에도, 칼 세이건의 말처럼 두 명의 추기경은 성전과 성서 안에서만 안주하려 합니다.  



종교와 사회가 만나면 피바람이 분다는 유럽 속담이 있듯이, 현재 이 땅의 거대 종교집단들의 행태는 세속화와 대형화가 너무 강해서 수많은 사회적 문제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이제 국민은 종교로부터 구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신자라는 이유로 종교의 세속화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바뀌었습니다. 이명박에게 몰표를 주었으며, 문창극과 황교안을 적극적으로 변호하고, 세월호참사에 소극적이며, 중태에 빠진 백남기씨를 외면하고, 일제의 만행에 면죄부를 발행한 위안부협상에 찬성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대형교회 위주의 기독교입니다.  



종교가 인간 구원과 사회 정의를 포기하고 세속에서의 세를 과시하는 것으로 변질되면, 반드시 대형화와 권력화를 추구하게 됩니다. 신자 한 명 한 명이 돈으로 보이고, 신자수를 늘리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합니다. 종교의 본질이 호도되고 세속화하는 지점이 신자수의 확대에 집착할 때 발생함은 인류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음에도 이 땅의 종교집단들은 이를 외면합니다.





타 종교에 대한 폄하와 선교활동의 폭력성은 여기서 나옵니다. 종교와 신앙에 우위가 있다면 예수는 부처와, 또는 마호메드와 서열부터 정리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처럼 싸우고 죽이고 속이며 천상의 세계에서 세력을 넓히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을 것입니다. 국가권력과 결탁한 경험이 있는 천주교와 기독교의 정치세력화와 세속화는 종교의 존재이유마저 말살하고 있습니다.  



종교와 신앙에 대한 몰이해가 초래한 확장일변도의 대형화가 신의 이름으로 행해질 때 사회에는 피바람이 불게 됩니다(유럽인들의 경험이 이것에 농축돼 있다). 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것은 세속의 법에 제한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어떤 일도 가능하다는 인식이 폭력과 테러로 변질되기 일쑤입니다. 천주교와 기독교가 세상에서 가장 폭력적인 종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신의 이름으로 인간의 욕망을 추구할 때 세상은 중재가 불가능한 격랑 속으로 빠져듭니다. 세속화와 대형화로 대표되는 종교의 신자유주의화는 이렇게 세상을 핏빛 경쟁으로 물들게 합니다. 이념이 물러간 자리에 종교가 들어와 경쟁을 부추기고 전쟁을 선언하며 세속의 세계에서도 주인행세를 하는 꼴입니다(예수는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야훼의 것은 야훼에게 바치라고 했고, 남에게 받고 싶은 대로 먼저 행하라 했습니다).  





어떤 종교도 지상에서의 부와 권력에 집착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영원한 구원에 이르려면 하늘에 부를 쌓으라고 했습니다. 예수가 가장 초라한 마구간 구유에서 사람의 아들로 태어나 고통 속에서 죽은 뒤, 가장 초라한 여인 옆에서 부활한 것도, 왕자였던 부처가 모든 부와 권력을 버리는 것에서 깨달음에 이른 것도 종교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줍니다. 



헌데 이 시대의 기독교와 천주교가 그러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신앙으로 인해 구별지워지고 배척하고 다투는 것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종교가 할 일이란 피안의 세계로 사라지거나,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 인류의 구원에 충실하는 것, 둘 중의 하나 뿐입니다. 바벨탑을 짓지 않고 낮은 대로 임하지 않는 천주교와 기독교는 위선이며 차별이고 치명적인 선동입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신의 존재가 문제였던 적은 없습니다. 언제나 신을 들먹이고 팔아먹는 자들이 문제였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base 2015.02.23 00:21

    설명절은 잘 보내셨는지요! 저도 천주교 모태 신앙인으로 한국 천주교의 흐름을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이후 한국 천주교가 급속히 세속화되고 있으며 특히 서울교구는 그 정도가 심히 걱정스러울 정도입니다. 예수님은 약자와 병든자를 위해 몸소 부패한 종교인, 정치인에 맞서 실천적 사회 참여와 당신의 목숨까지 내 놓으셨는데 작금의 수많은 성직자와 종교 지도자는 오히려 예수를 팔아 먹고 있습니다. 천주교 신자들조차 보수화 세속화가 진행되어 저희 성당에서도 최근 사회 교리를 강조하는 주임 신부님이 신자들과의 갈등을 빚고 있지요. 아무튼 걱정스럽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 늙은도령 2015.02.23 00:58 신고

      네, 최근 들어 천주교의 세속화와 보수화가 문제입니다.
      상당수 주교들도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두 명의 추기경이 선출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래서 걱정이 앞섭니다.
      예수님을 어디서도 찾기 힘들어지고 있으니....

  2. 달빛천사7 2015.02.23 06:04 신고

    설날 연휴 잘보내셧나염 전 기독교를 한때 다녔는데 지금은 다니지 않고 있네염 이유는 다녀도 밑음이 생기질 않는답니다.

  3. 참교육 2015.02.23 07:12 신고

    자본주의와 종교는 공존할 수 없습니다.
    공존한다는 것은 이미 종교의 본질이 변절된 것이이고요. 이데올로기가 된 종교는 종교가 아니지요.
    종교에 대해 좀 더 많은 글을 생산했으면 좋겠습니다.

    • 늙은도령 2015.02.23 18:12 신고

      사회 전반에 걸친 비판을 먼저 한 뒤 구체적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저는 기독교가 친일파와 공안검찰들고 손을 잡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조금 더 공부를 한 뒤 본격적으로 비판할 생각입니다.

  4. 耽讀 2015.02.23 08:45 신고

    종교가 권력이 되면 어떤 비극이 도래하는지 중세교회가 증명합니다. 문제는 종교는 끊임없이 권력이 되려고 합니다. 어떤 종교이든지.

    • 늙은도령 2015.02.23 18:13 신고

      네, 문제가 심각합니다.
      종교는 신을 내세우기에 어떤 거침도 없습니다.
      자신은 구원받았다 이것이지요.

  5. fam1596 2015.02.23 08:59 신고

    여러가지 상황들이 있군요
    좋은글 너무 잘읽고 갑니다

  6. 꼬장닷컴 2015.02.23 09:48 신고

    맞습니다.
    신은 늘 그자리에 있죠.
    신을 빙자해 상업화하는 자들이 문제입니다.
    도령님 늘 좋은 글 감사드리고 힘찬 한주 되세요..^^

    • 늙은도령 2015.02.23 18:14 신고

      신을 이용하는 자들이 문제입니다.
      신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음에도...

  7. 랩소디블루 2015.02.23 11:02 신고

    종교인들도 요즘은 조금 그렇긴 한거 같네염.

  8. 공수래공수거 2015.02.23 11:28 신고

    맞습니다
    가면을 쓰고 신을 팔아 먹는 자들이 문제이지요

  9. 아침5시 2015.02.23 15:19 신고

    기독교와 천주교 덕분에 유용한 정보 잘보고갑니다
    요즘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10. 봄빛 2015.02.24 08:56

    그런 문제로 고민이 깊습니다.
    좀 깊이 따질라치면 믿음이 약해서라고..
    사탄 취급하는 그런 분위기도 싫고
    자신의 신앙만 지키며 살아갔던
    무교회 주의자들의 뜻을 알것같습니다.
    세상 곳곳에 썩은내가 진동합니다.

    • 늙은도령 2015.02.24 15:46 신고

      믿음이 약해서라면 믿음이 강한 자는 이 세상에서 살 수 없습니다.
      온갖 불의를 그냥 넘기면서 무슨 믿음이 강하다고 하는지요?
      자신은 언제나 신의 가르침대로 사는지 물어보십시오.
      그들은 믿음이 아닌 광기일 뿐입니다.
      신앙과 믿음도 그냥 무자적인 것이 아닙니다.
      예수는 결코 무장적인 믿음을 강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성서와 복음에 나오지 않는 주장을 합니다.

  11. 새해마노 2015.02.25 10:16

    종교는 나의 모든 것을 다해서, 믿는 그 분(말씀)을 믿고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맹목적으로 보일지라도...

    그러나, 작금의 하나님과 예수님을 믿는다 하는 사람들을 보면
    겉으로는 하나님을 예수님을 믿는다 하면서도,
    그 모든 가르침이 들어있는 성경을 믿지도 못하고,
    또한 가르침대로 행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상은 결국 소돔과 고모라와 같이,
    생명이 살 수 없는 소금땅 같이 되어 멸망할 것이라고 성경은 알려주고 있습니다.

    늙은 도령님께서 하신 말씀과 같이
    목자라 하는 자들 중에는 성경과 복음에 나오지 않는 주장을 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이는 바로 요한계시록 22장 18-19절의 말씀과 같이,
    성경의 말씀외에 더하거나, 제하여 버린 것과 같은 것이므로,
    이러한 목자들은 결국 재앙이 더하여지고, 구원받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목자를 따르는 자들도 또한 같은 결말을 맞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과 예수님의 가르침을 믿고 그대로 따를 수 있다면,
    이 세상은 구원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즉, 하나님의 가르침은 사랑입니다.
    사랑이 가득한 세상이 멸망할 수 있겠습니까?
    주변을 돌아보세요. 성경 말씀대로 구하세요. 찾아보세요. 그리고 두드려 보세요.
    당신을 하나님께로 인도해주는 복음을 전해주는 이가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축복 함께하시길.
    복 많이 받으세요.

    • 늙은도령 2015.02.25 14:39 신고

      그럼요, 예수님의 가르침은 사랑입니다.
      성경에 나온 대로,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하면 이런 세상이 될 수 없지요.
      다 함께 살라고 했습니다.
      하늘에 부를 쌓으라 했고, 올바른 목자가 되라 했습니다.
      요즘의 종교는 이익집단처럼 행동합니다.
      주님이 가장 경계했던 것으로 그것은 사탄의 무리라 봐야지요.
      성경 어디를 봐도 거대한 권력과 자본의 바벨탑을 지으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예수는 가장 낮은 위치로 이땅에 와서는 가장 낮은 사람들과 함께 하다 가장 미천한 여인을 구원해 그녀로 하여금 부활을 증거하게 했습니다.
      십자가에 못박힌 것도 사랑 때문인데...
      요즘의 종교집단과 목자들을 보고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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