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동 국립묘지에 가면 한 사람이 있다. 

언제나 내 편에 서있었던 단 한 사람

몇 분, 어쩌면 며칠 늦춰진 죽음에 대한 근원적 공포에

가뜩이나 푹 들어간 두 눈을

있는 힘을 다해 깜빡이지 않은 채 

한없이 동그란 회색빛 검은 시선으로 나를 놓아주지 않았던 분

 

 

아무런 말도 없는 몇 분 간 

조금 앞에 있는 죽음과

바로 뒤에 있던 삶이

두려움에서 공포로, 떠남과 붙들 수 없음으로 요동치던 그때

창밖으로는 요란한 불길과 날카로운 경고음이 

빛의 속도로 영겁회귀하는 작은 공간에서 몸부림쳤다. 

 

 

더 이상 부를 수 없는 이름

양자요동처럼 떨고있는 사람

떠남은 광속으로 다가와선

영원히 엉킨 시선에 느릿느릿 부딪쳐

하나의 점, 하나의 선, 하나의 파편, 하나의 습기, 하나의 눈물로 차올라선

세상 첫날의 파편처럼

세상 끝날의 연기처럼 

 

 

시간이 바람에 채여 뚝뚝 떨어진다.

동작동 국립묘지에 가면 한 사람이 있다.

언제나 내 편에 서있었던 단 한 사람

사랑을 가르쳐준 단 한 사람

자신의 멍에는 나두고 내 멍에만 보듬어준 단 한 사람

모든 걸 용서하라고 말하던 그 사람

 

 

아침 무렵 내 양심은 나의 인생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것을 강요한다. 나는 많은 죄를 본다. 인생의 죄. 더 이상 바뀔 수 없는 순간에 이런 통찰이 주는 고통은 컸다. 나는 니나에게 마지막 편지를 썼다. 동이 터온다. 이제 시간이 됐다. 고통이 나의 의식을 덮고 있다. ....... 대체 누가 그 그물을 찢어버릴 수 있 이싿는 말인가? 설령 그 그물에서 벗어났다 해도 그것은 발치에 걸려 있으며 인간은 그것을 끌고 다닐 수밖에 없다. 그 그물은 아무리 얇아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얼마 동안 앉아 있었는지 모른다. 나는 빗소리와 먼 데서 나는 도시의 소음들을 들었다. 천천히 저녁이 오고 있었다. 나는 기다리는 것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나에게는 이 남자를 만나는 것이 힘에 벅찬 일로 느껴졌다......나는 떠나고 싶었다. 시내로, 아니면 친절한 이웃집 여자에게라도. 그러나 나는 이 집을 단 5분간만이라도 떠나는 일을 감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무겁고 수수께끼 같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이 일에 대해 어떤 말도 그에게서 듣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 몇 가지를 말해야만 했다. 나말고 누가 하겠는가......고맙습니다. 그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당신은 지혜로운 분입니다. 아닙니다. 나는 말했다. 그렇지 않을 거에요. 아마 나는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어리석은 일을 한 것 같아요.

 

 

이상은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에 나오는 내용이다.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이 참 많은 것을 말해주지만 서로를 모두 다 알고 모두 다 모르는 두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노무현과 문재인, '운명'이라는 것이 끝이자 시작으로 갈라놓은 두 사람. 우리는 지금 끝나지 않은 소설을 보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사실이던, 건너야 할 것은 대지나 강, 바다가 아니라 늘 사람들이었다. 벽창호가 아닌 유시민 또한 그러하리라. 

 

 

 

 

 

https://youtu.be/9zZu3JjqTy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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