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는 19~20세 청년에게 월 1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 배당(Youth Dividend)’을 실시하기로 했다. 성남시의 ‘청년 배당’은 향후 월 지급액과 대상도 늘려가도록 설계돼 있어 (지자체 수준이지만) 한국 최초의 기본소득이 실시되는 것이다.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은 역사상 가장 심각했던 19세기 말의 경제공황을 지켜보면서, 그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한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에서 나왔다(헨리 조지는 '기본소득'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다). 유진 뎁스와 함께 미국의 사회주의를 대표했던 그는 진보가 이루어질수록 빈곤이 늘어나는 근원이 토지의 사유화에 있다고 봤다.



그는 인류보다 먼저 주어져 있던 토지가 공공재가 아닌 사유재가 되면서부터 지가사승이라는 불로소득을 높이는 진보의 속도와 함께 부의 불평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헨리 조지가 밝힌 이런 부조리를 극복하기 위해 고율의 토지세(최근에는 환경세, 생태세 등으로 넓어졌다)를 물려 이를 공유하면, 토지에 기반한 사적독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의 개념은 여기서 나왔다. 인류를 파멸 직전으로 내몬 신자유주의가 19세기의 시장근본주의(자기조정 능력이 있는 시장이 핵심으로 일체의 규제를 거부한다)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면, 이에 대항해 사회경제적 평등과 정치적 자유를 되찾고자 했던 기본소득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할 수 있다. 기본소득은 소비를 늘려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자는 것이어서 밀턴 프리드먼도 언급했고, 우파 정치인에 의해서도 도입이 검토되기도 했다. 





특히 (조부모와 부모의 부를 배제할 때) 정치‧사회‧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집단이 청년이라면, 기본소득은 이런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최상의 수단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닌 태생적 이유로 인해 각종 불평등을 받아들여야 한다면, 그보다 불공평하고 차별적이며 잔인한 것은 없다. 인류의 발전은 이런 불평등의 기원을 정치사회적 합의를 통해 극복해온 것이었다. 



성남시가 하려는 청년배당은 19~20세에 속하는 모든 청년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부모의 소득을 증명하는 행정비용과 스스로 가난함을 증명해야 하는 심리적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낭비되는 돈도 없다. 부의 불평등이 세습자본주의로 이어지는 시점에서 성남시의 결정은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낙관적 전망은 여기까지다. 이제부터 본격화될 경제위기에 직면해 반대여론과 선별적 지원을 강화하라는 여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경제가 좋을 때도 그러했는데 경제가 최악으로 떨어진다면 어떻겠는가? 청년의 목소리가 가장 미약한 정치적 구조까지 감안하면 낙관적 전망만 할 수는 없다. 





성남시의 결정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청년의 정치적 힘이 커지지 않으면, 이재명 시장의 리더십을 다음 시장이 이어받지 않으면 그 피해는 성남시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낙관적 전망만 할 수 없다. 지상파와 조중동 등 소수의 기득권이 독점하고 있는 여론형성의 생태계도 너무나 불리하다.



척박한 청년의 현실이 공적영역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질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지만, 성남시의 계획이 치밀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수도 있다. 성남시의 결정은 단순한 실험(다른 나라의 실험이 성공한 곳도 있고 실패한 곳도 있다)의 차원을 넘어서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19~20세의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하기로 한 기본소득제의 성패는 청년에게 달려 있다. 그들이 정치적 참여와 여론형성에 적극적인 조부모 세대만큼 응집력을 보여줄 수 있다면 기본소득제의 정착과 확대가 성공할 것이고, 그 반대라면 무조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보편급식(무상급식)이 이슈화된 2012년의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했기 때문에, 4월의 총선에서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원천차단하려는 정부의 위협과 방해도 극복해야 한다. 





비록 암담한 전망이지만, 그게 민주주의의 본질이고 헬조선의 냉혹한 현실이다. ‘세대는 부모보다 시대를 따른다’는 아랍의 속담이 사실이라면(이를 입증한 연구도 많다) 성남시의 결정은 노령연금 이상의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공짜 점심이 없다’는 말은 이해가 충돌하는 정치적 결정에서 사실일 때가 있고, 성남시의 결정이 특별히 그러하다.



성남시의 기본소득 실시가 성공하면, 모든 불평등의 근원인 조세불평등을 바로잡는 거대한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며, 바로 그것 때문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우리가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고 실천하면 ‘또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것이 바로 정치적 자유의 진정한 본질이다. 성공의 열쇠는 청년이 쥐고 있다. 두드리지 않으면 문은 열리지 않고, 길 위에 서야 비로소 갈 곳이 보이고, 건너지 않고 위험을 알려주는 다리란 없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5.07.30 08:15 신고

    정말 기대와 우려가 상존하는 정책이군요
    파격적인 실험이 성공하길 바래 봅니다

    시도조차 않는것보다는...

    • 늙은도령 2015.07.30 15:05 신고

      원래 대단히 좋은 정책입니다.
      근본적으로 토지는 공유재였기 때문에 태생에 따른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죠.

  2. 에쏘 2015.07.30 09:08

    이재명 셀프디스 버전에, 아직 성남에서 할 일이 많아서 다음 총선 때 출마하지 않는다고 죄송하다고 되어 있더군요.
    언론이 망가진 상태에서 제대로 보여주는 것 만큼 확실한 홍보가 없겠죠.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아도(설명하는 족족 언론에선 다른 의미로 다시 풀어내니), 작은 지자체에서라도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사람들 생각이 여러 면에서 많이 바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이재명 행보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저 정책도 꼭 성공하길 바랍니다. 임기 끝나기 전에 성남에서 더 많은 것을 보여주길 바라구요.
    산후조리원 문제도 복지부에서 태클을 걸었지만, 성남시 노인들이 현수막을 건 것을 보고 정말 제대로 하면 바뀔 수도 있겠구나 생각도 했습니다. 어째보면.. 이제 그동안 시동은 걸었고, 이번에는 난이도를 좀 올린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물론, 우려도 있지만,, 공부도, 게임도 조금씩 난이도가 올라가야 하는 재미가 있잖아요~ 분명 장애물도 많겠지만 긍정적으로 지켜보려구요 ㅎㅎ

    • 늙은도령 2015.07.30 15:07 신고

      이재명이 성남시를 한 번 더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확실한 성공을 거두면 그도 차세대 리더로 부각할 수 있습니다.
      지방자치의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다면 그 다음의 파장은 엄청날 것입니다.

    • 성남시민 2015.07.30 21:16

      이재명 시장이 이번에 재선이라 3선이 불가능합니다. 저도 이재명 시장 이후 누가 시장이 될 지 걱정이 태산인지라... 이재명 다음 시장은 아마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시작해야 할 텐데. 잘 해야 본전도 찾기 힘들 것이라서 어쩌면 이재명 노선의 반대로 행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거든요. 하..... 이재명 시장이 경기도지사와 국회의원까지 치르고 나서 대선까지 가기를 바라는 사람으로서 이번 정책은 참 조마조마하긴 합니다. 성공하기만을 바랍니다. ㅠㅠ

    • 늙은도령 2015.07.30 21:36 신고

      아, 그렇군요.
      재선까지만 가능한가 보네요.
      예전에는 3선 가능했는데 법이 바뀐 것을 제가 몰랐었나 보네요.

      아무튼 이번 청년배당은 일정한 성과를 거두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한동안 기본소득은 언급조차 되기 힘들 것입니다.
      다음 정부가 법인세와 부자증세를 해주면 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지금의 독재적인 정치지형을 돌파하려면 노무현 이상 가는 폭발성이 있어야 합니다.
      아직까지 그런 정치인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3. 耽讀 2015.07.30 11:56 신고

    이재명 시장에게 자꾸만 눈길이 갑니다. 살아온 삶, 시정, 수구세력과 전투. 희망을 봅니다.

    • 늙은도령 2015.07.30 15:09 신고

      저도 지금까지는 지켜만 봤는데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살펴볼 생각입니다.
      생각보다 좋은 정책들을 잘 밀어붙이고 성공하니 능력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잠룡들이 많이 나올술고 야권의 미래는 밝습니다.

  4. 최홍대 2015.07.30 12:19 신고

    헉..청년배당..저도 저런것이 있었으면 ㅎㅎ..
    쉽지는 않은 정책이겠어요.

    • 늙은도령 2015.07.30 15:10 신고

      성공하면 조금씩 늘어날 것입니다.
      몇몇 지자체에서 성공사례가 쌓이면 대세가 되지요.
      부자증세와 복지확대를 위해서도 좋습니다.

  5. 정균 2015.07.30 18:08

    낭비성 예산만 줄이고 막으면 충분히 사용할수
    있는 예산 입니다. 돈은 적재적소에 맞게
    사용해야 그 가치가 증명 되지요? 이걸
    포퓰리즘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보다
    어리석을수 없죠 아이들과 청년은 이 나라의
    미래이며 희망입니다. 그 구성원이 성인이 되어
    소비의 주체가 되고 경제를 이끌어가는 원동력
    이기 때문 입니다.

    • 늙은도령 2015.07.30 18:21 신고

      네, 지금의 체제가 기술적 발전만 빼면 19세기와 동일하니, 그 당시의 시선으로 본 해결책이 지금에도 유효한 것이지요.
      특히 한국은 미국의 신자유주의를 도입한 나라이기 때문에 청년이 가장 취약한 세대가 됐습니다.
      그들을 위해 예산을 적절히 배정하면 새로운 복지도 가능합니다.

  6. 하늘이 2015.07.31 00:00

    이재명 시장님의 행보에 자꾸 희망이 생깁니다.
    지금의 성남시를 잘 이끄셔서 성공 사례가 많아지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다가오기를 희망하며 지지합니다.
    도령님 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기를 기원합니다.

    • 늙은도령 2015.07.31 00:17 신고

      성남시가 성공하면 다른 지자체에서도 실시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복지담론, 즉 공존과 상생, 협력과 평등의 정신이 살아나면 정권 탈환도 가능합니다.

      물론 정권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사회적 자본이 쌓이는 것입니다.
      경제학이라는 것이 세상을 망쳐놓은 이래 인간은 탐욕과 욕망, 욕구와 필요를 구분할 수 없는 존재로 추락했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더 갖기 위해, 그만큼 누군가의 것을 빼앗도록 만들어놓은 경제체제에서, 미친듯이 노력한다는 것이 삶의 가치가 된 세상에서 인간은 동물보다 못한 존재가 됩니다.
      기술-경제적 발전을 인간이 관리하지 못하면 인간은 기술에 종속되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당연시 여기는 지점까지 이르렀습니다.
      기술-경제적인 것이 주인이 되고 인간은 노예가 됐습니다.

      자유민주주의니 신자유주의니 떠들어대지만 우리는 어떤 자유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시시대에도 이런 삶이란 없었습니다.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시대란 지금밖에 없습니다.

  7. 검수장 2015.07.31 07:14

    음 충분히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 늙은도령 2015.07.31 16:16 신고

      성공했으면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8. 하늘이 2015.08.02 19:15

    지금의 경제 구조는 없는 사람들은 너무 힘든 세상이고 있는 사릶들의 부의 편충은 날로 더해가고 있습니다 ᆞ그러면서 사람들 의식은 점점더 떨어지고 있고 서로 더 가질려고 상처주고 물고 뜯는 상황입니다 ᆞ한마디로 말하면 양심이 병든 세상입니다 ᆞ사람들이 양시 이 살아나고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을 위잔 나눔정책을 쓰지 않으면 미래는 너무 고통스럽고 암담합니다 ᆞ

    • 늙은도령 2015.08.02 21:42 신고

      정말 걱정입니다.
      인터넷마저 양극단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어디까지 갈지, 기본적인 인간성을 어떻게 회복할지 걱정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