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따르면, 법과 제도적으로는 정부가 아닌 국민을 위한 공영방송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방송에 다름 아닌 KBS가, 박근혜 정부(방통위)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이번에는 수신료 인상을 관철시키기 위해 자사 프로그램과 조직을 총동원해 국회와 국민을 대상으로 전방위적 로비를 벌인다고 합니다. 



                                            미디어오늘에서 인용



KBS는 시청료 인상을 통해 공정성을 더욱 높이고(높일 공정성이라도 있었던가?), 권력과 자본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언제 제대로 감시했던가?), 사회경제적 약자와 국민 통합을 위한 공영방송(필요할 때만 갔다 쓰는 단어)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압도적인 ‘땡전뉴스’의 신화를 조금 느슨한 ‘땡박뉴스’로 되살려낸 KBS의 행태를 보면 그들의 약속을 믿을 근거는 너무나 희박합니다. 일베 해비유저를 시청자와 구성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직원으로 채용한 것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KBS 사장과 경영진, 이사회의 뻔뻔함은 자발적·선택적 단기기억상실증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시청료 인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끝이 없는 순환논리가 적용되는 것이지만, 칼 포퍼가 ‘그 이전의 달걀’이라는 명쾌한 답을 내놓은 것처럼, KBS가 시청료를 인상하려면 국민의 다수와 각계 전문가들이 인정할 수 있는 공정성부터 확보해야 합니다. 포퍼는 《추측과 논박1》에서 더욱 명료한 예를 제공합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론과 죽음으로부터 자유인에 대한 새로운 관념이 생겨났다. 즉, 정신을 정복당하지 않는 사람, 자족적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사람, 자기 자신을 지배할 수 있고 법칙의 지배를 자유롭게 인정할 수 있으므로 억압이 필요치 않은 사람이 자유인에 대한 새로운 관념으로 되었다‧‧‧그는 모든 사람이 자유롭다는 것을, 모든 사람은 자유롭게 태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자유로운 결정에 대한 책임이라는 짐을 짊어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자유롭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기 때문에 사형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전쟁 패배의 희생양으로 몰린 자신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성난 시민을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형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정복당하지 않는 정신(공정성의 바탕)을 소유한 자유로운 사람이었기 때문에 성난 여론(살아있는 권력)에 억압받지 않았고, 당당하게 변론에 나섰지만 배심원 설득에 실패했기 때문에 사형을 받아들였습니다.





노골적으로 방송을 장악한 이명박근혜 정부 8년 동안 공영방송 KBS가 그러했었냐 하면은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오’라고 말할 수밖에 없음이 사실입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시청료가 인상되면 이러저러하게 변하겠다는 KBS의 대국민 약속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이 많지 않은 것도 상식의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게다가 삼권분립도 인정하지 않고, 헌법도 무시하는 박근혜 정부가 정권 홍보를 제멋대로인 종편에서 지상파 위주로 방향을 튼 것은, 지상파에 대한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 허용 등에서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으니, 이것을 빌미로 경영진과 이사회가 KBS 시청료 인상에 나선 것은 악취가 진동하는 추악한 거래에 다름아닙니다.  



KBS는 시청료가 인상되면 광고를 줄이겠다고 하는데, 그 광고가 돌아갈 곳은 TV조선, 채널A, MBN 같은 쓰레기 종편이기에 친일수구세력의 방송장악이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퇴행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박근혜 정부는 세금으로 제공하는 협찬과 광고까지 더해 임기가 끝날 때까지 방송으로부터의 비판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대국민사기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KBS가 시청료를 올리려면 시청자의 믿음을 회복하는 일이 선행돼야 합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고대영 사장과 경영진을 제어할 제도적 장치가 확보돼야 하고, 문창극의 망언을 옹호한 것으로부터 시작해 뉴라이트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이인호가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으로부터도 확실한 독립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박근혜에게 불리한 뉴스가 나가지 못한 것처럼,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는 습관적 행태(편성과 보도권 독립도 불가능하다는 뜻)와 일베 해비유저의 정직원 채용과정의 의혹처럼, 그 동안 KBS 내부에서 제기된 각종 문제들을 철저히 감사하고, 일일이 시정하고 담당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된 다음에야 시청료 인상을 고렬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의 임기 동안만 자유로웠던 KBS 경영진들은 시청료 인상을 위한 전방위적 대국회‧대국민 로비에 시청료와 전파를 낭비하지 말고, 그런 짓을 하지 않더라도 시청료 인상이 가능할 수 있도록 자신의 치부부터 돌아봐야 할 일입니다. 시청료 인상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토론해볼 가치조차 없는 현실에서 KBS의 시청료 인상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정말 냉정하게 말하면 국민의 시청료로 돌아가는 KBS가 한국의 방송생태계를 막장 쓰레기들의 경연장으로 만든 최악의 조폭방송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북한 중앙통신과 완벽히 똑같은 방식으로 방송을 하는 TV조선과 채널A보다도 국민을 기만하고 속이며 권력과 자본에 충성하는 KBS가 더욱 나쁜 방송입니다. 정권을 탈환하면 KBS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자들은 모조리 정의와 역사의 법정에 세워 그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여행쟁이 김군 2015.05.30 00:02 신고

    씁슬하네요..ㅠ

  2. 2015.05.30 07:00

    비밀댓글입니다

    • 늙은도령 2015.05.30 15:11 신고

      아, 그런 방법도 있었네요!!!!!
      정말 시간을 줄여도 될 방송사입니다.



무수히 많은 사람이, 아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합니다. 세속적 의미의 성공이나 출세를 좇기보다는 평생을 거쳐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자신만의 일을 찾으라고 합니다. 청춘들이라고 해도 별반 다르지 않은 얘기를 듣습니다.





하지만 사회라는 것이 모든 개인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있도록 허락하지 않습니다. 수천 년에 걸쳐 구축된 현재의 체제가 모든 개인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 있도록 나두지 않습니다. 자신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로 넘쳐나는 것이 인간의 삶입니다.



어린 나이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그것으로 먹고 살 수 있다면 그것보다 행복한 삶이 없겠지만, 개개인이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도 시대의 유행과 부모의 생각, 환경의 차이, 지역적 위치, 경험의 한계, 교육제도, 사회적 가치와 전통, 관습 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자발적으로 구축되는 기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적습니다. 인간이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동물이라는 것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나온 것이 아닙니다. 자아와 타인 및 사회에 대한 수없이 많은 철학적 성찰도 인간이란 존재의 불확실성과 가변성에 기초하기 때문입니다.





자아의 일치란 공자나 소크라테스 정도면 모를까, 어느 누구도 다양한 자아를 지니기 마련입니다. 똑같은 상황이 주어져도 선택이 다를 때가 많은 것도, 절대적으로 똑같은 시공간이 되풀이될 수 없는 것처럼, 불변하는 자아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일도, 하고 싶은 것도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내가 정말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려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의 모든 일들을 경험하고 난 뒤에나 알 수 있는 것인데, 어린 나이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운이 극도로 좋아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 해도 그것을 평생의 직업으로 결정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항상 만족하거나 즐길 수 있어 행복한 것도 아닙니다. 일이란 늘 노력과 고통이 따른 것이지 맛있는 음식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인간이란 존재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며, 생존을 위한 진화가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사회도 그렇게 구축되지 않았습니다. 체제나 사회의 밖에서 로빈스 크루소처럼 살면 모를까, 체제나 사회 안에서 사는 한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는 것이 불가능한 일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은 의지의 산물에 가깝지 기호의 산물에 가깝지 않습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말도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나 의미가 있는 것이지, 끝까지 피하기 위해, 다시 말하면 주어진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것을 배제시키는데 있지 않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겠다는 생각은 불의하고 부정한 세상과 타협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삶이란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할 때가 더욱 많음을 인정하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일찌감치 독립해 내 마음대로 사는 것도 좋지만, 의무와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yes or no’처럼, 좋아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두 가지 선택만 가능한 삶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선택이 우리의 삶을 관통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단조로운 삶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평생 좋아하는 일만 좇는 것이 즐겁기만 하지도 않을뿐더러(칭찬도 세 번 들으면 실증난다는 옛말을 떠올려 보라), 행복을 보장하지도 않습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이란 찾는 것이기도 하지만 만들기도 하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로 만드는 것도 기호의 행위가 아닌 의지의 행위입니다. 인간을 존엄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정치와 제도,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자유 또한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인스밸리 김충한 2015.05.12 18:30 신고

    음... 산다는 건 정말이지 너무도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 늙은도령 2015.05.12 20:02 신고

      그렇지요, 너무 힘든 것입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만 하는 것은 불가능한 명제입니다.

  2. 조아하자 2015.05.12 20:18 신고

    전 자기계발서에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좋아하는 일을 해라 이런 문구 보면 분노하면서 그 자기계발서를 혹평합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걸 잘 알기 때문이죠 제가 좋아하는 일에 뛰어들었다가 최소한의 밥벌이도 못하고 다른일을 다시 하게 되었는데 좋아하는일 하기 전보다 월급은 50프로도 안됩니다. 그러니까 좋아하는 일을 했다가 실패하게 되더라도 그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게 엄연한 현실이죠... 솔직히 좋아하는 일 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지면 이 사회는 더 살기좋아질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좋아하는 일은 정해져 있어서 몇몇 분야에만 사람이 몰릴것이고 그런 분야는 결국 돈벌어먹고 살기 어렵게 되겠죠. 사실은 지금도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더 문화예술쪽이나 사회공헌 분야는 사람이 몰리다보니 제대로 밥벌어먹기 힘든 분야로 전락했죠.

    • 늙은도령 2015.05.12 21:08 신고

      그럼요, 님의 말씀이 가장 정확합니다.
      좋아하는 일이란 시대적 유행이 가장 많이 작용합니다.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려면 거의 모든 일을 경험해봐야 아는 것이지, 어린 나이에 접했던 몇몇 경험들에 근거해 이것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 단정짓는 것은 모순 중에 모순입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도 오랜 경험이 쌓인 뒤에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특별한 재능이 없는 사람들은 더더욱 그러합니다.
      자기계발서에 의지하는 사람들은 그저 지름길이 있지 않나, 고된 경험없이 쉽게 얻을 방법이 없나를 추구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인간의 가치란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미디어세대들은 세상을 스크린에 나온 것으로만 봅니다.
      하지만 스크린에 나온 모든 것은 실재의 일부만 보여주는 것이고, 각색된 것이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우리나라 어머니들이 깨달아야 할 것은 자식 사랑이 아니라 자식 망치기입니다.
      고된 일을 하면 불행해집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3. Cong Cherry 2015.05.12 22:39 신고

    초등학교때 선생님말씀 처럼 내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살았다면.....
    먼 이상만 쫒다가 라면이라도 끓여 먹을 수 있을런지....

    • 늙은도령 2015.05.12 22:51 신고

      인간이란 절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 없습니다.
      인간과 사회, 일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절대 할 수 없는 말입니다.

  4. 공수래공수거 2015.05.13 08:15 신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기란 이 현실에서는 여러가지
    제약이 따르는건 사실입니다
    그런일을 찾기도 쉽지 않고요..
    그 언저리에서 머물다 가는수도 많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그것이 만족이라 생각합니다

    • 늙은도령 2015.05.13 22:37 신고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요즘의 얘기들은 삶이라는 것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모든 일에 불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5. 백순주 2015.09.12 19:26 신고

    우아~ 멋진 풀이입니다.
    가슴뛰는 일을 찾기위해 늘 고민하고 끊임없이 되물었는데도 답이 없어 답답했는데...
    그렇군요.
    '왜'라는 본질을 외면하고' 어떻게'라는 방법만 찾아 헤맸나 봅니다.

    결혼해서 경제적인 문제를 남편이 해결하니 이 일, 저 일 마구마구 해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 즐거워졌습니다.
    그랬군요. 그거였군요.
    저는 제가 곧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되리란 희망을 가졌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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