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프레임전쟁》《폴리티칼 마인드》를 인용하지 않는다 해도 정치철학에는 중도라는 것이 없다. 공적영역과 공적이익을 다루는 정치에 중도라는 것이 있다면 모든 사회적 갈등과 이해 충돌은 해결할 방법이 없다. 사적영역이 공적영역과 일치하고, 이에 따라 사적이익과 공적이익이 동일할 때만이 중도(중용이 아니다)라는 것은 존재할 수 있다. 





이런 경우를 상정할 수 있는 세상이란 단 하나밖에 없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의 결론(제3권)에서 도출한 '자유의 왕국'이다. 자본주의가 마지막에 이르면 도달하게 된다는 '자유의 왕국'은 노동생산성이 극단에 이른 세상을 말하는데, 이럴 경우 투입 대비 산출이 동일하기 때문에 독점을 위한 모든 경쟁이 사라진다. 침해불가능한 사유재산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을 자연의 법칙이라고 주장하는 자유방임 시장경제와 정반대에 위치하는 이런 세상에선 결과의 평등을 담당할 최소한의 행정조직만 필요할 뿐 갈등의 조정자인 정치의 역할이란 필요없다자유방임과 일맥상통하는 무위자연(노장사상의 핵심)의 세상에도 최소한의 행정조직이 필요할 뿐 정치의 역할이 필요하지 않은 것도 갈등을 유발하는 공사의 구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치의 역할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결과의 평등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한 ㅡ 인간의 탐욕과 자유시장의 결함 때문에 실현불가능한 유토피아가 도래하지 않는 한 중도란 존재할 수 없다. 내가 서있는 위치를 기준으로 좌와 우가 존재하는 것이지, 좌우가 사라진 완전한 중간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은 채 기존의 불평등과 부정의를 인정하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안철수가 이분법적 사고를 배격하고,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중도를 실현하겠다는 것은 정치의 역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다는 것을 말해주며, 평생을 기득권으로 살아온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숨김으로써 대통령에 오르기 위한 사탕발림에 다름 아니다. 그의 멘토인 한상진 전 교수가 야당체제를 깨뜨리기 위해 새누리당이 아닌 새정치민주연합을 해체해야 야권의 단일후보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동일선상에서 보면 너무나 당연한 발언이다.



안철수가 '킹메이커'로 알려진 김한길과 손을 잡은 것도, 조중동의 프레임인 친노 패권주의를 들먹이며 자신의 최대 경쟁자인 문재인 대표를 끊임없이 흔든 것도, 이것이 불가능해지자 야당의 분열상을 극대화시킨 후 미련없이 떠난 것도, 호남을 볼모로 정치도박에 들어간 것도, 이명박의 사람들과 노욕에 물든 동교동계를 받아들인 것도 사전에 계획된 절차에 불과하다. 정치가 아닌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대이익을 거두면 그만이다. 



1대 99사회, 세습자본주의, 헬조선은 정치의 역할을 무력화시킴으로써 승자와 강자의 독점을 가능하게 만든 신자유주의 통치술(이명박근혜의 공통점)의 결과다. 얼핏 보면 '제3의 길'로 포장되기 일쑤인 중도란 신자유주의가 가장 좋아하는 사이비 정치철학이며, 부와 권력의 불평등을 줄여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진보좌파의 가치마저 무력화시킨 주범이다. 



그 결과가 작금의 대한민국이며, 용산참사이고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자살이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세월호참사이고 야만공권력에 쓰러진 백남기씨이다. 안철수 신당이 실패해야 하는 이유는 이명박근혜 8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사회적 살인의 책임을 묻기 위함이며, 안철수가 외면한 사건들을 바로잡기 위함이다. 안철수에게서 중도의 가면을 벗기면 정치철학이 부재한 경영자 출신의 대통령병이 보인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耽讀 2015.12.28 08:10 신고

    안철수가 알고 그러는지 모르고 그러는지, 우리나라 정당 문제 중 제대로 된 이념 정당이 원내교섭단체에 들어간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새누리다는 말할 것도 없이. 새정치연합도 사실 서구 정당처럼 이념에 기반한 정당은 아닙니다. 호남이라는 지역기반이죠. 또 특정 정당에서 탈당하면서 '중도' 기치를 들고 창당한 정당 중 성공한 정당이 없습니다. 안신당, 천신당,박주선당,박준영 당을 한 마디로 '문재인싫다당'일 뿐입니다. 누가 싫어서 만든 정당 결과는 뻔합니다.

    • 늙은도령 2015.12.28 16:15 신고

      기득권만 지키겠다는 것이에요.
      오로지 자신의 정치새명만 유지한 채...

  2. 참교육 2015.12.28 10:08 신고

    중도가 뭘까요?
    오른쪽과 왼쪽의 중간... 어떤 계층을 대변한다는 게 아니고 중도라..?
    괴상한 색깔의 정당도 다 있군요. 기회주의정당인가?

  3. 고시생1 2015.12.29 02:10 신고

    공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회주의자죠 중도, 혹은 무당층 합리주의자 라는 탈을 쓴..저 또한 그 중 한사람인듯.. 현재로선 문재인을 지지합니다만 동시에 당내 문재인 지탱하고 있는 세력에 대한 의문도 있어서

    • 늙은도령 2016.01.12 01:31 신고

      지켜보면 더불어민주당이 어떻게 변하는지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친노에 대한 수많은 비판이 있지만 어떤 친노도 개인의 이익을 위해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고, 변절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기득권을 무너뜨리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고 봤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왜곡과 험단,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친노라는 사람들이 문제가 있었다면 이명박근혜 8년 동안 멀쩡하게 살아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4. 제이슨 2015.12.29 15:45

    종편에서 새누리당에게 유리하게 하려고 지나치게 이념지향마인드로 끌고가는데 낚이신게 아닌가 걱정입니다
    정치인들을 갈수록 조선시대 유학자마냥 동인서인으로 나누고 거기서 또 노론 소론으로 나누고
    새누리당이 언제부터 보수였는지 2000년대 이전에 새누리가 보수라고 생각한 분들은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신문에 정치칼럼쓰는 권력에 아부하는 친구들이나 보수라고 칼럼에서나 싸질러되는 말이었는습니다

    • 늙은도령 2016.01.12 01:34 신고

      원래 전통보수는 부패와 비리에 엄격합니다.
      개인의 자유와 헌법상의 기본권을 하늘같이 떠받듭니다.
      우리나라에 그런 보수가 정치세력화에 성공한 적이 없었습니다.
      안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정치철학에 대한 이해가 너무 일천해 현실정치에서 온갖 실족을 하는 것입니다.
      종편은 막장에 쓰레기여서 응징돼야 하는 존재에 불과합니다.
      전형적인 북한의 방송을 닮았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위기를 빌미로 밀어붙이고 있는 일명 ‘장그래법’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고 최악의 대책입니다. 비정규·파견직의 계약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정규직의 해고요건을 대폭 완화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하늘이 무너져도 막아야 하는 최악의 종합대책이자 악법 중의 왕입니다.





이미 하는 정책마다 실패를 본 최경환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이 정부와 혈전을 치러서라도 막아야 할 내용들이 너무 많습니다. 아무리 민영화에 눈이 멀고, 정규직이 눈에 가시고, 비정규직의 삶에 무지하고, 재벌만이 경제위기를 넘겨줄 것이라고 믿는다 해도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삶을 최악으로 만드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원작 ‘미생’을 드라마로 바꾸면서 너무나 많이 미화된 ‘미생’의 장그래는 가난하다는 것을 빼면 이 땅의 비정규직을 대표하지 못합니다.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는 대기업의 정규직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직장상사와 동료들로부터 너무나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넘치도록 많은 기회도 부여받았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나와 현실의 장그래로 돌아오면 기룡전자와 쌍용차처럼 수없이 많은 해고노동자와 영화 ‘카트’의 실제 주인공들, 이들보다 더 열악한 환경의 비정규직과 해고노동자로 넘쳐납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안일한 인식과는 달리 아무리 노력해도 완생의 근처에도 갈 수 없는 미생들입니다.





비정규·파견직의 계약기간을 4년으로 늘린다 해도, 해고에 대한 상시적 공포와 저임금과 차별이 가하는 압박과 열악한 환경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들의 삶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없어, 어제보다 못한 오늘을 하루살이처럼 살아야 하는 끝없이 떠밀리고 휘청거리는 미생들입니다.



상시적 구조조정이 일반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정규직이라고 해도 불안한 미생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3개월만 근무해도 퇴직금을 준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3개월만에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조현아의 특권의식이 빚어낸 ‘땅콩 리턴’의 핵심은 모든 정규직이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주인에게는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노예에 불과하다는 것임에도, 정규직 과보호론을 들고 나온 정부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게다가 정규직 과보호가 비정규직의 열악함의 원인인양 포장해서 갈등을 일으킨 다음, 정규직의 해고요건을 완화하는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비열함의 극치입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대한민국이 기업의 오너와 대주주들을 위한 나라가 됐다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정규직 암살을 위해 비정규직을 총알받이로 쓰는 것입니다.





정규직의 해고요건이 완화되면, 그 피해는 아래로 내려가 비정규직의 열악한 환경을 더욱 척박하게 만들 것입니다. 산업혁명으로 지구를 지배하게 된 자본주의는 민주주의의 약점을 파고들어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이 자연의 법칙인양 호도하면서 아래를 튼튼하게 하는 낙수효과를 작동시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제는 우파 경제학자들도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세습되는 것을 비판하고 있음에도 박근혜 정부는 정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갈수록 불평등이 늘어나고 부의 독점과 세습이 쉬워지는 것은 소수의 상층부가 절대다수의 하층부에게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고문에 정부가 동조했기 때문입니다.



박정희의 유신독재와 대처와 레이건 및 부시 행정부 이외에는 어떤 정부도 참조하지 않는 박근혜 정부는 이런 희망고문(잔인한 정신승리)마저 거추장스럽기만 한 모양입니다. 일명 장그래법으로 알려진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실시되면 희망고문이 필요없는 세상이 도래합니다.





진보적 사회학자였던 C.라이트 밀스가 분석한 ‘파워엘리트’가 영미식 세계화의 결과, 보수적 사회학자인 데이비드 로스코프가 분석한 ‘슈퍼클래스’로 진화한 것에서 지난 40년이 압축됩니다. 로스코프의 분석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부총리는 ‘슈퍼클래스’에 속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반드시 저지해야 하는 이유를 《슈퍼클래스》에서 가져오는 것으로 글을 마칠까 합니다.



세상은ㅡ아주 가끔, 어쩌면 종종ㅡ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이미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더 큰 권력을 안기고, 가장 약한 사람의 가장 절박한 요구조차 무시해버리는 곳이다...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결코 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했고, 막후조정된 거래들은 언제나 정당하지 못했다. 부자들은 오늘도 내일도 이익을 얻고, 가난한 사람들은 오늘 푼돈과 함께, 앞으로 몇 세대가 지나면 더 나은 생활을 할 거라는 약속밖에 얻지 못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동의합니다 2014.12.28 08:00

    젊은이들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세상을 바꾸어야겠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이미 부조리한 현실을 뼈저리게 겪고 있으니 더 이상 이론적인 설명은 필요 없다고 봅니다.
    이 암담한 현실을 깨고 보다 공정하고 올바른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적극적인 정치 참여, 즉 가장 기본적인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 행사입니다.

    비록 정권이 바뀐다 해서 모든 것이 일시에 다 바뀌어질 수 없지만
    최소한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 첫걸음이라도 내딛을 수 있을 것 아닙니까.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게 살다 보니 주변과 사회를 바라볼 겨를이 없었겠지만
    그러기에 더욱 눈을 크게 뜨고 머리는 냉철하게 사회의 문제점을 잘 살펴 보아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두 함께 힘을 합쳐야 할 때입니다.

    • 늙은도령 2014.12.28 23:10 신고

      이용약권에 뭐가 위배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답글을 남깁니다.
      내년에는 좀 더 나은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힘겨운 한 해 잘 마무리하시고요.

  2. 뉴론7 2014.12.28 10:57 신고

    내년에는 모든게 오른다고 하더군요 힘내세요

    • 늙은도령 2014.12.28 23:07 신고

      정부가 경제위기를 돌파하려면 재벌에 손 벌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재벌이라도 살려주려는 것인지 구별이 안 갑니다.
      정부 정책을 보면 그 인식의 천박함이 묻어납니다.
      대통령과 경제 부총리의 인식과 지식, 경험, 미래비전 등이 최악입니다.

  3. 새 날 2014.12.28 17:50 신고

    갈수록 척박해져가는 환경 속에서 과연 우리 같은 약자가 딛고 설 곳이 남을까 모르겠네요. 암울합니다.

    • 늙은도령 2014.12.28 23:11 신고

      정부가 공기업과 공공영역을 민영화하기 위해 발악을 하는 것 같습니다.
      민영화에 대한 국민의 반발이 커지자 규제완화와 공공영역의 정규직을 박살내고 있습니다.

  4. 요즘생각 2014.12.29 03:20 신고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내년엔 더 나은 사회가 되었으면 하네요

    • 늙은도령 2014.12.29 03:47 신고

      네, 그랬으면 좋겠는데......
      이 정부 하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5. Chris 2014.12.29 08:54

    갈수록 나아져야 하는데..힘들어지기만 하네요.

    • 늙은도령 2014.12.29 19:52 신고

      전 세계가 동일합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조합이 절대적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날 때 그때야 서광이 비칠 것입니다.

  6. 공수래공수거 2014.12.29 09:20 신고

    재벌을 감싸는 이 정부.
    그 끝이 안 보입니다

    • 늙은도령 2014.12.29 19:53 신고

      무능해서 그런 것이지요.
      재벌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박정희처럼.

  7. 동의합니다 2014.12.29 13:21

    늙은도령님,

    어제 쓴 글이 관리자 삭제란 말이 있어서
    늙은도령님이 하신 걸로 알았는데
    관리자는 따로 있었나 보군요.

    별 다른 말 없이 세태를 논하며
    좋은 세상 오기를 기다리는 서민으로서
    한 마디 덧붙였던 것이 관리자의 심기를 거스렸나 봅니다.

    과연 우리가 정말 제대로 된 민주화 된 세상에 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군요.

    계속 좋은 글 부탁합니다.

    • 늙은도령 2014.12.29 19:54 신고

      네, 알겠습니다.
      저도 무슨 이유인지 잘 몰라요.
      나중에라도 뭐가 문제인지 알아볼게요.
      만일 그것이 합당하지 않다면 티스토리의 운영자에게 바꾸라고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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