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의 가장 큰 잘못은 정치를 무용지물로 만든 것입니다. 첫 번째는 사회적 생산관계라는 자본주의 특유의 하부구조가 정치와 문화, 교육 등의 상부구조를 결정하기 때문에, 두 번째는 뉴턴의 만유인력과 다윈의 진화론, 헤겔의 변증법, 사회주의의 유물사관, 계급투쟁 등을 버무려서 탄생시킨 유물론적 변증법에 따라 역사의 진보는 '원시사회→봉건사회→자본주의→사회주의→공산주의'라는 필연의 과정(역사결정론)을 거치기 때문에 정치는 필요없다는 것이 마르크스의 주장입니다.





정치의 대부분이 경제 관련 일이라는 점에서도 그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닙니다. IBRD, IMF, WTO라는 '불경한 삼위일체'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초국적기업과 거대금융·투기자본이 자신의 영토 안에서는 배타적 독점권을 지닌 주권국가의 정치와 문화, 교육 같은 상부구조와 그에 따른 사회적 합의인 보편적 복지를 무력화시키고, 환경·생태를 파괴시켜 인간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과정이 자본주의 세계화의 본질이어서 마르크스의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지닌다 할 수 있습니다. 



헌데 자본주의에 대한 추상화가 최고로 빛을 발하는 바로 이 지점에서 마르크스의 주장은 폭력적 혁명을 빼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다양한 규제를 통해 초국적기업 및 거대금융·투기자본의 일방통행을 저지할 수 있는 정치(와 시민사회)가 무력화됐기 때문입니다. 규제는 극소수의 경제거인들이 절대다수의 경제난장이들과 환경·생태 등을 일방적으로 착취할 수 없도록 만드는 정치(와 시민사회)의 유일한 무기입니다. 마르크스의 주장과는 달리 정치(와 시민사회)가 살아있어야 자본주의적 착취를 막는 규제에 힘이 실릴 수 있습니다. 



'불경한 삼위일체'를 앞세운 초국적기업과 거대금융·투기자본이 먹이감으로 낙점된 개별 국가를 공격할 때 규제를 결정하는 정치부터 무력화시키는 작업에 촛점을 맞추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선진산업국가의 초국적기업들과 거대자본이 국내의 규제를 피해 한국과 대만, 태국과 중국, 동유럽, 동남아 등으로 생산공장을 옮긴 포스트포디즘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들은 현지정부와 지역정부에 뇌물을 먹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규제를 없앤 후 노동착취와 환경·생태 파괴를 마음놓고 저지를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을 삼켜버린 미세먼지의 공습도 그 근원을 추적해보면 세계의 공장을 저처하고, 노동자의 절대감옥으로 전락한 경제특구(자유무역지대)를 남발한 중국정부와 박정희 개발독재 시절에 고착화된 산업 위주의 성장지상주의(압축·과대·불평등성장)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노동착취와 환경·생태 파괴, 부정부패의 온상, 형편없는 복지 등은 이렇게 고착화됐습니다(무엇보다도 고든 레어드의 《가격파과의 저주》, 나오미 클라인의 《쇼크독트린》과 《슈퍼브랜드의 불편한 진실》, 리처드 세넷의 《캐피탈리즘》과 《신자유주의와 인간성 파괴》,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 필립 맥마이클의 《거대한 역설》, 하랄트 벨처의 《기후전쟁》 등을 보라).





인류를 멸종의 위기로 내몰 수도 있는 지구온난화의 급진성도 이런 과정에서 인류의 능력밖으로 벗어나 버렸습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재벌과 대기업 등의 생산공장들이 중국과 베트남 등으로 빠져나가고, 민주정부 10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이명박근혜 정부가 양극화와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한 노무현 정부의 흔적을 모조리 걷어내기 위해 각종 규제를 푸는데 전력을 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의 또 다른 이름이 헬조선이 된 것입니다. 세월호참사와 가습기살균제 참극, 삼성반도체와 하이닉스반도체 백혈병 등도 무분별한 탈규제의 결과이고요.  



규제프리존은 이 모든 것의 화룡점정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앞세운 마지막 착취와 영속적인 지배를 공고히 하려면 아직까지 풀지 못한 규제들을 거둬내야 하는데, 이것을 한방에 풀 수 있는 것이 규제프리존이기 때문입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뭉뚱그려졌지만 개별산업마다 반드시 풀어야 할 규제들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경제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지차제 별로 규제프리존을 만들면 무법천지의 노동착취와 환경·생태 파괴가 가능했던 경제특구의 꿈을 재현할 수 있습니다.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일당을 끌어내렸더니, 이번에는 안철수가 규제프리존을 승계하겠다고 합니다. 아무리 수구보수와 박사모의 표가 필요하다고 해도 헬조선을 영속시킬 생각이 아니라면 규제프리존을 승계하겠다는 발상을 할 수 없습니다. 기업이 원하는 대로 4차 산업혁명을 이루려면 방사능에 필적하는 각종 위험물질들을 마음놓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1~3차 산업혁명의 결과가 작금의 지구온난화와 환경·생태의 파괴라면 4차 산업혁명이라고 다를 것이라는 생각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오산입니다.



필자가 4차 산업혁명붐이 일종의 지적사기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인데, 안철수가 박근혜로부터 승계하겠다는 규제프리존은 정치(와 시민사회)를 무력화시키는 지적사기의 최고봉입니다. 정치를 희화화하는 안철수가 MB의 아바타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하는 탐욕의 결과물입니다. 이 때문에 필자가 박근혜의 규제프리존을 승계하겠다는 안철수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다음의 질문으로 압축됩니다. 안철수씨, 미친 거 아닙니까?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耽讀 2017.04.25 06:52 신고

    자기 입으로 말했지요. "내가 엠비아바타입니까?"
    기업대변자이자, 친구 아니 원래 기업가 출신이지요.
    요즘 BW 보도도 이런 맥락으로 보입니다.

    • 늙은도령 2017.04.25 11:56 신고

      당시에 우회상장과 BW발행 등은 벤처기업의 상장에 필수적이었지요.
      매출을 부풀리는 수없이 많았고요.
      솔직히 벤처기업들, 거의 다 썩었습니다.
      멀쩡한 곳이 없었어요.
      참으로 개판이었습니다.

  2. 공수래공수거 2017.04.25 08:56 신고

    마산수출자유지역의 실패를 교훈 삼아야 하거늘..
    재벌,대기업 그리고 자본을 앞세운 외국 거대기업을 이롭게 하는짓입니다

    • 늙은도령 2017.04.25 11:57 신고

      <슈퍼브랜드의 불편한 진실>을 보면 규제프리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자세히 나와있지요.
      애플의 생산업체인 폭스콘에서 중국의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자살한 것도 규제프리존의 폐해였습니다.

  3. 2017.04.25 23:44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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