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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

세월호희생자 합동분양소를 다녀와서 어제(29일) 안산 화랑유원지 제2주차장에 있는 세월호희생자 합동분양소에 다녀왔다. 세월호참사가 일어난지 620여 일이 넘은 후에야 분향소에 갈 수 있었던 것은 건강상의 문제도 있었지만, 그들 앞에 서있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방문한 5시 쯤에는 방문객이 없어서 감당하기 힘들 만큼 적막했지만, 모든 희생자들에게 일일이 말을 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분향소 내 좌측에서 시작해 한 명 한 명의 사진과 이름, 그 앞에 놓여있는 편지 등을 보면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중앙 지점에 이르렀을 때, 필자는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자리에 이르는 동안 필자의 영혼과 심장에 하나씩 쌓여가던 슬픔의 무게가 견딜 수 없을 만큼 커진 까닭도 있었지만, 아직도 어둠의 심연에 갇혀있는 미수습자의 명패를 보는 순간.. 더보기
세월호 아이들과 미수습자에게 바치는 시와 그림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세월호의 아이들이 갇혀 있다. 어둠과 빛이 갈라지는 경계에 세월호의 아이들이 갇혀 있다. 한 발짝만 앞으로 나가면 이승이요, 빛이지만 한 발짝만 물러서면 저승이요, 어둠이다. 억겁처럼, 그들은 갇혀 있다. 찰나인양, 그들은 갇혀 있다. 삶은 끝났지만, 죽음은 시작되지 않았다. 영상과 카톡 속에 살아 있는 그들은 멈춰 있는 시침과 초침 사이에서 서성이고 있다. 빛은 어둠을 밀어낼 수도, 어둠은 빛을 밀어낼 수도 없다.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아이들은 맹골수도를 떠날 수 없다. 그곳에는 아홉 명의 주검이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두고 떠날 수가 없다. 인양의 순간까지 아이들은 떠날 수가 없고 미수습자 가족들은 유족도 될 수 없다. 맹골수도에는 세월호가 있다. 세월호에는 아홉 명이 갇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