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어머님은 89세입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다 겪으셨습니다. 어머님의 친가는 충남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여서 일제강점기 때 가문을 대표하는 어머님의 큰 오빠가 충남을 대표하는 중추원 참의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의 전력 때문에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것은 당연하지만, 독립군 자금을 제공하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충남의 교육과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그렇다고 친일파의 낙인이 벗겨지는 것은 아니다)을 하셨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머님의 말씀으로는 일제마저 함부로 하지 못했기에 이것이 가능했는데, 그 시절의 얘기를 들으며 제가 제일 안타까웠던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어머님의 친척분 중 한 명이 이순신 장군의 후손에 시집을 갔는데, 당시의 이순신 후손이 너무나 가난(지금으로 말하면 기초생활자)해서 어머님의 본가에서 먹고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했다는 것입니다. 선조의 핍박을 받았던 것이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이순신 장군의 후손들이 극도의 가난으로 내몰렸다는 것을 어머님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수호자였던 이순신 장권의 후손들이 이렇게까지 가난하게 살았다는 것은 친일파의 악질적인 행태를 바로잡지 못한 우리네 역사의 수치일지도 모릅니다. 어머님이 기억하는 것은 거기까지여서 그 이후의 얘기는 모르지만 이순신 장군의 후손들이 참으로 힘겨운 삶을 이어갔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지금은 어떤지 알 수 없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당시로 돌아가 그분들에게 조그만한 힘이라도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광화문에 이순신 동상이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어머님께 들은 나머지 하나는 이청천(본명 지청천) 장군에 대한 얘기입니다. 독립군 활동을 하시던 이청천 장군은 아주 드물지만 국내로 들어오곤 했는데 그때마다 어머님의 본가에서 머물곤 했다고 합니다. 이청천 장군이 오시면 사랑채에서 머물었는데 그곳으로 통하는 모든 출입문을 잠근 채 항일투쟁의 피로를 풀고, 군자금을 조달받아 가셨다고 합니다. 어머님의 큰 오빠가 (꼭 군자금 때문은 아니었겠지만) 만주로 가는 경우도 여러 번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인연으로 해서 광복이 된 이후 이청천 장군이 어머님의 본가에서 머물렀는데 그 이유가 저를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청천 장군이 어머님의 큰 오빠에게 '친일파들이 하도 못살게 굴어서 만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는 푸념을 쏟아내곤 했다고 합니다. 김구 선생님처럼, 이청천 장군이 국내로 들어오자 이승만 정부와 손잡은 친일파들이 이청천 장군을 집요하게 괴롭히며 국내활동에 수없이 많은 위협을 가해 몇 달이나 사랑채에서 머물렀다고 합니다. 이청천 장군에게는 광복된 조국이 지옥처럼 다가왔던 것입니다. 





당시에는 어머님조차 사랑채 주변에는 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광복 이후 가세가 많이 기울어진 어머님의 큰 오빠가 비밀이 새나갈까 봐 철저하게 단속했기 때문입니다. 중추원 참의를 했기 때문에 어머님의 큰 오빠도 친일파로 분류되지만, 일제강점기에 부와 권력을 꿰찬 것으로도 모자라 이승만 정부에서 요직을 맡은 악질적인 친일파는 귀국한 독립운동지사들을 집요하게 괴롭히고 테러를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청천 장군마저 몸을 피신해야 했었던 것이 당시의 현실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건국절 논란을 단호하고 확실하게 정리한 것에 비해, 극우친일파를 대표하는 류석춘이 또다시 궤변을 늘어놓은 것도 이청천 장군을 핍박하던 잘못된 친일잔당들이 아직까지도 큰소리칠 수 있는 부끄러운 현실을 말해줍니다. 이완용 가문의 재산이 밝혀졌지만 국고로 환수할 방법이 불가능한 것처럼, 전쟁광 맥아더의 잘못으로 이승만이 초대대통령에 오름으로써 악질적인 친일파들이 한국현대사를 구역질나는 악취로 가득 채울 수 있었습니다. 



문통이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부역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세간의 자조적인 말을 언급하며, 독립투사들의 후손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말한 것도 이것 때문입니다. 어머님의 기억이 많지 않아 좀더 자세한 얘기를 전해드리지 못해 죄송하지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신채호 선생의 말씀처럼 악질적인 친일파들에 의해 조작되고 왜곡된 현대사를 바로잡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광복 이후 독립운동지사들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좌우로 나뉜 것과 상관없이, 이분들이 일제와 맞서지 않았다면 작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었다는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노무현의 참여정부 때 끝내지 못한 친일파에 대한 과거사 청산작업이 다시 시작돼야 함은 우리 겨레의 혼을 바로잡고, 독립운동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분들에게 대한 우리에게 올릴 수 있는 최소한의 헌사이며, 정의의 실현이자, 친일파의 현대사를 바로잡는 일일 것입니다. 



"우리 국민이 높이 든 촛불은 독립운동 정신의 계승입니다. 위대한 독립운동의 정신은 민주화의 경제 발전으로 되살아나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희생하고 땀 흘린 모든 분들, 그 한 분 한 분 모두가 오늘 이 나라를 세운 공헌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축사에 나온 이 부분이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이병도의 제자들이 모인 뉴라이트가 학문적 왜곡을 제시하면 자유한국당과 조중동이 확대재생산하는 친일·매국의 고리를 완전히 청산해야 합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7.08.16 08:02 신고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지금에라도 그런 조치를 하신게
    다행스럽고 당연합니다
    적어도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그런 경우는 없게 해 줘야 합니다

    친일파 세력..떳떳하게 살수 없어야 할것입니다

    • 늙은도령 2017.08.16 15:09 신고

      그럼요, 일제강점기에 빌붙고 독재권력에 빌붙어 부와 권력을 획득한 자들의 후손들은 편하게 살게 하면 안 됩니다.
      그것은 불의가 쌓인 것들이니까요.

  2. 지나가는 이 2017.08.16 12:14

    어제 문재인대통령님의 연설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어렷을때 부터 이승만이 아닌 김구선생님이 초대 대통령이 되서 일제청산이 제대로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문재인대통령님의 연설을 곰곰히 듣고 또 듣고 읽고 또 읽고 하는 시간입니다. 정말 가슴안에서 뭔가가 벅차오릅니다.

    • 늙은도령 2017.08.16 15:10 신고

      네, 정말 최고의 경축사였습니다.
      지금까지 말로만 하고 독립투사를 일회용으로 이용만 해먹었는데 이번에는 확실한 보답을 했으니 이전과는 다르죠.

    • 동우 2017.08.16 15:13

      지나가는 이님 글에 공감이 갑니다
      하지만 어제 이 분(?)발언을 보니 갈 길이 멀다는 느낌입니다.

      홍준표 "1919년 건국, 북한 의식했기 때문" ..

    • 늙은도령 2017.08.16 20:33 신고

      국민의 평균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이니까요.

  3. 빠른늘보 2017.08.22 17:57

    문정부에 적폐청산 NO-1 친일청산입니다
    이거 하나만 지대로 하면 모든건 끝입니다
    아직 여론화되지 못해 눈치만 보는것 같은데
    촛불집회로 다시 재점화하고 국민적 공론화되서
    문정부에 동력이 되어 법제화 할수 있게 하여야
    합니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이란 다른 수단에 의해 행해지는 정치"라고 말했다. 전쟁이 정치의 수단 중 하나라고 말한 학자들은 클라우제비츠를 제외하고도 수없이 많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석학 중 한 명인 칼 폴라니조차도 전쟁을 정치의 연장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모든 정치적 탈출구가 사라졌을 때, 전쟁은 가장 파괴적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도출했기 때문이다. 





이런 '부정의 변증법적 합의'가 깨진 것은 미국이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수십 만 명의 사망자 중 10~20%가 한국인이었다)에 핵폭탄을 투하한 뒤였다. 처칠의 말처럼 '모든 것이 허용되는 전쟁'은 과학자와 기술공학자들에게는 천혜의 환경을 제공한다. 나치와 일제가 자행했던 생체실험(주한미군의 탄저균 실험도 최소한의 생체실험)처럼 윤리와 도덕적 문제 때문에 할 수 없던 실험을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차세계대전과 2차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공리주의를 최고로 실현한 대량살상무기(최소 투자로 최대 효과를!) 덕분에 각종 과학기술들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수억 명의 인간을 살해하고 실험한 대가로 인류만이 아니라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말살할 수 있는 최첨단 살상무기들에 적용된 과학기술의 총화는 더 이상 전쟁이 정치의 연장일 수 없는 최악의 세상을 열었다. 



푸코가 《안전 영토 인구》에서 근대국가의 탄생에 관해 획기적인 관점을 제시했다면, 이를 이어받아 보다 발전시킨 바우만이 《모두스 비벤디》에서 "일반적인 견해와는 반대로, 근대국가가 개발 목표로 내세우면서 끈질지게 추구한 '사회국가'의 핵심이 부의 재분배가 아니라 바로 보호(개인적인 불행에 대한 집단적인 보장)였다"고 말한 것처럼 현대의 정치에서 전쟁은 더 이상 유효한 수단이 되지 못한다(사이버전쟁과 테러와의 전쟁은 논외로 한다). 



근대국가가 국민의 보호를 위해 '복지 제도와 복지 급여(사회적 임금), 국가 차원의 의료 서비스와 공교육, 주택 공급, 노사 양측의 상호 권리와 책무를 자세히 규정해 피고용인의 복지와 권리를 보호해 주는 공장법' 등을 시행했고, 현대국가에 들어서는 근로기준법, 양질의 일자리 창출, 재취업 및 평생교육, 차별금지법, 소수자 우대 정책 같은 것들이 추가된 것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다시 말해 근대국가의 탄생 시점부터 정치의 목적은 통치자의 통치술에 초점을 맞춘 마키아벨리적 추문정치와 정치의 연장으로서 전쟁을 인정한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 근거한 죽음의 정치가 아니라, 피통치자(시민, 국민, 다중)의 안전과 보호에 기반하는 행복권을 실현하기 위한 생(삶)의 정치였다. 극소수의 이익을 위해 수없이 많은 사회경제적 약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결단코 정치가 아니다. 



더 나아가 자유시장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죽음의 또 다른 말인 잉여와 비존재(존재하지만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다는 의미의 비존재, 자신의 뜻에 반하면 국민이 아니라는 박근혜의 비국민 타령이 이에 속한다)를 양산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정부의 역량을 모두 쏟아부어 잉여와 비존재를 단 한 명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 정치다. 최초의 공동체부터 그리스의 폴리스와 단군조선의 홍익인간을 넘어 현대에 이른 모든 정상적인 국가들의 정치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것이었다. 



무려 304명의 국민이 희생된 세월호참사를 비롯해, 용산참사, 쌍용차해고노동자들의 자살(사회적 살인), 백남기씨에게 가해진 국가폭력,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메르스대란, 권력과 자본이 저지르고 정치가 외면하는 온갖 종류의 사회적 살인, 치욕저인 위안부협상 등등… 새누리당과 쓰레기들의 지원을 받은 이명박근혜 8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정치란 단 0.0001%의 정당성도 가질 수 없는 비정치였고, 반정치였으며, 죽음과 공포와 절망을 양산하는 최악의 정치였다.






이런 탐욕과 악마의 정치로도 모자랐는지,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언제나 변함없이 권력과 자본에 충성하는 쓰레기들의 광적이고 파시즘적인 지원 하에 모든 국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취급하는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려고 하고, 국민이 아닌 주한미군의 보호를 위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고, 일본인과 그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을 허용하려고 한다. 



헌법 1조에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명시돼 있음에도 이런 죽음의 정치에 국민은 어떤 권리도 행사할 수 없다는 것까지 더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이란 단 하나밖에 없다. 민주주의와 헌법(법의 지배)이 보장하는 국민의 힘으로 광기 어린 비정치이자 반정치인 친일수구세력과 분단고착세력의 죽음의 정치를 종지부찍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이 어떤 타협에 이르던, 쓰레기들이 그것을 어떻게 포장하고 확대재상산하던 정치적 타협의 최종 승인은 국민의 몫이며, 원천무효로 만들 수 있음도 국민의 몫이자 무엇에도 앞서는 절대적 권리이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6.02.29 08:59 신고

    국민의 힘을 보여줄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정말 반드시 보여 주어야 합니다

  2. 반골 2016.02.29 23:19

    "전쟁은 정치의 부산물이다" 이라고 누가 말했는데 잋어버렸네요~
    암튼 이번 선거는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군지 저들에게 똑똑히 알려 줘야합니다!

  3. 좋은밤되시기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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