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으로 새도 너무나 샜다. 너무나 느닷없고 너무나 성급하다. 주요 선진국 정상들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전승절 행사에서, 독재자 푸틴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아 너무나 들뜬 아몰랑 여왕이 평화통일을 북한과 아닌 중국과 논의하겠단다. 전작권도 없는 한국은 6.25 정전협정에도 참석하지 못했는데 이건 또 무슨 아베스러운 말인가?





북한이 한국처럼 중국의 군사식민지라도 되는 모양이다. 혹시나 해서 한참동안 구굴 검색을 해봤지만, 북한이 중국의 군사식민지가 됐다는 내용은 찾지 못했다. 검색어도 인공지능처럼 수십 개나 만들고,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해서 검색해봤지만 단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 한국 정부가 북한이 아닌 중국과 논의하면 평화통일이 가능할 수 있다는 연구라도 있나 해서 찾아봤지만, 별도 특별한 것은 없었다. 참으로 힘겹게 남북고위급회담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북한을 대놓고 압박하는 것이 남북관계개선과 평화통일로 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두 다리를 잃은 젊은 병사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도록 북한과의 대화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글은 수없이 많았다. 평화통일을 위해 중국의 도움을 받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 때문에 북한과의 대화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기지 않도록 조심스런 접근을 주문하는 글도 많았다.





박근혜는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와 일본 등이 북한을 압박하면, 기존의 미국과 함께 김정은 정권으로부터 항복 선언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각종 제제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버틴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 때문이라면 이런 판단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경제위기에 처한 것도 북한보다는 한국과의 대형프로젝트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 박근혜와 현 집권세력으로서는 북한이란 상수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최적의 묘수라는 것은 공동보도문 합의가 지지율 폭등으로 이어진 것에서 절감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새로운 형태의 압박을 미국과 북한이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달려 있다. 미국은 한중일 정상회담을 탐탁하게 받아들일 리 없고, 이는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과의 직접대화로 돌아서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의 공격이기 때문에 둘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면 일본도 그쪽으로 돌아서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럴 경우 남북한의 평화통일은 더욱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제국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의 세력재편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미국이 먼로시대의 고립주의로 돌아가면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필자로서는 작금의 상황이 미국의 동의하에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지만, 만일 그렇지 않다면 한반도에서 3차세계대전의 불꽃이 피어오르지 말란 법도 없다. 신자유주의 40년 만에 인류는 한 치의 앞도 내다볼 수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급작스런 변화는 대단히 위험하다.



평화통일의 핵심은 북한과의 직접대화가 어느 수준까지 이루어질 수 있느냐에 달렸지, 지정학적 모험을 감수한 채 한탕주의로 나가는 것은 공멸의 길일 수도 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했는데, 상대를 천길 나락까지 몰아붙이면 항복보다 옥쇄를 선택하도록 만들 수 있다.



방향은 잘잡았지만(엿 같지만 박근혜의 방향전환에 진정성이 있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탈출구 중 하나라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분열을 조장하는 자들이 많은 야당의 무력함이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너무나 급작스러운 변화가 왠지 모르게 불안하게 다가온다. 세계 최악의 국가이지만,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지닌 국가인 미국에 자꾸 뒤통수를 잡히는 느낌이 든다. 국제적 역학관계가 뒤집힐 때는 어마어마한 후폭풍이 불기 마련이고, 그에 준하는 예측불가능한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EMC 2015.09.05 11:07

    요즘 이렇게 복잡한 동북아 정세를 보니 자꾸 삼전도의 치욕이 되풀이 될까 걱정스럽습니다.
    우두머리야 치욕이고 뭐고 머리만 조아리면 되겠지만
    한국에 있는 제 가족들을 비롯한 수많은 서민들이 실패한 리더쉽에 인해 피해를 볼 것을 생각하니 치가 떨립니다.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미국 민중사'를 현재 읽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대략 알고 있었지만 이 북아메리카에 정착한 유럽계 엘리트들이 본인들의 정치척 이해관계에선
    얼마나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이들인지 다시 한번 복습하는 계기가 되더군요.
    (물론 일상에서는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날수 있습니다. 유럽계 전체를 피도 눈물도 없다고 말한다면 편견이지요)
    그래서 더 걱정입니다.
    미국이 한국이 자기 이권에 침해된다 간주할 만한 행동을 했으니 어떤 방식으로 앙갚음을 하련지...

    • 늙은도령 2015.09.05 21:11 신고

      미국 민중사는 철저하게 약자의 입장에서 써진 역사입니다.
      지금 미국에서 트럼프와 샌더스가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도 어느 정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미국 역사에 대한 공부는 상당히 많이 한 편에 속하지만 미국 민중사처럼 철저하게 약자 편에서 쓰여진 역사는 처음이었습니다.
      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는 엘리트 입장에서 쓴 역사철학책이라면 미국민중사는 약자의 실제 역사입니다.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습니다.
      저도 최근에 읽는 책을 통해 이런 것들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를 사회민주주의로 다시 대체해야 하는 이유를 수없이 발견하고 있습니다.

      찰스 비어드의 <미국 헌법의 경제적 이해>는 토마스 페인의 <상식>처럼 매우 짧은 책이지만 아주 중요한 것을 담았습니다.
      나중에 한 번 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캐나다에 대해 연구하고 싶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공부들이 어느 정도 만족할 수준에 이르면 캐나다를 연구해 볼 생각입니다.
      님의 추천을 기대할게요.

      저는 소련연방이 무너지는 과정에 대한 책도 많이 봤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관점이 생겼습니다.
      푸틴에 대한 이해, 그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근혜의 행태가 위험한 것이 그 때문이지요.
      글로 옮기면 너무 길어져서 올리지 못하지만 지적공동체를 출발시킬 수 있다면 그때는 말로 풀어낼 생각입니다.

  2. 공수래공수거 2015.09.05 11:30 신고

    지지율이 급상승해서 더 기고 만장하겠습니다

    역사를 잘 짚어 봐야 합니다
    역사는 돌고 돈다라는말이 괜한 말이 아닌것을...

    • 늙은도령 2015.09.05 21:12 신고

      아마 북한이 곧 무너질 수 있다는 신호가 상층에서는 돌아다니는 모양입니다.
      그것을 대비하는 것 같은데, 저는 그것이 더욱 걱정입니다.
      준비가 안 된 통일은 너무 위험합니다.
      그것은 남북한 모두를 죽일 것입니다.

  3. 참교육 2015.09.06 07:13 신고

    글이 너무 재미 있습니다.
    박근혜 참 쇼를 합니다. 그것도 세계의 구경거리는 만드는 국제쇼를.... 나라 망신 다 시키고 있습니다.

    • 늙은도령 2015.09.06 07:31 신고

      미국 위주의 패권에서 벗어나는 것은 좋은데 전작권도 없고, 너무 급격한 변화를 진행하는 것이라 역풍이 불 수도 있습니다.
      골수 우파들이 언제까지 지켜볼지 잘 모르겠습니다.
      미국도 그냥 보고만 있을 리 없고....



전면전 위기에서 극적으로 타협한 남북고위급회담의 공동보도문을 두고 남북한의 입장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북한은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남북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통 큰 회담을 이어가자고 했지만, 청와대와 통일부는 남북합의 이전과 별반 다른 것이 없는 발언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는 마치 박근혜가 전쟁불사를 외치며 한반도의 위기를 최대한으로 높이는데 발광했던 극우 강경파의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극적으로 이루어낸 남북합의가 무산돼도 국방비만 증액되면 괜찮다는 것인지, 아니면 남북합의를 총선까지만 이어가면 그만이라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자의 의심은 김관진 안보실장과 홍영표 통일부 장관의 발언이 갈수록 퇴행하고 있다는 것에서 나온다. 후자의 의심은 대놓고 새누리당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막장 쓰레기들(TV조선, 채널A, MBN, MBC)과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은 최경환과 정종섭의 후안무치에서 나온다.



문제는 전자와 후자는 한 몸이라는 것이다. 박근혜의 지지율을 폭등시켜주었고, 김관진과 홍영표를 개선장군으로 만들어준 남북합의를 국방비 증액과 통일은 대박이란 환상으로 이어가려는 이 두 가지 경향은 친미‧친일에 뿌리를 두고 있는 극우 강경파가 주도하고 막장 쓰레기들이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그 결과 박근혜가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가하는 것에 맞춰, 유사시 한미연합사가 북한을 선제 타격하는 ‘작계 5015’와 비대칭전력에 대응하기 위한 ‘참수작전’에 합의했다. 이를 위해 국방비가 증액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다. 남북합의가 국방비 증액으로 이어지는 모순적 결과로 이어졌다.





이것을 보면서 필자가 오늘에서야 의문이 드는 것은 북한의 대응이다. DMZ 지뢰폭발사건이 전면전 위기로 치달으면서 북한은 자신의 전력을 거의 다 드러냈다.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라고 해도, 전력의 대부분을 드러내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짓인데, 북한은 그렇게 했다.



회담의 결과도 북한이 만족할 만한 것도 아니었다. 그들이 한 것이란 한미연합군에 전력을 노출해 국방비를 증액시키고, 한미가 북한에게 더욱 위협적인 작전들에 합의하도록 만든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조금만 냉정하게 손익계산을 따져보면 누가 손해 봤는지, 얼마나 손해 봤는지 알 수 있다.



더욱 황당한 것은 DMZ에서 하사관에게 피해를 입힌 지뢰폭발사건이 났는데, 국방부가 아주 신속하게 유실된 지뢰ㅡ그것도 한국이 설치한 지뢰라고 발표한 것이다. 언론들도 단신처리하거나 자막처리로 끝내버렸다. 남북합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3일 동안이나 ‘쉬쉬’ 해버렸다.





영상도 공개되지 않았고, 앞의 사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처리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병역의무를 다하기는 둘 다 똑같은데, 두 피해자에 대한 정부와 언론의 대응이 하늘과 땅 차이가 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후자는 너무나 흔히 일어나는 사고인양 무시됐다.



이상하지 않은가? 남북이 평화통일로 가는 길은 햇볕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6.15선언과 10.4선언은 말할 것도 없고, 박근혜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로도 가능하다고 보는 필자지만, 두 개의 지뢰폭발사건이 이렇게까지 다르게 취급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별로 든 것도 없는 공동보도문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준전시사태에 들어간 비용과 전력 노출 등, 모든 면에서 손해를 본 북한이 이렇게 조용한 것도 너무 이상하다. 남북 간에 며느리도 모르는 무엇인가 오간 것이 없다면 지금까지의 과정이 박근혜와 새누리당, 보수세력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



그래서 더 이상하다, 청와대의 부자 몸조심과 북한의 절제하는 행태가!!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공수래공수거 2015.08.28 08:08 신고

    우리측의 지뢰에 의해 우리측 군인 부상당한것을
    저도 잠깐 들었습니다
    당연히 조용히 넘어 가겠지요..그렇게 되었고요

    이상하다고 생각하니 정말 이상한게 많습니다

    • 늙은도령 2015.08.28 17:39 신고

      네, 남북합의만 살리고 나머지는 비판해야 합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이면합의가 있었던 것 같고, 미국과 중국의 압박이 컸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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