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도 제 견해는 최소화했습니다. 안희정의 대연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근거로 제시하는 노무현의 대연정을 노통의 입으로 알려드리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노통이 연정에 대한 생각을 처음 밝힌 것은 2005년 6월 24일 당정청 11인회로, "정부와 여당이 비상한 사태를 맞고 있다. 야당과 연정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여소야대 상황에서 법안 통과가 안 된다. 우리 정부는 내각책임제적 요소가 있으니까 국회의 다수파에게 총리 지명권과 조각권을 주면 국정이 안정되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대다수의 인사들이 반대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고요. 





노통은 2005년 7월 5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우리 정치, 진지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기고문을 통해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이 없고, 미국처럼 개별 의원을 설득하거나 협상할 여지가 없"고 "대통령에게 법도 고치고 경제도 살리고 부동산도 잡고 교육과 노사문제도 해결하라고 하는데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대연정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이것마저도 한나라당과 언론에 의해 개헌 시도로 의심받고,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정략적으로 받아들여지자 노통은 '당원동지에게 드리는 편지'를 통해 정권교체 수준의 대연정을 제안하며, 전제조건과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열린우리당이 주도하고 한나라당이 참여하는 대연정이라면 한나라당이 응할 리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대연정이라면 당연히 한나라당이 주도하고 열린우리당이 참여하는 대연정을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다른 야당도 함께 참여하는 대연정이 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연정은 대통령 권력하의 내각이 아니라 내각제 수준의 권력을 가지는 연정이라야 성립이 가능할 것입니다. 대통령의 권력을 열린우리당에 이양하고, 동시에 열린우리당은 다시 이 권력을 한나라당에 이양하는 것입니다. 


권력을 이양하는 대신에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지역 구도를 제도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선거제도를 고치자는 것입니다. 굳이 중대선구제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어떤 선거제도이든 지역 구도를 해소할 수만 있다면 합의가 가능할 것입니다. 당장 총선을 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정치적 합의만 이루어지면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대연정을 구성하고, 그 연정에 대통령의 권력을 이양하고 그리고 선거법은 여야가 힘을 합하여 만들면 됩니다. 



우리 정치의 많은 문제가 지역주의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지역구도 하에서 정치인이 선거에서 이기는 길은 끊임없이 상대방 지역과 상대 당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을 자극하고 지역이기주의를 부추기는 것입니다. 의정활동도 오로지 지역감정과 지역이기주의를 중심에 놓고 대결하게 됩니다. 지역으로 편을 가르고 대결이 심화될수록 지역민심은 더욱 단결하는 구조이니 정책정당도 대화정치도 설 땅이 없어집니다. 


이 일을 하자면 모두가 기득권을 포기하는 결단을 해야 합니다.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정권을 내놓고 한나라당은 지역주의라는 기득권을 포기해야 합니다. 어느 하나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럴만한 가치가 있고, 하기만 하면 모두가 승리할 수 있는 일입니다.





노통은 민노당과의 소연정으로는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없기 때문에, 권력을 한나라당에 넘겨주는 한이 있더라도 대연정을 통해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면 '상생과 포용의 정치가 가능하고, 욕설과 야유, 싸움질로 얼룩진 소모적 정쟁과 대립의 문화도 극복할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이렇게 '분열 구도가 해소되면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양극화 해소와 노사정 대타협 등 민생경제 문제도 제대로 풀어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노통은 대연정의 노림수를 다음과 같이 봤습니다. 



노 대통령은 연정이 성립될 가능성은 없지만 만일 성립된다면 한국 정치를 급격히 발전시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 이유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풀기 위해 여야가 하나가 되어 토론을 하다 보면 의원 개인의 이념, 정체성과 가치관이 드러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의 보수적 의원과 한나라당의 보수적 의원이 하나가 되고, 한나라당의 진보적 의원과 열린우리당의 진보적 의원이 하나가 되는 등, 지역주의를 뛰어넘어 의원의 이념적 재정렬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조기숙 외 《노무현의 민주주의》에서 인용).  



현행 헌법이 프랑스 헌법을 모델로 했기 때문에 독일 모델보다는 프랑스의 동거 정부를 추구한 노통의 대연정은 지역주의의 상당 부분이 세대투표로 대체됐고, 그 덕분에 지난 총선에서 더민주가 전국정당의 면모를 갖추었기 때문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후보가 안희정의 대연정에 반대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 나왔습니다. 대연정을 할 경우 이명박근혜 9년의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적폐청산도 불가능하다는 것도 작용했습니다. 





안희정의 대연정이 노무현의 대연정과 다른 것도 이 때문이며, 촛불혁명과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안희정의 대연정이 더민주의 대선후보를 거쳐 대통령이 되기 위한 것이라면, 노무현의 대연정은 대통령으로서 자기희생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도 다릅니다. 노무현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더 이상 작동하지 못하도록 제왕적 통치수단인 4대권력기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았을 만큼 자신의 성공보다는 국민의 성공과 미래세대의 행복에 헌신했습니다. 



나에게 자꾸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조언하지 마십시오. 그건 나의 목표가 아닙니다. 내가 만일 조 수석의 조언대로 해서 성공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우리는 다음에 정권 재창출할 수 없을 겁니다. 국민은 민주정부 10년에 대한 피로가 있고 내가 본 선진 민주국가 어디에도 한 정당이 8~10년 이상 집권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쪽은 후보군이 많고 그들이 경선을 통해 체구를 불리면 우리는 매우 힘든 선거를 하게 될 것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정권이 넘어갔다가 다시 올 수 있도록 기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고, 정권이 다시 왔을 때 필요한 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무엇보다 국민이 깨어있어야 하고 국민들이 어떤 게 올바른 정치인지 학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내가 대통령으로서 실패한다면 국민은 그 교훈을 토대로 새로운 학습을 할 것입니다. 나는 실패하더라도 국민이 성공하도록 하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조기숙 외 《노무현의 민주주의》에서 인용).



필자가  '나는 노무현을 통해 미래의 지도자를 봤다'라는 글을 썼던 것도 노통의 대연정 제안에 담긴 자기희생과 국민 성공에의 강력한 열망입니다. 노무현은 분명한 신념과 일관된 목표를 가진 정치인이자 대통령이었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진정성 있게 소통하고 국민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승부수를 던질 줄 알았던 위대한 지도자였습니다. 대연정 제안도 그런 것들 중에 하나였고 그가 정치를 하던 시절의 시대정신이었고, 그가 떠난 이후의 정치문화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자기희생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선호도가 50%에 이르고,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오랫동안 1위를 유지하고, 꾸준히 상승하는 것에서 보듯 국민들은 이제 노무현과 참여정부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화답하고 있습니다. 이명박근혜 10년 동안 소수 지배층의 민주주의와 헌법정신은 끝없이 퇴행했고, 반칙과 특권을 남발했지만 깨어있는 시민들은 꾸준히 늘었고, 노무현의 동지인 문재인은 더민주를 혁신하는데 성공했고, 촛불은 대한민국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연정이라니요? 아래로부터 뜻과 의지를 모아 위로 치솟아 오르는 노무현의 신념과 정신, 가치가 민주주의와 헌법정신을 만개시키려 힘을 모으는 중에 그것을 무력화시키는 대연정이라니요? 이제 변화는 시작됐고,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변화가 다 끝난 양 대연정이라니요? 변화하는 중에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아닙니다. 변화는 끝나야 변한 것입니다. 대권을 차지하기 위한 정치공학적 대연정이나 이익의 카르텔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둘리토비 2017.02.12 22:31 신고

    어렵네요. 대연정..........

    노무현 전 대통령때의 그 내면의 가치가 오늘날에 제대로 계승되고 있는 것일까요?

    • 늙은도령 2017.02.13 00:56 신고

      지금은 계승과 발전 양면을 봐야 합니다.
      대연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소연정은 가능해도 대연정은 정치와 민주주의에 맞지 않습니다.

  2. 耽讀 2017.02.13 07:49 신고

    진보개혁세력이 보면 안희정 대연정은 논란이 많습니다.
    안희정이 대연정을 주장했다가 비판이 심하니 너무 쉽게 노무현을 끌어들였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대연정은 대통령제하에서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권력구조 개편 없이는 대연정은 불가능하지요.
    내각제체제에서 하기 때문이지요. 안희정은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말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새누리당을 비롯한 기득권 적폐청산이 먼저이겠지요.

    • 늙은도령 2017.02.13 18:25 신고

      원래 현행 헌법은 사실상 내각책임제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한국의 헌법을 내각제국가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책임총리라는 것이 내각제의 근간을 이룹니다.
      주요 보직에 대통령과 여당, 야당 추천이 있는 것도 내각제적 요소이고요.
      이것 때문에 제가 이번 글을 쓴 것입니다.
      안희정이 말하는 민주주의와 정치, 대연정은 정치학과 정치철학으로 봤을 때 곳곳에서 모순이 발견됩니다.
      그는 정확히 알지 못하고 어설프게 알고 있습니다.
      그의 민주주의, 정치, 대연정은 행정적이지 정치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안희정의 장기적 비전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안타깝습니다.
      지금은 적폐청산으로만 정권을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상당 부분 그럴 수 있으니까요.

  3. 공수래공수거 2017.02.13 08:12 신고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이 성공했더라면
    우린 미국식 양당 정치가 그 기틀을 잡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늙은도령 2017.02.13 18:28 신고

      저는 한국은 다당제가 좋다고 봅니다.
      미국이란 나라는 양당제가 아니면 돌아갈 수 없는 국가연합입니다.
      우리는 미국의 한 주 정도의 크기인데 너무 미국을 따라가려 합니다.
      다당제에 소연정이 답이라고 봅니다.

  4. 참교육 2017.02.13 13:08 신고

    저는 안희정 갈수록 더 싫어집니다.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하고 민족의 장래를 위하기 보다 그의 욕심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 늙은도령 2017.02.13 18:30 신고

      그러게요.
      자꾸 이상하게 나가네요.
      최근에 대연정은 거둬들인 것 같은데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5. 과유불급 2017.02.13 17:20

    한마디로 개똥같은 소리입니다. 어찌 노통때와 시대적 상황이 엄연히 다른 지금의 상황에서 청산적폐 대상인 개누리와 기득권 세력과의 대연정이라뇨? 안지사는 "포용과 화합"이란 단어로 노통을 팔아먹고 돌팔이 약장수로 만들셈입니까? 이명박그네 정권에 면죄부를 주는것도 모자라 국정운영의 어느정도는 같이 할 수 있다는게 실성을 하지않고서야 발언의 수위가 한마디로 수구적 코미디네요. 감정조절이 안되고 분노조절장애가 일어날 지경입니다.
    촛불민심을 그렇게 받아드리지 마십시오. 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6. 무예인 2017.02.13 23:00 신고

    노무현 대통령의 마인드는
    국가가 국민을 위한 정책(정치) 이거 였는데...

  7. merryjanet 2017.02.14 00:49

    요즘 안희정 지사가 주장하는 대연정에 관해선 사실 큰 관심도 없고, 수긍할 수는 더더욱 없었는데,
    방금 끝난 sbs 국민면접을 보고나니 뭐 그리 염려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치고올라오는 지지율에 모두 너무 예민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문 대표랑 그렇게 토론하자고 강조를 하길래 혹시나 유시민 급이려나 했더니만...
    유려한 말투는 아니어도 시청자들이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진정성이 보여야 호감이 가는건데,
    안 지사는 자칭 엑소에다가 너무나 의식하는 알맹이 없는 말투, 심하게 혹평하자면 변두리 개척교회 목회자같은 화법이랄까...
    아마도 질문자에 의해 수시로 변할 수 있는 민주주의와 대연정에 관한 의견을 갖고 있을 뿐이란 느낌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별 실망할 것도 없고, 굳이 신경쓰며 반응할 필요도 없을 거 같네요.
    다만, 오늘 김진태 급으로 울분을 일으킨 안철수의 막말은 그냥 넘길 수 만은 없을 거 같네요.
    열폭으로 치부해버리고 말기도 너무 너그러운 거 같고...

    • 늙은도령 2017.02.14 02:08 신고

      안철수는 어차피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는 정치생명이 끝난 상태입니다.
      다음 총선에서 호남의 보수적 유권자들이 얼마나 표를 줄지 모르겠지만, 그분들이 아니라면 이번 대선으로 정치에서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도 마지막이라는 것은 아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이니 별로 신경쓰실 필요 없습니다.
      그것으로 지난 대선을 퉁치면 그만입니다.

  8. 2017.02.14 16:05

    비밀댓글입니다

    • 늙은도령 2017.02.14 18:42 신고

      너무 피상적입니다.
      행정가와 정치인의 관점이 오락가락합니다.
      멋은 있는데 내실이 부족합니다.
      조금만 더 멀리, 넓게, 달리 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안희정이 들고나온 대연정은 대통령에 당선된 이틀 후부터 탄핵을 운운(한나라당이 주친 중이었던 김대중 정부의 대북송금특검을 반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했던 한나라당과 조중동을 넘어 열린우리당까지 가세한 발목잡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지막 승부수로 들고나온 대연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것 같습니다. 노통이 한나라당에 정권을 넘겨줄 수도 있다는 각오하에 대연정을 제시한 것은,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과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지역적 독점을 바탕으로, 이념적 정체성도, 가치 지향도 뒤죽박죽인 잡탕 정당이어서 어떤 공약과 정책도 제대로 실시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연정을 통해 권력의 대부분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선거법 개정과 결선투표제를 요구했습니다. 당시의 노무현은 권력의 대부분을 넘겨줘서 자신은 식물대통령이 되더라도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선거법 개정과 결선투표제를 통해 이념과 가치에 따른 다당제의 밑거름이 되고자 했습니다. 지역독점에 기반한 보수화된 양당체제로는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의 본질을 살릴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권력마저 포기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지금보다는 영향력이 강했지만 특별한 변수가 될 수 없었던 당시의 진보정당을 제외하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별로 다를 것이 없는 보수정당이었지만 개별 의원들로 한정하면 진보적이거나 개혁적인 의원들도 많았습니다. 자신이 무슨 정책을 펼치려고 해도 거대양당과 조중동, 진보언론 등의 반대와 낮은 지지율에 부딪혀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통해 (이념과 가치에 따라 찬반이 갈리는) 정책 별로 양당의 의원들을 이합집산시켜 다당제로 가는 길을 열려고 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자신의 대에서 끊기 위해 4대권력기관(검찰, 국정원, 감사원, 국세청)의 정치적 독립성을 인정함으로써 국민에게 민주주의를 만끽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던 노통으로서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 집행이 절실했습니다. 노무현을 씹는 것이 대국민 취미활동이었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할 때, 자신의 진정성을 알릴 방법이 없다면 대연정을 성사시켜 정책 별로 양당 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소수의 재벌이 아닌 절대다수의 서민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습니다. 





4대권력기관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않고,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제왕적 대통령제를 무력화시킨ㅡ장기적으로는 위대한 결단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자살행위ㅡ노무현으로서는 대연정이 유일한 탈출구로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대연정을 제안한 후 지지자들의 비판과 이탈이 속출(꾸준한 홍보로 여론은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었다)하고, 현실적 장벽(개별 의원들의 정체성과 능력 부족)을 확인한 후 대연정을 거둬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 노통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했던 때는 정치 지형이 압도적으로 보수진영에 유리했습니다. 노통에게 표를 준 유권자들도 지지표명을 거두었고(조중동의 조오옷 같은 업적!), 노사모와 넥타이부대는 해체되거나 보수화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노통의 대연정이 승부수였던 것도 이런 정치지형의 불리함에서 나온 것이었는데, 작금의 상황은 정반대라 할 수 있습니다. 박근혜 탄핵 여론이 80%대를 유지하고, 반기문이 중도하차할 만큼 보수진영이 지리멸렬한 상태입니다. 



게다가 촛불민심은 부패한 기득권세력의 청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필자를 비롯해 상당수의 촛불시민들은 드골식 청산을 요구할 정도입니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과 차별을 바로잡는 것은 물론, 친일파를 대한민국 건국의 주축으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서, 일제강점기의 최대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의 원혼(겨레의 역사)마저 단돈 십억 엔에 팔아먹고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반역적 일들을 자행한 자들과 정당을 단죄해야 한다는 여론도 압도적인 상황입니다.  





노통의 대연정과 안희정의 대연정이 같을 수 없음이 여기에 있습니다. 모질게 말하면 안희정의 대연정은 노통의 대연정을 폄하하는 행위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정이라는 단어선택도 잘못됐습니다. 안희정의 추가 설명을 보면 대화와 타협의 협치를 말한 것 같은데, 그것은 민주적 국정운영의 기본이어서 권력을 나누는ㅡ내각을 공동으로 구성하는 공동정부라는 뜻의 연정과는 다릅니다. 협치는 연정과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안희정이 정말로 연립정부를 하겠다는 것이면 시기도 빨랐고(박근혜는 아직 탄핵이 확정되지 않았다!), 순서도 틀렸습니다. 민주당 경선룰이 완전국민경선제와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결론나는 바람에 중도보수층에 어필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반기문의 조기탈락으로 충청유권자들을 흡수할 수 있게 됐지만, 그것 때문에 민주당에 주어진 시대정신이 퇴색되거나 변질된다면 안희정의 대연정은 이념과 가치에 따라 의원들을 재구성하려는 노무현의 대연정과 정반대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희정도 이재명과 똑같은 과정을 겪는 것 같습니다. 지지율이 급상승하면 후보들이 오버하는 경우가 나오는데 이재명의 커밍아웃(개혁적 보수주의자, 이재명은 손가혁 때문에 확장성마저 잃었다)과 안희정의 대연정 제안은 이런 면에서 동일하다 할 수 있습니다. 세계화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된 21세기에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것은 정권을 잡은 다음의 얘기이지 정권을 잡으려 가는 길에 나올 수 있는 얘기는 아닙니다. 



시민주권 행동주의의 새로은 길을 열어가고 있는 촛불혁명은 진보적이면서도 자유주의적인 혁명입니다. 민주주의와 헌법을 통치자와 지배엘리트들에게 지키라고 하는 것이 진보적이며 자유주의적인 요구입니다. 보수적인 구좌파의 물질주의적 강령에 경도된 이재명의 지지율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것도, 경제를 중시하지만 노동자에게만 한정되지 않는 사회적 평등과 탈물질적이고 개인주의적 가치를 중시하는 촛불집회에서 멀어지기 때문입니다(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과 그 속에 담긴 뜻을 풀어내는 것은 다르다). 





안희정은 쓰레기 언론들과 새누리당 등이 악용하지 않도록 대연정 제의를 거두어들여야 합니다. 민주당에게 주어진 시대정신에 반하는 것이라면 과감히 포기하고, 새로은 가치를 내세워 다시 달려가면 됩니다.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더라도 그에 합당한 승리여야 합니다. 촛불시민과 유권자는 바보가 아닙니다. 정보 접근능력과 처리능력이 탁월한 촛불시민과 유권자들이 노통의 대연정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은 너무나 잘된 일이지만, 그것을 왜곡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입니다. 



안 지사가 계속해서 대연정을 끌고갈 생각이라면 노무현을 끌어들이지 말고, 그와 다른 대연정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래서 안희정표 대연정으로 정치적 승리에 성공한다면 그럴 때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대화와 타협이란 협치를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상대가 새누리당이라면 차라리 촛불시민과 국민을 믿고 정면돌파함이 낫다고 봅니다. 박근혜를 지켜주고 있는 그들과 손잡는 것이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에 합당한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노무현을 뛰어넘는 것이 목표라면 정치적 언어선택에서도 그에 합당해야 합니다. 안 지사가 표리부동한 정치인이 되지 않으려면 그래야 합니다. 안희정을 문재인만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새누리당과의 대연정은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안 지사가 이 부분에 대한 오해를 풀었다 하지만 부족한 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친노를 자랑으로 여기고 저평가된 그를 제대로 평가받도록 만드는 일에 매진하는 유권자로서 이번 글을 썼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밝힙니다. 



#새누리다가박근혜다

#박근혜는하야하라    

#바른정당도박근혜다

#삼성이박근혜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P.S. 노무현의 대연정에 대해 제대로 알고싶다면 노무현의 회고록인 <성공과 좌절>, 노무현과 참여정부를 재조명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학자들의 공동저작인 <노무현의 민주주의>와 <한국 민주주의 어디까지 왔나>를 참조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1. 잉어 2017.02.07 05:45

    지금 시국에 부적절한 주장인 만큼 대연정 발언은 차차기를 노리고 했다고 생각합니다.
    야당 지지자에게 '저 말고 문재인으로 붙으세유~ 전 차차기에 중원을 차지해서 대통령 해볼랍니다~' 신호보내는 것 같습니다.

    반기문 낙마로 갈 곳 잃은 중간표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다면 좋은 전략인 것 같습니다
    마침 우상호도 지원사격을 해서 분위기를 띄워주었고요. 지도부는 어차피 경선은 문재인 확정이라 판단한 것 같습니다.
    문재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적폐청산의 의지와 대연정 반대를 발표해서 대청소의 이미지를 다시한번 각인 시켰고요.

    상대적으로 안철수나 개누리바른당이 찬바람 맞고 있습니다.
    반기문 이후 안철수 띄워서 지금 안희정이 받는 관심을 가져가 반문세력결집의 불꽃을 살릴려던 종편 기득권의 희망을
    안희정이 짓밟아버렸습니다. 야권 지지층의 충성도를 좀 잃는 대신요.

    반기문 바람 재우기와 친문패권 내부총질러도 아닥하게 총대 멘 박원순이 그랬던 것처럼
    안희정도 팀플레이가 아닌가라는 생각입니다.
    설사 의도치 않았어도 결과적으로는 대연정 이후 문재인은 반기문 낙마로 인한 리스크를 제거했고 민주당은 계속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 안희정의 지지율이 최대한 안빠지게 하면서 문재인과 대립각을 세우는 정책대결로
    주목을 끌면서 문재인의 선명성을 돋보이게 해주면
    종편개누리바른국민당+내부총질러가 친문패권으로 악다구니 부리는 것을 잠재울 수 있겠지요.

    추미애 지도부가 전략을 잘 짜서 세련되게 구사하는 것 같습니다

    • 늙은도령 2017.02.07 07:02 신고

      저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글로 옮길 수 있는 내용은 아니라서...
      만일 그런 글을 쓰면 친노패권주의 소리가 나올 수 있어 대중의 관점에서 글을 썼습니다.
      안희정이 혹시라도 이것을 계속해서 밀고나간다면 그때는 차차기의 주자에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적정선에서 이 문제를 정리해야 다음을 노릴 수 있습니다.
      잘못하다단 안희정의 당내 기반이 이재명에게 밀릴 수 있습니다.
      그것은 차차기의 주자로서 불리한 출발을 의미합니다.

  2. 참교육 2017.02.07 07:38 신고

    참 어이없습니다. 민주당의 집권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장수가 굴복하겠다는 것은 장수가 아니라 싸우기도 전에 겁부터 집어먹는 비겁한 패장입니다. 보통사람... 우리도 아는 작전을 꺼내들고 대통령을 하겟다는 인희정... 부끄럽지도 않은지...?

    • 늙은도령 2017.02.07 18:34 신고

      너무 앞서나갔습니다.
      아직은 이런 얘기를 할 시간이 아닙니다.
      자신만 통이 크고 정치를 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지요.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 아직도 엘리트적 요소를 강조한다면 답이 없습니다.

  3. 공수래공수거 2017.02.07 09:57 신고

    안희정이 이번은 차차기를 위한 포석이기를 바랍니다
    그런 전략이었길..

  4. 공수래공수거 2017.02.07 09:57 신고

    안희정이 이번은 차차기를 위한 포석이기를 바랍니다
    그런 전략이었길..

  5. mangrove 2017.02.07 11:05

    팩트만 보자면 안희정은 변절자 입니다. 대연정에 의워내각제까지.
    결국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허망하게 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저런 기회주의자들에게 둘러 싸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힘든 시기에 나서서 적극 옹호 했던 사람은 유시민 밖에 없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선긋기에 바빴습니다.
    지금 본인들이 친노의 좌장이네 어쩌내 했던 인간들.... 기억도 안납니다. 그당시 뭘 했는지... 문재인 조차도.... 한명숙 조차도.... 선긋기에 바빴던 것이 사실 입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 합니다. 그들이 얼마나 추악했는지를.

    • 늙은도령 2017.02.07 18:36 신고

      문재인은 노무현의 정치여정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친 분입니다.
      그것만은 분명히 했으면 합니다.
      문재인은 체질적으로 정치를 싫어하는데 노무현의 간곡한 부탁 때문에 정치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노무현은 문재인에게 커다란 채무를 지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두 사람의 관계는 정확히 했으면 합니다.
      노무현의 운명을 받들고 정치에 나온 것도 문재인은 원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마저 자신의 운명으로 소화해낸 모습입니다.

  6. 푸른소나무 2017.02.07 11:49

    안희정지사가 대연정이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을 때, 왜 갑자기 그런말을 했을까 생각하며 답답했습니다
    탄핵까지 갈 길이 아직도 험난한데 말입니다 지지율이 올라가니 너무 고무됐나 싶기도 합니다
    이재명 시장처럼 실수를 하네요 이번 안지사의 대연정 발언은 실수인것 같습니다

    대연정에 관한 만큼은 이재명 시장이나 문재인 대표의 생각이 맞게 느껴지네요
    안타깝습니다

    • 늙은도령 2017.02.07 18:37 신고

      하나의 승부수인데, 너무 나갔습니다.
      단어 표현에 매우 큰 실책을 저질렀습니다.
      대연정이 아니라 대화라고 했으면 충분했습니다.

  7. mangrove 2017.02.07 13:40

    이건 변절자 수준을 넘어서네요... 박근혜 때문에 나라꼴이 말이 아닌데.... 기껏 만든 정권교체의 기회에 이런 개소리까지 해야할 일인가요?

    http://v.media.daum.net/v/20170207090050242

  8. 과유불급 2017.02.07 16:03

    MH의 대연정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가졌다고 보여지고 청중에게 분명 오해할만한 발언입니다.
    거기다 개누리와 함께라뇨?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신중한 발언이 필요합니다.개인적으로 안지사를 응원하는 차원에서 부디 실수였으면...

    • 늙은도령 2017.02.07 18:39 신고

      단어 선택이 잘못됐습니다.
      대연정은 새누리당과 맞지 않습니다.
      그저 대화라고 했으면 충분합니다.
      일단 청산이 시급합니다.

  9. 2017.02.07 19:38

    비밀댓글입니다

    • 늙은도령 2017.02.07 20:08 신고

      조기숙 교수는 밖에서 도와주는 것이 낫습니다.
      탄핵 이후에는 모르겠지만 내부보다는 밖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유시민이 합류했으면 합니다.
      그가 있어야 무게중심이 좋아지기 때문에...

  10. 둘리토비 2017.02.08 00:03 신고

    새누리 친박들의 태극기집회참석을 보면서
    안희정의 대연정 제안은 전혀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더욱 확신하게 됩니다.

    새누리는 공중분해되어 영원히 사라져야 할 꼴통이지,
    연정을 구성할 만한 개념이 있는 집단이 절대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연정이 장기적인 방향으로는 긍정적이고 정치공학적으로 이러한 스탠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이 새누리를 포함한 대연정이라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11. 강모사랑 2017.02.09 10:18 신고

    잘봤습니다~

  12. 추운겨울밤에 열기가 확오릅니다 2017.02.20 03:07

    안희정 xxx가 이제야 가면을 벗고 본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항상 이쪽편의 문제중의 하나는 가면을 쓰고 있는 놈들입니다.
    이 안희정 xxx의 본질을 분석해서 널리 알려주시면 감사하게습니다.

  13. 고길동 2017.05.11 05:47

    좀 늦게 읽게 되었는데 이글에도 어폐는 있는것 같습니다. 샘께서는 선거의 전략적인 부분만 서술하셨는데 대연정은 대연정이지 안희정만의 대연정 노무현의 대연정이 따로 있나요. 시기적인 건 합리화하신거 같고, 암튼 전략적으로 밝히지 말았어야 했다는건 공감인데 답을 내려버려서 비판한 건 옳지 않다.. 요정도 감상평?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안희정 같이 머리안쓰고 밀어붙이는 사람이 나을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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