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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왜 지금에 새누리당은 국회선진화법 무력화에 나섰을까?



어제 새누리당이 국회 운영위원회를 단독으로 열어 자신들이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폐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했다가 스스로 부결시켰습니다. 빨갱이 특유의 게릴라전을 연상시키는 새누리당의 기습상정과 부결까지 걸린 시간은 단 5분(정확히 4분 45초)이었습니다.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거쳐 진행된 새누리당의 국회선진화법 무력화는 국회법 87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벤처기업들이 부실기업과 손잡고 주식시장에 우회상장할 때 주로 사용했던 방식입니다.





국회법 87조는 상임위에서 부결된 법안의 겨우 7일 이내에 국회의원 30명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상민 의원이 위원장인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국회 본회의에 부의(=상정)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열어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했다가 그들 스스로 부결시켰던 국회 운영위원회는 국회법 87조에 적시된 상임위여서 법사위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우회상장과 동일한 방식입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추론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추론이 가능한 이면에 자리한 것이 무엇이길래 새누리당이 이승만의 3.15 부정선거와 박정희의 3선개헌과 비견되는 이런 폭거를 자행했는지, 왜 지금에 와서 이런 짓을 강행하게 됐는지 등등을 추론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언제나 겉으로 드러나는 표상의 안에는 표의가 자리하고 있는데, 표상의 표면이 워낙 단단하고 울퉁불퉁해서 정확한 지점을 찾아 안으로 뚫고 들어가는 것이 정말로 힘이 듭니다. 



이런 의문들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집권세력과 이해당사자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조작의 대상으로 전락한 여론조사에서 찾아야 할 듯합니다. 즉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만 나온다는 말이 말해주듯 최근의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지만 그래도 여론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최소한 만큼이라도) 보여주는 추세만은 쓰레기 취급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것에서 이면에 자리한 표의를 찾아가는 추론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필자는, 쓰레기 언론들이 박근혜의 실정과 폭주를 국회탓으로 돌리기 위해 사상 최악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던 19대국회가 실제로는 앞선 국회보다 더 많은 법안들을 통과시켰음에서 알 수 있듯이, 소위 박근혜 관심법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거의 다 통과됐습니다. 바로 이것, 유신공주 박근혜와 친일수구세력의 소굴인 새누리당이 대국민 사기와 자기변명으로 들먹였던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박근혜 3년이 최악이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다음으로 필자는, 새누리당의 빨갱이짓을 추락일변도에 있었던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이 위안부협상 이후의 망언 때문에 부동의 1위였던 반기문을 따돌리고 1위에 오른 것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호남에서도 국민의당을 추월했고, 대구에서조차 진박열풍이 통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의 추세에 접목했습니다. 연속 3주에 걸친 이런 추세는 쓰레기 언론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는 횟수가 급감한 것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을 넘어 박근혜와 새누리당에게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절박감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지지율 하락의 결과인 더불어민주당 탈당러시를 되살려내고, 지리멸렬한 인재영입 부진을 만회하며, 한상진의 망언 퍼레이드라는 노이즈마케팅을 통해 국민의당에서 멀어져가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되살려내고, 갈수록 줄어드는 지지자들을 다시 결집시키는 동력이 필요했던 안철수가 모든 근로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고, 국정원 중심의 장기독재를 구축하려는 '박근혜 관심법'의 통과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것을 선언한 시점을 더해 봤습니다. 



제1야당의 명패를 내세워 다선에 성공했음에도 (지지자들의 뜻을 받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친노 패권주의를 울부짖고 내부를 향해서만 총을 난사하는 것으로 새누리당 세작 노릇에 충실했던 김영환과 조경태의 망언은 추론을 밀고나가는데 약간의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MSG로 사용했습니다. 이 네 가지 것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지점에서 볼 수 있었던 표의는 새누리당의 총선 압승이 불가능하다는 청와대의 계산이 끝났다는 것입니다.





노동5법의 국회 통과로 상위 1%에게 하위 99%의 부를 이전하는 신자유주의 우파의 목표를 이루고, 친일수구세력의 장기집권을 실현하려면 총선에서 180석 이상을 얻어야 하는데 (국민의당과 합쳐도) 불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오지 않았다면 새누리당이 총선에 악영향을 줄 것이 뻔한 미친 짓거리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쓰레기 언론과 여론조사기관들을 총 동원해 안철수와 국민의당을 밀어주기에는 자신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 너무나 뜨거웠기 때문에 박근혜의 특명이 새누리당에게 하달됐을 것입니다. 



내부와 지지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문재인 대표가 김종인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뒤 모든 기득권 쓰레기 언론들이 집요하게 물고늘어졌던 대표직 사퇴까지 결심한 것으로 알려지자, 국회선진화법의 무력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을 것입니다. 모든 잘못을 야당의 발목잡기(국회 비판의 본질)로 몰고갔던 것만 믿고 있기에는 상황이 만만치 않아졌음을, 그래서 이 땅의 모든 기득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문재인과 친노의 부활이 미칠 정도로 두려웠을 것입니다.



노무현 죽이기, 천안함 폭침, 국정원 대선 개입, 선관위의 개표 조작, 세월호의 고의침몰, 역사교과서 국정화, 헐값에 발행된 위안부협상 등에 자리하고 있을 추악한 진실들이 드러나면 어떤 후폭풍이 몰아칠지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기에 국회선진화법의 무력화라는 빨갱이스러운 게릴라전에 나섰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입니다. 글의 길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필자의 추론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또다시 길어진 점에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