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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샌더스의 정치혁명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제가 몇 차례의 글을 통해 트럼프와 샌디스의 돌풍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었던 것은, 9.11사태, 이라크전쟁, 카트리나 피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경험하면서 미국 시민들이 자국의 실체에 눈을 떴기 때문입니다. 21세기 초입을 강타한 이 네 가지 사건들은 예외국가이자 기축통화국으로 전세계를 파탄지경에 내모는 동안 유일제국 역시 얼마나 망가졌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유대인 고리대금업자들만 우주적 차원의 돈을 챙겼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의 패배로 미국 시민들이 잠시나마 디즈니월드식 제국(미국이란 나라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디즈니월드가 있다는 말로 대표되는)에서 벗어나는 각성의 움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들의 각성은 60년대 말에서 70년대초까지 풍미했지만 약간의 인권신장만 이룬 채 소멸해버렸습니다. 레이건의 당선에서 시작된 신자유주의 40년 동안, 평등의 가치는 종적을 감췄고 무한경쟁의 승자독식만 범람하면서 하위 99%의 삶은 상위 1%를 위한 희생양으로 전락했습니다. 전세계를 초토화시킨 유일제국의 신자유주의가 21세기에 들어서는 본토의 시민마저 삼켜버린 것입니다. 



이처럼 9.11사태에서 월가의 붕괴까지, 제국의 실상을 폭로한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아이비리그 출신들로 대표되는 지배엘리트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워싱턴DC의 메인스트리트, 금융의 천국인 월가, 보수화된 거대 양당, 새로운 귀족사회인 세습자본주의, 극단의 불평등을 양산한 시장근본주의, 민주주의가 적용되지 않는 군산복합체, 젠체주의적 경향의 인종차별,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허리우드와 디즈니왕국까지 제국의 핵심에는 아이비리그 출신들이 있습니다. 



유진 뎁스와 헨리 조지, 아이스너, 헬렌 켈러 등으로 대표되는 19세기의 사회주의 정치혁명을 주도한 인민당 열풍(중부의 8개주 석권했으나 거대양당의 합작에 의해 무너졌다) 이래, 무려 한 세기를 격해서 하위 99%가 주도한 두 번째 반란이 '월가를 점령하라'였습니다. 이때부터 샌더스의 돌풍이 씨앗을 내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트럼프 돌풍을 이해하려면 스웨이트와 울드리지의 《라이트 네이션》과 글랜 백의 《글랜 백의 상식》, 프랭크 토마스의 《캔자스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와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등을 보라). 





모든 정치평론가들이 샌더스의 돌풍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필자처럼 제국의 허상을 파고든 사람이라면,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이 미국에서 열풍을 일으킨 것에 주목했을 것입니다. 모든 영역이 신자유주의에 점령된 나라인 한국에서처럼, 미국에서의 '피케티 열풍'은 '월가를 점령하라'의 후속편인 샌더스 돌풍(과 트럼프 광풍)의 전조를 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흑인 가면을 쓴 백인 대통령 오바마에 실망한 미국의 하위 99%가 자신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아이비리그로 대표되는 지배엘리트들의 독점에 반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만은 확실했습니다. 바우만과 클라인 등이 정확히 파고든 대로 아이비리그 출신의 흑인 대통령에 실망한 하위 99%가 각각의 이념적 성향에 따른 그들만의 선택과 정치혁명에 나설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했습니다. 



가장 많은 대의원이 걸려 있는 슈퍼 화요일이 3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샌더스가 전국 단위의 여론조사에서 엘리트주의의 정화인 힐러리를 추월했고, 모든 공화당 후보들과의 가상대결에서도 승리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도 샌더스의 돌풍이 일회성이 아님을 말해줍니다. 거대양당의 엘리트주의를 사수하는 최후의 보루로써 슈퍼대의원의 방해가 남았지만, 샌더스의 돌풍이 55% 이상의 득표를 기록하면 대통령에 오를 수 있습니다.   



WASP(백인 앵글로색슨계 청교도의 후예)와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라는 미국의 주류들이 암살을 비롯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샌더스 돌풍을 잠재우려 하겠지만, 이전과 다른 샌더스 돌풍을 잠재우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오바마가 한반도를 중심으로 신냉전을 구축하는 등의 방법으로 힐러리를 노골적으로 지지(힐러리가 샌더스에 확실하게 앞서는 것이 외교국방 분야이기 때문)하는 것도 계속될 수 없습니다.     





슈퍼 화요일에 샌더스가 힐러리에 압승을 거둔다면 오바마의 선택은 힐러리 지지에서 샌더스의 런닝메이트를 자기 사람으로 채우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샌더스 열풍(과 트럼프 광풍)은 어떤 형태로든 '만악의 근원'으로서의 제국의 탐욕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며, 사망선고를 받고도 인공호흡기(무제한 양적완화와 환율전쟁)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종말도 앞당길 것입니다.   



이명박근혜의 8년이 신자유주의로 옷을 갈아입은 친일수구세력의 역주행이었다면, 노무현의 친구이자 동반자인 문재인의 부활과 더불어민주당의 돌풍이 지향해야 할 세상이란 너무나 분명합니다. 노무현의 꿈이었던 진보적 자유주의에서 한 발 더 좌측으로 옮기기만 하면 샌더스가 표방하고 있는 사회적 민주주의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만이 승자독식의 자유방임을 찬양하는 뉴라이트와 조중동식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근본주의의 조합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평등하며 공정한 자유와 민주주의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샌더스 열풍은 (토니 블레어의 제3의 길 때문에 보수당과의 차별성이 사라진 영국 노동당 경선에서 전통의 마르크스주의자인 제레미 코빈이 당선된 것과 합쳐) 또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주며, 그 중심에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행동하는 양심으로 표출되는 정치혁명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희망을 잃지 않고 '거대한 전환'을 이루고 말겠다는 자유의지를 표로 전환할 때 위대한 국가의 정치혁명이 실현될 것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P.S. 토니 블레어의 제3의 길이 영국을 얼마나 망가뜨렸는지 확인하려면 대니얼 돌링의 《불의란 무엇인가》와 자크 아탈리의 《인간적인 길》을 참조하면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