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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장하나의 김현종 비판,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



오늘은 체력이 허락하는 한까지 여러 편의 글을 써야 할 듯합니다. 책을 읽는데 투자하는 시간을 줄이겠습니다. 모든 방송들이 담합해서 문재인과 김종인을 이간질시키고, 배신의 달인 정동영이 국민의당에 입당한 것을 계기로 더불어주당을 궁지로 내몰려고 총력을 기울이는 시점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진영에서도 이에 부화뇌동하는 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노무현 죽이기'의 재현을 보는 것 같습니다. 





노통의 말을 빌면 '깜도 안되는' 정동영을 집중조명해줌으로써 국민의당의 호남 패권을 지원하고 있는 JTBC를 비롯해 모든 제도권 언론들과 인터넷 진보언론들까지 들고 일어나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것이 노무현을 죽음으로 내몰았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의 비판이 정당하려면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해야 하지 그의 밑에서 일한 김현종을 비판하는 것은 너무 성급했습니다. 



최악의 쓰레기 조중동이 한미FTA의 영웅으로 김현종을 추켜세운 것은 그 결과가 한국보다 미국에 유리해서가 아니라 노무현의 역할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으로 몰고가기 위함이었습니다. 당시의 진보언론도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했기 때문에 최소한 그들의 비판은 번지수를 제대로 찾은 것입니다. 한미FTA는 노무현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이며, 그것에 문제가 있다면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해야지 김현종만 비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번에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를 바라는 장하나 의원이 김현종을 비판한 트윗에 찬성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의 비판이 진정성을 띠려면 최종책임자이자 협상안에 'OK'를 한 노무현 대통령부터 비판해야 했습니다. 노무현은 성역으로 올려놓고, 그 밑에서 최선을 다해 한국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김현종을 비판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노무현을 비판한 것이라는 사실을 장하나 의원은 깨달아야 합니다. 



정동영이 정치를 재개하며 했던 말이 “노무현 대통령은 훌륭한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반성문이 필요한 것이죠”였습니다. 그가 노무현을 비판할 자유가 있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의 말은 문재인이 노무현을 대신해 반성문을 쓰라는 것인지, 죽은 노무현이 말하지 못하기에 실패한 그를 대신해 자신이 반성문을 쓰겠다는 것인지, 자신이 반성문을 쓰면 세상이 바뀌는 것인지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는 점에서 조중동과 새누리당의 특기인 노무현 부관참시보다 더욱 비열한 발언이었습니다.   



정동영의 노무현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면, 좋은 의미에서 문제를 제기한 김현종 영입 비판이 정동영에게 힘을 실어주는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통계가 말해주고, 현장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처럼 한미FTA는 수출 위주의 경제구조(유럽의 낙오자에서 최고의 호황을 이루고 있는 독일도 마찬가지)를 가진 21세기 초기의 한국으로서는 거역하기 힘든 협정이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사망선고를 받은 신자유주의가 이 땅에 수입된 것은 IMF 외한위기 이전이었습니다. 민주화운동 세력과 제조업 노조 덕분에 매우 느리게 이전되던 신자유주의는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대규모로 이식됐습니다. 보수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와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 러시아를 풍비박산낸 거대투기자본의 악질적인 공격 앞에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란 IMF 구제금융을 빼면 남은 것이 없었습니다. 



김대중 정부는  가혹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나중에 IMF가 공식적으로 잘못을 인정했다), 구제금융 기간을 최대한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신자유주의가 대한민국에 견고하게 뿌리내리는 것까지 막을 수 없었습니다. IMF 외한위기를 최단시일 내에 극복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거품이 생겼고, 카드대란도 일어났습니다. 이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노무현 정부 때 체결된 한미FTA를 몇 가지 독소조항 때문에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협정의 조항은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앞의 글에서도 밝혔지만 한미FTA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피해를 보는 노동자와 농민에게 이전시키는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은데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의 종언이 이루어진 2008년 이후에도 신자유주의를 밀어붙인 이명박근혜 정부의 FTA와 비교할 때, '김현종을 용서하라고 강요하지 말라'는 것은 그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정치적 발언으로는 적절하지 못했습니다. 머리에 배신과 기회적 처신만 가득한 정동영에 힘을 실어주었다는 점에서도 장하나의 트윗은 적절하지 못했습니다.  



장하나가 김현종을 비판한 것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그를 영입한 김상곤과 함께, 한미FTA 체결을 최종 승인한 노무현 대통령도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박근혜의 환관정치와 친새누리 매체들이 한반도 전쟁위협을 극한까지 몰고가고 있는 와중에, 내부에서 나온 적절치 못한 비난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정체성의 문제가 아니라 친일수구세력의 장기집권을 막기 위해 차선을 찾아가야 하는 당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란 자리에 오르면 국민 전체를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이란 나라에는 보수 성향의 국민이 40%를 이룹니다. 대통령은 이들의 이익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때는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일도 해야 하며, 변절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결단도 내려야 합니다. 다시 말해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하는 일도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말로 제대로 된 비판을 하고 싶다면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의 결과, 현재의 상황 모두를 고려해야 합니다.





김현종을 비판하는 것이 시대적 의의를 가지려면, 최종 책임이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 2인자였던 문재인 비서실장도 비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비트켄슈타인식으로 말하면, 총선을 치를 때까지 침묵해야 합니다. 그것도 아니면 당내 김현종 비판론자들을 설득해 김상곤과 김종인의 영입결정을 취소시켜야 합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한미FTA가 미국을 위한 협약이라고 믿는다면 노무현 대통령부터 비판해야 합니다.    



거대 정당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김현종 영입이 총선에 불리하다는 정치적 대차대조표가 나온다면 다양한 목소리를 집결해 김현종 영입을 취소시켜야 합니다. 현재의 신자유주의는 금융산업의 탐욕을 앞세운 영미식 신자유주의인데, 영국에서는 전통 마르크스주의자인 제레미 코빈이 노동당 당수에 오른 것으로, 미국에서는 샌더스 돌풍이 전국을 뒤흔들고 있는 것으로 신자유주의가 종말을 고했음을 말해주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합니다. 



다시 말해 시대적 조류가 바뀌었다면 한미FTA도 그 조류에 맞춰 폐기하던지(샌더스가 당선되면 미국이 폐기를 요구할 수도 있다), 아니면 독소조항을 수정해서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런 후에 한미FTA를 통해 거둬들인 이익을 극도의 어려움에 빠진 노동자와 농민에게 이전시켜주는 조세정의를 세우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김빈이 정치도 개선과정이라며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극도로 싫어하거나, 아니면 그들에 합류하고 싶어 하는 삼성전자의 문제는 외국으로부터 천문학적인 이익을 거두어들이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익에 누진적 증세를 적용해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이전시키지 못한 정치인들의 썩은 영혼과 국민을 자발적 노예로 보는 조중동스러움에 있습니다. 박근혜의 환관정치에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는 재벌들이 꼼짝도 못하는 것에서 보듯, 정치가 바로서면(이를 테면 새누리당이 소수당이 되고 국민의당이 사라지고 정의당과 노동당과 녹색당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이재명과 박원순 시장처럼 부의 재분배와 복지 확대를 확대하는 것 등) 상당히 많은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장하나 의원이 김현종 비판을 넘어 보다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려면,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전에 한 호흡 거를 필요가 있습니다. 말도 한 번 뱉으면 (박근혜와 정동영처럼) 다시 주워담을 수 없는데, 전자적 기록이 남고 빛의 속도로 퍼날라지는 트윗은 주워담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정치인의 발언에는 잊혀질 권리가 적용되지 않으며,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을 때만이 호소력과 진정성을 지닙니다. 



장하나 의원의 당선을 간절히 기원하며, 보다 진일보한 정치인으로서 큰 뜻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