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월호 청문회의 첫날 일정이 조금 전에 끝났습니다. 청문회를 통해 새롭게 밝혀진 것은 별로 없지만 '퇴선 지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것마저 내일 증인으로 나올 해경과 해수부 관계자들이 모르쇠로 일관하면 진실규명은 불가능합니다. 유경근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특검을 도입해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조사하지 않으면 세월호참사의 진실규명은 지독히 어렵고 긴 과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것을 다시 조사하려면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과 별도로, 그간의 모든 것들을 일거에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부합하는 결정적 증언을 받아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일사부재리 원칙에 의해 특검을 도입한다는 명분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국민이 수없이 죽어나가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정부와 여당이 정권을 잡고 있는 한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은 불가능합니다.
지상파3사를 비롯해 YTN과 연합뉴스TV 같은 방송사에는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에 도움이 되는 증거영상들이 있을 것입니다. 국정원과 해수부, 해경, 해군, 청와대 등에도 온갖 기록들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것들을 받아내려면 특검으로도 모자랍니다.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합니다. 세월호참사에 얽혀있는 모든 것들을 밝히겠다는 분명한 정치적 의지가 있는 정당이 승리해야만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세월호특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이상, 이런 청문회가 아무리 많이 열려도 진상규명에 다가가는 모든 작업들이 각자의 길을 갈뿐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없습니다. 각각의 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가장 낮은 단계의 처벌만 있을 뿐, 참사의 본질을 꿰뚫는 높은 단계의 처벌은 불가능합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썩을대로 썩은 기득권을 드러내지 않는 이상 세월호참사처럼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끝없는 고통만 되풀이될 것입니다.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에 이르려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치적 의지가 개입할 때만 가능합니다. 세월호 변호사인 박주민 후보의 당선은 아주 작은 것이지만,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진전임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세월호참사 희생자와 유족들을 모독하고 진상규명을 가로막았던 자들을 낙선시키는 것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국민의 목숨과 슬픔, 고통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자들이 정치판에 발을 디디지 못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특히 정치인이 내뱉는 말의 무게가 얼마나 큰 책임을 동반하는지 보여주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자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은 예의도 지키지 않는 자들은 짐승보다 못한데 그들에게 정치를 맡긴다는 것은 대한민국을 짐승들의 나라로 만드는 최악의 행태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정당을 고르고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은 너무나 명백합니다. 이명박근혜 8년 동안 벌어졌던 폭정을 끝까지 파고들어 바로잡겠다는 강력한 정치적 의지, 그것이 단 하나의 기준이며, 그 맨앞에 세월호특별법의 개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2년이 되도록 국민 9명의 국민이 바다에 수장돼 있는데도 자신의 정치생명 연장만 외치는 정당과 후보에게 표를 준다는 것은 자신이 짐승임을 드러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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