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절차를 쓰레기통에 처박은 박근혜 정부의 일방통행은, 박정희가 압축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독재적 효율성을 최고의 통치로 보는 외눈박이 관점에서 나온다. 미 MD체제에 마지막 퍼즐인 사드의 성주 배치 결정과정에서 보여준 박근혜 정부의 행태와 미래라이프대학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대학 측의 행태가 바로 그러하다. 민주적 절차를 비효율적이라고 여기는 행정 위주의 발상이 성주군민의 집단반발과 이대생의 본관 농성을 촉발시켰다.





심상정 대표가 말했듯이, 민주적 절차는 힘들고 느리며 답답하다. '수평적 토론'이라는 것이 말로는 쉽지, 막상 첨예한 이해의 충돌과 만나면 절충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한국처럼 국가 주도의 독재적 발전모델로 압축성장했으며, 그 바람에 국민과 사회복지가 형편없는 나라일 경우 민주적 절차는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인식이 강하기 마련이어서 행정 우선주의의 유혹에 빠져들기 일쑤다.  



특히 권위주의적 통치로 일관해온 박근혜 정부 들어, 국민적 토론과 합의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전국적 이슈와 구성원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사안들도 의사결정의 정점에 있는 자들이 결정을 내린 뒤에 국민과 구성원의 동의를 얻는 민주적 절차를 요식행위로 진행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미국과 중국만이 아니라 북한, 일본, 러시아까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기 때문에, 문재인의 사드 담화처럼 국민적 토론이라는 공론화 과정이 필수였다.



그렇게 모든 요인들이 거론되고 국익의 관점에서 걸러질 것은 걸러지는 장시간의 토론을 거쳐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면, 미국이나 중국도 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국민적 합의를 거친 사안은 미국과 중국처럼 초강대국이라 해도 뒤집을 수 없다. 그럴 경우 명백한 내정간섭으로 국제법 위반이기 때문에 이를 무시할 수 있는 나라란 존재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사드 배치를 밀실에서 졸속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중국이 보복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 



이는 헌법에 나온 대통령의 책무에 반하기 때문에 명백히 탄핵사유에 해당하며, 무엇보다도 성주군민의 집단반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바로 이것(명분을 잃은 것)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성주를 내륙의 섬으로 고립시키는 외부세력 차단프레임을 들고나왔다. 사드 배치가 성주로 국한될 수 없는 이슈임에도 전국적 차원의 토론이라는 공론화 과정을 막기 위해 '정부 대 성주'라는 양자구도를 구축하는데만 사력을 다했던 것이다.





사드 배치에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세월호프레임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안보와 군사주권을 내세웠지만, 미국 편중적 결정의 비민주성 때문에 사드 배치 반대여론이 높아지는 것까지 막을 수 없었다. 이에 박근혜는 대구경북의 여론몰이를 위해 부모의 죽음을 들먹이는 비열한 감성팔이까지 들고나왔지만, 국민의당에 이어 더민주 의원들의 성주 방문으로 이마저 효과를 거둘 수 없었다. 



이에 비해 자체적으로 외부세력 참여을 거부했던 이대생들의 본관 농성 투쟁은 그 처음부터 지금까지 모든 결정을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방식으로 정했기 때문에 '순혈주의'나 '기득권 보호'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또한 자발적으로 시작된 농성과 민주적 토론을 통해 교육부와 대학 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할 수 있었기 때문에 무형의 지지가 넓어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대학 측이 경찰력 투입을 요청하고, 그것도 1600명이라는 압도적인 폭력의 우위로 이대생들을 제압하려 했기 때문에 졸업생과 학부모의 반발을 자초하기에 이르렀다. 졸업생(동문)과 학부모가 외부세력으로 매도될 수 없다는 점에서 저항의 순혈주의를 선택한 이대생의 판단은 (스마트폰 불빛 저항에서 보듯) 놀라운 확장성을 발휘했다. SNS를 타고 야금야금 퍼져가던 이대생의 민주적 저항이 언론과 정치권까지 움직이게 만드는 기적까지 이뤄냈다.





성주와 이대에서 보여준 민주적 절차에 따른 저항은 촛불집회의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목적이 옳은 것은 물론, 수단까지 정당하고 민주적이었기에 성주군민과 이대생의 투쟁이 외부세력이라는 차단의 프레임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확장성을 지닐 수 있었다. 이대생이 (개별적 보복이 두려웠을 수도 있겠지만) 마스크를 쓰고 투쟁하는 것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음도 저항의 순혈주의가 창출해낸 기적 같은 일이다. 



성주군민도 이대생도 외부세력에 의존하지 않은 투쟁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그들의 투쟁이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선례가 된다. 이렇게 상대적 약자가 우월적 강자에게서 승리를 거두는 사례들이 쌓이면 그것이 혁명에 준하는 민주적 개혁의 동력이 된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 성주군민과 이대생의 민주적 절차에 따른 권리 행사에서 또다시 증명됐다. 



승리하기를, 정의와 양심, 보편과 상식, 시대정신이 성주군민과 이대생의 편에 있으니. 2년 4개월이 넘도록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는 세월호유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떤 종류의 저항과 투재이라도 정부나 우월적 강자의 프레임들을 하나하나씩 돌파하는 승리의 기억이 쌓일수록 대한민국은 헬조선에서 국민이 국가의 주인인 민주공화국으로 돌아가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1. BOW 2016.08.05 20:46

    그나저나 이제는 심상정을 비롯한 진보계도 패미계가 아닌 패미의 탈을 쓴 혐오단체와 엮었다는 오명을 벗어던지기는 힘들겁니다.(어느쪽이건간에...)
    물론 저도 뉴라이트와 같은 부류를 좋아하는 사람은 절대 아닙니다만....(즉 요즘들어서 좌우 둘다 실망했다는 이야기...)

    • 늙은도령 2016.08.05 21:40 신고

      페미니즘 관련 책들을 몇 권 사서 읽고 있습니다.
      40~70년대의 페미니즘이 90년대에서 지금까지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요.
      페미니즘은 여성에게 언어를 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고난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고 당연한 권리를 찾으려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언어와 주장을 남성의 시선이 아닌 여성의 시선으로 볼 수 있을 때 패미니즘의 기본에 설 수 있습니다.
      남성패미니즘이 페미니즘마저 삼켜버리는 현실에서 그들의 언어를 가지고 혐오 운운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들의 미러링을 잘 들여다 보면 수천년 동안 남성이 여성을 향해 혐오를 퍼부은 것의 극히 일부를 돌려줄 뿐입니다.

  2. BOW 2016.08.05 20:47

    뭐 사드도 한계있기 마련이구요.(전작권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인데....)

    • 늙은도령 2016.08.05 21:43 신고

      사드는 국민적 합의를 거쳐 도입해야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아직 개발도 끝나지 않은 미완성의 무기를 구입하는 것은 계속되는 업그레이드가 저절로 따라오기 때문에 확장적 군비경쟁으로 갈 수밖에 없고, 대한민국을 지옥으로 내몰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초비상 상태입니다.
      박근혜가 나라를 말아먹을 모양입니다.

  3. 왜누리안티 2016.08.05 20:55

    이제 무능한 정부에게 남은 건 선전포고 없이 대국민 전쟁을 벌여 전국민을 몰살하거나 국외 추방시켜 국민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뿐입니다.

    • 늙은도령 2016.08.05 21:43 신고

      박근혜는 건너지 말아야 하는 다리를 건넜습니다.
      대가를 치를 것입니다.

    • 왜누리안티 2016.08.05 22:43

      정작 박근혜는 머릿속에 똥만 든 무뇌아라 훗날 대가를 치르고도 정신 못 차릴 겁니다.

    • 늙은도령 2016.08.05 23:07 신고

      그래서 더 걱정입니다.

  4. 공수래공수거 2016.08.06 08:09 신고

    그러기에 정부가 함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모든 수단을 써서 라도 진압과 해산을 반복했을겁니다

    며칠전 툭 내던진 한마디로 지금은 김천쪽 까지 불이 붙을라 그러고
    있네요
    정말 신중하지 못하고 생각없는 언행입니다

    • BOW 2016.08.06 11:30

      하기사 부정선거로 당선되었고 세월호의 아이들을 구출을 못했다는(아니면 않하거나) 등의 이미지를 어떻게든 벗어던지고 싶은 모양이겠죠.(어느쪽이든간에..)

    • 늙은도령 2016.08.06 14:40 신고

      네, 정말 제멋대로 입니다.
      사드 배치가 필수라면 성주군민과 국민을 상대로 설득해야지 이런 식은 말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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