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부인 이모(55)씨의 자살로 청와대가 추가로 폭로하겠다는 사람이 조선일보 오너 집안일 것이라는 필자의 추측이 맞은 것 같다. 조선일보의 2인자인 송희영 주필 겸 발행인을 1차 폭로의 대상으로 선정했다면, 그것이 먹히지 않을 경우 추가로 폭로할 대상은 그보다 파급력이 더욱 큰 인물이어야 한다. 송희영을 능가할 정도라면 오너 집안이 아니면 불가능하니 이런 추론은 너무나 쉬워 초딩도 할 수 있다.
<김용민 브리핑>에 출현해 '경제의 속살'을 맡고 있는 이완배 민중일보 기자가 조선일보의 몰락을 예상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왔다면, 박근혜-우병우 조합(이하 청와대)은 '좌파와 결탁한 부패한 기득권세력' 조선일보를 확실하게 손볼 모양이다.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청와대는 조선일보의 아킬레스건을 공격하는 정치검찰적 방식으로 무조건적인 항복을 받아낼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내년 3월에 방송통신위원회를 시켜 TV조선의 재허가를 불허하는 것까지 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조선일보는 재기불능의 상태까지 내몰릴 수 있다. 청와대의 사무라이 김진태가 조선일보 고위임원의 실명(송희영)과 구체적인 비리를 밝힌 후 양아치스럽게 납작 엎드린 것도 TV조선의 재허가 때문이다. 송희영 등이 TV조선의 대주주인 동국제강을 위해 로비한 것으로 알려졌듯이 TV조선이 재허가를 받지 못할 경우 조선일보가 입을 피해는 상상을 불허한다.
자신의 손으로 정권을 창출하겠다는 천하의 잡놈 이명박이 TV조선 청산에 따라 조선일보가 입을 피해를 만회해주는 대가로 청와대와 전면전을 하라고 사주하지 않는 한 조선일보가 청와대와 맞설 방법이란 없다. 박근혜의 입장에서는 퇴임 이후를 보장할 정치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친박당(새누리당)의 대선후보를 끝까지 밀어붙여 정권재창출에 성공해야 한다.
헌데 조선일보가 친박당의 대선후보를 지속적으로 비난(조선일보의 주특기)하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이것 때문에라도 청와대는 조선일보를 확실하게 손봐야 한다. 좌파와 결탁한 부패한 기득권세력 조선일보를 공격하는 것은 그들보다 더욱 부패한 기득권세력인 여타 보수언론들의 입에도 재갈을 물리는 외부효과를 불러온다. 천하의 잡놈 이명박도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구속된 박수환과의 친분도 변수다). 여기까지는 청와대가 뜻한 대로 흘러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방용훈 사장의 부인이 자살한 것에 이르러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방용훈과 부인의 사이가 어떠했는지 알 수 없지만, 부인의 자살이 청와대의 압박에서 비롯됐다면 향후에 벌어질 일들에 관해서는 예측이 불가능해진다. 주필 겸 발행인인 송희영을 쳐냈는데, 오너 가문의 일원까지 자살했으니 추락하는 것에 날개가 없는 조선일보로서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최악의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부인의 자살은 청와대 입장에서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가 좌파와 결탁한 부패 기득권세력이라고 해도 더 이상의 공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오만방자한 정권이라고 해도 방용훈 사장 부인의 자살까지 똑같이 취급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했는데, 독이 오를대로 오른 조선일보가 이대로 물러선다면 조선일보의 영향력은 영원히 회복될 수 없다.
고양이가 쥐를 잡거나, 개가 닭을 잡을 때도 도망갈 구멍은 마련해주기 마련이다. 모든 것에서 압승을 해야 분이 풀리는 절대군주적 취향의 박근혜와 독사 같은 우병우라고 해도 이모씨의 자살은 송희영 주필을 찍어내는 것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박근혜와 우병우가 퇴임 이후에도 살아남으려면 조선일보를 재기불능의 상태로 만들지 못하는 한 그에 상응하는 보복의 칼날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모씨의 자살은 청와대와 조선일보 간의 이전투구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음을 말해준다. 역사상 다시 나올 수 없는 박근혜와 우병우라는 존재로 해서, 악랄한 특권층을 형성한 친일수구세력이 몰락하는 것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전형적인 예로 기록될 청와대와 조선일보 간의 전면전이 전혀 예기치 못한 단계로 접어든 것은 확실하다.
송희영과 이석수의 사퇴에 이어 이모씨의 자살까지, 권력욕의 화신인 박근혜와 우병우는 너무 나갔다. 적당한 선에서의 봉합전문 정치검찰 윤갑근으로서도 '정윤회 문건'처럼 우병우-이석수 수사를 마무리짖는 것도 어려워졌다. 특검을 피할 수 없다면 김수남 검찰총장도 법대로 나갈 수밖에 없다. 박근혜는 (우병우를 시켜) 박정희처럼 반동의 쿠데타(최근 CIA가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구국의 결단이 아닌 박정희 개인의 위기탈출을 위해 일으켰다)를 일으키지 않는 한 정해진 임기라는 치명적 제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여기서 한 발이라도 물러서는 쪽이 죽는다. 방용훈 사장 부인의 자살이 청와대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면 모를까, 그것이 아니라면 게임의 룰은 완전히 바뀌었고, 양측의 사생결단 치킨게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박근혜의 방한(귀국이 아닌)이 이렇게까지 기다려진 적은 없었다, 지랄 같은 지난 3년9개월 동안.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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