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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우병우와 세월호 수사, 검찰에 맡기면 안 되는 이유


대한민국은 반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세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돈과 기회, 풍요는 소수의 상층부와 특권층이 독점하는 반면, 그 후유증과 폐해인 빈곤과 차별, 위험은 절대다수의 하층부와 미래세대가 감당해야 하는 헬조선입니다. 두 번째는 박근혜와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헌법 유린이 폭로되지 않았다면 온갖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초법적 존재로서의 삼성그룹의 절대권력과 압도적인 영향력을 보여주는 삼성공화국입니다. 세 번째는 독재권력이 떠나간 자리에 들어서 신성불가침의 집단으로 자리잡은 검찰의 절대권력을 말해주는 검찰공화국입니다.





이중에서 최악을 가리라고 한다면 저는 검찰공화국을 선택할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검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고 말했고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시도했듯이, 검찰이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며 정치의 영역까지 손을 뻐친 조직이기주의에 빠지지 않았다면 헬조선과 삼성공화국이라는 두 개의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명박근혜 9년의 온갖 불법과 탈법, 국정농단들이 검찰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점에서도 검찰공화국이란 이름은 최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고의 성과를 거둔 촛불특검이 세월호 7시간, 박근혜와 정유라,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재벌의 수사를 하지 못했고, 법꾸라지 우병우를 구속시키지 못한 것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맡은 특수본의 사전조사가 형편없었기 때문입니다. 삼성그룹(재판에서 이재용을 집행유예로 만들기 위해 해체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행태는 별도의 글로 다룰 생각)을 필두로 수많은 재벌과 뒷거래를 주고받았던 박근혜의 검찰공화국이 우병우를 중심으로 돌아갔는데, 그런 검찰이 우병우와 박근혜를 수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국가보다는 정권의 안위를 위해 전력을 다하는 방법으로 독재자와 살아있는 권력의 편에 서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던, 아니 그것을 통해 부귀영화와 출세의 발판으로 삼았던 검찰의 역사는 그 자체로 정치 편향적이며 민주주의와 헌법에 반하는 헬조선과 '무전유죄 유전무죄'를 공고히하는 최악의 역사였습니다. 독재와 정권에 충성했던 모든 기관 중에서 오직 검찰만이 전직 대통령을 죽음(우병우가 주역이었다)으로 내몰고도 단 한 번의 대국민사과를 하지 않은 유일한 정부기관입니다.   



검찰의 특권의식은 국세청과 관세청, 경찰청의 수장도 '청장'을 쓰는데 검찰청의 수장만 '총장'이란 이름을 쓴다는 것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전 세계의 선진민주국가 중에서 대한민국의 검찰만이 사정기관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데, 검찰은 이것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정권과 자본, 조직이익을 위해서만 사용한다는 것에서 이 모든 문제들이 양산됐습니다. 검찰개혁이 재벌개혁보다 시급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헌데 이런 검찰에게 우병우와 재벌들, 세월호 7시간, 박근혜와 정유라 수사를 통해 기사회생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은 검찰을 해체 수준에 이를만큼 철저하게 개혁하지 않겠다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재판에서 이재용의 형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체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차원에서 폐쇄적이고 획일적인 조직문화를 바꾸지 않는 이상 이 모든 것이 오너가 돌아오기 전까지의 전문경영인과 대주주(오너집안이 핵심)의 비상체계에 불과하듯이, 우병우와 재벌, 세월호 7시간, 박근혜와 정유라 수사를 성공리에 마친다고 해서 검찰의 적폐들이 개혁되는 것이 아닌 것과 같습니다.



자유한국당과 권성동, 김진태를 아무리 비판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이 정세균 의장을 거꾸로 매달아서라도 직권상정을 끌어내야 한다는 글을 쓴 것처럼, 어떤 논리로 포장하던 특검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특검으로 하여금 우병우와 재벌, 세월호 7시간, 박근혜와 정유라 수사를 하도록 만들어야만 검찰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검찰은 조직을 지키는 수준에서만 수사를 할 것입니다. 검찰공화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헬조선에서의 탈출도, 삼성공화국으로 대표되는 재벌의 개혁도 제대로 시작할 수 없습니다. 



검찰개혁이 절체절명의 과제이기 때문에 우병우와 재벌 수사를 통해 정치검찰이 개혁의 칼날을 피해갈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특검을 연장해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지만 검찰개혁과 관련해서 생각하면 그 필요성은 정권교체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우병우와 재벌, 세월호 7시간, 박근혜와 정유라 수사를 검찰에게 맡겨 자기 스스로 면죄부를 발행하는 것에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조직을 개인보다 중시하는 검찰은 근본적으로 자정능력이 없는 정치집단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