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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또다시 대선개입에 나선 국정원의 헌재 사찰


국정원의 역사를 다룬 김당의 《시크릿 파일》과 미 CIA를 다룬 팀 와이너의 《잿더미의 유산》, 마크 로웬탈의 《국가 정보ㅡ비밀에서 정책까지》 등을 보면 각국의 정보기관이 어떤 일을 해왔고 하고 있으며 할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책들에 따르면 각국 정보기관 중에서 국정원 만큼 국가 안보가 아니라 정권 안보를 위해 국내정치에 개입해 각종 불법과 탈법, 인권유린을 넘어 민주주의와 헌법을 파괴하는 중대 범죄를 남발한 정보기관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보기관의 탄생은 국가 안보 때문이었지만 대한민국의 경우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만주군 시절 정보 분야에서 일해서 정보기관의 생리에 밝았다)의 경우 민주적 정당성과 헌법적 정통성이 없었던 관계로 정권 안보를 위해 중앙정보부를 창설(김종필이 주도)했습니다. 각국의 정보기관은 국가 안보를 위해 국내외에서 정보를 수집, 분석, 집행하지만 우리의 경우처럼 정권 안보를 위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고, 입법부와 사법부, 정부기관을 넘어 민간영역과 민간인까지 사찰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민주정부 10년, 특히 노무현 참여정부 때 이런 악습들의 대부분이 사라졌지만 이명박근혜 정부 9년을 거치면서 예전의 악습이 모조리 부활했습니다. 국정원의 역할이 정권 안보와 정권 재창출에 집중되면서 북한 관련 정보는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정치개입과 민간인 사찰을 넘어 선거에까지 개입함으로써 민주주의와 헌법까지 유린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국정원 댓글사건은 주권재민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중대범죄여서 일제에 주권을 팔아먹은 것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정권 댓글사건은, 그것이 대선의 향배에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대한민국을 더 이상 민주공화국으로 존재할 수 없게 만듭니다. 주권재민의 원칙이 정치와 선거를 통해 발현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정원 댓글사건은 국가와 국민이 따라야 하는 행위규범으로서의 헌법(헌정주의, 법의 지배)과 주권행사로의 선거를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무력화시키기 때문에 독재와 전체주의로 귀결될 수 있는 최악의 중대범죄입니다. 



국정원 댓글사건은 청와대와 정치검찰, 사법부의 합작에 의해 유야무야 된 상태이지만, 앞에 설명한 이유들로 해서 이명박근혜 정부의 정당성과 정통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지난 9년의 통치가 민주주의와 헌법에 근거하지 않은 채 온갖 불법과 탈법, 독재적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박근혜가 국민(민주주의)과 헌재(헌법)에 의해 탄핵되기 직전인 것도 이 때문이며, 이명박이 처벌을 피할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나옵니다. 





따라서 국정원이 박근혜의 헌법 위반을 따지고 있는 헌재의 재판관들을 사찰했다면 이것은 박근혜 탄핵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시도이자, 대선을 조작하기 위한 '제2의 국정원 댓글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헌재가 수호할 책임(최종적 책임은 헌법제정권과 개정권을 갖고 있는 국민에게 있으며 이는 주권에 앞선다)이 있는 헌법에는 국민이 동의한 민주주의와 통치자와 정부가 지켜야 할 규범과 국가정신이 담겨있기 때문에, 헌재의 재판관을 사찰했다는 것은 민주주의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주권을 뿌리로부터 흔들고 유린하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국정원이 또다시 대선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냐'며 불같이 화를 낸 문재인은 물론 이재명(토론회에서 또다시 드러난 폭력성은 국정원을 많이 닮았지만)과 안희정, 최성까지 더민주 대선후보들이 국정원의 헌재 사찰을 맹렬하게 비판하며 '반드시 정권교체에 성공해 국정원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개혁하거나 폐지하겠다'는 강경발언을 쏟아낸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가짜뉴스'와 탄핵반대집회의 배후에 청와대와 국정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된 것도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이 보여준 행태 때문인데, 헌재 사찰로 인해 이런 의혹에 힘이 실리게 됐습니다. 



'살인'경찰의 수장인 이철성이 온갖 불법과 탈법, 폭력, 선동, 거짓말을 남발해온 '가짜뉴스'와 탄핵반대집회를 방관만 한 것도 이로써 얼마든지 설명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명박근혜 정부 9년 동안 국가권력기관들이 보여준 행태를 볼 때 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개혁이 필요합니다. 국정원은 존폐를 고민해야 하고, 검찰개혁과 함께 경찰개혁도 대대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공수처 신설을 필수적이며, 국세청과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국정교과서의 교육부, 위안부협상과 사드 배치와 방산비리의 외교부와 국방부, 세월호참사와 4대강공사의 청와대와 국토부와 환경부와 해수부 및 국가안전처, 메르스·AI·구제역대란·가습기살균제 참극의 복지부와 농수산부와 환경부와 질병관리공단, 언론장악과 관제데모와 블랙리스트의 청와대와 방통위와 문체부, 서별관회의 재경부와 금융위 등까지 거의 모든 정부 부처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와 사정작업도 진행돼야 합니다. 이명박근혜 9년 동안 완벽하게 부활한 한국현대사의 온갖 적폐과 반칙, 특권들을 모조리 청산해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대한민국은 정상적인 국가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국정원의 헌재 사찰은 국정원 댓글사건의 철저한 규명과 처벌이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면 적폐 청산은 국민 통합을 위한 절대적인 전제조건입니다. 이처럼 청산해야 할 적폐가, 바로잡아야 할 부처와 기관 및 단체, 재발방지와 피해자에 대한 손·배상 등 다음 정부가 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압도적인 정권교체로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더민주의 최중후보가 누가 되던 본선에서는 표를 몰아주어야 합니다. 그것만이 대한민국을 바로잡고 우리 모두를 구원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